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이어졌던 TV전쟁...공격수 수비수 구분 없다.
가전 전반으로 옮겨 붙었던 치열한 성능 경쟁 대결
때로는 법정다툼도 불사...알고 보면 오래된 라이벌 역사
창업주 시절 사업영역 논란이 경쟁의 시작? 향후 전망도 관심

‘엘 클라시코’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가 펼치는 매치를 뜻합니다. 두 팀은 전통의 명문 구단이자 오랜 라이벌로 통해서 이 매치는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곤 합니다. 경기 내용은 매우 치열하고 때로는 그라운드에서 거친 행동이 오가기도 합니다.

라이벌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라는 뜻입니다. 치열하게 다투고 때로는 선의의 경쟁도 펼치는 사이겠지요. 얄궃은 운명 때문에 누군가는 1등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이나 자질을 갖추고도 늘 2등에 머물기도 합니다. 어쩌면 ‘지기 싫은 상대’를 표현하는 말이 될 수도 있겠네요.

재계에도 라이벌이 있습니다.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하거나, 서로 비슷한 상황 또는 처지에 놓여서 늘 비교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들 역시 ‘엘 클라시코’에 나선 선수들처럼 어떻게든 상대를 꺾기 위해 치열하게 다툽니다.

재계의 라이벌들은 역사적으로 어떤 관계를 쌓았을까요. 그들은 지금 어느 분야를 두고 경쟁하고 있으며 다가올 미래에는 관계가 어떻게 변할까요. 국내 재계 대표 라이벌들의 사연과 치열했던 다툼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는 국내외 가전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입니다. [편집자 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치열한 공방을 벌인 바 있으나 현재 휴전상태다. 양사는 최근까지 소위 ‘TV전쟁’이라 불리는 치열한 다툼을 벌인 바 있다. 최근까지 이들은 서로를 각각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며 날 선 공방을 벌였다. (각 사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치열한 공방을 벌인 바 있으나 현재 휴전상태다. 양사는 최근까지 소위 ‘TV전쟁’이라 불리는 치열한 다툼을 벌인 바 있다. 최근까지 이들은 서로를 각각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며 날 선 공방을 벌였다. (각 사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치열한 공방을 벌인 바 있으나 현재 휴전상태다. 양사는 최근까지 소위 ‘TV전쟁’이라 불리는 치열한 다툼을 벌인 바 있다. 최근까지 이들은 서로를 각각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며 날 선 공방을 벌였다.

휴전이 선포된 건 지난 6월이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광고에 대해 진행했던 심사 절차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양사가 나란히 신고 취하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당시 양사는 “향후 표시·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네거티브 마케팅을 지양하고 품질경쟁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가 나선 이유를 돌아보자. 지난해 LG전자는 “삼성전자 QLED TV가 LED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 TV인데도 QLED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허위·과장광고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올레드(OLED) TV 광고에서 QLED TV를 객관적 근거 없이 비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당시 업계에서는 양사 모두 나름의 소득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QLED TV 명칭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인정 받았고, LG전자는 삼성전자 QLED TV에 백라이트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각자 원하는 바를 얻고 적당한 시점에 휴전 카드를 꺼냈다는 평가다.

◇ 치열하게 이어졌던 TV전쟁...공격수 수비수 구분 없다.

공격수와 수비수가 따로 구분된 다툼은 아니었다. 날은 양사 모두 세웠다. LG전자가 지난해 “삼성의 ‘큐엘이디(QLED) 티브이’ 광고는 허위과장”이라고 주장하며 공정위에 신고하자 삼성전자는 즉각 보도자료를 배포해 “국내외 경제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이 아닌 소모적 논쟁을 지속하는 것은 소비자와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다.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이틀 후,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판매된 QLED TV의 면적을 모두 합치면 여의도 면적의 2배에 달한다”면서 성과를 강조했다. 아울러 “시장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질 것”이라는 문구를 통해 자사 TV의 강점을 강조했다. 당시 삼성전자가 ‘격차’를 언급한 것은 결국 경쟁사 LG전자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들의 다툼은 처음이 아니다. 양사는 지난해 8K TV를 두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당시 LG전자가 “삼성 TV는 진짜 8K가 아니다”며 선제공격을 날렸다. 기업들은 공식석상에서 비판적인 내용을 말하거나 무언가를 비교할때 ‘경쟁사’ 또는 ‘타사’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에둘러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당시 LG전자는 기업 이름을 직접 언급했다.

이후 LG전자는 기자들을 불러 기술설명회를 열면서 삼성전자 제품을 분해해 전시해놓고 직설적인 어조로 품질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타사 제품을 언론 앞에서 분해하는 모습을 두고 양사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게 벌어진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들이 1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8K 디스플레이 서밋'에 참석해 삼성 QLED 8K TV로 8K 화질을 체험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2019.6.12/그린포스트코리
지난해 열린 '8K 디스플레이 서밋'에 전시된 삼성전자 TV 모습.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제품이나 현장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삼성전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

◇ 가전 전반으로 옮겨 붙은 치열한 성능 경쟁 대결

TV전쟁은 TV로만 끝나지 않았다. 양사의 경쟁은 의류관리기와 건조기를 두고도 치열하게 이어졌다. 지난해 LG전자 건조기 자동세척 관련 논란이 사회적 이슈가 된 바 있는데, 삼성전자는 자사 유튭 채널 영상을 통해 해당 논란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영상에는 건조기를 자랑하던 한 여성이, 자동세척 관련 내용으르 지적받자 표정이 심각해지는 내용이었다.

다툼이 실제로 확전된 분야는 의류관리기와 건조기다. 싸움이 붙었다. 삼성전자가 자사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을 통해 LG전자의 건조기 자동세척 논란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영상에서는 건조기를 샀다고 자랑하던 한 여성이, 자동세척 관련 내용을 지적받자 표정이 굳는 모습을 담았다.

삼성전자는 유튜브에 올린 '삼성 에어드레서 성능 비교 실험' 영상에서도 경쟁사를 에둘러 지적하고 나섰다. 바람을 통해 먼지를 제거하는 방식이 옷을 흔들어 먼지를 제거하는 방식보다 좋다는 주장이었다. 함께 올린 ‘의류 케어 가전 속까지 확인해보셨나요?' 영상에서도 경쟁사 제품의 단점을 지적했다. 이를 두고 글로벌 매체 포브스는 “아마도 LG와 삼성은 올해 서로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의 다툼은 ‘TV전쟁’이 아니라 가전전쟁으로 봐야 한다. LG전자가 TV를 무기로 공격했고 삼성전자는 의류관리기와 건조기로 맞불을 놓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양사가 각각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앞선 분야에서는 말을 아끼고, 반전을 노리는 분야에서는 공세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시선으로 보기도 한다.

◇ 때로는 법정다툼도 불사...알고 보면 오랜 역사

두 회사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출시하거나 경쟁이 필요한 순간에는 늘 치열하게 다퉈왔다. 그 역사도 길다. 2011년에는 3D TV구현 기술 방식을 놓고 서로 비판을 벌였고, 이듬해에는 냉장고 용량을 가지고 법정 다툼까지 갔다. 2013년에는 삼성이 ‘에어컨 점유율 1위’라고 호보하자 내놓자 LG가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독일에서 ‘세탁기 전쟁’이 일어났다. “독일 베를린 전시장에서 경쟁사 임원이 우리 제품을 파손했다”며 소송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당시 LG전자 조성진 사장이 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세간의 화제가 됐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 과정이 언론에 모두 중계되면서 양사에 큰 관심이 쏠렸다

2017년 이후부터는 TV를 두고 치열하게 격돌한다. 지난해 베를린에서는 LG가 선제공격을 날렸는데, 앞서 2017년에는 삼성이 LG전자 OLED TV에 대해 ‘장시간 사용하면 번인현상이 나타난다’고 먼저 비판한 바 있다.

이들은 2010년대 들어서면서 시장이 고도화하고 경쟁이 치열해져 잦은 다툼을 벌이는걸까? 아니다. 예전에도 그랬다. 1992년에 금성사(현 LG전자)와 삼성전관(현 삼성SDI)이 특허권을 둘러싸고 소송을 벌였고, 1990년대 후반에는 양사가 저마다 ‘우리가 진정한 완전평면TV’라며 맞섰다. “삼성과 LG가 TV를 두고 미국 가젼쇼에서 한판 승부를 벌인다”는 제목의 기사는 지금으로부터 22년전인 1998년에도 이미 있었다.

LG전자가 유럽에서 연이어 호평을 받았다. 영국에서 발표한 사회책임투자지수 소비자 가전분야 최고점을 받았고, 유럽 소비자매체 성능평가에서는 올레드 TV 신모델이 호평 받았다. (LG전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LG전자 올레드 TV 신모델은 최근 유럽에서 연이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제품 등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LG전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창업주 시절 사업영역 두고 경쟁 시작? 향후 전망도 관심

일각에서는 양사의 경쟁을 두고 그룹 창업주들의 오랜 인연에서 그 뿌리를 찾기도 한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유년시절부터 친분이 있었다. 두 사람은 현재 KBS 2TV 전신인 동양방송을 공동으로 설립했으며 이병철 창업주 둘째딸과 구인회 창업주 셋째아들이 결혼하면서 둘은 사돈으로도 맺어졌다.

호사가들이 양사의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고 보는 지점은 1968년, 삼성이 전자산업 진출 의사를 밝히던 시기다. 이병철 창업주의 장남인 고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회고록, 그리고 다수의 언론보도 내용 등을 종합하면, 당시 두 사람은 한 골프장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병철 회장이 구인회 회장에게 삼성이 전자산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러자 구인회 회장은 이내 그 자리를 떴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금성사는 1958년 설립해 가전 시장에서 국내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후 구 회장은 사석에서 “나도 설탕사업 하려면 못 할 이유 없지만, 사돈 사업에는 손대지 않겠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고 전해진다. 호사가들은 당시부터 양사의 치열한 경쟁이 본격화되었다고 본다.

이후 양사의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됐다. 흑백 TV 시장에서는 LG가 앞섰다. 이후 삼성이 컬러TV에서 시장의 평가를 역전시켰다. 이후 양사는 대형TV 시장으로 옮겨오며 경쟁을 지속했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디스플레이 분야로 확장됐다. 사실 양사의 경쟁은 꼭 ‘전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삼성그룹과 LG그룹의 대결 구도로 보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서울신문 등 여러 언론에서 ‘삼성 LG 40년 전쟁’과 같은 주제로 위 내용을 다루기도 했다.

같은 시장을 두고 사업을 벌이는 데다 업계에서의 영향력이 모두 큰 기업인만큼 경쟁은 필수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양사는 물론 국내 산업계에 미칠 좋은 영향도 존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8.15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코스피 대장주 노릇을 톡톡히 했다. LG전자는 공장 가동 중단과 수요 감소 등에도 불구하고 연결기준 매출 12.8조원을 기록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양사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시장 전체의 크기를 키우고 그로 인해 재계 전체로 좋은 영향력이 퍼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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