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코노미 경향 속 코로나19까지...늘어난 ‘집콕’문화
집에 머무는 소비자 시간과 마음을 잡아라, 기업들 경쟁 치열
집에서의 비대면 활동으로 인해 늘어나는 에너지와 쓰레기
집도 탄소를 배출한다...늘어나는 물 사용 등도 따져봐야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환경’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기사가 1,128만건 이상 쏟아집니다. 인기 K-POP그룹 BTS와 방탄소년단 단어로 총 61만건, ‘대통령’ 키워드로 910만건의 기사가 검색(7월 13일 기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 문제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매주 1회씩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열 여덟번째 주제는 집에 머물며 모든 것을 해결하는 ‘집콕’또는 ‘홈코노미’입니다. [편집자 주]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 환경적으로는 어떨까. 이동하는 과정이나 오프라인 소비 행동 등에서의 탄소배출이 줄어나는 반면, 집에 머물면서 내뿜는 탄소나 물 또는 에너지 사용은 늘어날 수도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 환경적으로는 어떨까. 이동하는 과정이나 오프라인 소비 행동 등에서의 탄소배출이 줄어나는 반면, 집에 머물면서 내뿜는 탄소나 물 또는 에너지 사용은 늘어날 수도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이번 휴가는 방콕으로 다녀왔어”라는 농담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태국 방콕이 아니라 ‘방에 콕 박혀있는다’의 줄임말로, 아무데도 놀러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오래 전 얘기다. 아마 지금의 중년 세대들은 ‘신세대 유머’라며 저 얘기를 했던 기억이 있을 터다.

오랜 세월이 지나 비슷한 단어가 다시 유행한다. 이번엔 방콕이 아니라 ‘집콕’이다. 집에 콕 박혀있는다는 뜻이므로 의미는 비슷하다. 몇몇 사람들만 한정적으로 사용하는 특정세대 유행어가 아니다. 최근 전자랜드가 언론사에 PC와 TV 등 가전제품 구매가 늘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보내면서 “집콕 문화 생활이 확산되면서 가전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전자랜드의 설명은 이랬다. 꾸준히 이어지는 ‘거리두기’ 추세에 소비자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고, 드라마·영화는 물론 공연이나 콘서트까지 집에서 즐기는 ‘뉴노멀’ 트렌드가 유행했으며, 이에 따라 집에 머물머 콘텐츠를 감상할 때 필요한 가전제품 수요가 늘어났다는 것. 전자랜드의 분석에 따르면 PC와 TV의 판매가 늘었고, 안마의자 판매도 늘었다.

◇ 홈코노미 경향 속 코로나19까지...늘어난 ‘집콕’문화

집콕 문화의 확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확진자 수가 200명을 넘나들면서 수도권 거리두기가 강화됐다. 최근까지는 지난 2~3월에 비해 경계심이 다소 느슨해진 경향도 있었으나 여전히 사람들은 가급적 집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 공연과 콘서트, 스포츠 관람 등이 일부 재개되긴 했으나 여전히 시장이 축소된 상태고 식당과 술집에는 다시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적잖은 사람들이 ‘집밥’ 비율을 늘린 상태다.

코로나 사태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지만 사실 새로운 일은 아니다. 소비자들이 집에 머무는 순간에 집중하는 마케팅 경향은 과거에도 있었다. 바로 ‘홈코노미’다. 이는 홈(home)과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다.

홈코노미의 배경은 집을 단순한 주거공간으로 보지 않고 여가와 레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보는 시선이다.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여가를 즐기며 다양한 경제활동을 한다는 뜻이다. 이런 생활을 즐기는 사람을 두고 ‘홈족’이라고도 부른다. 집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사람을 즐기는 용어는 사실 많다. 집돌이나 집순이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소비시장에서도 이 키워드는 이미 꾸준한 주목을 받았다. 네이버 지식백과 한경 경제용어사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1월 KB국민카드는 홈코노미 서비스를 음식배달, 가전 렌털, 일상용품 구매, 홈엔터테인먼트, 홈케어 서비스 등으로 분류했다. 당시 KB국민카드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집에 대한 인식이 가사노동이나 잠에 대한 인식보다는 여유로움과 휴식 등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지는 등 집에 대한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홈코노미 관련 산업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며 점차 다양화되고 전문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 집에 머무는 소비자 시간과 마음을 잡아라, 기업들 경쟁 치열

이들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잖다. 최근 홈쇼핑 포털 앱 홈쇼핑모아를 운영하는 버즈니가 홈쇼핑모아 이용자 3882명을 대상으로 ‘홈코노미’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2.7%가 주로 집에서 소비 활동을 하는 홈코노미족이라고 밝혔다.

버즈니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홈코노미족이 가장 많이 지출하는 분야는 ‘홈푸드'였다. 홈코노미족이라고 밝힌 응답자 중 39.9%가 집에서 직접 해먹는 요리나 가정 간편식 등 ‘홈푸드’를 꼽았다. 이어 ‘홈뷰티’(16.6%)가 뒤를 이었고, ‘홈퍼니싱’(12.7%), ‘홈카페’(8.9%), ‘홈트레이닝’(6.7%), ‘홈엔터테인먼트’(5.3%) 순이었다.

홈코노미 관련 비용 지출도 적지 않았다. 물론 전체 응답자의 대부분은 매월 100만원 이하였고 30만원 미만이 37.8%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30만~50만원이 35.4%로 근소한 차로 뒤를 이었고 50만~100만원도 21.2%를 기록했다. 100만~500만원이라고 답한 사람도 5.5%에 달했다. 홈코노미 시장이 제법 단단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의미다.

기업들도 이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나섰다. 통신사들은 IPTV등 콘텐츠 서비스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고 풀무원은 건강 가전 렌털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나섰다. 중앙일보 등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풀무원건강생활측은 “코로나 19시대를 맞아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 소비자를 겨냥해 대표 휴식 가전인 안마의자를 출시하게 됐다”고 말하며 시장 진출을 알렸다.

홈코노미의 배경은 집을 단순한 주거공간으로 보지 않고 여가와 레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보는 시선이다.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여가를 즐기며 다양한 경제활동을 한다는 뜻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홈코노미의 배경은 집을 단순한 주거공간으로 보지 않고 여가와 레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보는 시선이다.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여가를 즐기며 다양한 경제활동을 한다는 뜻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커지는 시장 이면에는 환경적인 변수가 있다.

커지는 시장에는 늘 환경적인 변수가 생긴다. 인류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많이 사용할수록, 그 과정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와 자원이 있고 버려지는 물건들이 있기 때문이다. 집콕과 홈코노미 경향 이면에서도 일부 그런 모습들이 관찰된다.

홈코노미족들이 집에서 가장 많이 소비했던 ‘홈푸드’를 들여다보자. 밀키트나 가정간편식, 또는 배달음식 소비가 늘어날 경우 환경적인 문제가 따를 수 있다. 플라스틱 용기나 일회용품 등의 사용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일회용품이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지자체별 쓰레기 발생량이 전년 대비 20~40% 내외로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배달음식 급증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갈 곳을 잃어가는 상태다. 연대는 이를 두고 “전 국토가 몸살을 앓고 있다”고 표현했다.

플라스틱 용기와 일회용품은 배달만의 문제가 아니다. 식품업계에서는 2018년 기준 약 200억 원 규모였던 간편식 시장이 2024년에는 7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조리가 간편한 음식들이 대부분 위생 등을 위해 일회용으로 포장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물론 식재료도 비닐이나 플라스틱에 담겨 판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간편식은 기본적으로 소량포장 되어있고 다량으로 구매해도 결국 낱개 포장된 부분들이 모두 쓰레기로 연결될 수 있다.

◇ 집에서의 비대면 활동으로 인해 늘어나는 에너지와 쓰레기

집에서, 온라인으로 활동이 이뤄짐으로서 생기는 환경적인 이슈도 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환경 문제를 논할때 화석연료 태워 에너지를 얻는 전통적인 굴뚝 산업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자동차나 비행기가 내뿜는 배출가스의 모습도 상상한다. 물론 이 문제들도 매우 중요한 환경 이슈다. 하지만 언택트 경향이나 ICT 기술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메일을 한 번 보낼때도, 인터넷 검색을 할 때도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비디오 스트리밍으로 1시간 동안 동영상을 보면 자동차로 1Km를 주행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대학원 이광석 교수는 언론사 칼럼을 통해 “단 몇 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웹 검색에 소모되는 전력량은 보통 주전자 물을 끓이는 데 투여되는 에너지와 맞먹는다”고 쓴 바 있다.

온라인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거나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노트북이든 스마트폰이든, 화면 안에서 빠르게 오가는 정보들은 결국 화석원료 에너지 기반으로 움직인다. 정보가 오가려면 서버가 필요하고, 서버를 운영하려면 충분한 전기가 필요하다. IT기업 데이터센터는 하루 종일 열기를 식히고 냉각시켜야 한다.

온라인에서 오가는 데이터도 따져보면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고, 그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공간과 전력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개인이 이메일 하나를 보내는데 배출되는 탄소의 양 자체가 위협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집에 머물지 않고 밖으로 나가 교통수단을 타고 이동한다면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집에 머무는 과정에서도 인간이 탄소를 배출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온라인에서 오가는 데이터도 따져보면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고, 그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공간과 전력도 필요하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온라인에서 오가는 데이터도 따져보면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고, 그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공간과 전력도 필요하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집도 탄소를 배출한다...늘어나는 물 사용 등도 따져봐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생길 수 있는 의외의 환경적 영향은 또 있다. 우선 주택의 냉방과 난방 등의 과정에서 쓰는 에너지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22%다. 그리고 전 세계 배출가스 중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17% (직접적인 영향 6%+간접적인 영향 11%)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박훈 연구위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18년 기준 378.8억톤인데 그 중 건물이 35.2억톤으로 약 9.3%를 차지했다. 여기서 말하는 건물은 다가구주택과 단독주택, 다세대나 연립,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이 내용은 본지에서도 한 차례 이미 보도한 바 있다.

물 사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번지던 당시 대구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 하루 평균 74만톤 수준이던 대구의 수돗물 공급량이 하루 최대 80만톤까지 늘었다. 손 씻기 횟수가 늘어나고 샤워나 빨래 횟수도 늘어나면서 물 사용량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물론 당시 대구의 상황은 매우 특수한 경우이므로 비판의 여지는 전혀 없다. 다만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 경우 물 사용량이 늘어날 수 있고, 물을 아끼는 것은 환경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의가 있다는 점은 떠올릴 필요가 있다. 실제로 수자원공사는 K-water공식 블로그를 통해 물을 효과적으로 사용함으로서 기후변화에 대응하자고 호소한 바 있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수돗물의 전기처리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는데, 샤워시간을 5분만 줄여도 이산화탕소를 1인당 연간 6.6Kg 저감할 수 있다.

◇ 거실과 안방에서, 스스로에게 답해야 할 새로운 질문들

오프라인 매장 쇼핑 대신 택배를 이용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이동하지 않음으로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으나 택배 과정에서 생기는 쓰레기 문제가 있어서다 택배 박스를 생각해보자. 박스는 종이다. 재활용이나 재사용이 비교적 쉽다. 그러면 문제가 없을까?

아니다. 종이를 만드는데도 탄소는 필요하고 인류는 이미 너무 많은 종이를 생산하고 있다. 종이박스는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포장을 위해 사용한 테이프나 철심 등이 재활용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 그리고 집에 박스가 도착한 순간 현실적으로 처치하기 귀찮은 대상이 된다는 점도 문제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만든 어플 ‘내 손안의 분리배출’에 따르면, 골판지 상자 등 상자류는 비닐코팅 부분과 테이프 등은 물론이고 일부 모서리에 사용된 철핀 등을 모두 제거해서 배출해야 한다. 상자 모양대로 접힌 상태가 아니라 모두 펴서 압착한 다음 운반이 쉽도록 묶어서 배출해야 한다.

현대 인류는 생활 속 거의 모든 과정에서 쓰레기를 배출하고 탄소를 내뿜으며 산다. 집에 머물때도 마찬가지다. 홈코노미와 집콕 생활 트렌드 속, 거실과 안방에서 한번쯤 스스로에게 답해봐야 할 새로운 질문들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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