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칼디코트가 전하는 방사성 물질 피해
국내 연구진, 요오드(아이오딘)·세슘 등 제거 기술 개발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급격한 인구의 증가와 산업화로 그 피해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기후변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고 그 여파로 여태까지 겪지 못한 폭염과 폭우를 경험하는 지역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가장 추운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시베리아 기온은 역대치를 기록했고 옆 나라 일본도 기록적인 폭우를 경험했다. 인도양의 수온 변화로 호주는 ‘최악의 산불’을 경험했으며 반대편인 아프리카 지역은 ‘메뚜기떼’로 식량난에 직면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역대 ‘최장 기간’을 기록한 올해 장마의 원인을 환경오염 중 하나인 기후변화로 꼽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인류는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라 했던가. 가장 좋은 방안은 오염의 원천을 없애는 것이지만 이 과정에서 인류는 당면한 환경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책, 영화 등에서 소재로 사용한 환경문제를 가지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 속 기술을 소개한다. 그 두 번째 기술은 세계적인 반핵운동가인 헬렌 칼디코트의 저서 ‘원자력은 아니다’를 통해 본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과 국내 연구진의 관련 기술 개발이다. [편집자 주]

인류 역사상 두 번째 7등급 원자력 사고로 기록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모습. (그린피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인류 역사상 두 번째 7등급 원자력 사고로 기록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모습. (그린피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규모 9.0의 대지진과 쓰나미. 그 결과, 인류는 역사상 두 번째 7등급 원자력 사고를 경험했다. 전 세계에서 역대 최악의 원자력 사고로 꼽히는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 사고’ 이후의 두 번째 대형사고(Major Accident) 즉,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 사고의 시작이다.

원전 사고 이후 그 주변에는 요오드(아이오딘)와 세슘, 세륨, 코발트 등 다양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멀리 떨어진 토양에서는 뼈에 축적돼 골수암을 일으키는 스트론튬도 발견됐다. 심지어 원전부지 내 토양에선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까지 검출돼 전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방사성 물질 검출은 비록 과거이긴 하지만 이 사고가 남긴 피해는 아직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해 일본산 가공식품과 농산물, 수산물 등에서 세슘 검출률이 전년보다 되려 증가했고, 코로나19에 전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자 일본 정부는 원전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기 위한 준비를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 ‘원자력은 아니다’ 속 방사성 폐기물…요오드, 스트론튬, 세슘의 피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 관련 뉴스가 아직도 끊이지 않는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끄는 책 한 권이 있다. 호주 출신의 의사로 핵에너지, 핵무기, 원자력에 반대하는 세계적인 반핵 운동가 헬렌 칼디코트가 쓴 ‘원자력은 아니다’란 책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원자력 발전이 값싼 청정에너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폭로한다. 또한 우라늄 채굴부터 원자로 건설까지 오히려 더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해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주범으로 원자력 발전을 지목한다. 원자력 발전으로 인해 파생되는 플루토늄과 핵무기 확산의 위험, 방사성 물질로 인한 각종 피해 사례도 언급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은 독자들의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원자력 발전의 공포에 섬뜩했을 수도 있고 다른 이는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는 생각할 수도 있다. 최근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서 볼 수 있듯이 해당 문제는 각종 이해관계와 정치적 성향, 가치관 등에 따라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으므로 ‘옳다 그르다’를 함부로 재단하기는 조심스럽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보통의 국민이라면 염려되는 부분이 하나 있을 것이다.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한다면 이로 인한 방사성 물질에 대한 피해와 우려가 그것이다. 특히, 이 책은 방사성폐기물 중 요오드131과 스트론튬90, 세슘137의 피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방사성 물질에 유독 눈이 가는 이유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당시, 그리고 그 이후에도 끊임없이 검출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잠시 저자 헬렌 칼디코트가 설명하는 방사성 폐기물에 대해 알아보자. 저자는 반감기가 8일인 동위원소로 휘발성이 매우 높은 요오드131은 일상적이든 우연적이든 원자로에서 기체로 방출된다고 한다. 베타 방출체이자 고에너지인 감마 방출체인 만큼 발암성이 매우 높고 만약 원자로 근처의 토양에 퇴적된 요오드131이 목초와 식물의 잎에 흡수되면 그 농도가 열 배 이상 농축된다고 말한다.

다음으로 스트론튬90이다. 저자는 매일 작은 양의 이 방사성물질이 원자로에서 방출된다고 말한다, 반감기는 28년이며 600여년간 방사능을 가지는 이 방출체는 칼슘 유사물로서 신체 내 칼슘 흉내를 낸다고 한다. 특히, 소와 염소의 우유나 모유가 분비되는 여성의 가슴에 더 치명적이라 수년 후 폐암을 유발한다고 위험성을 언급한다.

마지막으로 과거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산 수산물이 국내 수입이 됐을 때 빼놓지 않고 등장했던 세슘137이다. 30년의 반감기를 가진 동위원소로 스트론튬90과 같이 600여년간 방사능을 띈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1970년대와 1980년대 롱아일랜드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에 있는 노화된 원자로가 수년간 많은 양의 방사선을 방출했고 그 결과, 근처 어린이들에게 횡문근육종(악성 종약의 일종)이라는 희귀암이 나타났다. 이 근육암은 세슘137에 노출됐을 경우 유발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세계적인 반핵 운동가 헬렌 칼디코트가 쓴 ‘원자력은 아니다’. (김동수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세계적인 반핵 운동가 헬렌 칼디코트가 쓴 ‘원자력은 아니다’. (김동수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국내 연구진, 방사성 물질 '꼼짝마'…관련 기술 꾸준히 개발

그렇다면 앞서 언급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은 어떤 게 있을까. 국내 연구진들은 과거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토양과 물, 심지어 바다에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우선, 방사성 저항 미생물을 활용해 방사성 폐기물을 빠른 시간에 제거할 수 있는 정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생명공학연구부 전종호 박사 연구팀과 서울시립대학교 최용준 교수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방사성 요오드 폐기물을 30분 이내에 99.9% 이상의 효율로 제거한다. 그 비밀은 금 나노입자가 포함된 방사성 저항 미생물이다. 데이노코쿠스 라디오두란스(Deinococcus Radiodurans)라는 미생물을 활용하는데, 해당 미생물 내부에 요오드 이온과 친화력이 높은 금 나노입자를 합성하면 방사성 요오드를 빠르게 흡착·제거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원자력발전소 운영과 항암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에 적용이 가능할 뿐 아니라 바닷물에 존재하는 방사성 요오드 제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방사성 폐수 속을 헤엄치며 세슘만 쏙쏙 제거하는 화학적 미세 수중로봇도 개발됐다. 방사성 폐수는 원자력시설의 운영․사고 등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데, 이 폐수 속에는 세슘, 코발트 등 다양한 핵종이 포함돼 있다. 특히, 방사성 세슘은 물에 잘 녹아 외부 유출 가능성이 큰 반면 그 제거는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세슘 제거에 주로 사용되는 흡착제의 경우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까다로운 준비가 필요할 뿐 아니라 이후 흡착제와 설비 자체가 2차 폐기물로 남는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연구부 박찬우 박사팀은 머리카락 두께의 1/10, 약 7㎛(마이크로미터) 크기인 화학적 미세 수중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의 몸체는 세슘을 흡착하는 페로시안화구리(copper ferrocyanide)를 입힌 이산화규소 마이크로입자인데, 입자의 한쪽 면에는 백금 촉매와 니켈을 코팅해 운동 능력을 갖췄다.

방사성 폐수에 미세 로봇과 과산화수소를 함께 넣으면 백금 촉매와 과산화수소가 화학적으로 반응해 산소 방울이 발생, 이를 추진력으로 삼아 움직이는 원리다. 그 결과, 기존의 수동형 흡착제보다 세슘 제거 속도가 60배나 빠르며 폐수 속 세슘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나트륨 같은 경쟁 이온이 존재해도 98% 이상의 세슘을 제거할 수 있다.

초대형 방사능 사고로부터 안전한 식수를 확보하기 위한 재난대응 기술도 개발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고효율 방사성 세슘 제거용 흡착제’를 개발했는데 이는 수중 세슘을 99.8% 이상 제거할 수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세슘137은 반감기가 30년 이상 지속되고 600년간 방사능을 띈다. 따라서 토양이나 수중에 축적될 경우 장기간 방사능 오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별도의 제염 작업으로 제거해야 한다.

방사성 세슘 흡착제는 흡착제를 구성하는 핵심 합성소재에 염료나 물감으로 널리 쓰이는 물질인 ‘프러시안 블루’를 합성한 것이다. 프러시안 블루를 합성소재와 합성하는 ‘고정화’ 과정이 흡착제의 핵심 기술이다. 건설연은 합성소재 내 프러시안 블루 함량을 높이기 위해 일반적인 합성과정 후에 염화철과 추가로 반응시켜서 고정화하는 ‘다중 고정화방식(LBL Assembly)’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프러시안 블루의 함량을 기존 흡착제보다 5.5배, 세슘 최대 흡착성능은 7.5배 늘린 것이다.

여기에 흡착제를 구성하는 핵심 합성소재 또한 친수성 고분자물질인 ‘하이드로겔(hydrogel)’ 타입으로 제작했다. 그 결과, 기존 분말형 합성소재보다 공정이 단순해져 기존 상용제품보다 싸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합성시약 국산화도 이뤄내 최종적으로 기존 대비 8분의 1로 제작비용을 절감했다.

물론 이러한 다양한 방사성 물질 제거 기술은 앞으로도 계속 개발될 것이다. 다만 헬렌 칼디코트가 그의 책에서 “체르노빌 사고는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 것처럼 단 한 번의 원자력 사고는 셀 수 없는 시간 동안 인류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따른 환경오염은 어떤 것보다 치명적이다. 따라서 대중 참여와 지속적인 담론을 통해 해당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다시금 되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포를 발생하며 이동하는 화학적 미세 수중로봇. 방사성 폐수 속을 헤엄치며 세슘만 제거할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기포를 발생하며 이동하는 화학적 미세 수중로봇. 방사성 폐수 속을 헤엄치며 세슘만 제거할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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