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명수 수익금, 독립운동 자금으로도 융통돼

‘생명을 살리는 물 캠페인’으로 가치와 철학 이어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코로나 진단키트’를 생산하면서 ‘K바이오’의 위상이 높아졌다. 전 세계적으로 위기 상황에서도 국가 경제를 책임질 미래 주력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K바이오의 발전은 사실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바이오산업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K바이오로 위상을 떨칠 수 있었던 밑바탕이 된 것은 바로 ‘장수 의약품’이다. 장수약으로 얻은 이익과 노하우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힘을 키워나갔기 때문이 아닐까.

이처럼 집에서 하나쯤은 구비해 두고 있는 가정 상비약으로 자리잡은 장수약. 오랫동안 사용되면서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아 오랜 시간이 지나도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약이 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우리에게 친숙한 장수 의약품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를 재조명한다. [편집자 주]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동화약품의 ‘활명수’가 벌써 123살이 됐다. 1897년 선보인 우리나라 최초의 소화제로 제약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약인 활명수.

오랜 기간 여러 사람을 손을 거쳐 진화해 온 활명수는 여전히 국민 소화제로 불린다. 조선 말부터 일제강점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의약품이자, 가장 오랜 시간 사랑받은 소화제로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액상 소화제 시장 점유율의 70%를 차지하는 활명수는 지금까지 생산된 양만 해도 85억 병이 넘는다. 무려 국민 1인당 175병씩 마실 수 있는 양이다. 높이 12cm인 활명수 병을 가로로 눕혀 길이를 재면 지구 25바퀴를 돌고도 남는다.

◇ ‘생명을 살리는 물’ 활명수(活命水)

 
활명수의 진화
궁중 선전관(경호원)이었던 민병호 선생에 의해 활명수는 탄생했다. (동화약품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활명수는 과거 급체, 토사곽란(토하고 설사해 배가 심하게 아픈 증상) 등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던 시기에 이를 안타깝게 여기던 궁중 선전관(경호원)이었던 민병호 선생에 의해 탄생했다.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는 뜻을 가진 활명수(活命水). 한약에 대한 이해가 깊었던 그는 전통 한약재를 사용한 궁중 비방에 아선약과 정향 등의 수입 약재를 배합한 소화제를 만들어냈다.

민 선생은 아들인 민강 선생과 함께 활명수의 대중화를 위해 같은 해 동화약방(현 동화약품)을 연다. 양약이 없고 탕약을 달여 먹어야 했던 시기인 만큼 쉽게 복용할 수 있고 효과가 좋은 활명수는 선풍적 인기를 끌게 된다.

활명수는 일제 강점기 당시 대한 제국의 운명을 구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동화약품은 활명수를 판매한 금액으로 독립자금을 조달해 임시정부에 전달했다. 독립운동가들은 중국으로 이동할 때 고가의 활명수를 지참했다가 현지에서 비싸게 팔아 독립운동 자금으로 융통하기도 했다. 

◇ 꾸준한 진화...이색 콜라보레이션으로 과감한 변신 시도

 
활명수 라인업
현재 동화약품은 일반의약품인 활명수, 까스활명수, 미인활명수, 꼬마활명수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까스활, 미인활 등 총 6가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동화약품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활명수가 세기를 넘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변함없는 약효와 함께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꾸준히 진화한 데 있다. 1967년에는 탄산음료가 유행하면서 기존 활명수에 탄산을 첨가해 청량감을 보강한 ‘까스활명수’를 출시했고, 1991년에는 ‘까스활명수-큐’를 발매해 브랜드 리뉴얼을 시도했다.

2015년에는 오매(매실을 훈증한 생약 성분)를 함유해 여성 소화불량과 정장 기능 개선에 효과적인 ‘미인 활명수’를 선보였다. 미인 활명수에는 여성 소비자의 기호를 고려해 액상과당 대신 프락토올리고당을 함유했다. 

이어 출시된 ‘꼬마 활명수’는 만 5세에서 7세를 위한 어린이 전용 소화 정장제다. 여기에는 스틱형 파우치 포장과 어린이 보호용 안전포장을 적용했다.

2017년에는 아사이베리 과즙으로 상큼한 맛을 더한 ‘미인활’을 선보인다. 현재 동화약품은 일반의약품인 활명수, 까스활명수, 미인 활명수, 꼬마 활명수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까스활, 미인활 등 총 6가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장수 의약품인 활명수는 이색 콜라보레이션으로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120년 기념 판에는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6’의 이미지를 적용했다면, 부채표 활명수X게스 콜라보레이션 캡슐 컬렉션을 통해 부채표와 게스 고유의 DNA인 삼각로고를 융화시키기도 했다. 활명수 기념판은 지난 2013년 첫선을 보이면서 매년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 콘텐츠, 브랜드 등과의 협업을 통해 제작되고 있다.

# 마트에서 판매되는 활명수, 뭐가 다를까?

까스활명수큐, 활명수, 미인활명수, 꼬마활명수 4종은 현재 약국에서 판매되는 일반의약품이고, 까스활과 미인활은 마트와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의약외품이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활명수에는 기본적으로 오매, 육계, 현호색 등 11가지 생약 성분이 함유돼 있고, 마트에서 판매되는 까스활과 미인활에는 약국에서 판매되는 활명수보다 생약 성분이 적게 들어가 있다.

◇ ‘생명을 살리는 물 캠페인’으로 가치와 철학 이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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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명수는 가치와 철학을 이어가기 위해 매년 활명수 기념판 판매 수익금 전액을 기부해 물 부족 국가 어린이들을 돕는 ‘생명을 살리는 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동화약품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생명을 살리는 물’ 역할을 해온 활명수는 가치와 철학을 이어가기 위해 매년 활명수 기념판 판매 수익금 전액을 기부해 물 부족 국가 어린이들을 돕는 ‘생명을 살리는 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활명수 기념판의 판매수익금은 물 부족 국가의 식수 정화, 우물 설치, 위생 교육 사업 등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활동에 사용된다. 동화약품은 그동안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했고, 2018년에는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네팔 다일렉 지역에 안전한 식수 공급 및 위생 시설 설치를 지원했다. 새로 발매될 기념판의 판매수익금 역시 사회공헌활동에 전액 기부된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활명수는 120여 년 동안 세월의 변화 속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역사와 전통을 지켜온 약”이라며 “그동안 국민들께 받아온 사랑에 보답하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며, 캠페인을 통해 활명수가 단순 소화제가 아닌 국민들께 위로가 될 수 있는 약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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