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개정안 발의, “2000만원이하 분조위 신청건 ‘무조건배상’”

사모펀드 이미지(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사모펀드 이미지(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소비자 피해가 늘어나자 금융사에 일방적인 배상책임을 묻는 ‘편면적구속력’이 도마에 올랐다. 과거 자본시장법을 완화하며 사모펀드 시장을 키웠던 국회와 금융당국이 책임을 뒤로하고 금융회사의 손발을 묶어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13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용우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편면적구속력’을 포함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2000만원 이하의 소액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조정안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부여해 금융사 수락여부와 관계없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게 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법에선 신청인과 금융회사인 양 당사자가 모두 수락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이용우 의원 포함 더불어민주당 의원 9인은 “최근 금융회사들이 금융감독원 분조위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고 시간을 버는 행태를 보이거나 아예 소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와는 달리 영국, 호주, 일본 등 선진국들에서는 소액분쟁사건에 대해서는 금융소비자가 조정안을 수락하는 경우 금융회사의 수락 여부에 관계없이 재판상 화해 또는 민법상 화해의 효력을 부여함으로써 분쟁조정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선진국에선 이미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해 운영중이다. 영국은 15만 파운드(약2억3000만원), 독일은 5000유료(약 700만원) 이하에 대해 금융사가 일방적인 배상을 하도록 하고 있다.

편면적 구속력 도입은 잇따른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금소법내에 금융사의 제재 조치가 미흡다는 점 때문에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실례로 키코 사태는 우리은행을 제외하고 12년간 배상이 미뤄졌고,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의 분조위 조정안 결정도 미뤄지며 소비자 배상이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포함해 환매중단 된 사모펀드 규모는 5조 6천억원에 달한다.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금소법에선 분조위 결정과 관련해 ‘신청인과 관계 당사자가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는 규정만 있다. 금융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

하지만 편면적 구속력 도입을 두고 업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금융사의 재판청구권 침해 우려 소지와 2015년 자본시장법 완화로 사모펀드 시장 확대를 장려했던 국회와 금융당국의 책임론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소액에 대한 편면적 구속력 도입은 소비자보호 측면에선 분명 긍적적인 측면이 있으나, 금융회사의 재판청구권 권리를 저해할 우려의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재판청구권은 모든 국민이 법률에 의한 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다음으로 2015년 자본시장법 완화로 사모펀드 시장을 장려한데에 따른 국회와 금융당국의 책임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지난달 14일 미래통합당 사모펀드 특별위원회 발족에 대해 “사모펀드 특위의 진정성은 좋지만 앞서 2015년 사모펀드 가입자격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던 개정안 시행에 대한 반성부터 이뤄져야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회 법안 심사기록 등에 따르면 2015년 7월 자본시장법 개정 심사 당시 금융위는 시행령을 통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적격투자자 투자 기준액을 5억원으로 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지만, 실제 시행령(2015년 10월 시행)은 1억원으로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모펀드 가입자격 조건을 1억원으로 낮춰 시장 확대에 기여한셈이다.

금융권에선 편면적구속력은 자본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위험이 높은 사모펀드를 판다고해서 리스크가 적은 공모펀드보다 금융사가 수익을 보는 건 아니다”라면서 “사모펀드 시장을 조성한 의미가 있을텐데, 보다 다양한 금융상품을 소비자에게 내놓겠다는 차원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편면적 구속력 등이 도입되면 돈을 지불할 수 있는 금융사에 책임을 묻는 관행이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모든 절차를 배재하고 일단 배상하고 보라는 건 자본시장 원리에 어긋난다”며 “건전한 투자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이대로면 사모펀드를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2000만원 이하의 소액 투자 건에 대해선 편면적 구속력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금소법 안에 편면적 구속력이 포함되지 않으면 금소법이 아니다”라면서 “소액사건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인데, 소액 사건의 경우 소비자가 2000만원의 피해를 입으면 개인소송으로 진행될 시 변호사 선임 비용만 1500만원 가량이 소모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보호를 위해선 표면적 구속력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결국 편법적구속력 시행까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 출신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편법적 구속력도 법사위 통과까지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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