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바이러스와의 전쟁①] 코로나 사태 10년 전 예견한 이 영화, 컨테이젼 (Contagion, 2011)
[2020 바이러스와의 전쟁①] 코로나 사태 10년 전 예견한 이 영화, 컨테이젼 (Contagion, 2011)
  • 이민선 기자
  • 승인 2020.08.0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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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도로 늘어가는 증상자들과 음모론, 인포데믹(Infodemic)까지
 
영화 컨테이젼 포스터 (네이버영화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영화 컨테이젼 포스터 (네이버영화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10년 전 예견했다며 차트 역주행을 보여준 영화가 있다. 바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컨테이젼 (Contagion, 2011).

사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맷 데이먼, 기네스 펠트로, 로렌스 피시번, 케이트 윈슬렛, 주드 로, 마리옹 꼬띠아르 까지 초호화 캐스팅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신종 전염병에 대해 일어나는 사건들이나 행동을 너무 현실적으로 담은 다큐멘터리 같아서 영화적인 긴장감이나 극적 재미는 다소 떨어진다는 평이 있었다.

하지만 ‘접촉에 의한 감염’이라는 영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우리가 직면한 신종 바이러스의 공포, 팬데믹의 상황을 놀라우리만큼 재연해냈다. 급속도로 늘어가는 증상자들과 음모론, 인포데믹(Infodemic)까지... 전염병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에 대한 공포를 상기시킨다.

◇ 원인 모를 전염병에 대한 공포

 
 
 
기네스 펠트로
홍콩에 출장을 다녀온 베스가 귀국 때부터 기침하며 감기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다 집에 돌아온 이후, 고열에 시달리다 호흡곤란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한다. (네이버영화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영화는 ‘DAY2’ 라는 자막으로부터 시작한다. 홍콩에 출장을 다녀온 베스가 귀국 때부터 기침하며 감기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다 집에 돌아온 이후, 고열에 시달리다 호흡곤란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한다.

남편 토마스(멧 데이먼)는 원인도 알지 못한 채 죽은 베스를 병원으로 옮기고, 그 사이 그의 아들까지 죽게 된다. 이후 홍콩, 런던, 도쿄 등 전 세계 대도시에서 베스와 같은 증세를 보이는 이들이 빠르게 늘어나게 되면서 WHO(세계보건기구)의 오란테 박사(마리옹 꼬띠아르), 미국 질병통제센터 감염 역학조사관 미어스(케이트 윈슬렛)이 감염 경로와 원인 분석에 나서기 시작한다.

◇ “인간은 하루에 3천 번 이상 자기 얼굴을 만진다

 
영화
영화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에서 바이러스가 퍼지는 상황을 ‘손’을 통해 보여준다. (영화 스틸컷)/그린포스트코리아

영화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에서 바이러스가 퍼지는 상황을 ‘손’을 통해 보여준다. 휴대폰을 만지거나 식당에서 물컵과 식기를 다루고, 버스 손잡이를 잡거나 공중화장실 수도꼭지, 엘리베이터를 누르는 손... 이러한 상황을 훑고 나서는 미어스가 “인간은 하루에 3천 번 이상 자기 얼굴을 만진다”고 말한다.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인간의 몸에 침투하는 것처럼 우리가 무심코 하는 행동들, 그중 어떤 행동으로 감염되는 것인지 알지도 못한 채 바이러스가 퍼져가는 것을 보게 된다.

사회적 지위나 인종 등을 고려하지 않고 바이러스는 무자비하게 퍼져 나간다. 하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무시한 채 영화 속 기관 공무원들은 전문가들의 브리핑을 흘려듣게 되고, 결국 세계보건기구(WHO)가 선포하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 ‘팬데믹’ 상황을 맞게 된다.

◇ ‘인간의 이기심’이 불러온 대참사

스틸컷
요리사가 요리한 돼지를 베스가 먹게 되고, 음식 맛에 감탄한 베스는 손도 제대로 씻지 못하고 나온 요리사와 악수하며 기념사진을 찍는다. (영화 스틸컷)/그린포스트코리아

영화 마지막 부분 ‘DAY 1’이라는 자막과 함께 베스가 처음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경로를 확인하게 된다. 베스가 다니던 ‘에일 엘더슨’이라는 다국적 회사의 홍콩 공장 기공식. 이 회사는 토지 개발을 위해 동남아 일대의 대규모 삼립 개발 사업을 벌인다. 그 와중에 박쥐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야생 박쥐가 먹이를 찾아 인간이 사는 곳으로 내려오게 된다.

박쥐는 양돈장 근처의 바나나를 먹게 되고, 일부를 양돈장에 떨어뜨리면서 이를 주워 먹은 돼지가 홍콩의 한 레스토랑으로 오게 된다. 요리사가 요리한 돼지를 베스가 먹게 되고, 음식 맛에 감탄한 베스는 손도 제대로 씻지 못하고 나온 요리사와 악수하며 기념사진을 찍는다. 

◇ 코로나 바이러스와 닮은 ‘MEV-1’

코로나
영화의 마지막에서 ‘MEV-1’는 박쥐에서 유래한 ‘사스’(SARS)와 돼지에서 유래한 바이러스 ‘H1N1’ 샘플을 따라 그 밑에 함께 저장된다. (네이버영화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영화에서 등장하는 ‘MEV-1’ 바이러스는 박쥐와 돼지 바이러스 균주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MEV-1’는 박쥐에서 유래한 ‘사스’(SARS)와 돼지에서 유래한 바이러스 ‘H1N1’ 샘플을 따라 그 밑에 함께 저장된다. 

이 영화의 자문가인 컬럼비아대학 공중보건역학 교수 이안 립킨은 영화 속 가상의 바이러스 ‘MEV-1’ 설정은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라 언급했다. 1990년대 후반 말레이시아에서 시작돼 방글라데시와 인도까지 발생한 ‘니파바이러스’의 몇 가지 특징에서 고안해냈다. 

니파바이러스는 돼지와의 접촉, 과일박쥐의 침 또는 소변에 오염된 음식 섭취, 환자와의 직접 접촉에 의해 감염되는 바이러스다. 잠복기를 거쳐 발열,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이 발현되며 이후 기면, 정신착란 등 신경계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 흥미로운 사실은 이안 립킨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3월 폭스의 시사프로그램 ‘루 돕스 투나잇’에 원격 영상으로 출연해 인터뷰 중 짧은 기침 후 자신도 코로나19 확진 판정받은 사실을 밝혔다.

◇ 영화보다 더한 현실

영화
영화 감독인 스티븐 소더버그와 각본을 쓴 스콧 Z. 번스는 2002년 창궐한 사스를 바탕으로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는 상황을 모티브로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영화 감독인 스티븐 소더버그와 각본을 쓴 스콧 Z. 번스는 2002년 창궐한 사스를 바탕으로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는 상황을 모티브로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된다. 

영화 초반 홍콩에 출장을 갔던 베스로부터 미국을 시작해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퍼지기 시작한 것은 바이러스가 빠르게 전파될 수 있는 현재 상황을 보여준다. 

또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등장한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 역시 인간이 환경 파괴로 인한 댓가를 치루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 역시 중국 우한의 한 시장에서 시작됐던 것처럼.

결국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상황도 ‘인간의 이기심’ 때문이 아닌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며,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보자.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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