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쓰고 많이 버리는 구조를 깨트릴 키워드
무엇이든 소재가 된다? 버릴 것도 다시 보자!
에너지와 자원 분야에서도 관심 높은 분야
관련 시장 규모 확대 중, 쓸모를 다시 찾는 것의 환경경제 가치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열한 번째 순서는 버려지는 것에 주목하는 리사이클과 업사이클입니다. [편집자 주]

삼성전자가 라이프스타일TV 포장재에 개념을 도입한 ‘에코 패키지’를 출시했다. 포장 박스 각 면에 도트 디자인을 적용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쉽게 잘라 다시 조립할 수 있게 만들었다.  (삼성전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삼성전자가 라이프스타일TV 포장재에 개념을 도입한 ‘에코 패키지’를 출시했다. 포장 박스 각 면에 도트 디자인을 적용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쉽게 잘라 다시 조립할 수 있게 만들었다. (삼성전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요즘 ‘리사이클’ 관련 뉴스가 많이 검색된다. 최근 뉴스만 검색해봐도 패션브랜드 레스포색이 친환경 리사이클 컬렉션을 출시한다는 기사,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 글로벌 리사이클 인증 기준을 획득했다는 기사. 페트병을 여러개 모아오면 친환경 리사이클 가방과 바꿔준다는 기사가 검색된다.

리사이클 또는 리사이클링링은 쉽게 말하면 ‘재활용’을 뜻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 오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불용품이나 폐물을 재생하여 이용하는 일’을 말한다. 이 단어에는 경제적인 의미도 있다. 통화 위기에 의하여 투기적 자금이 대량으로 이동하였을 때 유입국에서 유출국으로 자금을 되돌려주는 일, 국제적인 자금의 편재를 바로잡기 위한 시스템을 뜻한다. 다만 이 기사에서는 환경적인 의미만 짚어본다.

버려진 것을 다시 사용하는 것이 리사이클이라면 한발 더 나아간 개념도 있다. 업사이클이다. 앞글자를 영어단어 ‘Up’으로 바꾼 용어다. 환경부 환경용어사전에 따르면 ‘업사이클링’은 업그레이드와 리사이클링의 합성어로, 버려지는 폐기물을 가치 상향식 재활용을 통해 기존보다 더 좋은 품질, 더 높은 수준의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버려진 트럭 방수포를 다른 용도의 천으로 그냥 재활용하는게 아니라 재단, 가공해 가방을 만드는 식이다. 환경부는 “쓰레기를 원료 형태로 환원해 다시 활용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재활용보다 한 단계 진화한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환경부는 과거 블로그를 통해 리사이클과 업사이클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환경부는 리사이클은 재활용, 업사이클은 개선한다는 의미를 가진 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Recycle)의 합성어로 폐품을 활용해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가미한 작품을 만드는 활동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업사이클 제품이 최근 인테리어, 산업 제품의 트렌드로 거듭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많이 쓰고 많이 버리는 구조를 깨트릴 키워드

인류를 괴롭히는 환경문제는 크게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 그리고 무언가를 너무 많이 버린다는 것. 버려지는 것을 다시 사용하는 ‘리사이클’과 거기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업그레이드시킨다는 의미의 ‘업사이클’은 이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새로운 가치는 아니다. 리사이클(재활용)이 인류의 주목을 받은 게 벌써 수십년 전 부터다. 여기에 굳이 업사이클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버려지는 것들에 가치를 부여해 새롭게 재사용하겠다는 의지다. 여기서의 가치는 대개 아이디어나 디자인, 또는 기술 등을 의미한다.

업사이클은 미술과 패션, 인테리어 등 여러분야에서 주목받으며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버려진 물건을 활용해 예술작품을 만들어 시각적으로 흥미로움을 느끼게 하고 쓰레기와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는 것이 출발이었다. 뒤를 이어 가방이나 패션, 잡화 등에서 관련 제품이 꾸준히 생산됐다. 최근에는 인테리어 등의 분야에서도 널리 쓰인다. 기존의 소재를 활용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했다. 현대자동차는 버려질 위기의 자동차 시트로 친환경 옷을 만들기도 했다.

작은 규모의 제품만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해외에는 재활용으로 만든 집 사례도 있다. 덴마크 뉘보르시에는 ‘렌다저 아키텍터’사가 만든 재활용집이 있다. 버려진 선적용 컨테이너 박스를 재활용해 기본 골격을 세우고 외관 패널은 열처리를 통해 재활용한 과립 종이로 만들었다. 이 종이는 버려진 신문지에서 나왔다. 내부 자재는 재활용 석고로 만든 건식 벽체, 바닥은 샴페인 코르크 찌꺼기로 만들었다. 화장실 타일은 재활용 유리를 사용했고 건설 현장 등에서 모은 나무 조각이나 판자도 꼼꼼하게 재사용했다.

폐기되는 자동차 시트가죽 업사이클링한 친환경 의상 제작. (사진 현대자동차 제공)
업사이클은 미술과 패션, 인테리어 등 여러분야에서 주목받으며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사진은 폐기되는 자동차 시트가죽으로 업사이클링한 친환경 의상. (현대자동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무엇이든 소재가 된다? 버릴 것도 다시 보자!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노력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변화를 이끄는 제품도 있다. 삼성전자는 4월부터 전 세계에 출고되는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과 ‘더 세리프’ 그리고 ‘더 세로’ 를 대상으로 포장재 디자인을 대폭 바꿨다. 골판지로 만들어진 포장 박스 각 면에 도트 디자인을 적용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쉽게 잘라 다시 조립할 수 있게 만들었다.

소비자는 도트를 활용해 가로나 세로 어느 방향으로든 원하는 대로 박스를 잘라 재조립할 수 있다. 여러가지 형태의 DIY가구를 만들 수 있도록 매뉴얼을 제공하고 해당 박스를 활용한 제품을 대상으로 디자인 공모전 등을 개최해 적극적인 업사이클링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취지다.

포털사이트에 ‘업사이클’ 또는 ‘업사이클링’을 검색해 최근 수개월 내 언론 보도 내용이 있는 기업이나 브랜드만 모아도 쟁쟁하다. 현대자동차, 아모레퍼시픽, 세븐일레븐, 효성, 동서발전, 빙그레, 알렉산더 맥퀸 등의 이름이 검색된다.

개인들도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 업사이클링 브랜드 ‘제제상회’는 버려진 인화지로 가방을 만들고, 명동성당 복합문화공간에서는 2014년부터 주말마다 업사이클링 소품 만들기 강의가 열리기도 했다. 버려진 카시트 가죽으로 카드지갑이나 여권케이스, 안경케이스를 만드는 수업 등이 진행됐다.

◇ 에너지와 자원 분야에서도 관심 높은 재활용

무언가를 ‘다시 사용하는 것’은 소비재뿐만 아니라 에너지나 자원 분야에서도 관심이 높다. 산업교육연구소는 지난 4월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2020년 리사이클링&업사이클링 미래 신산업 전략과 사업화 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신소재경제 보도에 따르면, 세미나에서 김택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사는 “재활용이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공정상 투입해야 하는 물질을 줄여야 하고 투입된 물질도 소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관련 수요·공급 회사들이 집적된다면 산업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며 이를 위해 희토류가 포함된 제품을 간단한 장비로 확인할 수 있는 국제표준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앞으로 늘어날 전기차 폐배터리를 미래 폐자원으로 인식하고 관리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갔다. ‘EU에서는 제품에 일정이상 재생원료 사용의무율을 높이는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우리나라도 폐배터리에서 확보한 유가금속 재생 원료를 재투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실제로 버려진 휴대전화 등에서 금속을 재활용하는 이른바 ‘도시광산’ 사례는 오래전부터 환경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산업통장자원부는 블로그에서 “파쇄기와 용광로를 거쳐 정제소, 주조기까지 무사히 통과하면 다시 휴대폰에 들어갈 수도 있고, 비행기나 자율주행자동차에 쓰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관련 시장 규모 확대 중, 쓸모를 다시 찾는 것의 환경경제 가치

재활용과 재사용은 경제적인 규모로도 의미가 있다. 브릿지경제 등이 아큐민 리서치 앤 컨설팅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페트 재활용 시장 규모가 68억 달러로 추정되며 이는 섬유시장의 44.8$에 달한다. 아울러 재생원료 사용 확대로 2026년 12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활용의 경제규모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최근 사례가 있다. 실제로 경북 포항시는 지난 4월, 에코프로씨엔지와 120억 원 규모의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에코프로씨엔지는 협약을 통해 2021년까지 2년간 총 120억 원을 투자해 포항 영일만4일반산업단지 내에 이차전지 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장을 건립하고, 55명의 인력을 새로 채용한다.

에코프로씨엔지는 폐배터리에서 니켈, 코발트, 망간, 리튬 등 유가금속을 회수해 다시 배터리 소재로 사용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수입에 의존해 온 배터리 핵심원료의 재사용과 폐배터리로 유발될 수 있는 환경오염문제를 해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ESS(에너지저장장치)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배터리 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폐배터리 발생량도 매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맞물려 폐배터리 처리 및 재활용 관련 산업 역시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적인 이유와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사례다.

당시 이강덕 포항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차전지 분야의 선도기업인 에코프로씨엔지의 투자는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이 쓸모 없어진 물건을 버리지 않고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는 것도, 기업이나 지자체가 재활용 기술을 활용해 대규모 소재로 재탄생시키는 것도 모두 환경적, 경제적 가치를 지닌 일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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