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분리배출되지 않은 생활 속 쓰레기의 모습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사진으로 읽는 환경 또는 경제 뉴스입니다. 첫 번째 사진은, ‘쓰레기를 제대로 버려달라는 호소가 무색해보이는 한 주택가의 쓰레기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서울 송파구 한 주택가에 버려진 쓰레기 모습. (이한 기자 2020.08.12)/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송파구 한 주택가에 버려진 쓰레기 모습. (이한 기자 2020.08.12)/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지난 8월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 주택가의 모습이다. ‘쓰레기를 올바로 배출하셨나요?’라는 푯말 앞에 재활용 쓰레기와 종량제 봉투가 어지럽게 뒤섞여있다. 푯말에는 종량제봉투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거나 재활용품, 음식물 혼합배출 장소 또는 시간을 위반하면 과태료를 물린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 쓰레기들은 올바로 배출된걸까?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박스(상자)에는 택배 송장이 그대로 붙어있고 투명페트병은 라벨이 제거되지 않은채 다른 쓰레기와 섞여있다. 분리배출은 상자나 플라스틱 등의 쓰레기를 단순히 따로 내놓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상자는 테이프나 비닐코팅부분, 철핀 등을 등을 제거하고 압착해 버려야 한다. 플라스틱 용기는 라벨을 제거하고 압착해야 한다.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귀찮아서일까? 아니면 몰라서일까?

이 사진을 촬영하고 10여분 후, 바로 옆 라인 주택가에서는 한 시민이 빌라 건물로 들어가면서 자신이 쓰던 마스크를 벗어 옆 건물 대문 앞에 그냥 내던지듯 버리고 유유히 사라졌다. 쓰레기 순환 구조를 제대로 점검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여러 곳에서 제기되지만,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지 않는 사람이 있는 한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그저 공염불이 될 수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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