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한국에서 약 1만3400㎞ 떨어진 그곳. 국제적으로 지구와 우주 사이를 규정하는 경계인 해발고도 약 100㎞인 ‘카르만 라인(Kármán line)’보다 먼 곳. 바로 남극이다.

물리적 거리를 따져도 ‘우주보다 먼 곳’인 남극의 바다에서 다시 수천 ㎞ 내려가야 비로소 윤곽을 잡을 수 있는 ‘중앙해령’을 주된 연구 대상으로 삼는 과학자가 있다. 지난 2015년 세계최초로 남극권 중앙 해령의 열수 분출구와 신종 열수 생명체를 발견해 화제를 모은 박숭현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박 박사는 통상적으로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전형적인 과학자와는 다르다. 스스로 ‘항해자’ 혹은 ‘탐험가’라고 불리는 것을 즐기는 그는 한국에서 배를 가장 많이 타는 과학자 중 한명이라고 농담처럼 이야기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우연한 계기로 참여하게 된 온누리호 해양 탐사를 시작으로 매년 꼬박꼬박 배에 타고 탐사를 나서는 해양 과학자다. 이른바 배를 타고 바다로 출근하는 과학자인 셈이다.

남극권 중앙 해령 최초 열수(熱水) 분출구와 열수 생태계를 구성하는 신종 열수 생물, 빙하기-간빙기 순환 증거, 여기에 판구주론 30년 역사를 뒤흔드는 새로운 ‘남극-질란디아 맨틀’까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의 책임연구원인 박 박사가 그의 연구팀과 함께 다년 간 발견해낸 성과들이다. 그리고 이 성과에는 빠짐없이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그가 반평생 탐사와 연구를 돌아보며 펴낸 첫 책인 ‘남극이 부른다’에는 그의 모든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다소 어렵고 전문적인 연구내용 뿐만이 아니다. 저자가 경험한 다양한 탐사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몸으로 느낀 선상 체험도 포함돼 있다. 그가 풀어내는 기본적인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과학 탐사를 배경으로 한 탐사기이지만 마치 한 편의 여행 에세이를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이 책은 어떤 이에게 보통사람으로서 경험하기 힘들고 특별한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또다른 이에게는 대양으로 나아가기에 앞서 참조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될지도 모른다. ‘남극이 부른다’를 통해 박숭형 박사의 반평생 연구 업적은 물론 탐사 여행도 함께 떠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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