[그린포스트코리아 최빛나 기자] 인천공항에서, 출국 앞둔 그 친구의 눈을 보며 꼭 껴안았다. 큰 몸이 내 양 팔에 모두 덮일 정도로 꼭 안아줬다.

그리고 속삭였다. ‘부디,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렴'

예쁜 갈색 눈동자를 차마 볼 수 없어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가까스로 시선을 옮기니 눈물이 왈칵 났다. 보지 않아도 알았다. 그 아이가 나를 보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헤어질 시간이었다. 그나마 혼자가 아니라서, 엄마와 함께 떠나는 입양길이라서 조금은 위로가 됐다. 

기자가 강아지 임시보호를 끝내고 입양 보내던 날의 그림이다. 

지난 달, 태어난지 1년이 채 되지 않는 '이안'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15Kg에 몸이 다부지고 다리도 길쭉한 잘생긴 아이였다. 

이안은 안성개농장에서 식용견의 새끼로 태어났다. 세상에서 처음 본 광경은 녹 슨 철장과 하루 종일 짖는 주위 식용견들, 그 사이에 잔뜩 주눅이 들어 눈치를 보며 젖 한번 제대로 주지 않던 어미개의 모습이었다. 

이안이를 처음 만났을 때, 그 녀석은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짧은 꼬리는 땅을 향해 있었고, 케이지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버티며 계속 거친 숨만 내뱉었다. 내 눈을 쳐다보려 하지도 않고 고개는 땅으로 떨군채였다. 배변활동도 없고 멀리서 우는 매미 소리에도 깜짝 놀라했다. 

불편한 자세로 쪼그리고 앉아서는 바람 소리만 들려도 눈을 꿈벅였다, 모든 것을 겁내는 통에 산책은 10미터도 가기 힘들었다. 태어난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도대체 어떤 두려운 상황과 사건을 경험했을까. 이안이의 불안과 초조함이 기자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면서 내 마음도 먹먹해지고 있음을 몇 번이고 경험했다. 

이안이는 한국 토종개로 불리는 동경견으로, 경주개라고도 한다. 진돗개에 이어 삽살개 다음 세번째로 천연기념물 제 540호로 지정된 용맹스러운 종이다. 온순해 사람과의 친화력이 좋으며 복종심이 강하고 사냥에 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동경견의 모습을 이안이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이안이가 행복하길 바랐다. 강아지가 좋아한다는 노래를 들려줬고 수시로 말을 붙였다, 건강해지라고 좋은 것도 골라 먹였다. 시선을 피하려고 하면 눈을 낮추고 바닥에 바짝 엎드려 이안이를 바라봤다.

닷새 째 되는 날. 이안이는 비로소 활기를 찾았다. 꼬리는 하늘로 솟았으며, 눈을 피하지 않았다. 잠을 잘 때도 마치 제 집 안방마냥 편하게 널부러져 푹 잤다. 나를 졸졸 따라오는가 하면 방 구석구석을 살펴보기도 했다. 동네 강아지가 짖어대도 별 일 아니라는 듯 여유롭게 산책도 즐겼다. 그렇게 이안이는 기적의 드라마를 보여줬다. 

믿음과 사랑이 동물에게도 통하고, 소통을 통해 감정 교류가 가능하다는 걸 이안이를 통해 배웠다. 나를 위해서나 그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였다. 오히려 내가 이안이에게 위로를 받았다. 힘들게 마음 열어준 이안이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미국으로 잘 보내줬다. 깊은 감동과 진한 여운이 지금도 남아있다. 

과거 케어사태 (동물 250여 마리를 무분별하게 안락사 시킨 사건)부터 각종 동물학대, 개고기, 강아지공장, 산채로 버려지는 강아지들의 논란 등 동물 관련 사건들이 언론을 통해 전해질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힘들었다. 잠을 설칠 정도였다. 

최근에는 동물보호단체가 충남에 위치한 식용견 농장에서 70마리의 개들을 구조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구조된 개 중에는 버려진 반려견이 많다는 소식에 충격도 받았다. 

이안이를 입양 보내던 날, 동물보호협회장에게 국내 반려동물 시장 상황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는 “강아지를 쉽게 생산하고 입양하는 구조를 없애고 태어나는 수를 줄여야 이 악순환의 구조가 끊어진다”고 했다. “강아지농장이 불러온 폐해가 결국 우리 삶까지 망가트릴 것”이라며 “영국의 루시법 등 같은 동물 보호법을 국내에도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시법은 제3자를 통한 반려견, 반려묘 거래를 금지하는 법이다. 

무언가에 홀린 듯 갑자기 강아지 임시보호를 신청하고, 이안이와 만나고, 미국으로 입양을 보낸 게 위와 같은 메시지를 듣기 위한 기회였나보다. 협회장의 말에 마음이 많이 움직였다.

기자는 이제 윤리적인 사명감을 더욱 가지려고 한다. 식용견, 반려견 학대, 안락사, 불법으로 유통되는 동물 관련 사건들을 더 들여다보고 목소리를 높이려고 한다. 동물을 둘러싼 잘못된 매매 체계, 낮은 동물복지 인식,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비롯한 여러 문제와 이를 둘러싼 정부의 정책, 법률제정안 등까지 면밀하게 살펴볼 생각이다. 

정치권에서 때마다 한번씩 거론되던 ‘동물 보호법’은 왜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는지, 언 7년간 해결되지 못하고 표류 중인 동물 관련 과제는 어디서 실행하고 있는지. 또 처벌 수위와 대책마련은 어디까지 왔는지까지 말이다.

기자는, 국가가 이상적인 동물복지를 실현해야 국민들이 가장 높은 의식을 스스로의 삶에 반영하고 인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사람의 문제이거나 동물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힘들었을 이안이에게 이 자리를 빌어 한마디 덧붙인다. 아, 다행히도 이안은 지금 미국에서 남부럽지 않게 잘 지내고 있다. 

"이안 IAN, 카르페 디엠(Carpe Diem· 순간을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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