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최빛나 기자] 지난달 경기도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일부는 심각한 증상으로 발전해 문제가 됐다.

이후 각종 언론사와 방송은 과거 '햄버거병' 사건을 들먹이며 또 한번 수면위로 이슈를 떠올렸다. 

햄버거병으로 불리던 생소한 이름이 우리에게 알려진건 4년 전이다. 경기도에서 모 프랜차이즈 햄버거를 먹은 아이가 복통에 시달렸다. 이의 병명은 대장균에 의해 옮겨지는 용혈성요독증후군인데, 주로 살균되지 않은 유제품, 오염된 채소 등을 먹었을 때 발병한다. 이후 해당 사건을 가지고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본 기자가 말하고 싶은 건, 결론은 "햄버거병은 바른 명칭이 아니라는 것"이다.  

햄버거병은 1982년 미국 오리건주에서 처음 발견됐다. 오염된 쇠고기, 분쇄육이 들어간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 수십명이 집단 감염됐다. 무려 40여 년 전에 나왔던 해외 사건을 가지고, 해당 사건에 '햄버거병'이라는 네이밍이 붙자 국내 햄버거 전문 프랜차이즈 지점까지 피해를 입었다. 사람들은 햄버거 국내 퇴출, 햄버거 불매운동 등을 펼쳤다. 

본 기자는 모 햄버거 프랜차이즈 기업의 홍보팀을 만나 해당 사건에 대해 물어봤다. 

그들은 "이런 명칭 때문에 기업의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이런 네이밍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하는지도 알 방법이 없어 피해는 고스란히 지점이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무혐의 판단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또 다시 수면위로 올라오게 한 방송이나 언론이나 여기저기 퍼트린 각종 포털... 유감이다"라며 격분했다. 

실제, 한 포털 사이트를 통해 모 햄버거프랜차이즈를 향한 좋지 않는 시선을 입에 담지 못하는 단어와 문장으로 토해내는 댓글과 해당 글들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글만 봤을때는 햄버거병이라는 병에 걸리기 싫으면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모든 햄버거는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 

햄버거병이라는 단어에는 대기업의 증오심과 더 나아가 식품업계에 던지는 왜곡된 시선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거에 동조하는 군중도 있었다. 허탈했다. 

네이밍에 관련된 또 다른 예시도 있다. 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19에 대한 얘기다.  

이 일에 분개하기 전, 2020년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코로나19를 우한코로나바이러스로 부르며 "중국이 그렇지뭐", "중국에서 온 더러운 바이러스" 등...중국인을 향한 우리의 시선. 스스로 괜찮은가. 그리고 한국도 제대로 역풍을 맞았다. "아시안을 향한 혐오" 

모 유럽 지하철에서 한국인을 조롱하는 모습, 술병을 던지고 '아시아인은 꺼져라'라는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붓는 영상 등.  

물론, 본 기자는 개개인이 평소 중국에 대한 시선이 어떻든 큰 관심은 없다. 다만 서부 국가에서 아시안을 향한 위와 같은 시선에 분개하는 상황을 만든건 우리 스스로 아닐까 싶다. 

코로나바이러스와 우한코로나는 확연히 다르다. 우한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  이에 초기에는 우한폐렴바이러스로 불리우다가 코로나19로 정식명칭이 바뀌었다. 

어떤 네이밍을 선택하고 사용하느냐에 따라 듣는 이로 하여금 무의식적인 프레임을 형성하게 된다. 우리내 습관과 기억 속에는 중국에 대한 인식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 '것', 우한에서만 온 '바이러스', 우한에서 올 수밖에 없는 바이러스로 형성된 것이다. 

본 기자는 햄버거병, 우한코로나 등 네이밍에 큰 중점을 두지 않았고, 그를 간과했다는 점에 자괴감이 들고 충분히 허탈하고 창피하다. 

단어 하나가 가지고 올 피해. 그 것에서 오는 차별의 피해자. 나 또한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감정적 호소에 기대 사회적 이슈를 자극적으로 만드려고 하는 여론몰이에 동참하지 않았을까. 반성하게 되는 대목이다. 

이에, 근원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든 정확한 사실규명 없이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싸구려 단어는 쓰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왜곡하지 않겠다. 특종에는 '분명' 목마르지만 싸구려 선정적 보도는 하지 않겠다. 

나는 기자지만 대중의 일원이다. 무의식적으로 아무렇게나 쓰는 단어에 대한 정체와 에너지를 보다 확실하게 구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햄버거를 함부로 부르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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