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 주유소 둘러싼 문화와 패러다임 변화 예상
주유소 활용 방법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들
“다양하게 더하고 넓혀라”...GS칼텍스의 광폭 행보
변화 물결 자동차 산업, 같은 파도 속 주유소도 무한 변신 중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합니다. 역사상 그 어느 시대도 지금만큼 변화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습니다. 앞으로는 AI가 인간의 영역을 더 많이 대신하고, 디지털 전환이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파도를 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인류는 경제적인 활동을 계속하면서, 환경에 대한 고려를 과거보다 더 많이 해야겠지요.

앞으로는 휘발유를 태워 달리던 자동차가 전기차나 수소차로 바뀌고, 은행은 줄어들지만 금융 서비스는 더욱 다양해집니다. 바이러스는 점점 강해지고 독해지면서 인류를 위협하는 가운데, 백신들도 과거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우리 몸 속에 투입돼 바이러스와 치열하게 싸우겠죠. 그런 가운데 우리는 돈을 벌고, 쓰고, 모으고, 투자도 하고, 또 벌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세상의 모습이 변하면서 여러 산업이 뜨고 집니다. 그 산업 한 켠에 작지만 소중한 월급을 걸고 있는 수많은 소비자의 운명도 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생활습관이 변하고, 달라진 생활습관은 산업구조를 더 많이 바꾸겠죠. 이런 과정은 앞으로 우리 삶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소비생활과 주위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산업별로 나눠 살펴봅니다. 첫 번째 주제는 전기차와 수소차가 늘어나면서 위기에 빠질 전국 1만 2천여곳 주유소에 관한 얘기입니다. [편집자 주]

 
서울시 강동구 소재 GS칼텍스 융복합 에너지 스테이션 조감도. (GS칼텍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시 강동구 소재 GS칼텍스 융복합 에너지 스테이션 조감도. 전기차와 수소차 충전소를 함께 갖춘 복합 공간이다. 그런데 미래 주유소는 이 외에도 더욱 다양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유소'의 역할 자체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GS칼텍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전기차와 수소차가 앞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환경적인 요소를 고려한 조치다. 그렇다면, 내연기관차들이 친환경 미래차로 바뀌는 과정에서 전국에 설치된 주유소들은 어떤 변화를 맞이할까.

환경부는 지난 7월 22일,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보급 확대를 위해 2025년까지 전기자동차는 승용·버스·화물차 누적 113만대를 보급하고, 충전 기반시설은 누적 4만 5천기를 확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차 대수는 11만 3천여대고, 전기충전기는 2만 2천기가 있다.

수소차는 중·대형 스포츠실용차량(SUV) 중심 승용차와 함께 중·장거리 버스, 중·대형 화물차 등으로 보급 차종을 늘려 2025년까지 누적 20만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사업용 수소차에 대해서는 전기 충전요금 수준까지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연료 보조금을 지급하고, 2025년까지 수소충전소 누적 450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 “미래 모빌리티, 주유소 둘러싼 문화와 패러다임 바꿀 것”

전기차와 수소차가 계속 늘어나면, 주유소들은 줄어들까? 아니면 전기 충전소나 수소가스 충전소등으로 변할까. 업계에서는 주유소와 충전소 등을 둘러싼 문화와 패러다임 자체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본적으로 전기차 충전이 휘발유나 경유를 넣는 시간에 비해 길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문제다.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이호근 교수는 “앞으로 충전 시스템이 크게 개선돼 5~10분만 충전해도 100Km정도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 된다면 시내 충전소가 기존 주유소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금처럼 급속의 경우에도 40분, 완속은 6~10시간 정도 걸리는 충전 방식이라면 기존 주유소보다는 주차장과 겸한 곳이나 카페 또는 음식점 등에서 충전 수요 고객을 모객하는 방식으로 트렌드가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충전은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기존 주유소처럼 가만히 기다릴 수 없으니 주차장이나 주차타워를 보유한 복합 공간들이 충전소의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호근 교수는 고속충전기를 널리 보급하는 것이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급속충전기 하나가 사용하는 전력량이 5층짜리 모텔 한 동의 전체 전력량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언급하면서 “플러그에 전선만 연결하면 급속충전이 되는 게 아니라 한전 통해 수전공사를 모두 하는 등 여러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기차가 늘어난다면 충전에 걸리는 시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이 교수는 ‘자율주행’에서 힌트를 찾았다. 그는 “전기차가 전체 자동차의 50%를 넘는 시점과 자율주행이 보급되는 시점을 비교해보면 자율주행이 먼저 실현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집에 도착해 운전자가 내린 다음 차를 (자율주행 기능 통해) 주차타워로 보내면, 그곳에서 연간 주차료를 받으면서 차를 충전하고 아침에는 콜 서비스를 통해 (역시 자율주행으로) 집에 차를 보내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주차충전 서비스 공간이 생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주유소 활용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들

운전자가 차를 주차하고 집으로 들어가면, 차가 스스로 정비소나 주유소를 찾아가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다음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서비스. 이는 통신사나 완성차 기업 등에서도 종종 내놓는 미래 청사진 중 하나다. 이 지점에서 짚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궁금증 역시 주유소의 역할이다. 모빌리티 시장의 트렌드가 변하면서 기존 주유소가 해야 할 역할, 할 수 있는 일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서는 달라지는 환경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바삐 이뤄지고 있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7월 31일 사내 뉴스채널 칼럼을 통해 “저탄소 방향의 사회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면 미래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하면서 “석유사업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친환경 사업’과 ‘플랫폼 사업’ 두 축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와 중앙일보 보도 등에 따르면 조 사장은 “전국의 3000개가 넘는 SK에너지 주유소의 활용을 획기적으로 전환해 여러 고객에게 생활 편의, e-모빌리티, 에너지솔루션 영역에서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SK에너지는 주유소에 연료전지 또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도입해 자동차와 트럭 등에 전기와 수소를 공급할 계획이고 장기적으로는 지역 내 전력을 공급하는 마이크로 그리드 사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휘발유와 경유를 넣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이뤄지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다.

전기차 보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의 폐배터리 재활용 기준 등 관련 시스템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기름을 태워 달리는 내연기관차와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차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 경우, 차에 기름을 넣는 주유소의 역할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다. (현대자동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다양하게 더하고 넓혀라”...GS칼텍스의 광폭 행보

GS칼텍스도 이와 관련한 여러 행보를 보여왔다. 최근 뉴스부터 보자. 이들은 주유소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전기자전거 충전·정비 서비스를 진행한다. 오프라인 주유소 네트워크를 미래 모빌리티의 새로운 거점으로 삼으려는 시도다. GS칼텍스는 이를 위해 카카오모빌리티와 ‘전기자전거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업무협약에는 GS칼텍스 자회사 GS엠비즈도 참여했다. GS엠비즈는 자동차정비 프랜차이즈 오토오아시스에서 전기자전거를 정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다음 달부터 울산 지역 1개 오토오아시스에서 관련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GS칼텍스와 GS엠비즈는 전기자전거 충전 및 정비 서비스를 전국 주요 도시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역시 주유소를 단순히 ‘기름 넣는 곳’이 아니라 또 다른 미래 모빌리티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다.

GS칼텍스는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수요 증가와 모빌리티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기존 주유소를 주유·세차·정비 등 일반적인 서비스 뿐만 아니라 전기차 충전, 수소차 충전 및 카셰어링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점으로 육성해나가고 있다.

GS칼텍스는 현재 전국 44개 주유소·충전소에 100kW급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해 운영 중이며, 2022년까지 100kW이상 초급속 전기차 충전기를 160개 수준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지난 5월에는 현대자동차와 협업해 서울 강동구 소재 주유소·LPG충전소 부지에 수소충전소를 준공하고 영업을 시작한 바 있다. 국내 차량 공유 업체 그린카와 제휴해 현재 130여 개의 주유소에 공유차량을 배치하고 주차 및 차량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주유소 활용한 다양한 물류 서비스 개발 지속 추진”

GS칼텍스의 광폭 행보는 여러 업계에 걸쳐있다. GS칼텍스는 지난 7월 LG화학과 ‘충전 환경 개선 및 신사업 기회 발굴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충전소에서 수집한 전기차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배터리 특화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한 것으로 GS칼텍스와 LG화학은 우선적으로 배터리 안전진단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협의했다.

배터리 안전진단 서비스는 전기차(그린카, 케이에스티 모빌리티)가 GS칼텍스 충전소에서 충전을 진행하는 동안 주행 및 충전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LG화학 빅데이터 분석 및 배터리 서비스 알고리즘을 통해 배터리의 현재 상태와 위험성을 확인하여 충전기(시그넷이브이)는 물론 운전자의 휴대폰(소프트베리)에서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GS칼텍스는 제주 주유소를 드론 배송 거점으로도 활용한다. 고객이 GS25의 ‘나만의냉장고’ 앱을 통해 상품을 주문하면 주유소 인근의 GS25 편의점 상품을 주유소에서 드론에 적재해 목적지에 배달한다. 기존 유통 인프라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도서지역에 생수, 도시락, 식재료 등 생활 물품과 안전상비의약품 등 구호 물품을 신속히 배송할 수 있게 되어 물류 사각지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당시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주유소는 물류 차량의 진입이 용이하고 물건 적재 공간이 충분할 뿐만 아니라 전국에 분포되어 있어 물류 거점화에 적합하다”며, “드론 배송을 비롯해 향후 주유소를 활용한 다양한 물류 서비스 개발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향후 물류회사와 협업하여 주유소 거점 드론 배송 사업화를 위해 지속 노력할 계획이며, GS리테일 등 계열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드론 배송 거점을 확대하는 등 계열사간 시너지 확대 방안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변화 물결 자동차 산업, 같은 파도 속 주유소도 무한 변신 중

엔터테이넌트 기능을 더한 곳도 있다. SK가스는 인천 남동구 LPG충전에 수소 충전 기능을 더하고 프리미엄 셀프세차장, 첨단 무인편의점 등 복합시설을 확충한 '에코스테이션' 1호점을 오픈했다. 편의점 2층에는 카페와 테라스 공간도 마련했다. SK가스는 이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이다.

전국 주유소는 2019년 기준으로 약 1만 2000여곳 내외다. 이들의 변화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소비자의 마음을 붙잡기 위한 경쟁과 더불어, 달라지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대응하기 위한 변신으로서의 움직임도 있다. 그렇다면 내연기관차들은 전기차 등 미래차로 얼마나 빨리 대체될까?

이호근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 자동차 평균 수명은 9.5년이고 유럽은 3년 전 통계 기준으로 평균 10.4년, 경기 안 좋아서 차량 교체가 더딜 것으로 보이는 스페인이 11.7년이”이라고 전제하면서 “기능을 생각하면 20년 가까이 타는 사람도 많다는 의미이므로 2030~2040년 전후까지 내연기관 판매가 이뤄진다면 늦어도 2060년까지는 그 차들이 도로 위에 많이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교수는 “전기 역시 신재생에너지나 태양광 등 무공해로부터 얻는 것 보다는 화력에서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든 차량이 전기차로 옮겨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자율주행이나 IT분야에서는 큰 변화가 빠르게 올 수 있으나 파워트레인에서는 내연기관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자동차 산업은 에너지와 기술 분야에서 변화의 파도와 마주했다. 환경적인 이슈를 고려하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그 변화의 물결에 함께 올라탄 주유소들도 다양한 미래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SK가스가 친환경 복합충전소 ‘에코스테이션’을 본격화한다. 수소 충전 기능에 세차장, 무인편의점 등을 더한 차세대 충전소다. (SK가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SK가스가 친환경 복합충전소 ‘에코스테이션’을 본격화한다. 수소 충전 기능에 세차장, 무인편의점 등을 더한 차세대 충전소다. (SK가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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