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폐플라스틱 수입을 제한합니다”
서울시 “아리수 페트병 비닐 라벨 부착 안 한다”
환경부·기업 공통 미션...포장재를 줄여라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번영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다섯 번째 시리즈는 우리 삶 속에 깊숙하게 침투해 지구 전체를 뒤덮은 플라스틱 얘기입니다. [편집자 주]

환경부가 페트 등 4개 폐플라스틱 품목의 수입을 금지한다. 적체가 심한 폐플라스틱 수입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버려진 플라스틱 이미지.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부가 페트 등 4개 폐플라스틱 품목의 수입을 금지한다. 적체가 심한 폐플라스틱 수입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버려진 플라스틱 이미지.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말 그대로 요즘은 플라스틱 시대다. 줄여야 한다는 얘기가 많지만 실제로 줄일 수 있을지도 의문일정도로 플라스틱은 인류의 삶과 밀접하다. 그렇다면 플라스틱을 줄이려는 노력은 실제로 얼마나 이어지고 있을까.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건 소비자 또는 기업이다. 제품의 제조, 유통 단계에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거나 포장재를 줄이는 노력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 기업들은 앞다퉈 플라스틱 저감 활동에 나서거나 그런 활동들을 홍보한다.

다만, 기업 사례는 4편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 이번 기사에서는 기업과 지자체의 플라스틱 저감 노력, 또는 환경부 등에서 실시하는 관련 정책을 짚어본다. 정부나 기관은 플라스티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걸까

◇ 환경부 “폐플라스틱 수입을 제한합니다”

최근 이슈부터 보자. 지난 6월 29일, 환경부는 국내에서 쌓여가는 폐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폐플라스틱 수입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환경부는 폐플라스틱의 국내 수입 제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내 폐기물 재활용 촉진을 위해 수입이 제한되는 폐기물 품목 고시’ 제정안이 오는 30일 공포한 날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해당 수입제한 고시는 페트 등 적체가 심한 폐플라스틱 품목의 수입을 제한해 국내 적체 상황을 해소하고 오염된 저급 폐플라스틱의 수입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 초 유가하락 및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폐 페트와 재생원료의 국내 적체가 심화됐지만 매년 폐플라스틱 수입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이에 따라 국내 재활용품 수거체계의 불안전성이 커지는 원인이 됐다.

이에 환경부는 페트(PET),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폴리스티렌(PS) 등 4개 폐플라스틱 품목은 국내 폐기물 수입허가·신고를 제한했다. 다만 오염되지 않은 플레이크, 펠릿 등 폐기물 수입신고 대상이 아닌 재생원료는 수입제한 대상 품목에서 제외되고 기존에 수입허가·신고가 수리된 건에 대해서는 종전처럼 수입이 가능하다.

또 대체재의 국내 조달이 어려운 경우 등 불가피한 경우 지방(유역)환경청장이 국내 적체상황 및 재활용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외적으로 수입을 허용할 예정이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 2018년 필리핀 폐기물 불법수출 사례와 같은 불법 수출입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한다.

당시 이영기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관은 “환경보호와 국민 건강을 위해 국내에서 대체가 가능한 폐기물의 수입 제한이 필요하다”면서 “국내 기업들이 대체재 확보에 차질이 없도록 국산 폐플라스틱 품질향상을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 서울시 “아리수 페트병 비닐 라벨 부착 안 한다”

서울시는 지난 5월 20일, ‘아리수’의 페트병에 비닐 라벨을 부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존 아리수 페트병에는 비닐 라벨이 붙어 있어 분리배출과 재활용에 불편하며 환경 오염의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당시 서울시는 올 하반기부터 90% 자연분해되는 소재를 사용한 '생분해성 병물 아리수'를 시범적으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생분해성 병은 분리배출을 하지 않고 일반쓰레기로 버리면 되며, 매립될 경우에도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다.

서울시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2018년부터 병물 아리수 생산량을 크게 감축하고, 작년부터는 단수·재난지역 비상급수용으로만 공급·비축하고 있다. 2017년 602만 병이었던 병물 아리수 생산량은 2019년에는 6분의 1 수준인 102만 병으로 줄어든 바 있다.

서울시는 올해 병물 아리수 생산량을 50만 병으로 더 줄이기로 하고, 이 중 10만 병을 생분해성 병에 담기로 했다.

서울시는 택배 포장재 줄이기 활동도 펼쳤다. 서울시는 앞서 4월, 새벽배송업체와 함께 온라인 주문시 택배에서 발생하는 스티로폼, 비닐, 아이스팩 등 각종 플라스틱 포장폐기물 감축을 위해 협업하기로 했다.

당시 서울시와 에스에스지닷컴, 오아시스, 정육각, GS리테일, 헬로네이처, 현대백화점 등은 '친환경 포장, 착한 배송 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친환경 포장 지원을 위한 협력체계 구축, 친환경 배송의 가치에 대한 인식 확산, 포장재 감축에 관한 연구·조사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6개 업체가 친환경 포장을 실천함으로써 연간 스티로폼 박스 144만개, 젤 아이스팩 624만개 정도가 감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닐·투명페트(PET)병 분리배출제 시행 홍보 포스터(서울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비닐·투명페트(PET)병 분리배출제 시행 홍보 포스터(서울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비닐과 투명페트병, 따로 버리세요”

최근 서울시는 비닐과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제도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 본지에서도 여러차례 보도한 것처럼. 서울시는 비닐·투명페트병 분리배출제 시행과 관련, 제도 홍보와 시범운영에 적극 나서왔다.

이는 환경부가 상반기 내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을 개정해 무색 페트병과 골판지를 분리배출 품목에 별도 항목으로 추가하고 품목별 요일제 운영을 필수로 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단독주택과 상가에서는 모든 재활용품을 혼합배출해 왔으나, 앞으로는 매주 목요일또는 금요일에 비닐과 투명 페트병을 각각 다른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 이 두 품목을 제외한 다른 재활용품은 다른 요일에 배출하는 방식이다.

시범운영 기간에는 분리배출을 어기더라도 과태료가 부과되지는 않지만, 수거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서울시는 2월부터 비닐·투명페트병 분리배출제의 시범운영을 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됨에 따라 본격적 시범운영을 5월로 미뤘다.

◇ 환경부·기업 공통 미션...포장재를 줄여라

정부와 기업이 함께 나선 경우도 있다. 환경부는 LG전자·LG디스플레이와 함께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포장재 재사용 가능성 평가' 시범사업에 나선다. 이들은 LG전자 창원 R&D 센터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 송재용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이사장, LG전자H&A 사업본부장 송대현 사장, LG디스플레이 구매그룹장 최영근 전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시범사업 목적은 재사용 포장재의 현장적용 가능성을 평가·분석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토대로 최적의 포장재 재사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포장재 재사용 확대를 위한 정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대상 품목은 LG 전자 시스템 에어컨 실외기와 LG디스플레이 올레드 패널 포장재다. 시스템 에어컨 실외기 포장재는 재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완충재로 사용하던 발포 스티로폼대신 완충 성능과 내구성을 높인 발포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실외기 1대에 사용하던 종이는 기존 2,950g 에서 300g 으로 대폭 줄었다. LG 전자는 시범사업을 통해 연간 약 85톤의 종이와 19톤의 발포 스티로폼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사용한 올레드 패널의 포장재를 폐기하지 않고 재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LG디스플레이는 패널 사이에 끼워 넣어 정전기와 파손을 방지하는 완충시트, 운반시 충격을 흡수하는 외부 스티로폼 박스, 지게차 운반용 받침대등을 수거해 재활용할 예정이다. 올레드 포장재를 80% 씩 회수해서 5차례 이상 사용하면 기존 대비 포장재를 약 70% 줄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형 가전은 제품 주위를 스티로폼과 같은 완충재로 감싼 후 종이박스에 포장돼 유통된다. 포장재는 사용자가 제품을 설치한 후 폐기된다. 기업에서 재사용 포장재를 사용할 경우 폐기 비용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포장 공정도 단순화할 수 있다.

홍대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제공)
플라스틱을 줄이려는 기업과 지자체의 노력이 꾸준히 이어진다. 인류는 정말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을까. 4편에서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소개한다. 사진은 지난 2018년, 그린피스가 홍대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 모습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과대포장 줄이기, 플라스틱 줄이는 필수 노력”

환경부는 이들 기업 말고도 여러 기업과 플라스틱 저감 활동에 나선 바 있다. 환경부는 최근 국내 주요기업 30곳과 함께 플라스틱 줄이기'의 일환으로 '사업장폐기물 감량 시범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소각되는 폐합성수지류 폐기물을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으로 전환하는 등 근본적으로 생산단계에서부터 폐기물을 원천 감량하기 위한 것이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사업장 배출시설계 폐기물은 1일 16만 7727톤으로 전체 폐기물 발생량(44만 6101톤/일) 중 약 37.6%를 점유하고 있다.
 
이번 자발적 협약에 참여하는 각 주체는 사업장폐기물 감량 및 폐합성수지류 소각량을 줄이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기업은 플라스틱을 비롯한 사업장폐기물 발생억제 및 재활용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시범사업 결과가 공정개선 등 현장에 반영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은 사업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원인분석을 통해 생산기업별 특성을 고려한 개선방안을 제시키로 했다. 이어 재활용 기술 교육, 정보제공 등 사업장폐기물 원천감량 및 자원순환 목표이행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지원한다.

환경부는 시범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우수사례 성과확산을 위한 행정적, 제도적인 정책개발을 추진한다. 시범사업은 사업장별 생산공정 등 특성분석, 폐기물 사전감량 등 생산기업별 맞춤형 개선방안 제시, 개선이행 기간 등을 고려해 올해 7월부터 2021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시범사업 이후, 폐기물 감량 및 순환이용율 등 개선실적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업종별 우수감량 모범 사례를 발굴할 예정이다.

이영기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관은 "사업장폐기물의 감량을 위해서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번 시범사업이 폐기물 원천감량을 위한 모범 사례가 되어 참여기업 뿐 아니라 모든 기업에서 공유될 수 있도록 우수사례 성과확산을 위해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양이원영·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과대포장 줄이기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는 각계 관계자들이 각자의 시각에서 우리나라 과대포장 문제를 진단하고, 포장재 감축을 위한 개선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홍정기 차관은 “과대포장 줄이기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필수 과제"라며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최근 논란이 됐던 재포장 금지 제도를 성공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편에서는 플라스틱 줄이기 활동에 적극 나선 기업들 사례를 소개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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