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대한 인간의 공격이 모든 것을 오염시켰다”
58년 전 1세대 환경운동가의 경고...지금은 듣고 있는가?

환경 문제는 중요한 숙제입니다. 머리로는 누구나 알고 있죠. 하지만 실천은 어렵거나 귀찮습니다.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나 하나쯤이야’ 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거나, 뭘 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미뤄두기도 합니다.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실천이 중요하다고 마음을 먹는데도 이래저래 바빠서 못하기도 하고요.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요. 세상에서는 나와 다른 사람이 참 많습니다. 환경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수년째 관련 이슈를 쫓는 사람,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몇 년째 다섯 식구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 미래 지구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오랫동안 연구한 사람, 전 세계의 쓰레기 문제를 직접 눈으로 보려고 2년 동안 세계일주를 한 사람, 환경적인 활동을 한다고 주장하는 기업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폭로하는 사람도 있죠. 수백년전 아메리칸 인디언의 삶에서 환경과 자연에 대한 마음가짐을 배운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얘기를 직접 듣는 방법이 있습니다. 책을 통해서입니다. 어렵고 무거운 책이 아닙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죠. 구하기도 쉽습니다. e북으로 바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환경경제 매체에 입사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관련 책들을 읽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래서 독자들과도 공유하려고 합니다. 기자가 이북으로 읽은 환경경제 도서 8권을 골라 소개합니다. 참고로 에코는 환경(eco)이기도 하고 경제(economy)이기도 합니다. 세 번째 책은 인류에게 ‘지구의 날’을 선물한 ‘침묵의 봄’(에코리브르)입니다 [편집자 주]

'침묵의 봄'은 20세기 환경 운동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대표적인 환경 고전 중 하나다. (리디북스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침묵의 봄'은 20세기 환경 운동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대표적인 환경 고전 중 하나다. (리디북스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고백하자면, 오래 전 ‘침묵의 봄’이라는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간담이 서늘한 서스펜스나 추리소설이 아닐까 상상했었다.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가 왠지 모르게 그런 기분을 느끼게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러운 일이다.

왜 부끄러울까? 당시 기자가 몰랐던 것은 그저 책 한권의 제목에 불과했다. 세상에 출간되는 모든 책을 다 알 필요도 없고 물리적으로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묵의 봄’을 몰랐던 과거의 기자가 부끄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책이 20세기 환경 운동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대표적인 환경 고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저자 레이첼 카슨은 ‘생태학의 어머니’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타임지가 뽑은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가운데 한 명이다. ‘침묵의 봄’을 읽은 미국 상원의원이 케네디 대통령에게 자연보호 전국 순례를 건의했고 이를 계기로 지구의 날(4월 22일)이 제정됐다. 미국의 전 부통령 앨 고어는 “이 책이 출간된 날이 바로 현대 환경운동이 시작된 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환경에 대한 인간의 공격이 모든 것을 오염시켰다”

케네디 대통령이라는 이름에서 이미 눈치 챌 수 있었겠지만, 레이첼 카슨은 우리와 동시대 사람이 아니다. 저자는 1907년에 태어났다. ‘환경운동’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었을 시대다. 하지만 그는 환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구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물리적 형태와 특성은 환경에 의해 규정된다. 지구 탄생 이후 전체적인 시간을 고려할 때 생물이 주변 환경에 미친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20세기에 들어서 오직 하나의 생물 종, 즉 인간만이 자신이 속한 세계의 본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놀라운 위력을 획득했다”

레이첼 카슨은 “지난 25년간 이 위력은 불안감을 심어줄 만큼 크게 증가했을 뿐 아니라 그 본질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경에 대한 인간의 공격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위험하고 때로는 치명적인 유독물질이며, 이 물질들로 인해 공기·토양·하천·바다 등이 오염됐다고 지적한다. 이런 피해를 입은 자연은 원상태로 회복이 불가능하며 그 오염으로 인한 해악은 외부세계 뿐 아니라 todaf의 세포와 조직에도 스며들어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을 불러온다고 경고했다.

책의 주요 내용은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파괴되는 야생 생물계의 모습을 공개한 것이다. 출간된 후 <뉴욕타임스>는 머릿기사를 통해 “올 여름, 침묵의 봄이 상당한 소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레이첼 카슨은 책 출간 후 18개월만에 아쉽게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이 책은 DDT 살충제의 미국 내 제조 금지와 환경보호를 위한 주 정부 및 연방 정부 차원의 규제를 주장하는 시민운동을 이끌었다.

◇ 58년 전 1세대 환경운동가의 질문...지금은 답할 수 있나?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화학 살충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2020년의 우리에게는 상식으로 들린다. 하지만 이 책이 출간된 건 1962년이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58년 전이다. 이 숫자에는 두가지 의미가 읽힌다. 레이첼 카슨이 1세대 환경운동가로서 선구자 역할을 했다는 점, 그리고 환경에 대한 경고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인류가 그걸 무시한 채 살아왔다는 점이다.

생태학자 폴 셰퍼드는 “지금의 환경오염은 우리가 물에 완전히 빠질 때까지 거의 몇 인치만 남겨둔 채 머리만 간신히 내밀고 있는 상태와 다름없다”고 경고했다. 카슨의 지적을 받아들인 후대 학자의 경고가 아니라 ‘침묵의 봄’에 소개된 발언이다.

책의 내용을 한 부분만 더 소개한다. 레이첼 카슨은 미국의 한 마을에 대한 글을 쓰면서 “죽은 듯 고요한 봄이 왔다”고 썼다. “이 땅에 새로운 생명 탄생을 가로막은 것은 사악한 마술도, 악독한 적의 공격도 아니며, 사람들이 스스로 저지른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수많은 마을에서 활기 넘치는 봄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왜일까?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을 쓴다”고 덧붙였다.

인류는 다시 한번 활기 넘치는 봄을 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세계 곳곳이 ‘거리두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요즘, 꼭 한번 되짚어봐야 할 질문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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