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환경경제신문으로 옮겨온 지 이제 6개월째로 접어든다. 날짜로 따지면 어제가 꼭 160일째였다.

기자는 올해 20년차고 사무실에서 이미 ‘부장’ 직함을 달고 있지만 환경 분야로만 따져서 보면 이제 6개월차 초보 기자라는 의미다. 다행히 경제 관련 경험은 그것보다 좀 긴 편이다.

두 달 전, 기자는 ‘100일차 환경기자의 다짐’이라는 제목의 기자수첩을 통해 ‘인류 절멸사를 기록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쓴 바 있는데 그로부터 또 2개월이 지났다. 인류 절멸사라는 표현은, 당시 한겨레 기후변화팀 박기용 팀장이 쓴 “주변엔 기후변화팀의 임무를 ‘인류 절멸사의 초기 과정을 기록하는 일’이라 넋두리한다”라는 문장에서 가져왔다.

두 달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요즘 기자의 가장 큰 고민은 ‘환경경제신문은 무슨 내용을 가지고 어떻게 보도해야 독자들에게 잘 읽힐까?’다. 좀 더 쉽고 정확하게 말하면 ‘환경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찾는 일이다.

이 세상에는 환경에 관심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이 어느 분야에 관심 있고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매체가 어떤 내용을 얼마나 전달해야 그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건 기자 몫이다. 늘 고민 중이고 답을 찾아가는 단계지만 아직도 어려운 숙제다.

환경에 관심을 기울인다고 주장하는 기업도 많다. 거의 모든 대기업이 자신들은 제품과 서비스 전반에 걸쳐 환경적인 요소를 고려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며 자원순환에 관심이 많다고 주장한다. 용수 사용을 줄이고 기후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한다고 말한다. 그 얘기를 늘 듣고 보고 기사로도 쓰지만, 그 중에서 어떤 부분이 더 좋고 덜 좋은지 기자는 아직 가려내지 못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기자가 있다. 그리고 기자들은 저마다 담당 분야가 있다. 독자들은 기자가 그 분야 전문가라고 기대한다. 물론 그런 기자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자들은 해당 분야 전문가 수준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모든 기자가 다 전문가일 수는 없고, 그렇게 될 필요도 없다.

물론 기자들이 모두 ‘기레기’여도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기자들은 그 분야 최신 동향과 이슈를 꾸준히 파악하고 해당 분야 관계자와 전문가를 많이 알고 있으면 된다. 어떤 일이 생기면, 그 일에 대해 해당 분야 관계자와 전문가의 얘기를 폭넓게 듣고 그 내용을 잘 정리해 독자에게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기자가 할 일이다. 그러므로 기자는 전문가일 필요가 없지만 해당 분야에 대한 꾸준한 공부가 필요하다.

최근 기자와 편집국에는 이런저런 요청이 많았다. 코스모폴리탄에서 코로나 시대의 환경이라는 주제로 원고를 요청했고, 강원교통방송 라디오에서 환경을 주제로 패널 출연을 요청했다. 최근에는 국내 한 출판사에서 환경과 경제를 아우르는 소재의 단행본을 기획하고 싶다며 함께 논의해보자고 요청해왔다. 저마다의 관심과 시선으로 환경에 대한 의미를 찾으려는 과정들이었다.

그 일들을 때로는 직접 하고, 때로는 편집국 내 다른 기자들과 함께 해 나가면서 기자 역시 계속 공부를 했다. ‘취재’라고 표현하지만 결국 기자 입장에서는 공부다. 1~2년차 기자만 공부가 필요한 게 아니다. 은퇴가 눈 앞인 베테랑 기자도 공부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좋은 기사를 쓸 수가 없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지금도 수 많은 일이 일어나고 그 일에 대해 기자보다 훨씬 잘 알거나 관심 많는 사람들이 어디나 있어서다.

요즘 기자가 공부하려는 분야는 환경과 경제의 교집합이다. 그린포스트가 환경경제신문이기도 하거니와, 기본적으로 환경과 경제를 뚝 떼어 생각하는 건 불가능해서다. 두가지 지점에서 그렇다. 우선, 경제성장 과정에서 환경이 훼손되는 경험을 우리는 너무 많이 해 왔고 두 번째로는 경제성장 가치에 밀려 환경에 대한 관심을 뒤로 미루어본 경험 역시 많아서다.

역사학자 겸 작가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저서 <호모데우스>에서 “오염과 지구온난화,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는 무성하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은 아직도 개선에 필요한 진지한 경제적, 정치적 희생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성장과 생태계 안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정치인, CEO, 유권자들의 십중팔구가 성장을 선호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수장인 조명래 장관도 올해 신년사에서 “그동안 경제 성장의 부산물로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환경을 기본에 두고 성장을 도모하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뭐냐고 물으면 똑 부러지는 대답을 내놓는 사람이 없다. 정부와 기업들이 일제히 ‘그린뉴딜’을 외치고 있지만 ‘환경 분야 일자리 창출’과 ‘환경 분야의 과감한 투자’ 이외의 새로운 아젠다를 짚어내는 목소리는 드물다. ‘그린뉴딜이 과거 저탄소 녹색성장과 어떻게 다르냐’고 질문해도 아직은 뾰족한 답을 내놓는 사람이 없다. 기자도 (취재원이 아닌) 지인들이 (공적인 자리 말고) 사석에서 ‘그린뉴딜이 뭐야’라고 물으면 “사실은 나도 잘 모른다”고 답한다.

그린뉴딜은 오늘 오후 대국민 보고대회를 통해 좀 더 자세한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린뉴딜 보고대회가 아니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대한 보고다. 디지털과 함께 또 다른 한 축이 그린뉴딜이다.

그린과 뉴딜이라는 두 가지 가치에 대한 멋진 비전과 여러 청사진,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멋있는 단어들의 조합이나 듣기 좋은 계획이 아니라 구체적인 목표와 방법, 그러니까 실현 가능한 계획들이 제시되고 내일부터 당장 꼼꼼하게 실천되기를 함께 바란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면, 제목과 다르게 이런 마음도 든다. ‘환경과 경제의 교집합을 찾는 게 기자에게도 숙제지만, 사실은 정부와 기업에게 더욱 절실한 숙제’라는 마음이다. 다들 그 교집합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을까? 그렇다고 믿고 싶다. 그런 노력들이 없다면 앞서 언급했던 한겨레 기후변화팀장의 지적처럼, 환경 기자들 역시 ‘인류 절멸사의 초기 과정’을 기록하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테니 말이다. 기자에게 주어진 숙제, 기자가 풀어야 할 문제기도 하지만, 다른 이들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기를 다시 한번 바란다.

P.S 기자가 공부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누군가를 만나 물어보거나, 기자보다 잘 아는 사람이 쓴 책 또는 자료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묻고 답한 얘기들을 꾸준히 기사화하고 있으니, 앞으로 기자가 최근 읽은 8권의 환경 관련 책들을 가지고 ‘이북으로 환경읽기’를 연재할 계획이다. 기자가 취재한(이라고 쓰고 공부했다고 읽는) 내용들을 가지고 독자들과 함께 공부해보기 위해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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