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시릴 디옹의, 기후변화 향한 출사표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한 순간, 변화는 시작된다”

환경 문제는 중요한 숙제입니다. 머리로는 누구나 알고 있죠. 하지만 실천은 어렵거나 귀찮습니다.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나 하나쯤이야’ 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거나, 뭘 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미뤄두기도 합니다.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실천이 중요하다고 마음을 먹는데도 이래저래 바빠서 못하기도 하고요.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요. 세상에서는 나와 다른 사람이 참 많습니다. 환경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수년째 관련 이슈를 쫓는 사람,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몇 년째 다섯 식구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 미래 지구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오랫동안 연구한 사람, 전 세계의 쓰레기 문제를 직접 눈으로 보려고 2년 동안 세계일주를 한 사람, 환경적인 활동을 한다고 주장하는 기업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폭로하는 사람도 있죠. 수백년전 아메리칸 인디언의 삶에서 환경과 자연에 대한 마음가짐을 배운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얘기를 직접 듣는 방법이 있습니다. 책을 통해서입니다. 어렵고 무거운 책이 아닙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죠. 구하기도 쉽습니다. e북으로 바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환경경제 매체에 입사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관련 책들을 읽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래서 독자들과도 공유하려고 합니다. 기자가 이북으로 읽은 환경경제 도서 8권을 골라 소개합니다. 참고로 에코는 환경(eco)이기도 하고 경제(economy)이기도 합니다. 첫 번째 책은 환경 다큐멘터리 제작 경험이 있는 프랑스 작가 시릴 디옹의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입니다. [편집자 주]

올해 초 남극대륙에서 기상측정 이후 처음으로 영상 20도를 기록한데 이어 최근 시베리아가 38도를 기록했다. 이런 현상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해석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올해 초 남극대륙에서 기상측정 이후 처음으로 영상 20도를 기록한데 이어 최근 시베리아가 38도를 기록했다. 이런 현상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해석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여러 편의 환경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프랑스 작가 시릴 디옹은 자신의 저서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 ‘우리에게 시간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저자가 하려는 얘기는 분명하다. 기후 변화에 맞서야 한다는 의미다.

인류에게 시간이 얼마 남아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효과들이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를 정확히 수치화할 수는 없어서다. 다만 기자가 이 책에서 가장 임팩트 있게 느꼈던 문구가 있다. “앞으로 수십 년 간 인류에게 닥칠 일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당신은 순진한 낙관주의자이거나 무모하게 용감무쌍한 자일 것”이라는 글이다. 당신은 어느 쪽일까?

시릴 디옹은 책에서 “환경 문제가 정말 시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말이 당황스럽겠지만 환경 문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지구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관심은 20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지만,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행동은 기가 막힐 정도로 미미하다”는 문제 의식이다.

◇ 번영한 인류, 그 이면의 환경적인 문제들

책은 지구가 처한 문제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인류는 번영했다. 지난 100년 동안 평균 수명을 수십년이나 연장시켰고 여러 질병을 퇴치했으며 안전한 출산을 통해 신생아의 생존율을 높였다. 앞으로 인류는 더 많은 병을 고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측면도 있다. 지구에서는 6초마다 1명의 어린이가 굶어죽고 7초마다 1명씩 치료를 받지 못해 죽는다. 세계 인구 9명 중 1명은 영양 결핍에 시달리고 10명중 1명은 더러운 물을 마신다. 인구 10만명당 수백명의 의사가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에티오피아에는 3명 뿐이다.

지난 40년 동안 척추동물의 절반이 사라졌고 유럽에서는 날아다니는 곤충의 80퍼센트가 30년 만에 멸종했다. 바다에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날이 머지 않았고 숲에서는 1분마다 2400그루의 나무가 잘려나간다. 가뭄과 홍수, 태풍이 늘어나고 수백만명의 난민은 살곳을 찾아 이주한다. 물이 귀해지고 토양이 침식된다.

지구가 더워지면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의 영구동토층이 녹고 그 안에서 오랫동안 보관(?)되어 있던 바이러스가 깨어난다. 전영병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질병이 지리적으로 확장되거나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을 경계한다. 말라리아나 뎅기열이 따듯한 유럽으로 확산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책은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말라리아 같은 질병을 품은 기생충이 10배나 더 빨리 번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구온난화를 멈추려면 석유를 그만 써야 하는데, 석유를 그만 쓰면 경제가 무너진다.

이런 얘기를 기자도 이미 많이 들어봤다. 이 기사를 읽는 사람들도 이미 여러번 들어봤을 터다. 하지만 적잖은 사람들은 이 문제를 금새 잊는다. 저자는 “당장 눈앞에 있는 현실, 우리가 창문을 통해 볼 수 있는 현실은 그와 거리가 아주 멀어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갈라파고스 출판사에서 출간한 시릴 디옹의 저서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 (리디북스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갈라파고스 출판사에서 출간한 시릴 디옹의 저서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 (리디북스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남은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시릴 디옹은 책을 통해 남은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며 이제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한가지 중요한 지점이 있다. 이 책이 개인의 실천만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유명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발언을 인용했다. 지젝은 “현재 지배적인 환경 담론은 처음부터 우리가 죄인인 것처럼, 어머니 대자연에 빚을 지고 있는 것처럼 호소한다”고 말하면서 “지구 전체가 문제인 오늘날, 환경 문제에서만큼은 왜 전적으로 개인적인 해결책에 기대려는 사람이 그토록 많은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자가 보는 문제의식은 이렇다. 개인적인 양심을 살피느라 우리의 산업 문명 전체에 관한 훨씬 더 중요한 질문을 잊어버린다는 것. 그는 “작은 행동으로 생각할 때는 지났다”고 말하는 해외 환동운동가의 발언과 글들을 소개하면서 “미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중 가정 쓰레기는 3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개인의 에너지 소비도 전체 소비량의 25%에 그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최근의 환경운동가들은 모든 수단을 강구해 정치 지도자들이 더 환경 친화적이고 사회권을 존중하는 정책을 만들도록 강요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소개한다. 개인의 의식과 실천도 중요하지만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한 순간, 변화는 시작된다”

하지만 저자 시릴 디옹은 ‘개인 vs 집단’ 구도의 시선은 경계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개인의 행동과 집단의 행동을 대비시키는 담론이 왜곡되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는 마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강요처럼 들린다”고 지적했다.

시릴 디옹이 말하는 것은 결국 조화다. 일상에서나 정치적으로나 사람은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행동해야 한다. 나와 너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환경의 미래를 논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자는 ‘개인의 변화는 사회의 변화에 견줄 수 없다’고 주장하는 다른 운동가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자신은 그와 생각이 조금 다르다고 언급한다. 저자는 “대기업과 지자체가 오염, 낭비, 파괴를 일으키는 것은 개인을 위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개인이 그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으면 생산 활동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책은 개인에 비해 대형 기업들이 오염을 일으키는 ‘능력’이 더 엄청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 기업에게 누가 힘을 주는지, 시장에서 그들의 지배적 입지를 강화하고 큰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만들어주는 사람은 누구냐고 묻는다. 바로 고객, 즉 소비자 개인이라고 이 책은 주장한다. 이를 통해 시릴 디옹은 “일상에서 행동하기와 정치적으로 행동하기를 중장기적으로는 분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올해 초 남극대륙에서 기상측정 이후 처음으로 영상 20도를 기록한데 이어 최근 시베리아가 38도를 기록했다. 이런 현상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해석된다. 위 내용에 대한 언급은 아니겠지만, 시릴 디옹은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한 순간, 변화는 시작된다”는 말로 책을 끝맺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변화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무엇을 결심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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