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재 4등급으로 구분...최하 등급시 환경부담금 가산
재질, 구조 등급 평가 받아야...9월 24일 본격 실시
업종·업계 불문, 포장재 혁신 나선 국내 주요 기업들
식물성 재료 등 친환경 포장재...정말로 환경적이려면?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환경’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기사가 1,128만건 이상 쏟아집니다. 인기 K-POP그룹 BTS와 방탄소년단 단어로 총 61만건, ‘대통령’ 키워드로 910만건의 기사가 검색(7월 13일 기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 문제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매주 1회씩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열 아홉번째 주제는 여러 곳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는‘친환경 포장’에 관해서입니다. [편집자 주]

삼성전자가 라이프스타일TV 포장재에 개념을 도입한 ‘에코 패키지’를 출시했다. 포장 박스 각 면에 도트 디자인을 적용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쉽게 잘라 다시 조립할 수 있게 만들었다.  (삼성전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삼성전자가 라이프스타일TV 포장재에 개념을 도입한 ‘에코 패키지’를 출시했다. 포장 박스 각 면에 도트 디자인을 적용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쉽게 잘라 다시 조립할 수 있게 만들었다. (삼성전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요즘 유통업계나 가전기업 등을 포함한 여러 산업에서, 그리고 환경 관련 키워드에서 꾸준히 주목받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포장재’다. 기업들은 제품을 수송하거나 보관하고 또 취급하는 과정에서 모양이나 품질을 보호하기 위해 포장을 한다. 포장에 주로 이용하는 재료를 포장재라고 부른다.

포장재가 산업적·환경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1인 가구를 포함한 핵가족이 늘면서 소포장이나 소량 배송 등이 늘어 그만큼 포장재 사용이 늘었다는 점, 그리고 또 하나는 제품의 포장재가 일회용품이거나 플라스틱 등인 경우가 많아 환경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환경 정책에서도 포장재 문제는 주요 과제 중 하나다. 환경부는 지난 7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등과 ‘과대포장 줄이기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당시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과대포장 줄이기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의 최대 위협이 되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라고 언급했다. 버려지는 포장재를 줄여 환경 위협 요소를 줄이자는 취지다.

◇ 포장재, 재활용 용이성 따라 4등급 구분...최하 등급시 환경부담금 가산

지난해 12월 25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 개정안에는 포장재를 4단계로 등급화해 인센티브 또는 페널티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활용이 얼마나 쉬운지에 따라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등으로 나누고 최하 등급인 ‘어려움’ 등급을 받으면 최대 30% 환경부담금을 가산하는 내용이다. 계도기간이 오는 9월 24일까지로 앞으로 한 달 남았다.

환경부가 지난해 8월 입법 예고해 12월 25일부터 시행한 자원재활용법 하위법령 개정안에 따르면, 환경부는 재활용 과정에서 문제를 유발하거나 재활용이 어려운 폴리염화비닐, 유색 페트병, 일반 접착제 사용 페트병 라벨의 사용을 원천 금지하기로 했다.

일례로 폴리염화비닐은 다른 합성수지와 섞여 재활용될 경우 제품의 강도가 떨어지고 재활용 과정에서 염화수소와 같은 유해화학물질이 발생하는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에 따라 폴리염화비닐로 만든 포장재의 사용은 금지 대상으로 지정됐다.

페트병의 경우 재활용이 쉽게 되기 위해서는 몸체가 무색이고, 라벨이 재활용 과정에서 쉽게 제거되어야 한다. 따라서 재활용을 저해하는 유색 몸체와 재활용 과정 중 몸체에서 라벨이 떨어지지 않는 일반 접착제는 사용이 금지된다. 2017년 기준 전체 페트병 출고량(28만 6천 톤) 중 67%(19만 2천 톤)를 차지하는 먹는샘물·음료 페트병에 우선 적용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들 포장재 사용금지 대상에 포함된 제품은 개선명령 대상이다. 개선명령 후 1년의 개선 기간이 지난 후에도 미개선 시 판매중단 또는 최대 10억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환경부는 향후 2년마다 전문가 검토위원회를 거쳐 사용금지 대상 추가 지정, 예외 허용 대상 전면 재검토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 포장재 재질, 구조 등급 평가 받아야...9월 24일 본격 실시

이에 따라 종이팩, 유리병 등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출시되는 9종의 포장재는 재활용 용이성을 기준으로 분류된 4개 등급 기준에 따라 재질·구조 등급평가를 받아야 한다. 생산자는 등급평가 결과를 제품 겉면에 표시해야 한다. 포장재 종류는 종이팩과 유리병, 철캔, 알루미늄캔, 일반 발포합성수지, 폴리스트렌페이퍼, 페트병, 합성수지 단일재질 용기·트레이류, 복합재질 용기, 트레이 및 단일·복합재질 필름·시트류다.

개정안에 따르면 제품을 판매·수입하는 생산자는 등급 기준에 따라 출시하는 포장재에 대해 평가한 후 그 결과를 한국환경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한국환경공단에서는 제출받은 평가결과에 대해 10일 이내 확인서를 발급해야 한다.

등급평가를 완료한 의무생산자는 한국환경공단에서 포장재 등급에 대한 확인서를 받은 후 6개월 내 포장재 분리배출 도안 하단 등에 등급표시를 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포장재의 재활용이 얼마나 잘 되는지에 대해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다만 환경부는 기존에 시중에 유통되던 포장재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고 제도시행 초기 업계의 적응 및 준비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해 법 시행 후 9개월 간의 계도기간을 운영한다. 그 계도기간이 앞으로 한 달 뒤인 9월 24일까지다.

LG전자는 제품 포장구조도 친환경적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LG전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LG전자는 제품 포장구조를 친환경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LG전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업종·업계 불문, 포장재 혁신 나선 국내 주요 기업들

기업들은 일제히 포장재 혁신에 나섰다. 배송이 필수인 유통기업들은 다회용 보냉 가방을 사용하거나 여러 제품을 하나의 박스 또는 가방에 담아 배송하고 기존 스티로폼 박스를 종이로 대체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식물성 원료로 만든 친환경 비닐 포장재를 도입한 곳도 있다. 배송 상자에서 테이프를 없애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현대백화점, SSG닷컴, 롯데쇼핑, 마켓컬리, 쿠팡, 현대홈쇼핑과 CJ오쇼핑 등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이 위와 같은 활동을 벌였다. 재사용 가능한 다회용기에 제품을 담아 배송하고 용기를 다시 회수하는 서비스도 늘었다.

제품 포장이 중요한 가전기업들도 관련 행보에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제품과 포장재를 소형화하고 경량화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특히 2019년에 출시된 갤럭시 S10은 포장재의 디자인 개선을 통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 이전 모델 대비 1대당 약 30g의 무게를 줄이고 물류비를 절감한 바 있다. 올해는 일부 제품 포장재를 소비자가 DIY 가구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출시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환경부와 함께 올해 말까지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포장재 재사용 가능성 평가' 시범사업에 나선다. 대상 품목은 LG 전자의 시스템 에어컨 실외기와 LG디스플레이 올레드 패널 포장재다. 시스템 에어컨 실외기 포장재는 재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완충재로 사용하던 발포 스티로폼 대신 완충 성능과 내구성을 높인 발포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실외기 1대에 사용하던 종이는 기존 2,950g 에서300g으로 줄었다.

주류업계도 힘을 보탰다. 국순당은 자사 제품 일부 녹색 페트병을 친환경 투명 용기로 바꿨고 라벨을 붙인 채로 분리 배출해도 재활용 과정에서 쉽게 분리되는 기술을 적용했다. 백세주와 장수 생막걸리도 용기를 투명 병과 무색 페트병으로 바꿨고 카스는 병맥주 포장 상자를 재생용지로 바꿨다.

◇ 식물성 재료 등 친환경 포장재...정말로 환경적이려면?

생분해 소재를 활용하거나 식물성 재료를 활용한 소재로 포장재를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여러 곳에서 관측된다. SK그룹 화학계열사 SKC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생분해 포장재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롯데홈쇼핑은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매스 합성수지를 원료로 만든 비닐 포장재를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출시한 갤럭시 S20 박스를 재생 골지 완충재로 바꾸면서 겉면에 인쇄되는 레터링은 식물성 잉크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한 가지 따져봐야 할 지점이 있다. 식물성 재료나 생분해 소재가 정말로 늘 환경적인지, 그리고 효율적으로 자원순환에 기여 하는지 여부다. 예를 들어 친환경 포장재 생산을 늘리기 위해 사탕수수나 옥수수 재배를 늘린다고 가정해보자. 재배과정에서 투입되는 여러 자원과 물, 재배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농지와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등을 감안하면 식물성 소재로 모두 대체하는 게 반드시 환경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종이로 모두 대체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종이가 플라스틱보다야 환경적이겠지만, 국내 폐지 재활용시스템이 좀 더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초 폐지 가격이 폭락하면서 일부 업체가 폐지 수거를 거부하고 나선 가운데 제지업체 등은 국내 폐지의 품질이 나쁘다는 이유로 외국에서 폐지를 계속 수입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이슈가 된 바 있다.

당시 최주섭 자원순환정책연구원장은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 “폐지를 재활용하는 데 있어 제지산업 의존도를 줄이고 제지 업계에 쏠린 폐지 공급량을 다른 쪽으로 돌릴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풍년이면 배추나 무밭을 갈아엎는 것처럼 지자체의 생활폐기물 자원화 시설에서 소각하거나 골판지로 질이 떨어지는 포장재를 만들어서 수출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공급을 안정화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생분해 봉투 등이 제대로 자원화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한다. 생분해는 땅에 묻으면 자연적으로 처리돼 퇴비가 되거나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취지인데, 국내 생활폐기물 대부분은 쓰레기를 태운 다음 그 재를 땅에 묻는 방식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자가 사용해본 생분해 봉투에도 ‘폐기 시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려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하지만 자연적으로 분해되기 전에 소각장에서 태워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다만, 생분해 봉투는 소각 시 유해물질이 덜 배출된다고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아예 제품을 포장하지 말자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대대적인 움직임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실제로 몇몇 ‘제로웨이스트 숍’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용기를 가져가서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판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일회용 포장재를 줄이려는 여러 움직임과 그 이면의 또 다른 환경 문제는 여럿이 머리를 맞대 풀어야 할 과제다.

마켓컬리가 사용하는 다양한 종이 소재 포장재 (마켓컬리 제공) 2020.2.26/그린포스트코리아
일회용 포장재를 줄이려는 움직임과, 그 이면에 생길 수 있는 또 다른 환경적인 숙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사진은 마켓컬리가 사용하는 다양한 종이 소재 포장재. (마켓컬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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