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적인 생분해봉투, 제작비 3~4배 들어 비용 이슈 숙제
자연적으로 분해되는데 현실은 소각...실효성 문제도 제기돼
경제성과 실효성 함께 고려한 큰 틀의 대책 마련 필요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열 번째 순서는 유통업계 등에서 요즘 많이들 사용한다는 '생분해 수지'입니다. [편집자 주]

기자가 최근 사용해본 생분해 봉투. 아랫부분에는 “이 쇼핑백은 100% 생분해성 수지로 제작되었으며 폐기 시 스스로 분해되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친환경 제품입니다. 생분해성 봉투는 폐기 시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려주세요”라고 적혀있다.
기자가 최근 사용해본 생분해 봉투. 아랫부분에는 “이 쇼핑백은 100% 생분해성 수지로 제작되었으며 폐기 시 스스로 분해되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친환경 제품입니다. 생분해성 봉투는 폐기 시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려주세요”라고 적혀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지난 4월, 편의점 CU가 플라스틱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기 위해 PLA소재로 만든 친환경 봉투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PLA는 옥수수 등의 식물성 소재에서 추출한 ‘생분해’ 수지라는 설명과 함께였다. 앞서 2월 롯데면세점은 일부 지점에서 ‘생분해’되는 에어캡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단어의 뜻을 유추해보면 자연적으로 분해된다는 의미인데, 생분해는 도대체 뭘 뜻하는걸까.

생분해의 사전적인 의미는 유기물질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현상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환경 중에 방출된 유기물질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쉽게 생각해서 ‘썩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지식백과는 생분해에 대해 “산소의 공급을 필요로 하는 호기성 분해와 필요로 하지 않는 혐기성 분해로 구별한다”고 설명하면서 “전자의 경우 유기물질은 이산화탄소, 물, 암모니아로 분해되고, 후자에서는 저급 지방산으로 분해된 후, 다시 메탄, 이산화탄소로까지 분해된다”고 덧붙였다. 해당백과는 화학용어사전의 정의를 따랐다. 결국 어떤 물체가 자연적으로 썩어 다른 물질로 분해되어 바뀌고 눈에서는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된다는 의미다. 

생분해가 환경분야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두고 저 단어가 자주 쓰여서다. 플라스틱 등은 땅에 묻어도 잘 썩지 않고 불에 태우면 그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발생해 대기를 오염시킨다. 이 환경적인 문제를 줄이고나 미생물에 의해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소재를 가지고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만들자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져왔다. 이런 것들을 ‘생분해성 수지’라고 부른다.

◇ “자연으로 돌아가는 생분해, 일반쓰레기로 버리세요”

환경부에서 제공하는 ‘환경용어 사전’에 따르면 생분해성 수지란 박테리아나 다른 유기 생물체에 의하여 분해될 수 있는 플라스틱을 뜻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에는 두 종류가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재생가능한 원재료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이고, 다른 종류는 생분해를 향상시키는 첨가물이 들어간 석유화학에서 기인한 플라스틱이다. 매립이나 소각에 따른 환경오염이 없어 폐기물부담금 부과제외 대상이다.

신기한 미래기술 얘기가 아니다. 기자도 생분해 봉투를 써봤다. 약국에서 연고와 마스크를 구입했는데 약사가 봉투에 담아주려고 해서 사양했더니 ‘생분해 봉투라서 괜찮다’고 하며 담아줬다. 대웅제약에서 제작한 봉투였다. 봉투 아랫부분에는 “이 쇼핑백은 100% 생분해성 수지로 제작되었으며 폐기 시 스스로 분해되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친환경 제품입니다. 생분해성 봉투는 폐기 시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려주세요”라고 적혀있었다.

봉투를 만져보면 재질이 얇은 느낌이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기존 비닐봉투가 질기고 단단한 느낌이라면 기자가 받은 생분해봉투는 감촉이 달랐다. 봉투를 직접 만져본 편집국 내 다른 기자들도 ‘쉽게 찢어질 것 같다“거나 ”땅에 묻으면 분해된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생분해봉투는 약국에서만 주는 게 아니다. 롯데월드도 최근 어드벤처 내 전 상품점에 친환경 생분해성 쇼핑 봉투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봉투는 토지 매립 시 미생물에 의해 완전히 분해되는 생분해 소재의 비닐 제품으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생분해성 환경표지인증(EL-724)을 취득했다. 롯데는 “이를 통해 연간 약 1.9톤 가량의 온실가스 저감 발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올해 하반기부터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사용한 '아리수' 물병을 시범 생산한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시가 올해 하반기부터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사용한 '아리수' 물병을 시범 생산한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환경적인 생분해봉투, 제작비 3~4배 들어 비용 이슈 숙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생분해봉투를 왜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을까? 문제가 있다. 비용이다. 인류가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해서다. 사실 플라스틱 사용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슈가 아니다. 약 60년 전인 1962년 11월 2일자 경향신문에도 ‘21세기는 플라스틱시대’라는 기사가 실렸다. 오랫동안 많이 사용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상업적인 효율성 때문이다.

효율성 이면에 환경 문제가 제기되면서 그 동안 많은 시도들이 있었다. 일회용 비닐봉투 무상제공을 금지하거나 종량제 봉투를 생분해 봉투로의 교체를 검토하기도 했다. 생분해봉투가 보관중 자연분해가 진행돼 품질이 떨어지거나 제작비 자체가 비싸서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과거 사례를 보자. 한국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KPTI) 표준인증본부 관계자는 지난 2018년 그린포스트코리아 취재에 응하면서 “생분해성 종량제 봉투는 재질 특성상 땅속 매립 때 6개월 이내에 완전히 분해되지만 이러한 특징 때문에 장기간 보관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이를 보관하는 봉투를 제작하고 제습제를 넣어 판매할까 그런 고민까지 했다. 그런데 그 포장용 봉투를 일반 비닐로 제작해야 해서 친환경이란 기존 취지와 달라진다는 결론을 냈다”고 전했다. 여기에 비용 문제까지 있으니 ‘효율성’이 숙제로 남은 것.

최근에도 바로 이 가성비가 문제로 지적됐다.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제주농업기술센터가 올 3월부터 7월까지 생분해성 멀칭 비닐을 이용해 단호박 재배시 생육과 수량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 시험했다. 그 결과 생분해성 멀칭비닐이 농촌의 환경을 개선시키고 품질이나 생산성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이 때도 ‘생분해성 비닐이 일반 비닐에 비해 3배 정도 비싸 경제성이 떨어지므로 농가의 가격부담이 높다’는 점이 과제로 지적됐다.
 
◇ 자연적으로 분해되는데 현실은 소각...실효성 문제도 제기

일각에서는 생분해의 효율성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서울시가 아리수 용기를 생분해성 페트병으로 바꾼다고 발표하자 환경단체 등에서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환경단체가 지적하는 문제를 요약하면 이렇다. 생분해는 땅에 묻으면 자연적으로 처리돼 퇴비화하거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취지인데, 대부분 생활폐기물은 쓰레기를 태운다음 그 재를 땅에 묻는 방식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허승은 녹색연합 활동가는, 지난 6월 아리수 관련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 “조사결과 일반쓰레기의 경우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2개가 소각 후 그 잔재물을 매립한다”며 “생분해성 소재가 제 역할을 하려면, 예를 들어 58도 온도에서 6개월 이상 퇴비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지금의 쓰레기처리 구조상 맞지 않으니 이를 사용하기 위해선 처리구조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자가 앞서 언급한 생분해봉투에도 ‘폐기 시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려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하지만 자연적으로 분해되기 전에 소각장에서 태워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다만, 생분해봉투는 소각시 유해물질이 덜 배출된다고 알려져 있다.
 
쌓여가는 플라스틱과 비닐은 환경적으로 큰 문제다. 사용량이 많은데 썩지 않고 태우기 어려워서다. 잘 썩는 수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3배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 비용이 들더라도 환경적인 면을 고려해 사용량을 크게 들리자니 실효성 숙제도 있다. 생분해 수지를 둘러싼 고차방정식이다. 경제성과 실효성을 함께 고려한 큰 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