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된 공간에서의 에어컨 사용은 위험
2시간마다 환기 필요, 선풍기 병행 사용은 주의
꼼꼼한 소독·마스크 필수, 바람 피해 앉기 필요

세상에는 ‘애매한’ 것들이 많습니다. 답이 정해져 있는데 그게 뭔지 몰라서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고,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서 옳고 그름을 딱 잘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환경과 경제 관련 이슈에서도 이런 ‘애매함’은 늘 우리를 괴롭힙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제들입니다. 전기차 폐배터리와 휘발유차 배출가스 중에서 환경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치는 건 무엇일까요?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텀블러가 일회용 종이컵보다 정말로 더 환경적이려면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할까요?

이런 것도 같고, 반대로 저럴 것도 같은 애매한 환경 경제 이슈를 상담해드립니다. 이 기사 내용이 만고불변의 진리이자 유일한 정답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면 좋을지에 대한 힌트는 제공하겠습니다.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아래 이메일로 궁금한 내용을 보내주세요. 여섯 번째 주제는 코로나19 감염우려 속, 안전하고 효율적인 에어컨 사용법입니다. [편집자 주]

밀폐된 공간에서 환기없이 에어컨을 사용하면, 바람을 타고 비말 등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래픽:최진모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밀폐된 공간에서 환기없이 에어컨을 사용하면, 바람을 타고 비말 등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래픽:최진모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마스크와 손씻기, 거리두기, 그리고 환기다. 이 가운데 에어컨 바람을 통해 바이러스가 옮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 등은 2시간에 한번씩 에어컨을 끄고 환기하라는 입장이지만, 로드숍 등 상점들은 개문냉방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코로나19 사태 속, 올 여름 에어컨은 어떻게 틀어야 할까.

과거 전주 한 식당에서의 감염사례를 두고 에어컨을 원인으로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에 5분 남짓, 4m의 거리를 두고 방문했던 사람이 감염된 것으로 전해지면서부터다. 짧은시간, 상대적으로 긴 거리인데도 감염이 발생한 이유를 두고 일각에서는 천장에 달린 시스템 에어컨을 주목했다.

◇ 밀폐된 공간에서의 에어컨 사용은 위험

실제로 에어컨 바람이 침방울 등을 멀리 퍼트려 코로나19 확산을 늘어나게 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을 인정한다.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홍석철 교수는 KBS 인터뷰에서 “에어컨 바람이 불게 되면 그 에어컨 바람의 속도에 따라서 작은 입자는 그대로 쓸려갈 수 있기 때문에 의외로 먼 거리를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에어컨을 틀기 전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하는 행동은 ‘문을 닫는 것’이다. 그래야 실내가 더 시원해져서다. 전력 사용면에서도 그게 더 효율적이다. 실제로 정부는 전기 사용을 줄이기 위해 문을 열어둔 채 영업하는 가게들을 단속해왔다. 그래서 에어컨 가동은 곧 ‘문을 꼭 닫는’ 행동과 함께 이뤄진다.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어떨까. 에어컨을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면 에어컨 바람을 타고 공기 중에 떠다니는 침방울이 계속 쌓여 농도가 진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홍석철 교수는 “작은 비말(침방울) 같은 경우에는 떠서 가라앉는 데까지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 농도가 낮다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환기가 잘 되지 않아서 그 침방울이 자꾸 누적이 된다면 그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KBS가 분무기와 물방을을 가지고 실험해볼 결과, 물만 분사했을때는 133cm, 에어컨을 켜고 분사했을때는 206cm, 그리고 에어컨과 선풍기를 함께 틀고 분사했을때는 243mm까지 날아갔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함께 틀면 최대 80%까지 더 멀리 날아간 셈이다. KBS는 위와 같은 근거로 ‘에어컨을 틀어놓은 상태에서는 침방울도 뜻밖에 멀리 날아갈 수 있다’고 보도했다.

◇ 2시간마다 환기 필요, 선풍기 병행 사용은 주의

코로나19와 에어컨의 상관관계는 초여름 이전부터 이미 이슈였다. 등교개학 이후 교실에서 에어컨 가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5월 27일 에어컨을 가동할 때는 창문을 닫되 2시간마다 환기 하고, 에어컨 바람으로 비말이 퍼지지 않도록 바람 세기에 주의하라고 밝혔다. 에어컨 바람이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바람 세기도 낮추라고 권했다. 환기가 불가능한 밀폐시설은 모든 이용자가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관리하고 최소 하루 한 번 소독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중대본은 에어컨을 가동하면서 선풍기를 함께 돌리면 공기 재순환을 유발하므로 가급적 자제하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19 유행지역에서는 밀폐시설에서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2020년 여름철 절전캠페인 리플릿을 통해 에어컨 사용 시 2시간마다 1회 이상 환기하라고 권했다. 에어컨 바람이 직접 닿지 않도록 바람의 세기를 낮춰 사용하라는 권고도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전력소비를 감안해 문을 닫고 에어컨을 사용하라고 권했다.

에어컨을 2시간에 한 번씩 끄고 환기하라는 지침에 대해 난색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로드숍 등 거리의 상점들이다. 일부 상인들은 ‘한여름에는 잠시 에어컨을 꺼도 매장 온도가 금새 더워진다’면서 ‘코로나19 등을 고려해 올해는 문을 열고 에어컨을 틀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유승훈 교수는 YTN을 통해 “올해는 전력 수급에는 별문제 없다”고 밝히면서 “국민의 건강과 상점에서 냉방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올해는 개문냉방 허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소독 철저, 마스크 필수, 바람 피해 앉기 필요

에어컨을 통한 감염 우려는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지는 않으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많이 내놓았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건강고대로 ‘고고TV’에서 “바람이 나오면서 실내 대류현상이 생기므로 환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재채기를 하면 에어컨 바람을 타고 멀리 퍼져 확산범위가 넓어질 수 있고, 실내 온도가 내려가면 (무덥고 습한 곳에서 생존이 어려운 특성상) 바이러스가 살아가는 환경이 더 좋아지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소독을 더 확실하게 하고, 에어컨을 어떻게 운용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기침을 하면 아주 작은 (비말은) 멀리까지 갈 수 있고 난방이나 냉방으로 (환경이) 건조해지면 아주 가벼운 비말핵(바이러스)만 남는다”라고 말했다. 기 교수는 “이 같은 바이러스가 에어컨 등을 통해 한 번에 날아갈 수 있다” 면서 마스크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KBS를 통해 에어컨 바람의 방향을 살피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확진 환자나 호흡기 감염자가 맞은 편에 있고 에어컨 쪽을 바라보며 앉는다면 확진 환자에게서 침방울이 더 많이 날아올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에어컨 바람은 피해서 앉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에어컨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 수시로 환기하고, 세기를 조절한 다음 바람을 피해서 앉는 것이 올 여름에는 필요하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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