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을 둘러싼 두 가지 키워드 1세대 PC강자·모바일 전환
시총 30조 육박...인기 게임 중심으로 꾸준히 이어져 온 상승세
넥스의 또 다른 숙제, “PC신화 모바일로 이식해라” 성공적?
“온 오프라인 영역 아우르는 새로운 e스포츠 사업 전개”

코로나19 여파로 재계와 산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감돕니다. 세계 곳곳의 공장과 상점이 문을 닫고 소비자들의 생활 습관이 변하면서 기업들은 줄줄이 타격을 입었습니다.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또 한 번의 시련입니다.

대한민국은 이 위기에서 슬기롭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절망할 필요 없습니다. 난세에는 영웅이 등장합니다. 코로나 최일선에서 밤낮으로 바이러스와 싸운 의료진의 노력이 빛을 본 것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위기에 굽히지 않고 정면으로 맞설 또 다른 영웅들이 있습니다.

동방의 작은 나라, 내수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지만, 우리에게는 세계 시장을 이끌만한 여러 기술과 앞선 제품이 있습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던 선배,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던 선배가 지금은 없지만, 그들 못잖은 후배 기업인들이 앞선 세대가 일군 땅에서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떨어진 ‘기운’을 확실하게 ‘업’시켜 줄 경제 주역들, 국내 대표 기업과 CEO의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연재합니다. 스물 네번째 순서는 1세대 PC게임 신화를 모바일에 성공적으로 옮겨온 넥슨입니다. [편집자 주]

김정주 NXC 대표.(넥슨 제공) 2019.6.27/그린포스트코리아
넥슨을 이끄는 김정주 NXC 대표이사는 테헤란 1세대 CEO로 국내 게임 산업계 거물이다. 그는 카이스트 대학원 시절 26살에 넥슨을 창업했다. (넥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지난 8월 3일, 넥슨 모바일게임 ‘바람의 나라: 연’이 3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7월 15일 정식 출시 후 하루만에 100명이 다운로드하고 출시 3주만에 누적 다운로드 300만을 기록한 페이스다.

우선 ‘바람의 나라’ 얘기를 먼저 짚고 넘어가자. 바람의 나라는 만화가 김진의 동명 작품을 원작으로 한 게임이다. 고구려 2대 왕 유리왕의 아들 대무신왕 무휼과 그의 차비 연, 그녀의 아들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사랑 얘기가 담겼다. 넥슨 홈페이지 소개에 따르면 바람의 나라는 ‘세계 최초의 인터넷 그래픽 게임’이다.

우리나라에서 온라인게임 얘기를 하려면 이 작품을 뺄 수가 없다. 1996년 출시돼 현재 24주년을 맞은 국내 최장수 온라인 게임이자 가장 오래 서비스 중인 MMORPG다. 모바일로 출시된 ‘바람의 나라: 연’ CF 영상에서도 1990년대 PC로 바람의 나라를 즐기던 청년들이 나이가 들어 모바일로 다시 게임을 즐기는 장면이 등장한다.

◇ 넥슨 둘러싼 두 가지 키워드 1세대 PC강자·모바일 전환

바람의 나라로 읽을 수 있는 키워드는 두 가지다. 넥슨이 국내 1세대 대표 게임사라는 점, 그리고 또 하나는 PC에는 강하지만 모바일에는 약했다는 기존의 평가를 벗었다는 점이다. 우선 넥슨의 역사 얘기를 먼저 해보자. 넥슨을 이끄는 김정주 NXC 대표이사는 테헤란 1세대 CEO로 국내 게임 산업계 거물이다. 그는 카이스트 대학원 시절 26살에 넥슨을 창업했다.

넥슨은 인터넷 솔루션 개발 업체로 출발했으나 당시 PC통신에서 인기를 끌던 온라인게임에 관심을 가졌다. 창업 1년 후에는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개발해 이듬해 유료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대표 게임사로 성장했다. 최근 모바일로도 출시된 바람의 나라가 여기서 출발했다.

김정주와 넥슨은 2000년대 초반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메이플스토리 등을 연달아 흥행시켰다. 이후 회사 규모를 본격적으로 키우며 인수합병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004년에는 메이플스토리 개발사 '위젯스튜디오'를 인수 합병했고 2005년에는 엔텔리전트, 이듬해 두빅엔터테인먼트, 그리고 2008년에는 네오플을 인수했다. 꾸준히 사세를 키워 지난 2015년에는 게임사 매출 1위를 달성했으며 같은 기간 2~3위 게임사의 매출 합계와 비슷한 규모의 성과를 거두며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현재 넥슨은 V4, 바람의나라: 연, 메이플스토리M, 2020카트라이더, 크레이지아케이드, FIFA온라인, 마비노기, 던전앤파이터 등 인기 게임들을 바탕으로 국내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 시총 30조 육박...인기 게임 중심으로 꾸준히 이어져 온 상승세

넥슨은 2011년 도쿄증시 상장 이후 성장세를 거듭했다. 지난 1분기 실적발표 후 주가가 급등하며 시가총액 한화기준 20조원을 넘겼고 지난 7월 31일에는 시가총액 28조에 육박하며 증시 상장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매일경제는 “국내 상장기업과 비교하면 시총 8위 삼성SDI와 9위 현대자동차를 단숨에 제쳤다”고 보도했다.

최근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 출시가 연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넥슨 일본법인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계획대로라면 던파 모바일은 8월 12일 중국 출시 예정이었다. 출시 연기 이유는 중국 퍼블리셔인 텐센트가 게임 내에 미성년자 과몰입 방지 시스템을 추가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넥슨의 상승세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IT기업과 게임 업계 등은 코로나19 속에서 오히려 사업기회가 확장되는 추세를 보인 바 있고 넥슨이 이어온 강세 역시 기본적으로 탄탄해서다.

실제로 지난 7월 중순 이후에는 바람의나라: 연이 구글 매출 순위 2위에 오르면서 리니지2M을 3위로 밀어내자 엔씨소프트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특정 게임이 또 다른 게임의 시각을 잠식하는 게 아니라 전체 시장의 크기가 커지는 징조로 보아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하이투자증권 김민정 연구원은 “국내 MMORPG 시장이 신작 출시로 여전히 파이가 성장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바람의 나라로 읽을 수 있는 키워드는 두 가지다. 넥슨이 국내 1세대 대표 게임사라는 점, 그리고 또 하나는 PC에는 강하지만 모바일에는 약했다는 기존의 평가를 벗었다는 점이다. (바람의 나라: 연 공식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바람의 나라로 읽을 수 있는 키워드는 두 가지다. 넥슨이 국내 1세대 대표 게임사라는 점, 그리고 또 하나는 PC에는 강하지만 모바일에는 약했다는 기존의 평가를 벗었다는 점이다. (바람의 나라: 연 공식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넥슨의 또 다른 숙제, “PC신화 모바일로 이식해라” 성공적?

‘바람의나라: 연’에서 읽을 또 하나의 키워드는 ‘모바일’이다. 과거 넥슨을 두고 PC기반 게임에서는 세계적인 규모와 실적을 자랑하지만 모바일에서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평가도 있었다. 2018년에는 이런 평가 속에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지적은 지난해 넥슨이 모바일 게임 ‘야생의 땅:듀랑고’의 서비스를 종료하던 당시에도 제기된 바 있다. 2018년 1월 출시한 이 게임은 비행기 사고로 시공간이 뒤틀리면서 원시 시대로 떨어진 현대인이 공룡과 매머드가 존재하는 곳에서 살아남는 스토리다.

주제가 신선하고 내용이 흥미로워 2018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이와 더불어 기술창작상 기획·시나리오 분야, 그래픽 분야 등도 함께 받았다. MBC에서는 해당 콘셉트를 바탕으로 예능프로그램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를 기획해 방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의 화제성에 비해 실제 게임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듀랑고는 오랫동안 출시 준비를 이어오면서 논란도 많았다. 출시와 사전예약 일정 등을 여러 차례 미뤄 소비자들로부터 불만도 샀다. 출시 일정이 자꾸 밀리자 한 게임 매거진에서는 “실체가 없는 진짜 전설의 게임”이라며 농담 섞어 비판하기도 했다.

듀랑고를 실제로 플레이해본 한 소비자는 “모바일이 아니라 PC에 적합한 게임”이라고 지적하면서 “내용이 많고 게임이 무거운데 무리하게 모바일에 넣은 느낌”이라고 지적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넥슨이 마주한 본질적인 숙제가 모바일 경쟁력 강화라고 지적했다. PC기반에서 모바일로 게임 주력 플랫폼이 넘어가고 있으므로 모바일에서 새 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도 많았다.

◇ 최근 눈에 띄는 모바일 성과, 2분기 모바일 게임 매출 24% 성장

사실 넥슨은 최근 이런 평가를 보기 좋게 넘어섰다. ‘V4’와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등 모바일 게임이 큰 인기를 끌면서다. 지난해 11월과 지난 5월 각각 출시된 이 게임들은 모바일에 익숙한 최근 세대 소비자들의 취향을 공략하면서 호성적을 거뒀다.

넥슨은 최근 2분기 매출 7301억 원, 영업이익 3025억 원, 당기순이익 2238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 20%, 영업이익 106%, 당기순이익 3% 늘어난 성적이다.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 스테디셀러 PC게임의 활약과 더불어 V4와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등 모바일 게임의 동반 흥행에 힘입은 결과라는 평가다. 실제로 2분기 넥슨의 모바일 게임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4% 성장했다.

여기에 최근 구글플레이 매출 기준 2~3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 바 있는 ‘바람의 나라: 연’이 힘을 보태고 스테디셀러 IP를 활용한 메이플스토리M 등의 성과를 감안하면 넥슨은 모바일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 하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넥슨은 모바일게임 매출 점유율 부문에서 엔씨소프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모바일인덱스는 넥슨의 모바일 게임 매출 점유율은 2020년 6월, 전월 대비 1.5%p가 오른 5.8%로 상승곡선을 그렸다“고 분석했다.

해당 조사결과에 따르면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모바일게임 사용자수가 106만명으로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높았다. ‘바람의나라: 연’은 1인 평균 사용시간 5.6시간을 기록했다. 이는 ‘리니지M’(8시간)과 ‘뮤 아크엔젤’(6시간)에 이은 기록으로 ‘리니지2레볼루션’과 같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넥슨 타이틀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근거다.

◇ 넥슨의 미래 먹거리? 다양한 분야로 확장 중

PC에서의 강세를 모바일로 옮겨온 넥슨의 미래먹거리는 뭘까. 넥슨은 최근 원더홀딩스와 함께 새로운 게임개발사 2개를 합작법인(조인트벤처) 형태로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신규 법인 설립은 지난해 하반기 넥슨의 신작 게임 개발 논의에 허민 대표가 고문 역할로 참여한 것이 인연으로 작용했다. 허민 대표가 긍정적인 기여를 하면서 보다 직접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별도의 법인 설립으로 이어진 것이다. 신규 법인은 마비노기 모바일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성공적인 개발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개발사로 발돋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2004년 출시 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국내 대표 온라인게임 ‘마비노기’를 원작으로 한 모바일게임으로, 캠프파이어, 유저커뮤니티, 연주 등 원작의 다양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판타지 라이프’를 구현할 예정이다. 지난 2018년 지스타에서 첫 공개되어 많은 화제를 모았으며, 2021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넥슨이 16년간 서비스를 이어오며, 전세계 3억 800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캐주얼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기반의 신작 게임이다. 콘솔과 PC 등 다양한 플랫폼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며, 생동감 있는 레이싱 경험과 최상의 몰입감을 제공할 계획이다.

넥슨 이정헌 대표이사는 “허민 대표와 새로운 도전을 위한 다양한 논의를 이어왔으며,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그 연장선에서의 의미있는 결과물이다. ‘마비노기 모바일’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가 글로벌시장에서 인정받는 게임으로 개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더홀딩스 허민 대표이사는 “넥슨 고문으로 일하면서 넥슨에서 개발하고 있는 신작들에 대한 높은 가능성을 봤다”며 “보다 직접적으로 프로젝트를 리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쁘다. 신작들을 성공적으로 론칭해 합작법인이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게임사 넥슨 인기 캐릭터 굿즈(기획상품)가 온라인마켓플레이스 옥션에서 2주간 단독 판매된다. (옥션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넥슨 인기 캐릭터 굿즈는 온라인마켓플레이스 옥션에서 단독 판매된 바 있다. (옥션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온 오프라인 영역 아우르는 새로운 e스포츠 사업 전개”

넥슨은 새로운 사업도 전개한다. 이들은 지난 6월, “변화하는 e스포츠 산업 환경에 대응하고 국내 e스포츠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자 온·오프라인 영역을 아우르는 새로운 e스포츠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넥슨은 자사 인기 IP를 개방해 풀뿌리 e스포츠 대회를 지원하고 청소년, 대학생, 직장인 등 누구나 쉽게 대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춰 유저분들에게 폭넓은 기회를 제공한다.

앞서 넥슨은 오픈리그 활성화 차원에서 온라인 축구 게임의 고등학교 대항전인 ‘고등피파’를 개최해 큰 호응을 받은 바 있다. 또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신작 모바일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의 전국민 대회 프로젝트를 예고하고, 누구나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대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넥슨의 주요 IP를 대학교, 직장, 동호회, 지방 정부 등 각종 단체가 자체 리그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도 한다. 이들 리그의 흥행을 돕는 차원에서 넥슨 공식 홈페이지 등을 활용한 홍보, 마케팅과 상금 지원 등의 지원을 적극 검토하며 그 동안 쌓은 e스포츠 리그 운영 노하우를 민관에 전파하는 역할을 맡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넥슨은 자회사 엔미디어플랫폼과 협력해 전국 PC방을 대상으로 연중 소규모 온라인 대회를 상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넥슨은 인기 캐릭터 굿즈를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옥션에서 단독 판매하는 등 다양한 소비자 마케팅 활동도 펼치고 있다.

1세대 PC게임 신화를 모바일로 성공적으로 옮겨 온 넥슨은 모바일에서의 연이은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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