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경 경제부 기자
박은경 경제부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이 글을 읽는 독자여러분께 묻고 싶다. ‘대부업체’ 이 한마디에 떠올린 이미지는 무엇이었느냐고 말이다. 우리의 뇌리를 스쳐가는 다양한 조각들 중에 도드라지는 건 ‘고리대금업자’다.

대부업체 편을 드는 것이냐고 언성을 높이는 소비자도 있겠다. 대부업체는 금리가 높다. 대부업에서 중금리대출을 지급해도 20% 수준을 웃도는 만큼 결코 낮지 않다. 100만원을 빌리면 20만원의 이자를 낸다니, 그 돈 주고 빌릴 바엔 안 빌리고 말겠다는 입장이 우세할거다.

그런데, 그 금리를 주고서라도 돈을 빌려야하는 사람들이 있다. 급전이 필요해서 은행을 방문했는데 낮은 신용도와 대출이력으로 거절됐다. 저축은행과 카드대출을 의뢰했더니 연체가 있거나 직업군 때문에 혹은 금융거래 이력이 낮아서 등의 각기 다른 이유로 부결됐다. 햇살론과 같은 정책대출을 두드렸더니 연체가 있으면 안 된다. 

금융 거래이력이 저조하고, 신용등급이 낮은,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직업군에 속하는 서민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어디를 두드릴까. 낮은 신용도에도 열려있는 문은 대부업체다. 높은 금리지만 당장 내야할 임대료와 직원들의 밀린 급여 등을 고려한다면 금리를 떠나 빌리는 게 더 중요한 사정에 처했다.

만일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합법 대부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어디를 두드릴까. 밀린 임대로 안내고, 직원 월급 안주고 도망갈 순 없다면 결국 불법 대부업체라도 두드려야한다. 

지난해 불법 사금융으로 유입된 인원은 12만5천명~19만2천명에 달한다.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흘러간 금액은 2조 2천억원~3조 3천억원에 달했다. 1인당불법 사금융 이용액은 1732만원으로 통계됐다. 불법 사금융 일당이 서민들에 착취하는 이자율은 가히 살인적이다. 지난 5월 19일 국세청은 234%의 이율을 부여한 일당을 적발했다.

‘나쁜 대부업체’ 혹은 ‘불법 대부업체’로 불린다. 그런데 반대쪽에는 법정 최고금리 24% 선을 넘지 않고 추심법을 지키며 법에서 요구한 사항들을 준수하는 ‘합법 대부업체’도 있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같은 대부업체 안에 착한 업체 나쁜 업체가 나뉜다니 말이다.

통상 금융을 이용할 때 은행은 은행, 카드는 카드, 저축은행은 저축은행, 캐피탈은 캐피탈이다. 착한 은행과 나쁜 카드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이들을 사칭하는 범죄조직만 있을 뿐이다. 

대부업체는 대부업법의 지배를 받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정식 ‘제도권 금융사’들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상당수는 이들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인지하지 못한다. 그저 고금리를 착취하는 대부업자일뿐이다.

자영업을 운영하다 운영상 어려움으로 일명 ‘일수’라 불리는 한 불법 대부업체에 채무를 지고 폐업한 한 소비자는 “글쎄, 등록돼 있다고 하던데 등록돼 있다하면 그런 거 아닌가…잘 모르겠네”라고 말했다. 이용하면서도 이들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구분이 어렵다.

무엇이 문제일까. 제도권 금융사인 대부업체들을 통으로 ‘대부업체’로 정의하는 이름이 문제다. 엄밀히 말하면 대부업체는 불법 사금융이 아니다. 사금융은 제도적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사적 금융업자를 중심으로 자금이 공급되고 또 상환되는 것을 가리킨다. 대부업체는 사적 금융기관이 아니고 제도권 금융기관이다.

대부업은 은행·협동조합·보험회사·금융회사·상호저축은행 등 예금 취급기관과는 달리 예금을 취급하지 않는 금융회사로서 여신 업무만을 취급하는 금융업을 말한다.

사채는 주식회사가 일반투자자로부터 비교적 장기에 걸쳐 다액의 자금을 집단적으로 조달하기 위하여 채권발행의 형식으로 부담한 채무를 말한다.

불법 대부업체라 통칭하는 이들은 대부업도, 사채도아닌 저신용 서민을 노리는 금융범죄조직일 뿐이다. 법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지켜가며 영업해도 지키지 않은 이들과 ‘한통속’으로 취급당하면 누가 요구사항을 지켜가며 영업을 하겠는가. 

현재 대부업계에서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한 기업은 손에 꼽힐 지경이다. 금리가 높다고 무작정 법정 최고금리를 내리고, 대부업체를 몰아내면 그 자리에는 법의 감시를 피하는 불법 대부업체라 불리는 범죄조직이 물꼬를 튼다. 당장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낮은 신용도에도 돈을 융통할 수 있는 합법적인 창구를 몰아낸다고 돈을 빌리지 않는 것이 아니란 명제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제 편견을 깨고 합법 ‘대부업체’의 새로운 이름을 부여해 서민금융의 활로 역할을 하도록 새출발을 장려할 때다. 민심에 기댄 서툰 열정은 서민을 위하려다 서민의 목을 죄이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mylife144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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