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생 6명 의기투합 청년스타트업, 여유식품 중개플랫폼
버려질 위기에 놓인 음식을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기업
과다재고 2569Kg 감소...눈에 띄기 시작한 사회적·환경적 가치
“소비자 인식과 유통 구조 바꿔 사회·환경문제 함께 해결할 것”

다들 환경에 대해 말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를 덜 버리며 에코소비를 하자고 주장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제는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시대’라는 얘기도 들린다.

머리로는 다들 안다. 생각은 많이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말로 환경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귀찮은 게 싫어서, 마음은 있는데 이게 편해서,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왠지 피부로 안 와닿아서 그냥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사는 사람도 많을 터다.

환경이 먼 나라 바깥세상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나와 내 가족의 이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내가 먼저 변해야 세상이 바뀐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환경은 ‘어쩌다 한번 떠올리고 가끔 생각날 때만 실천하는 선행’이 아니다. 생존의 문제고 오늘의 숙제다. 밥벌이의 고단함에 뼈가 저려도, 지금 당장 지구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는 ‘환경人’들을 만나본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들을 직접 실천한 환경 선구자들과의 대화록이다. [편집자주]

'다인테이블'은 서울대 재학생들로 구성된 청년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미판매로 전환될 위기에 놓인 여유식품 등을 사회취약계층에게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중개 플랫폼을 구축했다. (다인테이블 제공)/그린포슽트코리아
'다인테이블'은 서울대 재학생들로 구성된 청년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미판매로 전환될 위기에 놓인 여유식품 등을 사회취약계층에게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중개 플랫폼을 구축했다. (다인테이블 제공)/그린포슽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매일 수 많은 음식이 버려진다. 먹다 남긴 식사는 ‘음식물쓰레기’가 되고 유통 과정에서 여러 이유로 소비되지 않고 미판매로 전환되어 ‘폐기처리’되는 식재료도 많다. 이 과정을 통해 연간 570만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고 그 중 1/3은 소비 단계 이전에 발생한다.

버려지는 음식 뒤에는 먹거리가 절실한 사람들의 사연이 숨어 있다. 전국에는 28만명의 결식 우려 아동이 있고 국내 취약계층의 30%는 영양불균형에 시달린다. 제대로 먹지 못해서, 질 좋은 식재료를 섭취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다. 먹지 못하는 사람이 수십만명인데 한편에서는 수백만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진다. 식탁 위에서 불평등과 사회적 모순이 발생하는 셈이다.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다. 이렇게 버려지는 쓰레기는 지구의 토양과 물, 그리고 대기를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

만일 꼭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음식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어떨까. 신선도나 영양학적 측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제품명 인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음식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 음식을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저렴하게 제공하면 사회적·환경적·경제적으로 여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청년 6명이 바로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모였다. ‘많은 사람에게 행복한 식사를 제공하겠다’는 꿈을 가진 ‘다인테이블’이다. 버려지는 음식을 효과적으로 소비하고, 취약계층의 식생활을 개선하며 음식물 쓰레기도 줄이는 것이 이들 사업의 사회적, 환경적 가치다.

 

“버려질 위기에 놓인 음식을,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한다”

다인테이블 홈페이지에는 “더 늦기 전에 가져가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적혀있다. 유통기한이 더 늦기 전에 음식을 효율적으로 유통하자는 얘기도 되고, 사회적인 문제와 환경적인 문제를 더 늦기 전에 해결하자는 호소도 된다. 다인테이블은 서울대학교 청년 여섯명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두 사람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해결책을 찾아 나섰고, 각각 두명씩 두번에 걸쳐 새 멤버가 더해져 지금의 모습이 됐다. 이들은 유통기한이 원래의 절반만 남은 ‘여유식품’이 소비되기도 전에 버려진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유통기한이 남은 음식을 시중가 대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중개 플랫폼을 구축했다. 지난해 6월 이 아이템으로 ‘현대해상과 함께하는 씨앗 프로그램’ 7회 최우수상을 받았다. 아래는 다인테이블과 나눈 문답.

재학생 청년 스타트업이라고 들었습니다. 구성원들이 각각 어디서 어떻게 만난 사이인지 먼저 소개 해주세요

여섯명 모두 처음부터 같이 모여 팀을 꾸린 건 아닙니다. 처음 회사를 세운 대표 2명이 있고, 이후 두 번에 걸쳐 2명씩 더 합류해서 총 6명이 됐어요.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떤 지점이 좋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맛과 영양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버려질 위기에 놓인 음식을 취약계층에게 저렴하게 공급하자는 아이디어를 모았죠. 이후 사업 확장에 맞춰 필요한 인재들이 더 영입됐어요. 대표 두명은 사회복지와 기술경영학 전공자고, 나머지 팀원들은 경영학, 기계공학, 시각디자인, 데이터분석 등 각자의 전공과 재능을 가지고 업무를 나누고 있습니다.

버려질 위기에 놓인 음식을 싼 가격으로 필요한 사람에게 공급한다는 것은 사회적·경제적 또 환경적으로 매우 가치 있는 일 같습니다. 그 중 어느 지점이 멤버들의 마음을 가장 움직이게 했나요

간단한 아이디어와 발상의 전환만으로 굉장히 큰 비효율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와닿았어요. 버려지는 음식 문제, 먹지 못하는 사람 문제, 음식쓰레기 문제를 각각 놓고 보면 매우 어려운데 그걸 연결하면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요. 플랫폼으로 연결함으로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게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아요. 다인테이블 홈페이지에는 ‘더 늦기 전에 가져가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있습니다. 중의적인 의미에요. 유통기한이 남아있을 때 구매하라는 말도 되지만, 사람과 지구가 더 늦기 전에 다급하게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의미도 함께 담았죠.

다인은 ‘많은 사람들(多人)에게 행복한 식사(DINE)를 전합니다’라는 의미라고 들었습니다. 인상적인 이름인데요. 이름 속에 담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회사 이름의 다른 후보군들은 뭐였을지도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비건이라는 이름을 생각했어요. 음식중에서도 채식에 집중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했거든요. 알파벳 B와 건강의 앞글자를 따서 ‘B건’으로 해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도 있었습니다. 이후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고 방향성을 정리하면서 채식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식사문화를 나타내기 위해서 다인이라는 이름을 구상했어요. 비즈니스를 통해 얻고자 하는 두가지 측면의 사회적 의미를 모두 담고 싶어서요.

버려질 위기에 놓인 음식을 누군가에게 중개하는 일은 해외 등에서도 이미 시도된 바 있습니다. 다인도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 다양한 사례를 보고 연구했을텐데요, ‘아 이건 우리가 사업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지점들은 어디였나요.

우리가 사업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시장을 확인하고 난 이후였어요. 유통기한이 임박한 여유식품 시장과 취약계층의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각각 크고 절실하다는 걸 확인했거든요. 신선식품 물류센터를 가봤는데 상품가치가 있는데도 버려지는 음식이나 식재료가 한달에 4500만원에 달하더라고요. 폐기를 위해 지불해야 할 처리비용도 100만원 정도고요. 이런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었고, 관악구에만 3만가구, 서울시에만 65만 가구 정도의 취약계층이 있는데 그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90% 정도가 “가격이 저렴하다면 여유식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하셨어요. 사회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사업적으로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죠.

우선 창업 초기 얘기부터 한번 해보죠. 좋은 아이디어와 마케팅 포인트가 있어도 그것을 사업으로 구체화 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요, 가장 먼저 누구와 만나 협의를 시작했나요

사업 스타팅포인트는 이커머스 물류센터를 방문했을때였어요. 여러 쇼핑몰을 물색하던 중 동문 졸업생이 운영하시는 프리미엄 식품업체와 협업을 시작했거든요. 물류센터 방문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업체 측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줬고, 일정 수준 규모를 갖춘 식품업체와 협업하고 나니까 다른 회사와도 연결이 이어지면서 사업이 확장됐어요.

플랫폼 특성상 음식을 다인에게 제공하는 사람, 다인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구입하는 사람이 각각 필요하죠. 어떤 사람(또는 기업)들이 다인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했나요. 그리고, 여러분들이 기대했던 만큼의 관심을 그들이 처음부터 보였는지도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마음을 돌린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은 어느 지점에서 다인에게 마음을 열었는지도 들려주세요.

사회적인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기업이나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지점은 아무래도 비즈니스적인 장점이나 경제적인 이익이 발생하는 순간이겠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창줄하는데 그치는게 아니라 결국 ‘돈이 된다’는 확신을 드려야 기업이 우리와 협업하잖아요. 소비자들도 식품이 저렴하면 좋지만 결국 맛있고 안전해야 구매하는거고요. 그 부분까지 확실하게 진행하겠다고 약속하면서 협의했어요.

회의 중인 다인테이블 멤버들. 왼쪽 남자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진수(기계항공공학부), 차유림(자유전공학부). 김유연 (기술경영학과, 서어서문학과 복수전공), 이준표 (경영학과, 서어서문학과 복수전공), 문도원(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시각디자인과 복수전공), 이경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씨 모습. (다인테이블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회의 중인 다인테이블 멤버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진수(기계항공공학부), 차유림(자유전공학부). 김유연 (기술경영학과, 서어서문학과 복수전공), 이준표 (경영학과, 서어서문학과 복수전공), 문도원(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시각디자인과 복수전공), 이경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씨 모습. (다인테이블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과다재고 2569Kg 줄였다”...눈에 보이기 시작한 사회적·환경적 가치

사회적이고 환경적 가치는 의미있는 성과로 나타났다. 다인테이블을 통해 기업들은 과다재고 상품을 2500여Kg줄였고 이에 따른 폐기비용을 약 900만원 절감했다. 다인테이블은 이에 대해 821그루의 나무를 심은 효과라고 평가했다. ‘그 과정에서 다인테이블도 돈을 많이 벌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자신있게 대답하기 어려운 상태지만 “우리가 하지 않았다면 그 식품들이 다 버려졌을 거라는 점을 생각하면, 힘들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답이 돌아왔다.

사업화 과정에서 일이 점점 많아지고 또 복잡해졌겠죠. 요즘은 각 멤버들이 어떻게 업무를 나눠서 일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업 분야를 크게 보면 온라인이랑 B2B로 나눠집니다. 온라인몰은 최근 재오픈을 위해 리뉴얼하는 과정에서 디자이너와 웹상으로 개발하고 구현하는 개발자가 있었고, 디자이너는 상품 이미지를 기획하고 제작해요. B2B 담당자들은 동주민센터 주무관들을 통해 식품사업을 큐레이팅하죠. 대상자분들의 댁에 조리기구가 잘 구비되어 있는지, 건강상태는 어떤지, 무슨 음식을 선호하는지 등을 조사해요.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도 있고요. 전체적으로 공급처 영업이나 식품 판로 등은 모든 멤버가 전부 MD입니다. 누구와 만나 어떤 의논을 하든, 우리가 다루는 건 식품이니까 함께 검수하고 먹어보고 조리해보면서 의견을 나눠요.

예전 같으면 폐기되었을지 모르는 음식을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했죠. 음식쓰레기가 줄면서 누군가는 싼 값에 식재료를 공급 받았고, 기업들은 재고 부담을 줄였겠고요. 이런 성과들에 대해서는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나요

소셜 미션을 추구하는 기업이다보니까 계속 평가지표 체크를 하는데 다인테이블을 통해 기업들이 과다재고 상품을 2,579Kg줄였어요. 이에 따른 폐기비용을 약 900만원 절감했는데 나무 821그루를 심은 정도의 효과죠. 숫자를 봐도, 그 효과로 인해 느낄 수 있는 가치나 감정을 생각해도 놀랍고 뿌듯합니다. 우리가 하지 않았더라면 그 식품들이 다 버려지다는걸 생각하면, 많이 힘들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한편으로는 이런 부분도 궁금합니다. 사회적으로나 환경적으로 기대했던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다인이 얻은 경제적인 수익도 기대한 만큼이었나요

회사를 작년에 세워 이제 1년 반 정도가 됐어요. 취약계층의 식생활 안정화라는 취지를 고려해서 그분들을 대상으로는 마진을 굉장히 낮게 책정했거든요. 그런 점을 고려하면 괜찮은 성과였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얻은 수익은 다음 사업단계에 필요한 일들에 재투자하기 때문에 아직 체감 수익은 없어요(웃음). 그래도 이렇게 한걸음씩 밟아가면 기대한 만큼의 수익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유통기한이 길게 남지 않았다면, 창고에 많이 쌓아놓을 수 없고 빨리 팔아야 한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사업의 취지는 매우 좋으나 이익을 남겨야 하는 ‘유통업’ 측면에서 보면 리스크일 수도 있는데요.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요

온라인몰을 운영중인데 물류창고를 따로 갖고 있지 않아요. 공급처의 유통망을 활용합니다. 온라인에서 소비자 주문이 들어오면 공급처에 알려주고 공급처에서 바로 배송해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따로 폐기부담이나 리스크를 지지는 않아요.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했을때도 있는데 그때는 우리 역시 폐기상품에 대한 비용부담과 리스크가 있었어요. 그때는 소량발주를 자주 하는 방식을 활용했고, 해당 상품에 대한 판매 데이터가 쌓이면서 최적의 발주량을 찾았죠. 그러더라도 리스크가 존재해서 오프라인 판로에 대한 한계를 느꼈어요. 지금은 온라인만 운영중입니다.

공급처와 판매처 모두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는 숙제도 생길 것 같습니다. 다인의 사업 구조와 그로 인한 긍정적 효과에 관심을 두는 기업, 또는 식재료 꾸준히 필요한 곳에서의 관심이 필요할텐데요. 어디에서 더 받아서 어디에 더 팔고 싶습니까

취약계층 분들의 식생활 안정을 우리 사업의 큰 축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이분들의 식생활에 필수적인 우유라든지, 김치나 젓갈 같은 반찬류가 다양하면 좋겠어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사회공헌 활동에 뜻이 있는 기업과 일하면 의미있는 파트너십이 될 거라고 기대하고요.

기빙팩토리 화곡점이나 나눔스퀘어 송파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한 경험도 있죠. 그때의 관심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올해 7월로 오프라인 매장 협업은 종료된 상태에요. 그곳을 운영하면서 많이 배웠고 소비자 반응도 좋았어요,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우리의 취지를 설명하는 공간으로서 좋은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다인테이블은 지난해 6월 ‘현대해상과 함께하는 씨앗 프로그램’ 7회 최우수상을 받았다. 사진은 시상식 당시 모습. (다인테이블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다인테이블은 지난해 6월 ‘현대해상과 함께하는 씨앗 프로그램’ 7회 최우수상을 받았다. 사진은 시상식 당시 모습. (다인테이블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소비자 인식과 유통 구조 바꿔 사회·환경문제 함께 해결할 것”

‘버려질 위기에 놓인 음식’이라면 왠지 부정적인 느낌도 떠오를 수 있다. 버린다는 단어 자체가 신선하지 않거나 영양상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들이 취급하는 제품은 유통기한 임박이나 과다재고, 또는 인쇄불량 등에 해당하는 제품으로 식품의 질이나 섭취안전성 또는 맛 측면에서는 문제가 전혀 없는 것들이다. 이들은 앞으로 여유식품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기를, 그리고 취약계층이 단순히 ‘세끼 먹는 것’을 넘어 질 좋은 음식을 통해 효과적인 영양소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꼭 필요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음식이 제대로 공급되도록 돕는다. 다인테이블이 생각하는 사회적·환경적·경제적 가치다.

취약계층이나 결식우려 아동들의 현실을 직, 간접적으로 보게 된 경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느낀 ‘식탁위의 불평등과 사회적 모순’의 모습들은 어땠나요

기사자 자료 속에서만 접하던 모습과 실제 현장에서의 경험은 많이 달랐어요. 취약계층 대상자분께 직접 만나기 위해 방문해보면 기본적인 조리도구도 없거나 음식을 씹는 것 조차 어려우신 분들이 많았어요. 제공하고 싶어서 그 분이 활용 가능한 식품 종류에 제약이 있는 경우가 많았죠. 무엇을 어떻게 제공해야 맞는걸까를 고민하면서 식탁위의 불평등 문제에 관심을 더 갖게 됐어요. 식생활의 질적인 부분에도 집중하게 됐고요. 절대적인 양도 중요하지만 특정 식품군이나 영양소가 섭취되지 못함으로서 생기는 문제들에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기본적인 식사뿐만 아니라 고른 영양소 등이 필요한 문제라면 과일 같은 먹거리가 떠오릅니다

대표적인게 과일류죠. 상대적으로 가격부담이 커서 못 먹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서 비타민이 부족한 문제도 생겨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품영양학과 교수님 자문을 받기도 했고, 서울시 시민참여예산사업에 과채키티를 제공하는 사업을 제안하기도 했어요. 현재 시민투표를 진행중이어서 공식적으로 시작한 건 아니지만, 여러 각도에서 혀실적으로 느낀 문제를 해결하려고 다양하게 노력 중입니다.

사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식재료 문제, 그리고 남아서 버리는 음식물에 대해서도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됐을 것 같습니다. 다인 멤버들의 요즘 식생활은 혹시 어떤가요. 음식을 보는 시선이나 눈이 달라졌을 것 같아서요

식품을 다루고 여유식품에 관심을 두다보니 팀원들도 밥을 먹거나 회식할 때 그런 문제에 관심이 더 많아졌어요. 처음부터 먹을 수 있을 만큼만 시키고 남기지 않고, 평소 음식을 볼때도 제조업체가 어딘지, 유통기한이 얼마나 남았고 성분은 뭔지 그런 부분에 관심을 갖게 되기도 하고요.

이런 문제도 한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식재료나 음식이 이렇게 많이 남아서 버려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선 구조적으로는 유통기한 임박이나 과다재고 문제에 놓인 제품들을 빠르게 소비할만한 루트가 없어요. 식품 기업들은 유통기한 임박한 제품을 판매하면 자사 이미지가 나빠질거라는 우려가 있어요. 유통기한이 적게 남은 음식이 왜 버려지는지 생각해보면 그 부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어떤지 봐야되겠죠. 유통기한이 하루나 이틀 남았으면 신선하지 않고 건강하지 않을거라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어떤 업체들은 유통기한이 50% 정도 남으면 바로 미판매로 전환되기도 해요. 굉장히 타이트하죠. 결국 소비자의 인식을 반영한 결과인데, 이런 인식을 바꿔보고 싶어요.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이 다른데 이 둘의 차이점을 완벽하게 모르는 분도 많고, 유통기한은 보수적으로 짧게 잡은 기간이니까 설령 기한이 임박했다고 해도 영양학적으로 나쁘지 않고 못 먹을 이유가 없거든요. 식품의 질이나 섭취안전성 문제가 없는 상태죠. 여유식품에 대한 인식이 좀 높아지면 좋겠어요.

소비 이전 단계에서 1/3이 버려진다는 건, 유통구조에서도 뭔가 개선할 점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들리는데요. 소비자 개개인의 장보기 문화가 달라져야 할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식재료나 음식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게 좋다고 생각하시는지도 함께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대로된 장보기는 거시적인 유통구조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유통구조가 바뀌어서 낭비가 덜한 방식의 소비가 가능해진다면 소비자 개개인도 음식 남기기를 덜하는 장보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개개인이 엄청난 변화를 추구하거나 누군가 나서 따로 사람들을 계몽시키지 않더라도 구조를 바꾸면 일상적인 장보기가 그렇게 변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구인컴퍼니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맛이나 신선도에는 문제가 없는데, 흠집 등 외관상 이유로 상품성이 떨어진 ‘못생긴농산물’을 유통시킨 곳이죠. 그 기업 대표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소비자들은 가치 있는 소비 활동에도 관심이 있지만, 사실은 ‘값이 얼마냐’가 가장 큰 구매요소 중 하나다. 우리는 가성비만으로 평가받고 싶지 않아서 꾸준히 혁신을 시도한다” 라고요. 다인테이블은 여유식품을 싸게 구입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과정에서 기대할 수 있는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가치가 있잖아요. 그런 가치들이 본인들의 경제적인 성과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사회적 가치만으로는 어렵고 정말 잘 팔기 위해서는 경제적 이유가 있어야 하죠. 하지만 반대로, '그럼 싸기만 하고 경제적 이익만 있으면 될까?'라는 문제도 생각해봐야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다인테이블은 의미가 없어요. 소비자와 기업역시 결국 우리의 사회적 가치에 공감할 때 우리와 손 잡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회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온라인 몰에는 상품판매탭과 동일하게 중요한 위치에 '다인이야기'를 담아놨어요. 단순히 팔기만 하지는 않겠다는 의지죠.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이다보니까 소셜미션과 수익이 상충하면서 고민되는 지점들이 있어요. 하지만 수익을 왜 내려고 하는지 생각하면, 사회적 가치와 소셜미션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한번 물어보면 어떨까요. ‘당신들은 무슨 일을 하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답을 하고 싶나요.

‘우리가 어떤 사람들이냐’에 대해 생각할 때 자주 하는 말이 “두발은 땅에 딛고 서되 두 눈을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살자”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그 방식이 이상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적이어야겠죠. 두가지를 잘 조화시켜야 하잖아요. 이런 태도를 통해 어떤 일을 하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꼭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음식이 제대로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자’는 겁니다. 우리가 다루는 식품시장 뿐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에도 필요한 가치라고 생각해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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