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키워드 속 환경 ⑰] 나 혼자 쓴다...환경에 취약하기 쉬운 ‘1인가구’의 소비생활
[트렌드 키워드 속 환경 ⑰] 나 혼자 쓴다...환경에 취약하기 쉬운 ‘1인가구’의 소비생활
  • 이한 기자
  • 승인 2020.08.1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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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가구 중심으로 소비트렌드 변화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구매...그 많은 포장재는 어디로 갈까
편리함 이면에 숨어있는 환경 영향들
1인가구 소비패턴 고려한 환경 정책 절실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환경’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기사가 1,128만건 이상 쏟아집니다. 인기 K-POP그룹 BTS와 방탄소년단 단어로 총 61만건, ‘대통령’ 키워드로 910만건의 기사가 검색(7월 13일 기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 문제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매주 1회씩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열 일곱번째 주제는 혼자 소비하는 ‘1인 가구’ 이야기입니다. [편집자 주]

 

 
나혼자 살고, 나혼자 사고, 나혼자 쓰는 시대다. 꼭 필요한 만큼만 그때그때 편리하게 구매해 사용하는게 요즘 쇼핑의 큰 흐름이다. 이런 과정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나혼자 살고, 나혼자 사고, 나혼자 쓰는 시대다. 꼭 필요한 만큼만 그때그때 편리하게 구매해 사용하는게 요즘 쇼핑의 큰 흐름이다. 이런 과정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혼자 사는 시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 수는 600만을 돌파했다. 전체 가구 수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9.9%에 달했다. 10집 중 3집은 혼자 산다는 의미다.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독신 남녀와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해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 게 2013년 봄 부터다. 1인가구가 사회의 커다란 축이 된 것이 이미 오래됐다는 의미다.

통계청도 지난 2015년부터 1인가구 고용통계를 공표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6월 발표한 ‘2020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고용 현황'에 따르면 2019년 10월 기준 1인가구는 603만 9천가구다. 전년 대비 25만 1천가구 늘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1인가구는 지난해 부모와 자녀가 같이 사는 가구수를 앞질러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가구 유형이 됐다. 꾸준히 이어졌고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추세다.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장래가구 특별추계‘에 따르면 국내 총인구는 2028년을 정점으로 감소하지만 가구수는 1인가구 증가 등 가구 분화로 인해 2040년에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 혼자 사는 가구 중심으로 소비트렌드 변화

1인가구의 증가는 소비시장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식유통 시장에서 혼밥과 혼술은 일사적인 용어가 됐고 뷰티업계에서도 한동안 ’혼케어‘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라이프스타일 기업과 가전기업에서도 1인가구 패턴에 맞는 제품들을 속속 출시하고 소형주택과 오피스텔이 인기를 얻는 등 주거환경 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KT는 지난해 “IPTV 서비스를 1인가구와 개인 맞춤형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고 코웨이는 최근 1인가구의 생활패턴에 맞춘 원바디 매트리스를 출시했다.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생긴 유통면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소포장 상품의 증가다. 쌀과 김치를 비롯한 식재료들이 요즘은 소포장으로 많이 판매된다. 대량 판매가 보편적이던 기본 식재료들도 소포장 제품으로 출시된다. 요즘은 양파를 1~2개씩만 구입할 수 있고 수박이나 양배추도 1/4쪽만 구입할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SSG닷컴은 양곡 전문관 ’신세계백화점 쌀가게‘를 오픈해 진공쌀을 300그램씩 판다. 10Kg이상 대량 구매가 대다수였던 기존과 달리 쌀도 몇 번 먹을 만큼만 구매해 먹으려는 소비자가 많아서다.

장점은 있다. 버려지는 식재료를 줄일 수 있다. 조리에 필요한 양 이상을 구매해 쌓아두다가 결국 먹지도 않고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소포장 제품은 그런 문제가 없다. 음식물 쓰레기의 약 1/3 정도가 소비 이전 단계에서 버려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포장 제품은 필수다.

◇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구매...그 많은 포장재는 어디로 갈까

하지만 ’포장재‘ 문제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제품이 비닐이나 스티로폼, 또는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경우 작은 용량으로 소분해 여러 번 포장한 제품은 그만큼 쓰레기 배출을 늘릴 수 있다. 1년 넘게 혼자 살아본 경험이 있다는 서울 송파구의 한 소비자는 “남으면 결국 버릴 것 같아 소량포장된 제품을 주로 구매하는데, 그러다 보니 음식쓰레기는 줄었지만 일회용 쓰레기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함께 늘어난 수요가 있다. 배달음식이나 편의점 도시락, 또는 가정간편식 등의 수요다. 1인가구만 그런 것들을 소비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상대적으로 1인가구의 소비가 많을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KBS도 지난해 4월 ‘1인 가구가 부른 쓰레기의 비극’이라는 보도를 통해 이 문제를 지적했다. 당시 KBS는 환경부가 집계한 ‘4차 전국 폐기물 통계조사’(2013년) 자료를 인용했는데, 해당 자료에 따르면 4인 가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가 1인당 하루 평균 103g, 3인 가구에서는 135g, 2인 가구에선 145g까지 상승하고 1인 가구로 보면 207g에 이른다.

청주시의 한 행정복지센터 주무관도 지난 7월 12일 충북일보에 기고한 컬럼을 통해, “1인 가구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청주시 1인 가구의 쓰레기 배출량이 4인 가구보다 두 배 정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언급했다.

이 주무관은 “1인 가구가 증가하고 배달 문화와 같은 소비패턴이 정착하면서 각종 포장재, 플라스틱 사용량 급증과 일회용품 사용 증가 등 갈수록 쓰레기 배출량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CJB청주방송도 지난해 10월 “1인가구 쓰레기 양이 4인가구 1인당 쓰레기 양의 2배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해외의 한 자가격리자가 며칠 동안 배달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한 다음 플라스틱 용기와 페트병 등을 모아 촬영한 모습 (인스타그램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해외의 한 자가격리자가 며칠 동안 배달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한 다음 플라스틱 용기와 페트병 등을 모아 촬영한 모습 (인스타그램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편리함 이면에 숨어있는 환경 영향들

배달음식이나 방문포장, 밀키트와 레토르트의 증가에 따라오는 문제가 있다. 배달이나 포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회용 그릇이나 플라스틱 용기, 미리 손질된 재료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비닐포장 등의 쓰레기 문제다. 재료를 손질하고 밥을 짓고 설거지 하는 과정을 생략함으로서 그만큼의 편리함은 곧 또 다른 쓰레기로 바뀐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나는 와중에 음식 관련 쓰레기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KPRC)에서는 ’1인 가구가 편의점 음식이나 배달음식 이용이 잦고 이들 식품 포장재는 일부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종량제 봉투 규격이 1인 가구가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보다 커 무분별하게 이것저것 섞어 버리는 경향이 크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내용은 이데일리 등에 보도된 바 있다.

플라스틱 용기와 일회용품은 배달만의 문제가 아니다. 식품업계에서는 2018년 기준 약 200억 원 규모였던 간편식 시장이 2024년에는 7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조리가 간편한 음식들이 대부분 위생 등을 위해 일회용으로 포장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물론 식재료도 비닐이나 플라스틱에 담겨 판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간편식은 기본적으로 소량포장 되어있고 다량으로 구매해도 결국 낱개 포장된 부분들이 모두 쓰레기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 편리함 이면에 숨어 있는 환경적인 영향이다.

◇ 혼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할 때의 환경적 효율성 문제

평소 가정간편식 찌개와 국류를 자주 먹는다는 서울 잠원동의 한 소비자는 “생일 미역국도, 복날 삼계탕도 모두 가정간편식을 구매해 데워 먹었다”면서 국을 담아 먹는 그릇만 닦으면 되니까 편리했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는 간편식 안주도 자주 즐긴다고 했다.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안주들이다. 그는 양념이 묻은 속포장 비닐과 음식이 담겼던 플라스틱 용기는 닦지 않고 그냥 버린다고 했다.

이 소비자는 “음식이 묻은 플라스틱은 깨끗이 씻어서 배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요리와 설거지가 귀찮아 간편식을 사 먹었는데 그걸 닦으라는 건 현실적이지 않은 얘기”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기자의 거주지 근처에도 금요일 저녁이면 위와 비슷한 쓰레기들이 종종 배출되는 경우가 목격된다.

혼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할 경우 효율성 문제에 얽힌 환경 이슈가 제기되는 경우는 다른 분야에서도 많다. 교통 분야의 예를 들어보자. 폭스 페너 보스턴대학 ‘지속가능 에너지 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보스턴을 생활권으로 하는 사람은 약 450만 명이고 최대 100만 명의 사람이 통근을 위해 매일 자가용으로 이동한다. 보스턴에 서 나오는 배출가스 대부분은 매일 도심을 오가는 차에서 나온다.

문제는 그 차들의 구성이다. 보스턴 전체 교통량의 약 70%는 자가용이고 대부분 내연기관 자동차이며 운전자 한 사람만 탑승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도시가 성장하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도로 위 차량 숫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3~4명이 탈 수 있는 차를 혼자 타는 경우, 투입되는 에너지와 결과물 사이의 효율성을 고려하면 이 역시 환경적인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

사실 이건 1인 가구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환경적인 고려를 위해 가족이 함께 모여 살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문제다. 하지만 따져봐야 할 지점은, 1인가구를 포함한 핵가족화가 추세가 이어지면 관련 문제 역시 늘어날 확률이 높다. 최근에는 배달음식의 증가로 플라스틱 쓰레기 등이 늘어나면서 여러 언론에서 ‘쓰레기의 양이 늘어난 것도 문제지만 질이 나빠진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 1인가구 소비패턴 고려한 환경 정책 절실

일각에서는 위에서 언급된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 움직임도 활발하다. 환경부와 배달의 민족 등은 지난 5월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자원순환사회연대와 ‘포장·배달 플라스틱 사용량 감량을 위한 자발적 협약식’을 개최한 바 있다. 협약 참여자들은 포장·배달 용기에 쓰이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최대 20% 줄이기로 뜻을 모았다. 용기 규격화를 통해 포장·배달 용기의 개수를 줄이고, 용기 두께를 최소화하는 등 경량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협약에 따르면, 업체들은 포장·배달 용기의 재활용이 쉽게 되도록 재질을 단일화하고 표면에 인쇄를 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생산에 5초, 사용은 5분, 분해는 500년인 플라스틱 폐기물 감량에 사회구성원 모두 적극 동참해야 한다”라면서, “이번 협약은 포장·배달업계도 자원순환사회 구현의 일원으로 맡은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러한 노력이 업계 전체에 확산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식재료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포장재나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도 여러 각도로 시도된 바 있다. 최근 눈길을 끈 움직임 중 하나는 ‘제로웨이스트숍’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풀무원 올가홀푸드다. 풀무원은 지난 5월 서울 송파구 올가 방이점에서 국내 최초 '녹색특화매장'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매장에서는 공정무역인증 100% 유기농 면으로 만든 친환경 백과 코팅을 하지 않은 종이 백 등으로 일회용 비닐을 대체했다. 채소 코너에서도 불필요한 비닐 포장을 없앴다. 냉장된 고기는 곡물 껍질을 원료로 만든 바이오매스 포장재로 포장했다.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 트레이에 고기가 담기고, 사탕수수 원료 케이스에 세제와 바디용품이 담겨 판매된다.

4인가구가 먹거나 사용할 것들을 대량으로 구매해 집에 쌓아두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1인가구이고, 여기에 2인가구 비율을 더하면 과거 ‘4인가족’ 체제의 소비와 유통습관은 지금의 현실과 많이 달라졌다. 이들의 소비습관과 패턴을 고려한 환경적인 정책들이 시행되어야 할 시점이다.

풀무원 올가홀푸드 매장/풀무원 제공
 ‘4인가족’ 체제의 소비와 유통습관은 지금의 현실과 많이 달라졌다. 이들의 소비습관과 패턴을 고려한 환경적인 정책들이 시행되어야 할 시점이다. 사진은 풀무원 올가홀푸드 매장 (풀무원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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