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스토랑 편슐랭...지역상권 중심 되어가는 동네 핫스폿
편리한 점포, 쉽고 빠른 소비 이면에 숨은 환경적 숙제들
소음 유발하고 길 막을 우려 있는 테이블과 파라솔 문제도
편의점 업계, 친환경 점포 등 환경 관련 노력 추세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환경’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기사가 1,128만건 이상 쏟아집니다. 인기 K-POP그룹 BTS와 방탄소년단 단어로 총 61만건, ‘대통령’ 키워드로 910만건의 기사가 검색(7월 13일 기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 문제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매주 1회씩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열 네번째 주제는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편의점의 환경적 영향입니다. [편집자 주]

편의점 옆에 또 편의점. 편의점 업계들은 점포수를 늘리기 위한 과다경쟁을 벌여왔다. (서창완 기자) 2018.7.20/그린포스트코리아
32살을 맞은 편의점은 동네 상권의 주인공이 됐다. 쉽고 편리한 소비가 이뤄지는 이곳에서는 환경적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이미지 속 브랜드와 매장 등은 아래 기사 내용과 전혀 관계 없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지금은 편의점의 시대다. 지난해 10월부터 KBS2에서 예능프로그램 ‘편스토랑’을 편성해 방영중이다. 출연자들이 개발한 메뉴를 가지고 평가단 평가를 거쳐 우승작을 가린 다음 해당 제품을 실제로 전국 편의점에 출시하는 프로다, 실제로 파래탕면과 꼬꼬밥, 수란덮밥, 고추참치비빔우동, 떡갈비규리토 등 방송에서 인기를 끌었던 메뉴들이 편의점을 통해 출시됐다.

1989년 5월 국내 1호점이 생긴 후 31년, 전국 편의점 점포수는 4만여개로 늘었다. 1인가구가 확산되면서 수요가 늘면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비스도 다양해졌다. 요즘 편의점은 혼밥족과 혼술족을 겨냥해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택배나 세탁물배달, 전자문서를 다운받아 인쇄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요즘은 전기차 충전에 금융 서비스도 생겼다.

대학가나 원룸촌 등에서는 ‘편세권’을 따진다. 편의점과 역세권을 더한 신조어로, 집에서 편의점이 얼마나 가까운지를 본다는 얘기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편슐랭 가이드’라는 말도 쓴다. 프랑스에서 출발한 레스토랑 가이드 미슐랭(미쉐린)가이드의 앞글자를 편의점의 앞자로 바꾼 단어다. PC방 먹거리를 뜻하는 ‘피슐랭 가이드’와 함께 한동안 많이 쓰였다.

◇ 지역상권의 중심이 되어가는 동네 편의점

요즘 편의점은 동네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한다. 학교 근처 오락실에 아이들이 모이고 마을 슈퍼에 어르신이 모이던 것처럼 요즘은 편의점에서 크고 작은 동네 만남이 열린다. 야외테이블 등이 갖춰진 곳이면 어김없이 동네 손님들이 몰린다. 아이들이 학원 수업 사이 짬을 내 컵라면으로 간식을 때우는 곳도, 동네 주민들이 모여 얼음컵에 커피를 나눠 마시거나 늦은 밤 간단한 안주에 맥주 한잔 걸치려는 근처 술꾼들이 모이는 곳도 요즘은 편의점이다.

편의점을 그저 ‘담배살 때 가는 곳’으로 여기는 사람은 이런 경향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7월 20일 현재 인스타그램에 ‘편의점신상’ 게시물은 약 6만개, ‘편의점음식’게시물이 5만5천여개, 글고 ‘편의점’ 키워드 게시물은 무려 73만개다. 편의점은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깊숙이 녹아든 공간이자 소비+놀이 문화의 정점에 있는 장소다.

실제로 주말이던 지난 7월 19일, 서울 송파구의 한 GS25매장에서 펭수 슬리퍼 상품을 구매하던 한 소비자는 “백화점 쇼핑과도 다르고 인터넷 쇼핑과는 당연히 다른 편의점의 재미가 있다”고 말하면서 “꼭 필요한 물건을 지금 당장 빠르게 사야할때도, 다른 매장에는 없는 흥미로운 아이템을 살때도 편의점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송파구의 다른 편의점 CU매장에서는 청소년 소비자 3명이 김밥과 라면을 먹고 있었다. 동네 친구사이인 이들은 “요즘은 PC방이나 노래방에서 길게 노는 것 보다는 시원한 편의점에서 맛있는거 사먹고 노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이 편의점은 전날 저녁 손님 2명이 둘러앉아 캔맥주를 마신 곳이다. 맞은편 세븐일레븐 매장에서는 평일 아침에 가끔씩 인터넷방송 BJ가 먹방을 촬영한다. 동네상권의 한 축을 담당하는 셈이다.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3개를 배출하게 됐다.(김동수 기자) 2020.2.22/그린포스트코리아
편리하고 빠른 편의점 도시락 식사 이후, 플라스틱 쓰레기 3개가 배출된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편리한 점포, 쉽고 빠른 이면의 환경적인 숙제들

편의점이 소비자들에게 심리적으로 가까운 이유는 동네 골목 깊숙이 들어와있고 다양한 제품을 소량판매하며 거기서 곧바로 먹고 마실 수 있어서다. 편의점에서는 도시락이나 즉석식품을 바로 데워먹을 수 있고 컵라면에 물을 부어 먹는 것도 자유롭다. 앞서 언급한 ‘편스토랑’과 ‘편슐랭’같은 네이밍도 바로 이 지점에서 나왔다.

한 줄로 정리하면, 편의점은 이름 그대로 편리하다. 가깝고 소량포장 제품도 많으며 식음료의 경우 원하면 바로 꺼내 먹을수도 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환경 관련 문제가 생긴다.

편의점 도시락을 예로 들자. 소량포장된 일회용품이고 매장에서 먹은 후 바로 버리면 제대로 분리배출하기가 어렵다. 플라스틱을 따로 모으지만 음식물 찌꺼기가 그대로 묻은채 버려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최근 편의점은 샐러드 매출도 늘었다. 지난해 조선비즈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GS25는 샐러드 매출이 매년 150%이상 늘었고 CU와 세븐일레븐도 샐러드 매출이 48~76% 각각 늘었다. 샐러드 역시 소스 등을 버무려 함께 먹고 버릴 경우 용기가 오염된채로 버려질 확률이 높다.

매장 안에는 분리수거를 위한 쓰레기통이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매장 밖에 설치된 파라솔에서 담배를 피우고 음료가 남은 일회용컵에 담배를 넣어 끄거나 남은 음식과 포장재들을 아무렇게나 섞어 쓰레기통에 담는 소비자들이 있어서다. 심지어 편의점에서 구매하지 않은 쓰레기까지 버리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의 한 CU매장에는 출입문 옆 쓰레기통에 ‘개인의 집안 쓰레기를 가져와 버리지 말라’는 경고문구가 붙어있다.

◇ 시끄럽고 길 막는 테이블과 파라솔 관련 문제

문제는 또 있다.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된 테이블이나 의자 등이 환경적인 문제나 법률적인 이슈와 연결될 수 있어서다. 주택가 이면도로와 가까운 편의점 등에서는 야외 테이블이 설치된 곳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식품위생법 제21조에 따르면, 휴게음식점인 편의점에서는 실내 음주를 허용하지 않는다.

밖에서 마시는 건 괜찮을까? 편의점 노상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는 건 영화나 드라마에도 종종 등장하는 장면이다. 아카데미 작품상 등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에서도 주인공 기우(최우식)와 민혁(박서준)이 편의점 앞에서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사건이 시작되므로 매우 중요한 장면 중 하나다.

하지만 현실로 비춰보면 이는 법적인 이슈와 얽혀있을 가능성이 있다. 테이블이나 파라솔 등이 도로나 인도를 침범한 경우다. 도로교통법 제16조와 제68조 등에 따르면 편의점 밖에 테이블을 설치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도로와 인도를 점용하는 사례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연합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편의점 내부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는 불법이지만 문  밖으로 한발만 나오면 술을 마셔도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노상 음주는 처벌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이블과 파라솔 등이 통행에 불편을 초래하거나 인근 주민들이 소음 등의 이유로 신고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인근 주민들이 소음 등의 이유로 신고해 단속에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적잖은 편의점이 야외에 테이블을 둔 채 관행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편의점주 입장에서는 테이블 손님이 매몰차게 대하기 어려운 주요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CU 서초그린점 (BGF리테일 제공) 2019.12.26/그린포스트코리아
편의점 업계에서도 환경 문제를 인식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중이다. 친환경 편의점을 표방한 CU 그린스토어는 환경부 녹색매장 지정도 받았다. (BGF리테일 제공, 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 친환경을 향한 편의점 업계의 노력들

다행인 것은, 편의점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환경에 대한 악영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 6월 17일 CU는 친환경 편의점을 표방한 그린스토어가 업계 최초로 환경부 녹색매장 지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녹색매장 지정제도는 소비자들에게 친환경적인 소비생활을 유도하고 친환경 제품의 활성화에 기여한 매장을 대상으로 녹색제품 판매, 친환경 운영 정책, 임직원 의식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정하는 제도다. 지난해 12월 BGF리테일이 친환경 컨셉트로 꾸민 CU서초그린점이 녹색매장 600호점 지정을 받았다.

이 점포는 고효율 냉장진열대, 태양광 등기구, 절전형 콘센트 등을 설치하고 매장 에너지 관리 시스템(REMS)으로 실시간 전력 사용량을 관리할 수 있어 일반 점포 대비 전기 사용량을 최대 20% 절감할 수 있다. 자연냉매를 사용하는 냉동고와 실외기를 사용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9%까지 감축하고 음식물 처리기를 통해 점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최대 85%까지 줄일 수 있다. 절수형 수전으로 물 사용량도 20% 아낄 수 있다.

CU 그린스토어는 올해 4월 2호점 문을 열었고 친환경 티슈와 샴푸, 에코지퍼백 등 환경마크를 받은 녹색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전국 130여 개 직영점에서는 식물성 소재로 만든 친환경 PLA 봉투를 사용하고 있다. BGF리테일은 올해부터 친환경 경영을 주요 전략 키워드로 삼고 사내 환경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본격적으로 관련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CU는 최근 음식물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해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할인해 판매하는 '그린 세이브' 서비스도 시작했다.

외부 테이블에 대해서도 자정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의 한 편의점은 야외 테이블 운영 시간을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로 정해두고 ‘인근 주민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으니 흡연이나 소란 행위 등을 삼가달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편의점은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깊숙하게 들어왔다. 물건이나 먹거리를 사는 것 말고도 여러 가지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 됐다. 소비자의 일상과 밀접한 곳인만큼, 그 이면에서 발생하는 환경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시점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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