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 활용해 ‘환경 마케팅’ 나선 국내 주요 기업들
‘내 고향 남극에서는...’ 펭귄에 주목한 마케팅 키워드
마케팅 키워드로 주목받는 필(必)환경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환경’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기사가 1,128만건 이상 쏟아집니다. 인기 K-POP그룹 BTS와 방탄소년단 단어로 총 61만건, ‘대통령’ 키워드로 910만건의 기사가 검색(7월 13일 기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 문제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매주 1회씩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열 다섯번째 주제는 1년 가까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자이언트 펭귄, 펭수입니다. [편집자 주]

이마트가 선보인 펭수 콜라보 구니백 (이마트 제공) 2020.3.30/그린포스트코리아
펭수의 인기가 1년 가까이 식을 줄 모른다. 그런 가운데 여러 기업에서 펭수를 환경 마케팅 소재로 삼는다. ‘남극에 살던 자이언트펭귄’이라는 설정에서 착안한 시도다. 사진은 이마트가 선보인 펭수 콜라보 구니백. (이마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펭수의 인기가 1년 가까이 식을 줄 모른다. 그런 가운데 여러 기업에서 펭수를 환경 마케팅 소재로 삼는다. ‘남극에 살던 자이언트펭귄’이라는 설정에서 착안한 시도다. 펭수를 통해 기후변화와 위기 키워드를 살펴본다.

펭수는 2019년 EBS에서 제작한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의 마스코트 캐릭터로 남극에서 온 펭귄이다. EBS연습생, 크리에이터가 되는 게 꿈이며 꿈을 위해 남극에서 우리나라까지 헤엄쳐 왔다가 2019년 4월 인천 앞바다에 상륙해 택시를 타고 EBS에서 오디션을 봤다(는 설정이다).

펭수는 지난해 가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해 방송과 브랜드를 넘나들며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귀여운 외모로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개그 컨셉트와 유머코드로 성인 소비자의 마음까지 함께 잡았다.

지난해 11월 펭수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출시됐는데 하루만에 10대, 20대, 30대 전체 인기순위 1위를 기록했고 40대에서도 3위를 기록했다. 지난 연말에는 방탄소년단을 제치고 올해의 인물 1위에 올랐으며 영국 공영방송 BBC에 보도까지 됐다. ‘펭수의 시대’라는 책도 출간됐다. 책은 ‘펭수 신드롬 이면에 숨겨진 세대와 시대변화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왔다.

펭수는 지상파 방송 3사 모두로부터 러브콜을 받았고 라디오 방송과 패션잡지 화보, 팬 사인회까지 진행했다. 소비자들은 펭수의 세계관에도 열광했다. 부설 극지연구소에서 유튜브 댓글로 남극에 가자는 제안을 했는데, 네티즌과 펭수 팬들은 “가족을 만나야한다”는 의견과 “가면 안 된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놓기도 했다. 평론가 김헌식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펭수 속에 사람이 있다는 걸 모두 알지만, 다들 그걸 모르는 척 하면서 캐릭터 자체로 소비하며 즐긴다”고 진단했다.

◇ 펭수 활용해 ‘환경마케팅’ 나선 국내 주요 기업들

펭수와 환경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남극에서 온 펭귄이라는 설정에 우선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극은 빙하가 녹아내린다는 이유로 기후변화와 매우 밀접한 키워드를 가진 곳이다. 실제로 펭귄은 북극곰과 더불어 환경 관련 기사에 단골로 이름을 올리는 동물 중 하나다. JTBC는 지난 2월 11일자 기사에서 기후변화로 펭귄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든다는 뉴스를 보도하면서 ‘사라지는 펭수의 친구들’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기업들은 인기 캐릭터 펭수를 활용해 환경 관련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제주항공은 홍보모델 펭수를 테마로 한 모형비행기와 기획상품을 출시하면서 제품 포장시 내부 고정용 박스를 종이로 제작했다. 박스 인쇄도 친환경 콩기름을 사용했다. 이와 더불어 굿즈 판매금액 일부는 제주도 자연환경보호를 위해 기부한다.

이마트는 지난 4월 펭수 캐릭터가 그려진 대여용 장바구니를 선보였다. 당시 이마트는 “2030세대 젊은 고객층을 확보하는 한편, 친환경 장바구니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펭수 콜라보 장바구니를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동원F&B는 펭수와 함께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튜게더(Tugether)' 캠페인을 진행했다. 네이버 해피빈과 연계해 '펭수 에코키트' 판매 수익금 전액을 NGO 환경단체 2곳에 기부하는 소셜 펀딩으로 진행됐다. 개인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보호 활동을 펭수참치와 함께 찍어 인증하는 인스타그램 이벤트를 증정하는가 하면 네이버 해피빈 페이지에서 환경보호 실천 다짐을 댓글로 남기는 등의 활동으로 펭수콩을 지급받고, 이를 지구온난화 방지 모금에 기부하는 활동도 진행했다.

락앤락은 펭수 물병 시리즈를 출시했다. 당시 락앤락은 “환경호르몬 의심 물질인 비스페놀A 우려 없는 트라이탄 소재로 만들어져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고, 유리처럼 투명하면서 가볍고 튼튼해 언제 어디서든 챙겨 다니기 유용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경호르몬 의심 물질인 비스페놀A 우려 없는 트라이탄 소재로 만들어져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고, 유리처럼 투명하면서 가볍고 튼튼해 언제 어디서든 챙겨 다니기 유용하다”고 밝혔다. 베스킨라빈스도 펭수 디자인 리유저블컵을 출시했다.

LG생활건강은 섬유 유연제 브랜드 모델로 펭수를 발탁하면서 섬유유연제 속 향기캡슐의 미세플라스틱문제와 이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거론했다. TV 광고에서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섬유 유연제 속 향기 캡슐이 퇴출돼야 한다’는 내용을 펭수를 통해 설명하기도 했다.

한국동서발전은 옥외광고·SNS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펭수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홍보콘텐츠를 제공했다. 이와 더불어 카드뉴스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콘텐츠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했으며 또 펭수가 추구하는 가치가 친환경·지구온난화 방지라는 점을 살려 펭수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도 제작했다.

한국동서발전이 인기 크리에이터 펭수와 손 잡고 신재생에너지 소통에 나선다. (한국동서발전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동서발전도 지난 3월 펭수와 손 잡고 신재생에너지 소통에 나선 바 있다. (한국동서발전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마케팅 시장에서 주목받는 필(必)환경 키워드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친환경 마케팅이 활발하다는 것은 소비시장에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마케팅시장에서는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키워드가 주목받은 지 오래다.

필환경은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등이 저서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과거에는 환경을 고려한 소비가 자신의 개성과 윤리의식을 드러내거나, ‘강제할 수는 없어도 실천하면 좋은 것’이었지만 지금은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는 의미다.

트렌드코리아는 리사이클과 업사이클, 제로웨이스트 등이 주목 받으면서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함께 기업들의 친환경 캠페인 역시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상품이 신선한 상태인지, 언제 배송됐는지에만 주력했으나 요즘은 포장재의 환경적 영향을 고려하는 것 등이 필환경 사례다. 

실제로 동원F&B와 펭수가 튜게더 캠페인을 진행하던 당시 동원F&B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어업과 필(必)환경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펭수와 함게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게 돼 의미가 깊다"면서 "펭수와의 인연을 단순한 콜라보 신제품 출시에 그치지 않고 이번 튜게더 캠페인을 비롯해 향후 다양한 활동으로 가치를 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락앤락 관계자도 언론인터뷰를 통해 “남극에서 온 펭귄인 ‘펭수’ 캐릭터의 특징이 환경보호 이미지와 자연스레 연결되면서 환경 실천을 독려하는 메시지가 한층 효율적으로 전달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환경의 날을 기념해 락앤락 공식 인스타그램 채널에서 한정판 펭수 스티커 등을 증정하는 4행시 이벤트를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 높아진 영향력 때문일까...환경 관련 지적도 일부 제기

인지도가 높이지고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 펭수가 환경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반대로 펭수에게 환경 관련 지적을 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환경단체가 펭수의 집(숙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사례가 있었다. 사연은 이렇다. 펭수의 고향인 남극은 지구온난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펭수에게 집을 협찬한 기업이 온실가스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곳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연말 환경운동연합은 ‘남극의 파괴자 포스코는 펭수를 기만하지 마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남극 파괴기업이 협찬한 방송에 펭수가 이용당한 것에 대해 EBS가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높고, 강원도 삼척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는 기업이므로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최근 광안리 해수욕장에 설치된 펭수 조형물도 이슈였다. 부산 수영구는 광안리 해수욕장에 펭수존을 운영한다. 높이 4m의 슈퍼 자이언트 펭수, 일광욕하는 펭수, 물놀이 하는 펭수 등 바캉스를 즐기는 펭수 디자인 6종을 설치한다. 특히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높이 1.3m의 펭수도 선보였다. 민락수변공원 원형광장 인근에는 여름철 넘쳐 나는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2m 크기 '환경 지킴이' 펭수 조형물이 설치된다.

이를 두고 펭수의 높은 인기가 ‘거리두기’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쓰레기를 줄이자면서 대형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아쉽다는 의견도 들렸다. 채널A는 “펭수 포토존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면서 거리두기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부산에 오래 살았다는 한 소비자는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와 대형 조형물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광안리 해수욕장에 놓인 펭수 조형물은 최근 폭우에 쓰러졌다가 다시 복구된 바 있다.

남극과 펭귄이라는 키워드, 높은 인지도와 인기, 산업계 전반에 걸쳐 꾸준히 늘어나는 필환경 트렌드가 모여 펭수와 얽힌 다양한 환경관련 뉴스를 만들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앞으로 소비시장에서 큰 주목을 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트렌드 키워드와 환경의 교집합 찾기에 기업들도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LG생활건강은 ‘샤프란 아우라’의 신규 모델로 ‘펭수’를 발탁했다. (LG생활건강 제공) 2020.1.21/그린포스트코리아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친환경 마케팅이 활발하다는 것은 소비시장에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마케팅시장에서는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키워드가 주목받은 지 오래다. 사진은 LG생활건강이 '샤프란 아우라' 모델로 펭수를 발탁했을 당시의 이미지. (LG생활건강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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