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불매운동보다 무서운 롯데의 갑질 계보
[데스크 칼럼] 불매운동보다 무서운 롯데의 갑질 계보
  • 박광신 편집국장
  • 승인 2020.08.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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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신 편집국장
박광신 편집국장

바람 잘 날이 없다고 해야 하나, 운이 없다고 해야 하나. 이처럼 내우외환이 오래가는 기업이 또 있을까? 각종 이슈와 사건 사고를 달고 사는 ‘롯데’의 얘기다.

‘형제의 난’이라 불렸던 경영권 다툼과 일본 무역전쟁 여파로 한동안 불매운동에 시달렸던 롯데가 코로나 사태에 따른 실적 부진을 넘어 이번엔 갑질로 또 시끄럽다. 신동빈 회장은 현장경영 속도를 높이며 이미지 쇄신을 위해 ‘뉴롯데’를 표방하고 나섰지만 기업내부 갑질 사태가 수면위로 오르면서 변화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얼마 전 직장인들의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는 롯데백화점 관련 게시글로 시끄러웠다. 롯데백화점 통합으로 계열사 직원들을 편입하면서 불거진 팀장들의 갑질. 내용 중엔 육두문자는 기본이고 ‘머리에 총을 쏘겠다’, ‘사물함에 칼이 있다’는 등의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얘기들이 올라와 있다. 또한 본지 취재로 밝혀진 롯데슈퍼 입점업체 직원들에 대한 갑질 사태는 여태까지 롯데의 조직문화가 어떻게 이뤄져 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됐다. 롯데 그룹은 이런 사태를 알고는 있을까. 취재기자가 입장을 들으려 수차례 통화시도를 했으나 아직도 묵묵부답인 상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롯데백화점의 머리에 총 쏜다는 팀장들은 아무런 조치 없이 현직에 근무 중이며(이제 욕은 안한다고 한다) 롯데슈퍼 점장과 대리들은 징계조치가 내려졌다고 한다. 과연 이것으로 ‘갑질 근절’의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나. 늘 해왔던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것만으로 이번 갑질 사태를 피해갈 수 있을까? 이미 롯데 갑질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은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올라있으며 지역사회에서는 피켓시위 등 불매운동으로 전개하겠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롯데 측은 민심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이러한 정황은 최근 인사에서 드러난다. 바로 이동우 하이마트사장의 롯데지주 사장 임명이다.

2분기 실적발표 이 후 롯데는 이례적으로 8월 인사를 단행했다. 신동빈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며 30년간 활동해온 황각규 부회장을 퇴임시키고 그 자리에 하이마트 이동우 사장을 앉힌 것이다. 세간에서는 ‘뉴롯데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도 있으나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이도 많다. 롯데 측은 이번 인사를 “코로나 시대에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그룹의 생존과 미래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 혁신과 변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으나 이동우 사장이 과연 뉴롯데의 이미지 쇄신을 이뤄낼 수 있겠냐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왜냐하면 이동우 사장은 2017년 ‘갑질 사태’로 물의를 빚었기 때문이다. 이동우 사장은 롯데월드 대표 시절 직원에게 흰머리가 많다며 검은 머리로 염색할 것을 지시했고 이에 반박한 직원을 대기발령 냈다. 해당 직원은 결국 사직했으며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결국 복직하지 못했다. 이밖에도 보고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직원에게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폭언·욕설까지 했다는 등 갑질 논란이 있어왔다. ROTC 출신인 이동우 사장이 권위적인 군대식 문화를 선호하는 까닭으로 풀이된다.

이때의 논란으로 이동우 사장은 사임을 표명했지만 신동빈 회장이 만류했다는 일화가 있다. 과연 롯데는 갑질 전력이 있는 이동우 사장으로 이미지 쇄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롯데는 이미 일본기업 이미지에 따른 불매운동으로 홍역을 치렀으며 코로나 사태에 따른 실적부진 등의 악재를 경험했다. ‘-98.5%’라는 실적은 코로나 사태를 떠나 국민들이 롯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느냐를 좀 더 고민해봐야 할 수치다. 롯데가 이미지 쇄신을 통해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기업으로 다시 거듭나려면 외적 사업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내부 조직 문화 개선 등이 더 시급한 이유다.

롯데가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돌리기 위해서는 좀 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불거진 갑질 사태에 대해서 더 이상 ‘꼬리자르기’식의 대처가 아니라 앞으로 나와 사과하고 반성하며, 제보자 색출 등을 통한 직원들의 입막기가 아닌 명확한 재발방지 대비책을 마련해 철저하게 근절해야 할 것이다.

옛말에 구태의연(舊態依然)이라는 말이 있다. 흔히 ‘구태’라고 하며 원래의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한동안 정치권에서 유행했던 말로 옛 모양 그대로 변함없이 여전하다는 뜻이다. 전혀 변화도 없고 발전도 없는 모습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변화와 혁신을 외치는 롯데를 보며 ‘구태의연‘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100년 기업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시대다. 기업이 살기 위해선 기업의 올바른 윤리와 도덕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요즘 시대엔 ‘구태의연’한 기업들을 ‘적폐’라 부르고 있음을 좌시하지 말아야 한다.

jakep@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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