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하루 수돗물 사용량 295ℓ…2008년부터 증가 지속
소설 속 캘리포니아주(州), 가뭄으로 물 공급 중단
한반도도 기상이변…가뭄에 따른 물 공급 안심할 수 없어
안정적인 물 공급 위한 다양한 기술들…지구상 98% 해수를 이용한 ‘해수 담수화’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급격한 인구의 증가와 산업화로 그 피해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기후변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고 그 여파로 여태까지 겪지 못한 폭염과 폭우를 경험하는 지역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가장 추운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시베리아 기온은 역대치를 기록했고 옆 나라 일본도 기록적인 폭우를 경험했다. 인도양의 수온 변화로 호주는 ‘최악의 산불’을 경험했으며 반대편인 아프리카 지역은 ‘메뚜기떼’로 식량난에 직면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역대 ‘최장 기간’을 기록한 올해 장마의 원인을 환경오염 중 하나인 기후변화로 꼽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인류는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라 했던가. 가장 좋은 방안은 오염의 원천을 없애는 것이지만 이 과정에서 인류는 당면한 환경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책, 영화 등에서 소재로 사용한 환경문제를 가지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 속 기술을 소개한다. 그 첫 번째 기술은 재난소설 ‘드라이’를 통해 본 가뭄과 물 부족,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수 담수화’ 기술이다. [편집자 주]

365일 24시간 수도꼭지만 열면 나오던 물이 끊겨버린다면 어떤 느낌일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365일 24시간 수도꼭지만 열면 나오던 물이 끊겨버린다면 어떤 느낌일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우리는 깨끗한 물을 365일 24시간 항상 사용할 수 있다. 각 가정에 연결된 수도관을 통해 수도꼭지 밸브를 열면 원하는 양만큼 자유롭게 사용 가능하다. 수도관 공사와 같이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과거처럼 단수 현상도 없다. 그리고 언제부터 수도꼭지를 통해 흘러나오는 물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 돼버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 대대적으로 국민의 동참을 촉구했던 ‘물을 아껴 쓰자’라는 표어는 자취를 감춘 모양새다. 간혹 화장실 세면대 유리에 해당 표어가 붙어 있는 곳이 있긴 하지만 깨끗한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현대에 와서는 그 의미가 퇴색된 느낌이다.

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행동도 달라졌다. 세면대에 손을 씻거나 양치를 할 때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고 그냥 물을 흘려보내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실제 2018년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1인당 하루 수돗물 사용량은 295ℓ다. 전년 대비 6ℓ가 증가한 수준으로 2008년 증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성이 보다 용이해진 만큼 이른바 ‘물을 물 쓰듯이 하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 가뭄으로 수도 공급이 끊긴다…‘워터좀비’의 출현

앞서 본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수도 보급률은 99.2%, 즉 5265만명의 국민이 수도관을 통해 물을 공급받는다. 하지만 갑자기 수도관을 통해 편리하게 사용하던 물 공급이 끊긴다면 사람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가뭄으로 말이다.

닐 셔스터먼과 재러드 셔스터먼의 장편소설 ‘드라이’는 그동안 수도관을 통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던 물 공급이 가뭄으로 어느 날 중단된 모습을 표현했다. 그리고 그 4일 동안 사람들은 변하기 시작한다. 이른바 안색은 창백하고 피부는 말라비틀어진 채 인간성을 잃고 물을 찾아 사람들을 공격하는 ‘워터 좀비’로 변한다.

소설처럼 물 공급이 끊기면 인류는 ‘생존’ 그 자체에 직면한다. 이는 우리 몸의 주요 구성원이 수분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당연한 이야기다. 구체적으로 수분은 사람의 체중 60%를 차지한다. 뇌와 근육은 75%, 연골은 80%, 혈액은 94%가 수분이다. 그만큼 물은 인류의 생존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소설 속 상황을 몇 가지 적어보면 이렇다. 미국 애리조나주(州)와 네바다주(州)가 저수지 방류 협정에서 발을 빼고 댐 수문을 모두 닫아 버린다. 그 결과, 더는 콜로라도 강물이 캘리포니아주(州)로 유입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단수가 시작된다. 

방송에서는 주지사가 ‘일시적인 상황’일 뿐이며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발표한다. 하지만 이는 대형 재난의 시작을 알리는 작은 포문일 뿐이었다. 여느 재난 소설, 영화와 같이 현실은 정부의 발표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해수를 식수로 바꾸기 위해 이동식 담수화 설비를 해안선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이내 실패로 돌아간다. 물을 찾아 땡볕에 서서 수 시간 기다리던 평범한 사람들은 설비가 고장이 나자 이내 성난 군중으로 돌변한다. 소요 사태로 사람들은 죽거나 다친다. 탈수로 인한 사망자도 속속 뉴스에 보도되기 시작한다.

결국, 단수를 겪는 주민들은 무려 2300만명에 달하게 된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수준의 사람들이 물 공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10대 주인공들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다.

가뭄으로 수도 공급이 끊긴 상황을 소재로 한 닐 셔스터만과 재러드 셔스터먼의 장편소설 ‘드라이’. 최근 기자가 가장 몰입해서 본 책 중 하나다. (김동수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가뭄으로 수도 공급이 끊긴 상황을 소재로 한 닐 셔스터먼과 재러드 셔스터먼의 장편소설 ‘드라이’. 최근 기자가 가장 몰입해서 본 책 중 하나다. (김동수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소설 '드라이' 속 상황…과연 허무맹랑한 일일까

소설 ‘드라이’에 나오는 것처럼 가뭄으로 인한 물 공급 중단 사태가 단지 허무맹랑한 일일까? 재난을 소재로 한 여느 작품을 접한 사람들은 ‘별 대수롭지 않은 상상 속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접한 많은 수의 독자는 꽤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눈치다. 바로 우리 주위를 둘러싼 각종 환경 변화가 심상치 않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선 가뭄으로 식수 문제를 겪어 왔다. 비단 아프리카와 같은 곳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 소설 ‘드라이’의 배경이 된 캘리포니아주(州) 역시 가뭄으로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발생한 경험이 있다. 2012년부터 약 5년간 발생한 이 가뭄의 경제적 피해는 무려 7조3000억원에 달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기상청이 발표한 ‘2019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은 과거 경험하지 못한 폭염과 열대야, 태풍 등 이상기후 현상이 지속됐다. 폭염은 매해 발생했으며 온난화 경향에도 불구, 2010년대 초반 길고 강한 한파가 발생했다. 그리고 2010년 후반에는 장기간 가뭄이 지속됐을 정도로 한반도 역시 기상이변에 노출돼 있는 상태다.

특히, 가뭄으로 인한 물 공급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2030년대에 가뭄 위험은 중부와 남부 지역이 높고 2050년대는 낙동강 유역, 2080년대는 한반도 전역이 가뭄에 취약한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10년 빈도 이하의 가뭄에 대해선 물 공급이 안정적이나 향후 미래에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점차 물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보기도 했다.

소설 '드라이' 속에선 해수 담수화 설비가 잠시 등장한다. 사진의 제품은 UNIST 연구팀이 개발한 해수 담수화 기능을 가진 ‘아쿠아시스(Aquasis)’. (UNIST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소설 '드라이' 속에선 해수 담수화 설비가 잠시 등장한다. 사진의 제품은 UNIST 연구팀이 개발한 해수 담수화 기능을 가진 ‘아쿠아시스(Aquasis)’. (UNIST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안정적 물 공급을 위한 기술…'해수 담수화'

앞서 본 것처럼 가뭄으로 인한 물 공급 부족을 더는 다른 나라의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각종 보고서 전망은 말 그대로 ‘예측’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에 따른 기상이변을 보면 손 놓고만 있기에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소설 속 가뭄과 같은 상황에서 안정적인 물 공급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공상과학(SF) 영화에 나올 법한 ‘인공강우’와 빗물을 땅에 가두는 '인공함양', 그리고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해수 담수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이 중 앞서 소설 ‘드라이’에서 잠시 소개된 해수 담수화 기술이 주목된다.

해수 담수화란 해수탈염(海水脫鹽)이라고도 하며 쉽게 말해 바닷물의 염분을 포함한 용해물질을 제거해 생활용수 및 공업용수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상의 물 중 98%를 차지하는 해수나 기수(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를 사용할 수 있어 가장 현실성 있는 기술일지도 모른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태양광을 이용한 초고효율 해수 담수화 기술을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대표격인 태양광을 이용해 별도의 전처리 과정이 필요 없다.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 없어 해수나 염수로부터 간편하게 저렴한 식수를 얻을 수 있다.

포스텍 이상준 교수 연구팀은 최근 99%의 효율의 높은 증발 성능을 지속시킬 수 있는 태양광 기반의 해수 담수화용 광열 증발기와 이를 이용한 담수화 기술을 개발했다. 광열 증발기란 빛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시켜 물을 증발시키는 장치를 말한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기존 해수 담수화 기술과 차별화돼 있다. 태양광을 사용해 외부로부터 전기나 열에너지 공급이 필요 없고 가뭄을 비롯해 각종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주범, 이산화탄소(CO2)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즉,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태양광을 이용해 해수나 염수를 증발시켜 얻은 증기를 응축시켜 식수로 만드는 ‘증발 담수 기술’은 태양광을 멤브레인에 쪼여 광열 반응으로 해수를 증발시켜 식수를 생산한다. 하지만 기존 기술은 그 효율이 낮아 만들어지는 식수가 많지 않고 해수 증발 시, 멤브레인 표면에 소금이 생겨 막히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저렴한 각설탕으로 만든 실리콘 구조를 이용, 증발용 광열 멤브레인을 개발해 이러한 단점을 극복했다. 개발된 멤브레인을 해수에 띄어 태양광을 쪼이면 해수를 99.97%의 높은 효율로 담수화할 수 있었다. 실제 해당 장치를 건물 옥상에 설치하고 3개월간 실험한 결과, 매일 30ℓ/㎡의 매우 높은 담수 생산능력을 보였다. 여기에 담수된 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환경 보호국(EPA)의 식수 기준을 만족시켰다.

바닷물로 전기를 충전하면서 담수화까지 가능한 제품도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김차중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와 김영식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이 공동 개발한 ‘아쿠아시스(Aquasis)’가 그것이다.

이 제품의 비밀은 바로 ‘해수전지’다. 바닷물 속 나트륨 이온을 이용해 전기를 충전하는 해수전지는 충전 과정에서 바닷물을 담수화할 수 있다. 이 제품은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만큼 살균된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어 수인성 질병에 취약한 어린이들의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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