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공급하는 동물...기계나 물건이 아니라 ‘생명’이다”
“욕심이 동물을 공장으로 보냈고,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왔다”
“공장식 축산...동물 학대하면서 바이러스도 키울 수 있는 곳”

다들 환경에 대해 말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를 덜 버리며 에코소비를 하자고 주장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제는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시대’라는 얘기도 들린다.

머리로는 다들 안다. 생각은 많이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말로 환경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귀찮은 게 싫어서, 마음은 있는데 이게 편해서,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왠지 피부로 안 와닿아서 그냥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사는 사람도 많을 터다.

환경이 먼 나라 바깥세상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나와 내 가족의 이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내가 먼저 변해야 세상이 바뀐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환경은 ‘어쩌다 한번 떠올리고 가끔 생각날 때만 실천하는 선행’이 아니다. 생존의 문제고 오늘의 숙제다. 밥벌이의 고단함에 뼈가 저려도, 지금 당장 지구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는 ‘환경人’들을 만나본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들을 직접 실천한 환경 선구자들과의 대화록이다. [편집자주]

정부가 발표한 이른바 ‘그린뉴딜’ 정책에 대해 채식 관련 시민단체에서 “축산업과 육류산업에 대한 대책이 빠져 아쉽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진은 '비건세상을 위한 시민모임'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가면을 쓴 채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모습.  (박광신 편집국장 2020.07.17)/그린포스트코리아
'채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건강상의 이유나 종교적인 이유, 또는 윤리적이거나 환경적인 이유로 육식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채식연합 대표이자 비건세상을 위한 시민모임 이원복 대표도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이 대표는 31년째 비건 식단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왜 고기를 먹지 않는걸까. 사진은 지난 7월 17일, 비시모 회원들이 "그린뉴딜 정책에 축산업과 육류산업에 대한 대책이 빠져있다"고 주장하며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모습(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지난 주, 기자는 중복을 맞아 삼계탕을 먹었다. 살이 포동포동하게 오른 닭 한 마리와 진한 국물을 싹 비우니 왠지 힘이 솟고 몸도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문득 며칠 전에 읽은 기사가 하나 생각났다. ‘닭의 수명은 10년 정도 되는데, 삼계탕 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태어난지 한 달 정도 된 닭을 도축한다’는 내용이었다. 비좁은 닭장에서 태어나 주어진 생명의 100분 1도 채 살지 못한 채 목숨을 잃은 닭의 삶에 대해 생각해봤다. 기자의 인생과 닭의 인생을 저울에 달아보면 그 무게는 과연 같을까 아니면 다를까.

위와 같은 이유로 31년째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원복씨다. 그는 한국채식연합 대표이자 비건세상을 위한 시민모임(비시모) 대표다. 이 단체들은 채식 관련 시민운동가들의 모임인데, 대표인 이씨는 20대 시절부터 고기를 먹지 않았다. 어느 날, 식탁에 올라온 고기를 보고 있다가 기자와 비슷한 생각을 했단다. 그 후로부터 그의 삶은 크게 변했다.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윤리적으로, 그리고 환경적으로 지구에 이로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채식은 정말로 지구에 나쁜 영향을 덜 미칠까? 채소와 곡식, 과일만 먹고도 인간은 건강할까? 요즘 그린뉴딜이 화두인데 고기를 먹는 것과 그린뉴딜 사이에도 관계가 있을까? 세 가지 궁금증을 가지고 이원복씨와 대화를 나눴다. 그 대화록을 그대로 옮긴다.

31년 전, 20대 시절부터 비건이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식탁에 올라온 고기를 보고, ‘동물의 고통을 외면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셨다고요. 육식을 멀리하기 시작하던 당시, 20대 이원복 대표의 머릿속에 처음 들었던 생각들이 뭐였는지 궁금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든 생각이었어요. 친구들이랑 밥 먹는데 식탁에 고기가 올라왔고 그 모습을 보는데 왠지 먹기 싫어지고 불편해지더군요. 식탁에 고기가 올라오려면 동물을 도축해야 하는데, 그 동물도 우리처럼 고통이나 행복을 느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순간적인 나의 입맛을 위해 동물을 죽인다는데 부담이 생겼어요. 그래서 채식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시절은 채식 관련 정보를 찾기가 어려운 시대였어요. 인터넷이 없었고 채식이 지금처럼 사회적인 관심과 이슈를 불러 일으킨 적도 없으니까요. 무작정 학교 도서관에 가서 영양학 책을 들여다 봤습니다. 채식을 하면 영양 결핍이 생길 수 있다는 염려를 저도 했거든요. 책을 여러권 읽고 나니까 채식으로도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결심을 굳혔습니다.

저도 육식을 줄이고 채소와 과일 위주의 식단을 짜보려는 노력을 해보지만, 여러 이유로 잘 안 됩니다. 고기 섭취를 줄이는데 그치지 않고 완전한 채식을 시도할 수 있었던 힘이나, 반드시 그래야만 했던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국사회에서 비건 채식을 실천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걸 3개월도 아니고 3년도 아니고 30년 넘게 실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뭔지 저 스스로도 많이 생각해봤어요. 처음 시작한 계기가 ‘생명에 대한 존중’ ‘동물의 권리’에 대한 마음과 그에 입각한 철학적인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건강이나 다이어트를 위해서라면 이렇게까지 오래 못했을 것 같아요. 제 나름의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이유로 동기부여를 했고 지금은 채식의 여러 가지 좋은 점. 건강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그 실천을 무리없이 유지할 수 있겠죠.

그때는 아무래도 채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던 시절이겠지요. 이래저래 불편하고 곤란한 일들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우선, 주위 시선은 어땠나요

1980년대 중후반인데, 채식이라는 말 자체를 꺼내기가 어렵고 단어 자체도 낯선 시대였어요. 누군가에게 얘기해도 아무도 이해를 못했죠. 채식 하고 싶다고 말하면 무슨 광신교 집단에 빠진 것처럼 쳐다보는 시선도 있었어요, 고기 안 먹으면 배곯고 죽는 줄 알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당시 제 성격도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스타일이었고, 나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더욱 힘들었던 것 같아요.

채식을 하면 배가 금방 고파진다, 영양소 균형 맞추기가 어렵다,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쓴다...이런 주장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반적인 견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채식에 대해 몰라서 하는 얘기입니다. 단백질이나 필수 아미노산 같은 영양소들을 채식 식단만으로 충분히 섭취할 수 있어요. 윤리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채식을 하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에요. 건강한 생활이 충분히 가능하고, 또 좋은 식단이라고 자부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여쭤보면 어떨까요. 31년차 비건인 선생님의 현재 건강은, 육식을 즐기는 또래 지인들과 비교해 어떻다고 보시는지요.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처럼 서구화된 식습관이나 기름진 고기 위주의 식단과 관련 있는 질병이 많잖아요. 그런 면에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아요.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싼 정밀 검진을 받아봐도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어요. 제 또래들은 한두가지 병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감기나 소소한 아픔이 없었고 요즘도 주위 사람들보다 건강하다고 자부합니다. 제 친구들도 ‘하루아침에 고기 끊기는 어렵지만 줄여야겠다’고 많이들 얘기해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에 뭘 드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최근에는 외식을 어디서 하셨는지도 궁금하고요. 채식하는 사람들은 어떤 요리를 많이 먹는지, 식당에서는 뭘 선택하는지 궁금해서요.

사람들은 흔히 채식이라면 특별한 요리법이나 남다른 식단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닙니다. 일반 식사 메뉴에서 고기만 빼면 돼요. 요즘 즐겨 먹는건 비빔밥에 된장찌개 살짝 넣어서 먹고 외식할때는 콩국수 많이 먹어요. 일반 식당에서도 고기나 계란 빼달라고 하면 되고요. 흔히 먹는 식단에서 고기만 없는 메뉴라고 생각하면 돼요. 중국집에 가면 짬뽕도 기존 육수 말고 맹물에 채수 내서 해주는 경우가 있고요 채식간짜장이나 버섯탕수육 같은 채식 메뉴가 많습니다.

이원복씨는 20대 시절부터 30년 넘게 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는 "인류에게 고기를 공급하는 동물이 마치 기계나 물건처럼 취급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원복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이원복씨는 20대 시절부터 30년 넘게 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는 "인류에게 고기를 공급하는 동물이 마치 기계나 물건처럼 취급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원복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고기 공급하는 동물...기계나 물건이 아니라 ‘생명’이다”

기자의 경우, ‘오늘 고기 먹자’는 말은 배부른 식사나 영양소로서의 단백질 섭취를 의미하기 보다는 ‘저녁에 만나 신나게 놀자’는 의미다. 모처럼 만나서 신나게 수다 떨자는 뜻이고, 삼겹살 구워 소주 한 잔 하자는 건, 고기 자체가 만남의 목적이라기 보다는 만남을 흥미롭게 하기 위한 하나의 소재라고 봐도 좋다. 이런 과정을 이원복씨는 어떻게 생각할까.
 

‘고기를 먹는다’는 말의 맥락을 떠올려보면, 식사나 영양소 섭취보다는 ‘유희’ 또는 ‘술안주’로서의 느낌이 들 때도 많습니다. 선생님은 (채식주의자들 말고) 일반인들의 고기 섭취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우리나라 식당은 거의 대부분 고기를 파는 곳입니다. 역사를 보면 우리나라가 그렇게 고기를 많이 먹은 민족이 아니에요. 삼국시대때는 불교국가여서 육식을 금지한 사례도 있고 고려시대에도 육식보다는 채식을 많이 먹었던 민족이었죠. 최근에도 1960년대와 비교하면 고기 섭취가 10배 이상 늘었습니다. 고기를 먹지 말자는 게 아니라 좀 줄이자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윤리적인 문제도 있지만 코로나19 같은 신종 바이러스도 공장식 축산이나 육식 습관과 관련이 있거든요. ‘육식은 위험할 수 있다’는게 제 입장이에요.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보통 4가지 동기 중 하나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다이어트나 건강 유지 같은 실용적인 동기, 동물권이나 다른 종에 대한 차별 등에 관심갖는 윤리적인 동기, 그리고 축산업이 기후변화의 원인 중 하나라는 환경적인 동기, 마지막으로는 종교적인 이유겠지요. 채식운동을 함께하는 주위 분들의 경우 어떤 분들이 많은가요.

연령별로, 또 환경이나 시대적으로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중장년층은 건강이나 질병 등 실용적인 동기로 채식에 관심갖는 분이 많고 10~20대 청년층은 윤리적인 동기가 많죠, 반려동물과 같이 생활하면서 동물과의 교감이나 소통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동물권에 대한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고, 요즘은 윤리적인 소비나 환경적인 행동에 대해 관심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어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윤리적인 문제와 환경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을 주로 여쭙고자 합니다. 얼마 전 초복과 중복이었죠. 삼계탕과 치킨이 많이 팔렸겠고요, 현재 우리나라에 1억 2천만 마리의 닭이 사육되고 있는데, 이런 닭들이 어떤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고 보시나요.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최근 늘어나고는 있어요. 관련 인증제도 역시 도입됐고요. 하지만 여전히 동물복지로 길러지는 비율은 5%정도고 나머지 95%는 이른바 ‘공장식 축산’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동물이 하나의 생물이 아니라 고기나 소세지의 원료, 알 낳는 물건처럼 취급받는 현실이죠. 생명이 아니라 기계나 물건으로 전락한 동물들이 고통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예를 들어 닭은 산란계와 육계가 있는데 육계는 3~4주면 도축되서 팔려나갑니다. 3주면 사실 닭이라기 보다는 몸집이 큰 병아리에 해당하는데 자연수명에 비하면 너무 짧게 사는거죠

알 낳는 닭들이 살아가는 환경도 매우 열악한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요.

산란계는 3~4년 동안 가로세로 60-40센티 정도 케이지에 3~4마리가 살아요. A4용지 크기가 닭 한 마리 삶의 공간입니다. 겹겹이 쌓인 케이지에 닭들이 꽉 차서 날개를 펼 수도 없는 상태로 수년동안 알만 낳아요. 사람으로 따지면 공중전화 부스에 몇 명을 가둬놓고 평생 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얼마나 고통스럽고 끔찍한 일입니까. 싼 값에 많이 먹으려는 욕심에 동물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현실이라고 봅니다.

저는 돼지와 닭들이 정육점에 인간 고기를 부위별로 진열해놓고 파는 내용의 현대미술작품을 본 적이 있습니다. 큰 충격이었는데요, 공장식 축산에 대한 윤리적·철학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겠지요.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신가요.

우리가 머리로는 알면서도 놓치는 사실 하나가 있어요. 인간 역시 동물의 한 종입니다. 말하자면 동물 인간이 비인간 동물을 착취하고 살육하고 식용하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상대도 고통과 행복을 느끼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음식이 아니라 생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기를 먹더라도 차츰차츰 조금씩 줄이고, 그 고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올라오는지는 한번 정도 고민해보면 좋겠어요. ‘식탐’ 때문에 그것을 못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욕심이 동물을 공장으로 내몰고, 그 결과가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왔다”

고기를 얼마나 먹느냐는 건 각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달린 문제다. 사람들이 채식주의자에게 육식을 강요할 수 없듯, 채식주의자 역시 사람들에게 육식을 하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채식을 바탕으로 시민운동을 하는 이원복씨도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채식을 권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는 ‘육식 이면에 비윤리적인 부분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그 부분을 다른 사람들도 한번 쯤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말한다. ‘인간과 자본의 욕심이 동물을 공장으로 내몰고, 그 결과가 사회적인 비용으로 인간에게 되돌아온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결국 인간의 탐욕이 문제라는 지적처럼 들리는데요. 소비하는 과정에서 가성비를 생각해야겠지만 다른 가치에도 눈을 돌려보자는 권고로 들리기도 하고요.

더 많은 고기를 지금보다 더 싸게 먹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 또는 자본의 욕심이 우리와 같은 동물을 공장으로 내몰았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가 사회적인 비용이 되어서 다시 인간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효율성을 따지는 것은 이해하지만, 한편으로는 요즘 유행하는 바이러스들이 왜 자꾸 변종되고 변이되어 인간에게 왔느냐를 생각해보면 이런 생각은 더욱 깊어져요.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된다고 한들, 바이러스가 또 변종을 일으키면 그때는 다시 원점 아닐까요?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채식을 고집하지는 않았지만, 고기든 곡식이든 자연으로부터 꼭 필요한 만큼만 얻었다고 하더군요. 도시가 아닌 자연에서 살던 과거의 인류들이 대개 그랬겠지요. ‘인간이라는 종과 또 다른 종의 평등’ 같은 개념으로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과 동물의 좋은 관계’란 어떤 것이라고 보시나요.

사람들이 인종이나 신분 또는 성별을 가지고 남을 차별하거나 억압했던 시대가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게 잘못된 행동이라고 인식하고 바꿔왔죠. 인류가 그런 차별을 뛰어넘는 과정이라고 본다면, 그 과정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바로 종 차별입니다. 다른 종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는 시선이 종 차별인데, 거기서 벗어나는 게 필요하죠. 억압하고 착취하고 먹고 먹히는 관계가 아니고 서로 존중하고 상생하는 평화로운 관계가 인간과 다른 동물의 좋은 관계입니다.

육식의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 꼭 이렇게 반론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식물도 고통을 느낀다’ ‘고기 없이 채소랑 과일만 많이 먹으면 그것도 자연파괴 아니냐?’하는 주장인데요. 이런 반론에 대해서는 어떤 답을 하시겠습니까.

두 가지 얘기를 하고 싶어요. 식물도 고통을 느낀다는 것은 하나의 학설이지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증명된 진리는 아직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물을 꼬챙이로 찌르면 어떤가요. 그 직관적인 차이를 우선 얘기하고 싶어요. 두 번째로 정말 식물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분이라면 더욱 채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1Kg의 소고기를 얻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료를 포함한 식물이 필요하거든요. 소를 키우는 공간을 얻기 위해서, 사료를 재배하기 위해서 열대우림 나무를 더 많이 잘라내고 불태워야합니다. 어떤 것이 식물에게 영향을 덜 미치는지 생각해보세요.

채식 뉴스 댓글을 읽어보면 “육식을 하는 나는 비윤리적이라는 얘기냐”라는 반응도 종종 보입니다. 결국 모든 사람이 전부 다 채식을 할 수는 없고, 식습관을 서로에게 강요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비자들에게 채식과 육식의 균형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나도 한때는 고기를 먹었고 고기 좋아하는 분들이 그런 불쾌함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내가 모른다는 이유로 모든 책임에서 면제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식탁에 올라온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건강하고 올바른 식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각자의 기준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물론 모두에게 채식을 강요할 수는 없어요. 다만 다만 비윤리적인 것을 조금씩 덜어내고 몸에 좋은 걸 많이 먹는 문화로 바꿔 나가는게 좋겠다는 생각은 늘 해봅니다.

산란계는 3~4년 동안 가로세로 60-40센티 정도 케이지에 3~4마리가 산다. A4용지 크기가 닭 한 마리 삶의 공간입니다. 겹겹이 쌓인 케이지에 닭들이 꽉 차서 날개를 펼 수도 없는 상태로 수년동안 알만 낳는다. 값싼 닭고기와 달걀을 얻기 위해 이런 과정을 거쳐도 좋으냐는 질문을 이원복씨는 던진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산란계는 3~4년 동안 가로세로 60-40센티 정도 케이지에 3~4마리가 산다. A4용지 크기가 닭 한 마리 삶의 공간입니다. 겹겹이 쌓인 케이지에 닭들이 꽉 차서 날개를 펼 수도 없는 상태로 수년동안 알만 낳는다. 값싼 닭고기와 달걀을 얻기 위해 이런 과정을 거쳐도 좋으냐는 질문을 이원복씨는 던진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공장식 축산, 동물 학대하면서 바이러스도 키울 수 있는 곳”

공장식 축산에 대해 제기하는 문제는 윤리적인 이슈에만 그치지 않는다. 많은 동물을 사육하면서 그들을 위한 공간과 그들을 먹일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벌목해야 한다. 동물들이 내뿜는 메탄가스가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원복씨는 "그린뉴딜 정책에서도 축산업에 대한 대책과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축들이 매우 좁은 공간에 갇혀 사육당하다 도살되고, 그런 과정에서 고기를 얻는 활동이 사람의 건강에도, 지구의 환경에도 좋지 않다’ 이런 문제의식인데요. 환경을 생각해보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예상할 수 있을까요.

공장식 축산이 거대한 동물학대 공장이라고 얘기했지만, 한편으로는 위험한 바이러스의 공장이자 창고일 수도 있습니다. 조류인플루엔자가 처음에 저병원성으로 시작했다가 변종을 일으켜 고병원성으로 바뀌어 사람에게 감염된 것처럼 말이죠. 가축을 사육하기 위한 방목지로 쓰거나 사료로 쓰일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자꾸 없애면 온실가스나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겠죠.

소가 배출하는 메탄가스 문제를 언론에서도 많이 다룬 것으로 기억합니다. 도시 사람들이 소를 직접 보는 경우가 적어서 이 문제를 피부로 느끼기는 좀 어려운 것 같은데요. ‘비시모’ 등을 통해 축산업의 기후 영향이 교통수단의 그것과 비슷하거나 더 많다고도 주장하신 바 있습니다. 그 얘기를 좀 들려주시죠.

해외 단체 월드워치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13%가 교통분야에서 발생하고 51%가 축산업과 육류산업에서 발생한다고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가축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가 기후에 영향을 축산업 등을 위해 수분 만에 축구장만한 열대우림이 사라져요. 매년 우리나라 크기만한 열대우림이 사라지는데 이 과정에서 기후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큽니다.

요즘 ‘그린뉴딜’ 키워드가 여러 곳에 많이 등장합니다. 환경과 경제의 교집합을 찾아 효율적인 발전을 꾀하지는 취지일텐데요, 채식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그린뉴딜에 축산업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아쉬우실 것 같습니다.

정부가 거액의 예산을 들여 그린뉴딜을 추진하고 미래차 육성이나 에너지전환 등에 관한 계획을 밝혔죠. 하지만 수박겉핧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린산업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근본적으로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비건을 포함한 채식이 그린산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축산업이나 육류산업이 레드산업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죠. 환경운동가들이 범하는 실수 중의 하나도 에너지를 아끼는 문제에는 관심이 많으면서 식탁 위 먹거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잘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아요. 환경단체든 정부든, 그린산업을 육성하고 레드산업을 줄이는 과정에서 이 문제를 좀 더 염두에 두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식음료 기업에서도 대체육이나 채식 관련 메뉴를 많이 내는 것 같습니다. 채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었다는 증거로도 보이는데요, 이런 경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긍정적으로 봅니다. 국내 식료품업계나 화장품업계가 비건 제품들 많이 출시하고 있어요. 소비자들도 가치있고 윤리적인 소비를 더 많이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좀 더 ‘비건 프렌들리’한 시대가 되면 좋겠어요.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로 나가는 경로라고 나는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채식에 대한 관심이 늘고 채식 인구가 늘어나고 있어요.

반면 학교나 군대의 급식 등에서는 여전히 채식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가 많습니다. 고기를 안 먹는 이유, 또는 먹을 수 없는 나름의 절박한 이유가 있으니 그 선택권을 달라는 목소리인데요, 해외의 학교나 군대에서는 어떤지 혹시 알고 계신가요

유럽이나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급식에서의 채식 선택권이 많이 보장돼요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심지어 교도소 재소자가 채식을 요구하면 제공하는 곳도 있고 있다더군요. 군인들 역시 ‘베지테리언 밀’을 식당뿐만 아니라 전투비상식량에도 보급하고 있어요. 국내에서도 일부 지자체게 주 1회 채식급식을 하는 등 여러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데, 채식선택권이 하나의 기본적인 권리로 인정받으면 좋겠어요.

채식을 ‘유별난 것’으로 보지 말고 하나의 취향으로 인정해주거나, 윤리적 또는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한 ‘괜찮은 선택’으로 보는 시선을 원하실 것 같습니다. 채식 관련 시민운동을 통해서 선생님과 주위 분들이 이루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는 우유나 달걀도 먹지 않는 완전한 채식주의자인데요, 30여년 동안 채식을 해오면서 느낀 것은 바로 채식이 너무 좋다는 겁니다. 몸에 좋은 단계를 넘어서 실천을 고려할 대상이 됐다는 느낌도 들고요. 누군가에게 채식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채식이 주는 좋은점이 매우 많다는 점, 그리고 지금보다 조금 더 비건 프렌들리한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비건 페스티벌은 동물과 환경을 보호하고 기후변화 위기에서 지구의 모든 생명을 지키고 평화 속에 공존하자는 주제를 전할 예정이다. (사진 서울시 제공)
채식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은 육식을 줄이는 것이 동물과 환경을 보호하고 기후변화 위기에서 인류를 지키는 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지난해 열렸던 비건 페스티벌 모습 (서울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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