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머릿수만 채울 미흡한 의사 배출하려해...의료 질 저하될 것”

1차 파업 이어 2, 3차 예고로 진료 공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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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대 정원 한시적 증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의료계와의 갈등이 점차 심화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한시적 증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의료계와의 갈등이 점차 심화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당·정 협의를 통해 지역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의대 정원 한시적 증원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현재 정원인 3058명을 2022학년도부터 최대 400명 늘려 10년간 한시적으로 유지하자는 내용이다. 법안에 따르면 연간 400명, 10년간 4천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게 된다. 이 가운데 3000명은 지역 의사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해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는 지역 의사로 육성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가 이같이 증원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우리나라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우리나라 의사 수는 13만이나, 현재 활동 의사 수는 10만 명에 불과하며, OECD 평균만큼 필요한 활동 의사는 약 16만 명으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역별로 보더라도 서울은 인구 천 명당 의사 수가 3.1명인데 반해, 경북 1.4명, 충남 1.5명으로 지역 편차가 크고 지역 의사 수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박능후 장관은 9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이번 의대 정원 확대가 단순히 의사 배출 수를 증가시키는 과정이 아니라 지역의료를 육성하고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를 한층 더 발전시킬 기회가 될 것”이라며 그는 이어 “의사협회가 제안한 정부와 의료계 간의 소통협의체를 구성하고 우리 보건의료체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한 협의에 나서 달라고 다시 한번 요청한다”며 대화에 나서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 “정부, 머릿수만 채울 미흡한 의사 배출하려해” 강하게 비판

의료계는 이번 의대 증원과 관련해 의료계는 “국가가 내놓은 자식 취급을 하는 공공의료 분야에 머릿수만 채울 미흡한 의사를 배출하려 한다”며 정부 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먼저,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정부가 인용한 자료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출산율 0명대의 ‘인구소멸국가’에 진입했으나 의사 증가율은 2.4%로 OECD 국가 중 1위이며 의료 접근성도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것이다. 

대전협은 정부의 지역 의사제 도입 또한 반대했다. 의료기관의 수도권 집중과 의료 전달체계 개선이 우선이라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또 여당이 추진 중인 의사 증원에 대해서도 이를 위해서는 1조원 이상의 세금을 들어가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서남의대도 관리·감독하지 못한 정부가 또다시 부실 의대를 양산하려 한다는 것이다.

◇ 의사 아닌 다른 보건의료 인력의 대도시 편중이 더 문제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병의협) 역시 정부가 적정 수가를 보장하고,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 명분으로 필수 의료 인력 부족과 함께 수도권 및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의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내세우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의사 한 명만 있다고 가능한 게 아니다. 의료는 의사뿐만이 아니라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및 진료지원 인력 등 다양한 인력들에 의해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즉, 지방의 의료 서비스가 대도시와 격차가 벌어지게 된 이유는 의사 인력의 대도시 편중보다도 의사 이외 다른 보건의료 인력의 대도시 편중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지방에서는 의사보다 간호사 구하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사 수만 늘리면 다 해결될 것처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병의협은 간호대 정원 확대 사례를 언급하며 단순히 의료인력 배출만 늘린다고 해서 원하는 지역이나 분야에 인력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병의협은 “정부는 지방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의사 인력의 관점이 아니라 전체 보건 의료 인력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면서 “나아가 지방 보건 의료 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핵심 원인인 고질적인 저수가, 열악한 생활 인프라, 부실한 의료전달체계 등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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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 지난 7일 전공의들이 집단휴진에 나선 데 이어 오는 14일에는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동네 의원까지 집단휴진을 예고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1차 의료 담당하는 동네의원까지 집단휴진 예고

이에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 지난 7일 전공의들이 집단휴진에 나선 데 이어 오는 14일에는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동네 의원까지 집단휴진을 예고하고 있다. 

의협은 12일 정오까지 정부의 개선 조치가 나오지 않을 경우 파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1차 파업 후에도 정부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다면 2, 3차 파업도 고려하고 있어 자칫 장기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7일 하루로 마무리된 전공의 집단휴진과 달리, 의협의 파업이 길어질 경우 의료서비스에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1차 의료를 담당하는 개원 의사들이 집단휴진에 들어가면 환자의 불편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공의들이 파업에 가세한 상황에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동네 의원과 대학병원 모두 진료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나 공공 의대 신설정책에 대해 의료계의 목소리는 배제한 채 밀어붙이고 있다”며 “결국 의료 질의 저하와 의료시스템 붕괴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으로 단순히 의료계를 위한 일이 아니라 국민이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게 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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