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타지는 않는데 재활용품도 아닌 쓰레기를 버리는 방법에 대하여

세상에는 ‘애매한’ 것들이 많습니다. 답이 정해져 있는데 그게 뭔지 몰라서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고,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서 옳고 그름을 딱 잘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환경과 경제 관련 이슈에서도 이런 ‘애매함’은 늘 우리를 괴롭힙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제들입니다. 전기차 폐배터리와 휘발유차 배출가스 중에서 환경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치는 건 무엇일까요?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텀블러가 일회용 종이컵보다 정말로 더 환경적이려면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할까요?

이런 것도 같고, 반대로 저럴 것도 같은 애매한 환경 경제 이슈를 상담해드립니다. 이 기사 내용이 만고불변의 진리이자 유일한 정답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면 좋을지에 대한 힌트는 제공하겠습니다.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아래 이메일로 궁금한 내용을 보내주세요. 여덟 번째 주제는 깨진 그릇이나 화분같은 귀찮은 쓰레기를 버리는 방법에 대해서입니다 [편집자 주]

깨진 그릇은 재활용이 어렵고 불에 잘 타지도 않는다. 이런 것들은 어디에, 어떻게 버려야 할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깨진 그릇은 재활용이 어렵고 불에 잘 타지도 않는다. 이런 것들은 어디에, 어떻게 버려야 할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포털사이트에 ‘깨진 그릇 버리는 법’을 검색하면 잡지나 신문지 등으로 여러겹 감싸고 두꺼운 테이프로 돌돌 말아 안전하게 버리라는 조언이 많이 검색된다. 날카로운 부분에 가족이나 청소노동자들이 다칠까 염려해서다. 물론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저 방법도 눈여겨 보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어디에 어떻게 버리는 것이 규정상 옳은지에 관해서다.

환경부 ‘내손안의 분리배출’ 앱에서 검색해보면 도자기, 유리그릇 등은 ‘불연성 종량제’로 구분되어 있다. 불에 타지 않는 폐기물이어서 불연성폐기물 배출방법에 따라 버려야 한다. 환경부는 앱을 통해 “배출 방법은 각 지역별로 크게 다르므로 지자체 주민센터 등에 문의하라”고 안내한다.

기본적으로는 전용봉투와 수거구역에 배출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세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은 상당수가 소각되므로 불에 타지 않는 것들은 따로 모으자는 취지다. 깨진유리나 거울, 내열식기나 도자기, 뚝배기, 머그컵, 벽돌이나 화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도자기류 찻잔이나 도자기 또는 유리로 만든 재떨이, 백열전구 등도 분리배출시 불연성 종량제 방법에 따른다.

기자도 최근 머그컵 하나를 깨트려서 그것을 버리기 위해 거주지 구청 자원순환과에 문의했다. 구청 관계자는 ‘특수규격마대’에 넣어서 버려야 한다고 안내했다. 특수규격마대란 뭘까?

특수규격마대는 불연성마대, 또는 불연성종량제봉투, 불연성폐기물봉투라고도 부른다. ‘불연성폐기물 전용마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민센터에서 판매하는 곳도 있고 철물점 등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기자의 거주지를 기준으로 보면 철물점과 생활용품가게, 할인마트와 공판장 등 6곳에서 판매한다. 구청 자원순환과에 문의하니 판매처 주소와 연락처를 문자메시지로 알려줬다. 주민센터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소각장을 운영하는 지자체의 경우 주민센터에서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전용 마대에 담아 배출하려면 한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 작은 사이즈가 20리터 들이여서, 폐기물이 대량으로 배출되는 곳이 아닌 일반 가정집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자가 깨트린 머그잔은 다이소에서 구매한 3,000원짜리 컵인데, 20리터 전용마대 가격은 2,040원이다.

가격만으로 보면 분리배출을 위한 봉투가 버려질 제품값의 66%에 달하는 셈이다. 물론 마대를 한번 구입해 보관하다가 폐기물이 꽉 차면 버리는 방법도 있지만, 깨진 도자기나 유리 등의 폐기물이 자주 나오는 게 아니어서 규격 마대를 사용하면 불편함이 느껴질 수 있다.

판매되는 규격마대 사이즈와 일반 가정집에서 어쩌다 한번 배출되는 깨진 그릇의 부피 사이에는 심리적 거리감이 존재하는 게 사실. 하지만 불에 타지 않는 폐기물은 전용 마대에 담아 배출하는 것이 환경부와 지자체 모두에서 안내하는 공식적인 배출법이다. 기자와 통화했던 구청 관계자도 “사이즈가 작더라도 도자기 그릇 등이 깨진 경우라면 규격 마대에 배출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는 우리나라 쓰레기 순환구조와 관계가 있다. 버려진 쓰레기는 태운 다음 재를 땅에 묻는 경우가 많으므로, 재활용품과는 별개로 불에 타지 않는 폐기물은 따로 처리하기 위함이다. 특히 깨진 그릇이나 유리, 백열전구나 컵 등은 배출과 수거 과정에서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으므로 단단한 재질의 마대에 버리는 것이 더 안전한 것도 사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불연성 폐기물이 제대로 모이고 처리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수열 소장은 “소량으로 발생하는 경우 현실적으로 특수마대보다는 종량제 봉투에 혼합해 배출하는 사례가 많다”고 언급하면서 “형광등이나 건전지의 경우처럼 불연성 폐기물만 따로 모으는 거점을 만드는 등의 대책을 강구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환경적인 효과를 누리기 위해 만들어 정해놓은 규정과, 그것을 현실적으로 실천하는데 따르는 불편함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 있다.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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