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가뭄 닥칠 수 있는 미래 지구...에너지 사용 줄이려는 노력은?
환경부·기상청 “기후변화, 사회 전 부믄에 영향 미칠 것”
폭우·홍수·폭염 늘고, 농작물 수확 줄고, 질병 늘어나는 미래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번영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여섯 번째 시리즈는 산업혁명 이후 사용이 꾸준히 늘어난 (무언가를 태워서 얻는) ‘에너지’ 얘기입니다. [편집자 주]

영화 '워터월드'에서는 기후변화로 사진 속 빙하가 녹아 전 지구가 바다에 잠겼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할 경우 현실에선 어린이들의 질병 노출이 증가한다. (그린포스트코리아DB)/그린포스트코리아
화석 연료를 계속 태우고 기후변화가 이어지면 미래 지구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 환경부와 기상청이 최근 함께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최근 한반도의 기온 및 강수 변동성은 전 지구적인 온난화 현상 및 장기적 기후 변동성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화석 연류를 계속 태우는 과정에서 기후변화가 이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지난 6월 국회에서 열린 기후 위기 대응 관련 간담회에서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으로 비판받는다”고 전하면서 “기후 선도국가가 되기 위해 석탄 발전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반기문 위원장은 “한국이 미세먼지, 대기 질과 관련해 OECD 국가 36개 회원국 가운데 35위, 36위”라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이미 G7(주요 7개국)에 해당한다. 이런 오명은 벗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 위원장은 한국이 기후 선도국가로 가기 위해 석탄 발전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부가 석탄 에너지 비중을 줄이겠다고 하는데 2034년의 목표치가 1990년 당시 수치보다 10%포인트 이상 더 높다. 갈수록 잘해야 하는데 갈수록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환경부·기상청 “기후변화, 사회 전 부문 영향 미칠 것”

화석 연료를 계속 태우고 기후변화가 이어지면 미래 지구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 환경부와 기상청이 최근 함께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최근 한반도의 기온 및 강수 변동성은 전 지구적인 온난화 현상 및 장기적 기후 변동성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로 인해 생태계 분포와 종 변화, 재배작물의 변화, 질병 발생 증가 등 사회 전 부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화는 인류의 생활습관 및 먹거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벼 생산이 감소하고 사과 재배적지가 없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감귤은 강원도 지역에서도 재배가 가능해지고 폭염일수가 지금의 3배 이상 늘어난다는 전망도 나왔다. 온도가 상승하면서 동물 매개 감염병이나 식품 매개 감염병도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8가지 분야로 나눠 설명한다. 그 분야는 수자원, 생태계, 산림, 농업, 해양 및 수산, 산업 및 에너지, 보건, 인간정주공간 및 복지 등이다. 쉽게 말하면 인간의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영향력이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에 언급된 분야별 예측을 보자. 수자원 분야에서는 향후 우리나라는 평균 강수량뿐만 아니라 가능 최대강수량, 확률강우량 등도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량 증가와 함께 토지이용 변화에 따른 유출 특성 변화에 의해 한강 및 금강권역의 홍수 발생 빈도와 크기가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극한 강우 사상의 발달과 돌발호우 등의 증가로 홍수 취약성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생태계 분야에서는 멸종위기에 있는 대부분의 종들은 기후변화에 따라 서식지 감소가 두드러질 것으로 나타났다. 곤충류의 개체군 풍부도 역시 기온상승에 따라 13~36%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감염병 매개체 곤충의 분포 범위가 북상할 것으로 예상되며, 뎅기열이나 지카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흰줄숲모기는 2050년 국내 겨울철 평균기온이 10℃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국내 토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 벼 25%, 여름감자 30% 이상 수량 감소 예상

산림 분야에서는 2050년대에 소나무림 지역이 현재보다 8%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고, 2080년대에는 15%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의 전체적인 탄소저장량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나 탄소흡수량은 임령과 기온의 증가에 의해 현재보다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토양 탄소저장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수목의 지상부의 탄소저장량은 모델에 따라 기후변화 영향이 다르게 예측됐다.

먹고 사는 분야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농업 분야에서는 월동작물을 제외한 벼, 콩, 옥수수, 감자 등 식량 작물은 21세기 중반까지는 수량이 일정 수준 유지되거나 증가하고 21세기 말에 이르면 벼는 25% 이상, 옥수수는 10%~20%, 여름감자는 30% 이상 등 급격한 수량감소가 예상된다. 아울러 보고서는 “1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병해충의 세대수가 크게 증가하고 겨울철 최저기온 상승에 따른 꽃매미 등 월동, 외래병해충 발생의 증가에 따라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해양 및 수산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표층 수온은 2100년에는 현재보다 약 2℃~6℃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해 중부 이북 및 황해 북부 해역을 중심으로 수온 상승이 높을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해수면 상승은 전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전망 추세와 유사하게 37.8~ 65cm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남해의 해수면 상승이 상대적으로 크게 일어나고, 서해의 해수면 상승이 상대적으로 가장 낮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해양의 성층 강화와 수직 혼합 약화로 영양염 공급이 감소하고 1차 생산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해양 산성화와 저산소화 현상이 현재보다 심화되어 개체군 수준에서 생리·생태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게 되어 결국 생물 생체량과 종 다양성 감소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소비의 경우 온난화에 따라 여름철 냉방 전력 소비 증가 추세와 겨울철 난방 전력 소비 감소 추세의 계절적 대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2020년대 중반 무렵부터는 여름철 냉방에 의한 전력소비가 겨울철 난방에 의한 소비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겨울철 난방을 위한 탄소연료 소비는 온난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산업별로 기후변화 취약성을 평가한 결과, 금융, 보건, 항공, 관광, 정유, 가스, 수송 장비 산업 등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 최대 위험 유형이 다르게 나타났지만, 가장 많은 기업이 규제적 위험을 최대 위험요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리적 위험을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산업으로는 농림수산업, 보험, 보건, 관광산업 등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남극대륙에서 기상측정 이후 처음으로 영상 20도를 기록한데 이어 최근 시베리아가 38도를 기록했다. 이런 현상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해석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올해 초 남극대륙에서 기상측정 이후 처음으로 영상 20도를 기록한데 이어 최근 시베리아가 38도를 기록했다. 이런 현상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해석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연간 폭염일수 10.1일에서 35.5일로 증가

건강 자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나라 폭염일수는 현재 연간 10.1일에서 21세기 후반에는 35.5일(RCP 8.5)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기후요인만으로도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추정은 미래 폭염 발생, 인구구조 변화, 건강 및 폭염 적응 수준 등 기후와 비기후적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취약계층이 더 많이 위험하다는 내용도 밝혀졌다. 폭염의 강도가 크고, 폭염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리고 이른 여름에 폭염이 발생하였을 때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과 65세 이상 노인, 교육수준이 낮은 인구 집단, 심뇌혈관이나 호흡기계 질환 등 만성질환자가 폭염 위험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생태계 교란은 곤충 및 설치류 매개 감염병의 질병 발생 양상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예측됐다. 기후변화로 인해 쯔쯔가무시증 발생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 (SFTS), 삼일열 말라리아 환자수도 증가될 가능성이 있다.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열대지방에서 서식하는 이집트 숲모기의 서식 조건이 형성되고 흰줄 숲모기 성충이 겨울철에도 생존하는 조건이 갖춰져 국내에서도 뎅기열, 치쿤구니야열 및 지카 바이러스가 유입 후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더불어 기온 상승으로 2090년대 식중독 발생 건수는 2002~2012년에 비해 42%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설사 질환 환자수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공간 및 소득, 연령과 같은 사회적인 요소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농어촌지역의 경우 저렴한 에너지 사용 접근성이 취약하므로 도시지역보다 기후변화에 의한 취약성이 높아질 수 있으며, 수도권 지역에서도 저소득계층의 피해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또한, 연령 측면에서는 노인, 어린이, 저소득계층, 심혈관계 질환자 등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 폭염과 가뭄 닥칠 수 있는 미래 지구...에너지 사용 줄이려는 노력은?

기후변화에 대한 지적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날카롭게 이어지고 있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자신의 저서 <2050 거주불능 지구>(추수밭)에서 “대기 중 탄소량은 지난 80만 년 가운데 어느 때와 비교해도 족히 3분의 1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저자는 “인류가 존재하지도 않았고 해수면이 지금보다 30미터 이상 높았던 1500만년 전과 비교해도 그렇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뉴욕매거진 부편집장이자 칼럼니스트로 지구온난화 관련 재난 시나리오를 오랫동안 취재했다. TED 강연을 비롯한 여러 활동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본지에서도 ‘줄여야 산다 탄소’ 시리즈를 통해 해당 내용을 소개한 바 있다.

이 책에서는 날씨가 더워진 미래 지구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책에 따르면, 기온이 2도 증가하면 빙상이 붕괴되기 시작하고 4억명 이상이 물 부족을 겪는다. 적도 지방 주요 도시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한다. 북위도 지역에서도 여름마다 폭염으로 수천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3도 증가하면 남부 유럽이 영구적인 가뭄에 시달리고 중앙아시아는 지금보다 19개월 더 오래 지속되는 건기를 겪는다. 이 경우 카리브해 지역은 21개월 더 오래 지속되는 건기를 겪는다. 이와 더불어 북부 아프리카에서는 건기가 5년 늘어난다. 산불 등으로 불타는 지역이 미국에서는 6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예측도 제기된다.

4도 늘어나면 라틴아메리카에서만 뎅기열 발발 사례가 800만 건 이상 증가하고 식량 위기는 거의 매년 전 세계에 닥친다. 폭염 관련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9퍼센트 늘어난다. 하천 범람으로 인한 피해가 방글라데시는 30배, 영국은 60배 늘어난다. 기후가 원인이 되는 여러 자연재해가 특정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할 수도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예상할 수 있는 피해는 매우 폭넓다. 더워진 날씨로 인한 폭염, 기후변화로 인한 작물 재배량 감소, 건조한 날씨로 늘어나는 산불, 가뭄 등으로 인한 물 부족, 반면 높아지는 해수면에 따른 도시변화 등이다. 모두 인류와 동식물의 안전과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이다.

에너지 사용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어떤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을까. 3편에서는 에너지 줄이기에 나선 지자체와 주요 기관 사례를 모아 소개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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