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해외업체 ‘역성장’ 중에도 오히려 점유율 올라
LG화학, 전지 부문 올해 실적 사상 최대…삼성SDI·이노, 하반기 기대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올 상반기 R&D 유지 또는 확대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향후 사업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지난 1분기 경영실적은 물론 최근 발표된 2분기 실적에서조차  ‘코로나 쇼크’에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모든 기업과 산업이 위축된 것만은 아니다. 제2의 반도체라고 불리 우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 국내 기업들은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향후 코로나19 악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반기 사업 전망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러한 자신감의 근거는 올해 상반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보면 알 수 있다. 세계 최대 수요처로 일컬어지는 미국과 중국 시장이 코로나19로 침체한 가운데 다수 해외 업체는 역성장을 경험 중이지만 이른바 ‘K-배터리’ 회사들은 달랐다.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모두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순위에서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는 등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 코로나19 악재 속 시장 위축에도 점유율 ‘쑥쑥’

어떤 산업이든 시장이 위축되면 제조업체들도 약세를 면치 못한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마찬가지다. 그 단적인 예로 과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위와 2위를 다투던 기업들의 역성장을 들 수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세계 각국에 차량 등록된 전기차 배터리 총량은 42.6GWh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총량인 55.3GWh 대비 무려 23% 감소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중국 및 일본 제조업체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대다수 업체들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며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과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위와 2위를 수성했던 CATL와 파나소닉의 성장률은 각각 –28.1%, –31.5%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국내 배터리 3사의 쾌속질주는 이어졌다. 3사 모두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것. 먼저 LG화학은 올해 상반기 누적 사용량 10.5GWh를 기록해 전년 상반기 대비 82.8%가 성장했다. 점유율 역시 24.6%로 전년 동기 4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삼성SDI는 누적 사용량 2.6GWh로 집계돼 지난해 상반기 대비 34.9%라는 성장률을 보였다. 후발주자로 평가되는 SK이노베이션도 누적 사용량 1.7GWh를 기록하며 66%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점유율 역시 크게 증가했다. LG화학은 지난해 상반기 시장점유율 10.4%에서 두 배 넘게 올라 24.6%를 차지했다. 삼성SDI는 3.4%에서 6%로, SK이노베이션도 1.8%에서 3.9%로 올랐다. 국내 배터리 3사를 합하면 그 점유율은 무려 34.5%로 세계를 누비는 전기차 3대 중 1대꼴로 한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셈이다. 

특히, 국내 배터리 3사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한 것은 꽤 고무적인 일이다. 향후 몇 년 안에 전기차가 130여년의 역사를 가진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되는 가운데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 업체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717만대로 2025년에는 최소 1012만대에서 최대 1963만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부터 '뚝심'으로 배터리 사업에 투자했던 LG화학이 올해 상반기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LG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2000년대부터 '뚝심'으로 배터리 사업에 투자했던 LG화학이 올해 상반기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LG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LG화학, 사상 최대 실적…삼성SDI·SK이노, 유의미한 성과 거둬

대다수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배터리 3사의 ‘쾌속질주’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엿볼 수 있다. 비록 흑자를 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미래 먹거리로 전기차 배터리 분야 성장에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우선 국내 배터리 3사 중 맏형이라고 할 수 있는 LG화학은 올해 2분기 전지 부문에서 매출 2조8230억원과 영업이익 1555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2018년 4분기 반짝 흑자 달성 이후 처음이다. 유럽, 중국 등 전 세계 친환경 정책 확대에 따른 전기차 판매 증가와 북미지역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 공급 등으로 전 분기 대비 매출이 25%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올해 하반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LG화학은 하반기부터 흑자폭이 본격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간 흑자는 물론 매년 30% 이상의 성장세로 이익 규모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경우 LG화학처럼 구체적인 성과를 내진 못 했지만 유의미한 실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코로나19 악재 속에서 실적이 쪼그라들 수 있지만 앞서 본 것처럼 경쟁업체에 밀리지 않고 점유율을 유지한 게 그 이유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에는 배터리 수출이 감소했지만 하반기에는 상승세가 예상되어 상황이 반전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의 전지 사업부문 매출은 1조91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8214억원보다 5.3% 증가했다. 다만 중대형 전지 중 자동차전지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했지만 유럽 전기차 지원에 힘입어 3분기에는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문에서 일회성 비용 증가로 전분기보다 89억원 늘어난 1138억원 규모의 적자를 거뒀다. 신규 가동한 해외 공장들이 조기 안정화되며 판매량이 늘었음에도 글로벌 경영 시스템을 구축비용이 이유였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내년부터 양산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공급사로 선정돼 향후 5년 동안 10조원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하는 만큼 빠르게 적자에서 탈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기차 수요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2022년 이후 미국, 중국, 유럽을 중심으로 배터리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될 전망인 만큼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 상반기 국내 배터리 3사의 R&D 투자가 1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3사 모두 지난해 상반기와 비슷하거나 확대해 눈길을 끌었다.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올해 상반기 국내 배터리 3사의 R&D 투자가 1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3사 모두 지난해 상반기와 비슷하거나 확대해 눈길을 끌었다.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연구개발 끈 놓지 않고 올 상반기도 투자 감행…차세대 배터리 개발 집중

국내 배터리 3사의 전망이 밝은 이유는 단순히 주요 시장 상황의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은 아니다. 바로 지금까진 꾸준히 공들이며 투자한 연구개발(R&D)이 실적 개선을 견인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LG화학이 2000년대부터 연구개발에 착수해 20년간 ‘뚝심’으로 그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나머지 회사들의 지속적인 투자 역시 곧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내 배터리 3사는 코로나19 여파에도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배터리 3사의 연구개발비는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상반기 9922억원인 연구개발비가 약 8.9% 증가한 1조803억원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LG화학은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543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5449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상반기 3497억원에서 4091억원으로 약 17% 늘렸으며, SK이노베이션 역시 976억원에서 1278억원으로 약 31% 증가했다.

투자액수에서 보듯이 배터리 3사는 미래를 준비하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25분 내에 80%를 급속충전하고 1회 충전으로 400㎞ 이상 주행 가능한 프리미엄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2002년 R&D에 착수한 이후 매년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려온 결과다. 지난해에는 무려 1조1000억원의 R&D 투자 중 배터리 분야에만 30% 이상의 재원을 투입했다.

삼성SDI는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달 28일 열린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고체 전지는 독자 기술로 개발한 신규 소재를 접목해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현재 양산화 기술 개발 중이며 실제 자동차에 적용토록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또 하나의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리튬 메탈 배터리 구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존 굳이너프(John B. Goodenough) 텍사스대학교 교수와 해당 배터리 구현을 위해 ‘고체 전해질’ 연구를 진행해 주목된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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