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
책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 (김영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우리는 언제쯤 코로나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바이러스가 다시 우리나라를 넘어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이 시점에 10년도 전인 2009년 이미 이 사태를 예견한 전문가 네이선 울프가 있다.

네이선 울프는 미국,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숙주와 바이러스를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의 저자인 그는 책에서 메르스, 사스, 에볼라 등 치명적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 시대를 맞아 무엇을 알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담았다. 

바이러스가 지배할 인류의 미래,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을 보다 독창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바이러스의 행로를 바꿀 강력한 방안을 논하고 있다.

◇ '뒤집고 휘저어 뒤섞다'...인류에게 오게 된 바이러스

바이러스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쉽게 다가갈 세 가지 통로를 확보했다. 먼저 소와 말, 닭 등 가축화된 동물과 긴밀히 접촉하면서 동물의 병원균이 우리에게 건너왔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쉽게 다가갈 세 가지 통로를 확보했다. 먼저 소와 말, 닭 등 가축화된 동물과 긴밀히 접촉하면서 동물의 병원균이 우리에게 건너왔다. 가축화된 이 동물들은 야생동물들과 꾸준히 접촉하면서, 야생동물이 가진 병원균이 우리에게 건너오게 됐다. 마지막으로는 농업의 도래로 인간이 정착하는 삶을 살고, 대규모 공동체를 이루게 되면서 이전이라면 반짝 기승을 부리다가 소멸했을 병원균이 지속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살아남은 바이러스는 야생동물에서 가축, 인간으로의 감염경로가 철로나 해로, 도로를 통해 외진 곳에서 도시 한복판까지 퍼졌다. 다시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항공기를 통해 감염의 세계화, 팬데믹을 가져왔다. 게다가 장기이식이나 수혈, 주사 등 인간을 살리기 위한 치료법도 팬데믹 확산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네이선 울프는 "인간은 장기이식과 주사 요법을 발명하면서 병원균이 확산해 재앙을 일으킬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통로를 열어 놓았다"고 말했다. 즉, 실험실 등에서 실수로 유출된 병원균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새로운 경로를 만들기도 했다. 1977년 소련과 홍콩, 중국 남동부를 강타한 유행성 독감을 예로 들 수 있다.

◇ 하나의 세계, 친밀한 종...생물학적 관계를 바꾼 인간

감염
인류는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이 파도처럼 끝없이 밀려드는 새로운 감염병들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인류는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이 파도처럼 끝없이 밀려드는 새로운 감염병들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네이선 울프는 “앞으로 우리는 팬데믹의 위협에 더욱 시달리게 될 것이다"라며 "우리가 열대우림으로 더 깊이 들어가, 전에는 국제 교통망과 단절되어 있던 병원체와 접촉함에 따라 새로운 팬데믹이 끊임없이 출현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감염병을 효과적으로 예측하고 통제할 방법을 알아내지 못한다면 인류는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코로나19를 통해 겪고 있는 것처럼 팬데믹이 일상의 삶과 사회경제 구조까지 바꾸는 전혀 새로운 시대를 여러 번 맞이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팬데믹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유행병을 조기에 탐지하고, 이 유행병이 팬데믹으로 발전될 가능성을 평가해야 한다. 또 치명적인 유행병일 경우, 팬데믹으로 발전하기 전 원천 차단해야 한다.

◇ 디지털 유행병학의 시대...팬데믹의 예측, 더이상 꿈이 아니다

인공지능
정보통신 기술을 통해 집단 발병을 조기에 포착하고, 유행병 발병의 초기 증상을 신고하는 불특정 다수의 호소에서 유행병 징조를 포착해 팬데믹으로 확산하기 전, 조기에 이를 탐지하고 대응한다는 것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네이선 울프는 "구글을 대표로 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만들어지는 빅데이터가 팬데믹을 예방할 수 있는 세계면역체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병원균의 이동통로 등을 미리 추적해 팬데믹을 감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정보통신 기술을 통해 집단 발병을 조기에 포착하고, 유행병 발병의 초기 증상을 신고하는 불특정 다수의 호소에서 유행병 징조를 포착해 팬데믹으로 확산하기 전, 조기에 이를 탐지하고 대응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기업인 KT도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 코로나19 등 감염병의 원천 확인과 유입 차단은 물론 확진자 추적·예측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상용화한다. 

KT는 코로나19 등 대규모 감염병의 원천을 찾는 '아웃브레이크 모니터링' 시스템을 질병관리본부에 구축·상용화해 감염병 최초 발생 지역을 찾는다. 90% 정확도로 단 수 분 내지 수 시간 안에 감염병 원천을 신속하게 확인 및 대응한다는 것이다. 정책 당국은 정확한 발생 지역 특정을 바탕으로 방문자 긴급 검역 강화 등 정책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기술이 팬데믹을 예측할 수 있을지라도, 결국 이를 막을 수 있는 해결의 열쇠는 인류에게 달려있다. 대중이 위험 불감증에 걸려서는 안 되고, 위험 판단 능력(risk literacy)을 갖고 팬데믹을 정확히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침착함을 유지하면서도 방역 지침을 잘 따라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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