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카나브 패밀리’ 국내최초 1000억원 처방 시장 도전 

1세대 항암제에서 3세대 면역항암제까지...항암분야 집중 투자

산업을 이끄는 여러 업종들은 저마다의 장점과 특색을 가지고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한다.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산업이 어디 있겠냐만, 그 중에서도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글로벌 공룡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관심이 쏠린다.

K-POP이 문화컨텐츠를 주도하고 반도체가 세계 시장에서 남다른 점유율을 보이는 요즘, 또 다른 ‘한류'를 꿈꾸며 내일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다. 이들은 ‘보건안보 산업’이라는 기존 틀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국가경제를 책임질 미래 주력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K-바이오 시대다. 해당 산업을 이끄는 국내 기업의 역사와 최근 동향, 그리고 미래 전망과 리더십을 심층 취재해 연재한다. [편집자주]

보령
보령제약 전경 (보령제약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우리나라 신약 개발의 역사는 20년 남짓이다. 국내 제약산업은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하는 것에서 시작해 물리적 성질이나 제형을 변경한 개량신약 위주로 발전해왔다.

이어 1999년 7월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개발 신약 1호인 선플라주가 개발되지만, 생산 실적이 없어 시장에서 사라지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퇴출당한 신약들을 제외하면 현재 국산 신약으로 등록된 품목은 29개 정도로, 이 중 24개 제품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여기서 연매출 100억원을 넘는 블록버스터 제품은 단 5개뿐이다. 

이 블록버스터급 신약 중에서도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보령제약은 자체 개발한 피마사르탄 성분으로 만든 ‘카나브’를 기반으로 한 복합제인 카나브플러스, 듀카브, 투베로 등 ‘카나브패밀리’의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고혈압신약 ‘카나브’로 국내최초 1000억원 처방액 도전 

카나브
카나브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카나브를 기반으로 한 복합제들의 선전이다. 2016년에 발매한 듀카브와 투베로, 지난 3월 발매한 듀카로 등이 있다. (보령제약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보령제약은 국내최초 고혈압 신약인 보령제약 ‘카나브(성분명: 피마살탄Fimasartan)'를 통해 국산 신약 최초로 처방액 1000억원에 도전한다. 

카나브는 고혈압 치료제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약물인 ARB(Angiotensin II Receptor Blocker : 안지오텐신Ⅱ 수용체 차단제)계열이다. 혈압 상승의 원인 효소가 수용체와 결합하지 못하도록 차단함으로써 혈압을 떨어뜨리는 원리의 약물이다. 2010년 9월 9일 당시 식약청으로부터 신약으로 공식 허가받은 국내 제15호 신약이자, 국내 최초의 고혈압 신약이다.

1998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카나브는 실제 후보물질 합성을 시작한 1992년부터 계산한다면 18년이 걸렸다. 투자금액은 총 500억원 규모다. 이 중 35억 원은 국책지원과제로 정부 지원금이 투입됐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국산 신약인 ‘카나브’가 처방액 1000억원에 도전하는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 국산의약품의 상업적 성공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치일 뿐 아니라, 상징성도 매우 크기 때문”이라며 “현재까지 국산 신약이 처방액 1000억원을 돌파한 사례는 없다. 무엇보다 물질특허 기간이 2023년 2월까지여서 향후 성장 가능성은 더욱더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령제약은 지난해 준공하고 본격 생산에 들어가는 예산 신공장을 통해 카나브 국내외 성장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보령제약의 신공장인 예산캠퍼스는 지하 1층, 지상 5층, 전체면적은 약 2만8551㎡ 규모로 고형제, 과립, 항암 주사제 등의 시설이 들어선다. 신공장은 생산, 포장에서 배송까지 원스톱 일괄 체계로 구축되었으며, 전 자동화 시스템이 적용됐다.

특히 예산 신공장의 생산 규모는 기존 안산공장 대비 3배 이상 늘어났으며 확장이 가능한 구조로 건설돼 5배 이상으로 생산 수량을 확대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수준(cGMP, EUGMP)의 하드웨어 및 품질을 확보해 해외 진출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보령제약 Rx 부문장 윤상배 전무는 “보령제약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존 대면 방식의 현장 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 전략을 연구·개발하고 시행해 오고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다가올 제약시장의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멀티채널 마케팅 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령제약은 올해 하반기에는 고혈압·이상지질혈증 2제복합제인‘아카브(카나브·아토르바스타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윤 전무는 “복합제의 영역은 점차 확대될 것이다. 그간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제품과 다른 성분의 이상지질혈증 복합제를 올해 안에 출시해 환자 선택지를 넓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항암분야에 집중 투자

 
젬자
현재 보령제약은 젬자(성분명 젬시타빈염산염), 옥살리틴(성분명 옥살리플라틴), 제넥솔(성분명 파클리탁셀), 젤로다(카페시타빈) 등의 제품을 통해 국내 항암제시장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보령제약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보령제약은 카나브 패밀리에 이어 ‘항암제’를 미래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보령제약은 기존 항암 사업본부를 ONCO(항암)부문으로 승격, 항암제 마케팅 영업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대형품목 인수 및 개량신약 개발 등을 통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가고 있다.

또한 자체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을 비롯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R&D 역량을 확대 강화할 예정이다. 또 제조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예산신생산단지 내 항암제 생산라인에 대한 조기 허가 및 실제 생산을 위한 역량도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보령제약이 항암 분야에서의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질환별 전담 조직을 구성하면서부터다. 당시 대다수의 국내 기업들은 지역별 혹은 약국, 대형병원, 의원 등 유통 채널별 마케팅·영업 조직을 운영했다. 하지만 보령제약은 이를 질환별 조직으로 배치함으로써 전문성을 더욱 강화했다.

또한, 질환별 전문성을 활용해 임상데이터를 통한 학술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처방의들의 신뢰를 얻으며 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보령제약은 지난 5월 1일 자로 ETC(전문의약품) 부문 산하에 있던 ONCO(항암)본부를 부문으로 승격 시켜 항암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조직을 구축하면서 마케팅 영업 역량을 더욱 강화했다.

현재 보령제약은 젬자(성분명 젬시타빈염산염), 옥살리틴(성분명 옥살리플라틴), 제넥솔(성분명 파클리탁셀), 젤로다(카페시타빈) 등의 제품을 통해 국내 항암제시장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제넥솔은 유방암, 난소암, 위암, 비소세포폐암 등의 1차 치료제로 2016년부터 보령제약이 삼양바이오팜으로부터 도입해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세포독성 항암제 파클리탁셀 시장에서 제넥솔의 성장은 보령의 역량을 보여 주는 사례다.

의료정보 제공업체 아이큐비아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제넥솔은 파클리탁셀 시장 1위에 올라서며 동일 성분 오리지널 제제 '탁솔(BMS)'의 실적을 넘어서 현재도 그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탁솔은 국내에 1996년 허가받은 항암제로, 난소암, 유방암, 폐암, 위암 등 고형암에 넓게 사용되고 있다. 보령제약이 2008년 12월부터 2015년까지 7년간 판매해오며 시장 점유율 1위로 성장시켰다. BMS와의 계약 종료 후에는 2016년 삼양바이오팜과 제넥솔 공동 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하고, 판매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상황을 역전시켰다. 보령제약은 제넥솔을 통해 국내 항암제 강자의 입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업계에서는 보령제약이 7년간 탁솔을 판매한 경험으로 구축한 항암제 시장에서의 입지와 막강한 영업력이 상품성을 갖춘 품목들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최근 국내 권리를 인수한 젬자의 경우, 2015년 릴리와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하며 영업마케팅을 시작했다. 지난해 기준 143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리며 항암제 시장에서 보령제약의 영업마케팅 위상을 확고히 하기도 했다.

 

1세대 항암제에서 3세대 면역항암제까지...신약 포트폴리오 ‘탄탄’

 
보령제약 예산캠퍼스 내 무균처리 항암제 생산라인에서 생산직원들이 항암주사제 생산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예산캠퍼스는 설계단계부터 스마트팩토리 개념을 적용한 최첨단 생산시설로 전자동으로 생산이 이루어진다. (보령제약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보령제약 예산캠퍼스 내 무균처리 항암제 생산라인에서 생산직원들이 항암주사제 생산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예산캠퍼스는 설계단계부터 스마트팩토리 개념을 적용한 최첨단 생산시설로 전자동으로 생산이 이루어진다. (보령제약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보령제약의 표적항암제인 BR2002(개발명)은 지난해 8월 미국 FDA와 지난해 11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임상 1상을 진행 중으로 2024년 내 임상 최종 완료가 목표다.

BR2002는 보령제약이 글로벌 항암제 시장 진출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BR2002는 암세포의 주요 성장·조절 인자인 'PI3K(phosphoinositide 3-kinase)’와 'DNA-PK(DNA dependent protein kinase)’를 동시에 저해하는 비호지킨성 림프종 치료제로서 전 세계 최초 개발(First in Class) 약물이다. 암세포의 증식과 생존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인자인 PI3K와 DNA-PK를 동시에 타깃으로 유일한 이중저해 기전을 확보한 저분자 화합물이다.

비호지킨성 림프종은 전 세계적으로는 약 51만여 명(2018년 WHO 통계)의 환자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비호지킨성 림프종 치료제 시장은 2020년 92억 달러(약 1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난 2016년과 2017년에는 스페인 파마마 사로부터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플리티뎁신(성분명)’과 난소암 치료제 ‘루비넥테딘(성분명)’에 대해 각각 기술도입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판매 독점권을 확보했다.

‘플리티뎁신’은 종양 세포 내 단백질에 작용해 암세포를 억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다른 항암제와 다양한 병용 치료가 가능하며 항암치료와 항암제 내성 극복을 위한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기대 받는 신약이다. ‘루비넥테딘’은 항암화학요법에 불응하는 난소암을 주적응증으로 가진 항암제다.

임상 1·2상 결과에서 기존 항암제 대비 고형암에 우수한 효과를 보였으며, 탈모, 구내염 등 항암 부작용이 낮거나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암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는 신약으로 시장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보령제약의 관계사 바이젠셀이 개발 중인 'EBV양성 NK/T세포 림프종’ 면역항암제와 후속 파이프라인도 보령제약의 항암제 R&D와 시너지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바이젠셀이 자체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VT-EBV-201(개발명)’은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이번 개발단계 희귀의약품 지정으로 바이젠셀은 'VT-EBV-201’의 임상 2상이 끝나는 대로 신속 허가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

'VT-EBV-201'은 희귀 난치성 질환이자 혈액암의 일종인 'EBV양성 NK/T세포 림프종’ 환자 중 관해 후 재발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완전 치유를 목적으로 미세잔존암을 제거하기 위한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으며, 2017년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고 현재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NK·T세포 림프종은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표준치료법이 없으며 2년 이내 재발률이 75%에 이르는 독한 암이다. 재발했을 때는 치료법이 없어 상당수가 사망한다. 그래서 기존 화학합성 암 치료제로 치료했을 때의 2년 생존율이 26% 정도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성과다.

바이젠셀은 'VT-EBV-201'에 이은 차기 파이프라인으로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VT-Tri-A'를 준비하고 있으며, 연내 식약처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고 상업화 임상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지속적인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작년 4월 준공한 예산캠퍼스에 구축한 글로벌 수준의 항암제 생산시설을 올해 안으로 가동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어 전 자동화 시스템과 생산시설을 통해 제조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세계적 수준의 품질경쟁력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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