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경쟁하며, 때로는 소송도 불사..달라진 LG 행보
사업·인사도 모두 과감...‘인화’ 중시 재계 신사 달라졌다
1978년생, 43살 회장님 구광모식 뉴 리더십 영향
“과감한 도전과 새로운 시도”...달라진 경향, 향후 전략은?

LG가 과거보다 더 빨라지고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평가가 많다. 사진은 구광모 LG 대표가 LG전자 서초 R&D 캠퍼스 내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출시 예정 제품들의 디자인을 직접 살펴보는 모습. (LG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LG가 과거보다 더 빨라지고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평가가 많다. 사진은 구광모 LG 대표가 LG전자 서초 R&D 캠퍼스 내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출시 예정 제품들의 디자인을 직접 살펴보는 모습. (LG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LG가 달라졌다. 과거보다 더 독해지고 속도가 빨라졌다는 평가다. 언론 등에서는 구광모식 리더십에 대해 표현하며 ‘싸움닭’이라는 별명도 붙인다. 구광모 대표가 싸움닭이라는 의미일까? 대표 취임 후 LG의 행보를 돌아보자.

최근의 사례를 한번 짚어보자. LG전자는 삼성전자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른바 ‘TV 전쟁’을 벌여왔다. 양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나란히 상대를 신고하면서 치열하게 맞붙었다. 양사가 최근 각각 신고를 취하해 공정위가 심사절차를 종료했으나 ‘휴전’인지 아니면 ‘종전’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앞서 LG전자는 “삼성전자 QLED TV는 LED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 TV인데도 QLED라는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허위·과장광고를 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올레드 TV광고에서 QLED TV를 객관적 근거없이 비방한다”며 역시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양사는 지난해 8K TV를 두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LG전자가 “삼성 TV는 진짜 8K가 아니다”며 선제공격을 날렸다. 주요기업들이 상대 기업에 대해 공식적으로 비판적 표현을 할 때는 주로 ‘경쟁사’라는 단어를 쓰며 에둘러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공식석상에서 다른 기업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당시 LG전자는 기자들을 불러 기술설명회를 열면서 삼성전자 제품을 분해해 전시해놓고 직설적인 어조로 품질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이를 두고도 재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이고 ‘수위가 센’ 행보라는 평가가 많았다.

◇ 치열하게 경쟁하며, 때로는 소송도 불사..달라진 LG 행보

회사와 내용은 다르지만 LG기업 주요 계열사의 경쟁 사례는 또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이른바 ‘배터리 소송’이다. 양사는 배터리 기술 도용 등의 문제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데 이 역시 언론 등을 통해 직설화법이 오갔다. 심지어 LG화학은 이례적으로 수사 안내문을 언론에 배포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소송 중인 내용 등에 대해서는 “재판이 진행 중이므로 지금 시점에서는 별다른 입장이 없다”는 등의 공식 입장만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일반적이지 않은 사례로 꼽힌다.

통신사 LG유플러스도 지난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이슈가 됐다. 대리점 등에 ‘비교불가 한판 붙자!’ ‘5G 속도측정 서울 1등’ 이라고 적힌 포스터를 걸었고 광고 등을 통해 서울 주요지역 186곳에서 속도를 측정한 결과 181곳에서 LG유플러스가 가장 빨랐다고 주장하며 타 통신사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런 행보가 이례적인 이유는 그 주인공이 바로 LG여서다. 평소 재계의 모범생 이미지를 가져왔고 기업 첫째 가치가 인화라고 여겨왔던 LG가 과거와 달라진 행보를 보이기 때문. 물론 재계와 산업계에서 경쟁은 필수지만, LG가 언론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경쟁사와 날 선 대결을 벌이는 일이 과거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를 두고 지난해 한 언론에서는 ‘재계의 범생이가 싸움닭으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LG그룹과 ‘싸움닭’이라는 단어는 지난해 여러 언론에서 등장했다.

LG의 달라진 행보는 다른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경영진을 전격 교체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9월, LG디스플레이 수장이 전격 교체됐다. 당시 LG는 “한상범 부회장이 실적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사의를 수용하고 LG화학 사장 출신 정호영을 새 수장에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당시를 기준으로 LG디스플레이 최근 성과가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LG그룹에서 수장이 연말 정기인사 전에 바뀐 건 지난 2010년 9월 LG전자 남용 전 부회장 이후 9년여만이다. 당시 LG디스플레이는 CEO가 바뀌자마자 희망퇴직 신청도 받았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어려워도 인화로 끌고 간다던 기존 LG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말이 오갔다.'

LG전자가 오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본사 DB)
LG는 구광모 대표 취임 이후 사업재편도, 인사이동도 과감하게 변했다는 평가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사업도 인사도 과감, ‘인화’ 중시하던 재계의 신사가 달라졌다

모범생 신사 이미지던 LG가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 새롭게 그룹을 이끄는 구광모 대표의 성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대표가 싸움을 즐긴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다. 다만 최근 LG는 실리를 중시하고 체질 개선에 주력하며 ‘공정한 경쟁’을 내세우며 경쟁사와 맞붙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LG측은 LG화학의 소송제기가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조치’고, LG전자의 8K 기술 설명회는 ‘소비자에게 올바른 제품 정보를 알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LG디스플레이 인사 역시 ‘책임경영 및 비상경영체제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경영자의 성향 등과 연관 짓는 확대해석은 경계하는 모습이다.

다만 구 대표는 취임 후 실적이 부진하다고 판단되거나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고 결론 내린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내부승진 위주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외부 인물 수혈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구 회장은 취임 직후 미국 3M출신 신학철 부회장을 LG화학 최고 경영자로 영입했다.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 출신을 자동차부품팀장으로 영입했고, 보쉬코리아 영업총괄 출신을 LG전자 자동차부품 사업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인재육성을 담당할 임원으로는 이베이코리아 인사부문장 출신을 데려왔다. 경영전략팀장도 외부인사로 채웠다.

LG전자 수처리 자회사, 수소연료 전지 회사인 LG 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했고, LG디스플레이는 일반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을 정리다. LG는 서브원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60%를 매각해 6020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전자결제(PG) 사업부를 매각했다. 스마트폰사업부의 효율화를 위해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했으며, 구미사업장 TV 생산라인을 인도네시아로 이전할 계획도 밝혔다. 이런 행보도 모두 과거 LG와 사뭇 다른 행보다.

◇ “과감한 도전과 새로운 시도”...달라진 경향, 미래 영향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LG에는 변화 바람이 불었다. 시기적으로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부터다. 구 회장은 1978년생으로 우리나라 나이 기준 43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주요 3세 경영인과 비교해도 10살 정도 젊다. 그만큼 MZ세대와 가까운 세대고 기존의 관습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다. 실제로 구 회장 취임 이후 LG의 분위기가 달라진 분위기는 여러곳에서 관찰됐다. 

LG는 올해 신년사를 구광모 회장 동영상 메시지로 대신했다. LG는 1987년 LG트윈타워 준공 이후 31년 간 여의도에서, 그리고 지난해에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700여명이 모여 새해모임을 진행한 바 있다. 올해 신년사에 대해 LG그룹은 “평소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소탈하고 실용주의적인 구광모 대표의 경영방식”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앞서 구 회장은 지난해 9월 사장단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역량을 강화해 고객 중심 가치를 혁신 하고 스마트팩토리 적용과 R&D 효율성 개선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확대, 디지털 마케팅 강화 등 사업방식 전반에서의 디지털전환 전략을 강조하기도 했다.

구광모 대표는 사업보고회 방식도 바꿨다. 계열사 최고경영자나 최고재무책임자가 지주사에 보고하는 형식이었으나 구 대표는 임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여름 경기도 평택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을 방문했을 당시 구 대표는 임원뿐 아니라 책임급 실무 직원과도 함께 토론한 바 있다.

구 회장은 신년 인사말을 통해 “앉아서 검토만 하기보다는 방향이 보이면 일단 도전하고 시도해야 한다. 저부터 그러겠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 5월 28일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이 곧 실패’”라고 밝히며 적극적인 행보를 주문했다. 선대와 달리 ‘싸움닭’ 행보를 보이는 최근 LG의 변화 행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재계의 관심이 주목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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