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9월, 정제 형태로 처음 발매

‘시대의 메시지’ 담은 광고로 업계 1위로 올라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코로나 진단키트’를 생산하면서 ‘K바이오’의 위상이 높아졌다. 전 세계적으로 위기 상황에서도 국가 경제를 책임질 미래 주력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K바이오의 발전은 사실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바이오산업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K바이오로 위상을 떨칠 수 있었던 밑바탕이 된 것은 바로 ‘장수 의약품’이다. 장수약으로 얻은 이익과 노하우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힘을 키워나갔기 때문이 아닐까.

이처럼 집에서 하나쯤은 구비해 두고 있는 가정 상비약으로 자리잡은 장수약. 오랫동안 사용되면서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아 오랜 시간이 지나도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약이 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우리에게 친숙한 장수 의약품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를 재조명한다. [편집자 주]

asdf
박카스는 120년이 넘는 국내 제약산업 사상 단일 브랜드로 200억병을 최초로 넘어섰다. (동아제약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대한민국 피로회복제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박카스. 박카스는 120년이 넘는 국내 제약산업 사상 단일 브랜드로 200억 병을 최초로 넘어섰다.

한국전쟁 직후인 1960년대는 국민들의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박카스는 물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피로 해소와 영양을 모두 챙길 수 있어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았다.

특히 박카스는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갔다.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는 게 아닌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해 큰 관심과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일상생활을 담아낸 박카스 광고는 지금까지도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 박카스, 사실 드링크제 아닌 ‘알약’ 이었다

 
사실 박카스는 우리가 아는 드링크제가 아닌 알약 이었다. 1961년 9월, 정제 형태로 처음 발매된 박카스는 처음에 간 영양제라는 타이틀로 간장보호에 중점을 뒀다. (동아제약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사실 박카스는 우리가 아는 드링크제가 아닌 알약 이었다. 1961년 9월, 정제 형태로 처음 발매된 박카스는 처음에 간 영양제라는 타이틀로 간장보호에 중점을 뒀다. (동아제약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사실 박카스는 우리가 아는 드링크제가 아닌 알약이었다. 1961년 9월, 정제 형태로 처음 발매된 박카스는 간 영양제라는 타이틀로 간장보호에 중점을 뒀다. 판매방법으로는 과감한 샘플공세 작전을 펼쳤다.

거래처는 물론 사원들의 가정과 친구에게까지 음주 전후 박카스를 먹으면 간의 손상을 예방한다는 새로운 개념으로 대대적인 샘플링을 전개했다. 그 성원에 힘입어 ‘박카스 정’의 월간매출이 100정 포장단위로 1만 개까지 늘어날 정도였다.

하지만 이듬해 봄, ‘박카스 정’ 제제 기술이 미숙한 탓에 박카스의 외피를 형성하는 당이 녹는 문제가 발생해 대량 반품사태가 일어났다. 연구소가 빠르게 제품을 개선하면서 문제가 해결되긴 했지만, 한번 손상된 이미지로 호응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동아제약은 새로운 대책을 세우고 박카스의 제형을 높은 20cc 앰플제로 변경한 ‘박카스 내복액’을 1962년 8월에 재발매했다. 청량감이 우수했던 박카스 내복액은 출발이 순조로웠다. 하지만 앰플 용기를 다루는 소비자들이 익숙하지 못해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났다. 운반과정 중에 발생하는 파손율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었다. 이에 동아제약은 한 번 더 개선을 거친다.

1963년 8월 마침내 지금 같은 드링크 형태의 ‘박카스 D’가 발매됐다. 기존의 내복액에 지방간을 억제하는 이노시톨과 비타민 B6를 첨가하고, 타우린 등을 보강해 약효를 증진했다. 또 사원들을 모아 시음한 결과를 종합해 맛을 결정하는 등 기존 제품보다 청량감을 증대시킨 드링크를 내놨다.

이후 1990년대 초, ‘박카스 D(드링크)’는 ‘박카스 F(포르테)’로 리뉴얼 됐고, 2005년 3월 기존의 ‘박카스 F’에서 타우린 성분을 두 배(2000mg)로 늘리며 14년 만에 ‘박카스 D(더블)’로 업그레이드됐다. 2005년 8월에는 여성과 젊은 소비자들을 위해 카페인 성분을 제외한 ‘박카스 디카페’를 발매하기도 했다.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판매되던 ‘박카스’는 2011년 7월 의약외품으로 전환된다. 새로 출시된 ‘박카스 F’는 1990년대 ‘박카스 F’와는 달리 카르니틴 성분이 함유돼 부재료를 추가하여 청량감을 한층 높이고, 용량도 100mL에서 120mL로 늘렸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기존 거래처인 약국과 편의점이라는 신규 거래처의 유통 이원화 전략을 구사해 새로운 시장 활로 개척을 통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로마신화에 나오는 술의 신, 바쿠스(Bacchus)

 
당시 회사명이나 성분명을 이용해 제품명을 정하는 것이 고작이던 시대에 박카스는 의약품에 신화 속 신의 이름을 붙이는 파격적인 상품명으로 탄생하게 된다. (
당시 회사명이나 성분명을 이용해 제품명을 정하는 것이 고작이던 시대에 박카스는 의약품에 신화 속 신의 이름을 붙이는 파격적인 상품명으로 탄생하게 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바쿠스(Bacchus)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다. 주당들을 지켜주고 풍년이 들도록 도와주는 신이다. 동아쏘시오그룹 강신호 명예회장은 간장을 보호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이름을 생각하던 중 독일 유학 시절에 본 함부르크 시청의 지하 홀 입구에 서 있었던 술과 추수의 신상 바쿠스를 떠올렸다.

당시 회사명이나 성분명을 이용해 제품명을 정하는 것이 고작이던 시대에 박카스는 의약품에 신화 속 신의 이름을 붙이는 파격적인 상품명으로 탄생하게 된다.

◇ ‘시대의 메시지’ 전달한 박카스 광고

 
나를
박카스 광고는 동아제약이 업계 1위로 올라서는 발판을 마련했다. (동아제약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박카스 광고는 동아제약이 업계 1위로 올라서는 발판을 마련했다. 박카스 광고는 1962년에 ‘젊음과 활력을!’이라는 헤드라인을 달고 소비자에게 처음 선보였다. 한국 전쟁 후 건강 상태가 최악이던 국민들에게 ‘간을 건강하게 해주는 건강 지킴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박카스에도 시련은 찾아왔다. 1976년 정부가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며 자양강장 드링크류의 대중광고를 금지한 것. 1976년부터 1993년까지 무려 17년간 박카스 광고를 통한 ‘시대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었다.

이후 1993년 동아제약은 기존광고와 달리 보통 사람들을 모델로 하는 휴먼광고 컨셉으로 광고계에 복귀한다. 묵묵히 음지에서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담은 ‘새 한국인’ 시리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어떤가?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는 카피로, 힘과 활력이 대표되는 드링크 광고에 잔잔한 감동과 묵묵히 일하는 휴먼스토리를 펼쳐 소비자의 공감대를 끌어냈다. 1997년까지 ‘버스 종점편’, ‘환경미화원 편’, ‘노사화합 편’ 등 총 13편의 ‘새 한국인’ 시리즈가 연달아 방영됐다.

1998년부터는 젊은 세대로 타깃을 넓히며 그들의 열정, 젊음, 도전, 희망 등의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전개했다. ‘지킬 것은 지킨다’라는 유명 광고 카피가 이때 등장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당시 외환위기 등으로 침체해 있던 사회 분위기를 젊은이들이 먼저 나서 활력을 불어넣어 보자는 공익적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하고자 했다”며 “단순한 상품 광고가 아닌 시대를 반영하며 젊은 층까지 타깃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6년 이후엔 제품의 본질인 ‘피로회복’의 상황을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알리고자 했다. 2016년은 젊은 세대들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나를 아끼자’라는 박카스 TV 광고 캠페인을 새롭게 선보였다. 2017년에는 ‘나를 아끼자’ 캠페인을 유지하면서 그 응원의 대상을 전 국민 차원으로 확대했다. 

올해는 우리 사회가 가진 대내외적 다양한 이슈들로 인한 개인적인 피로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피로를 해소하고 국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돋우기 위해 ‘회복’ 편을 선보였다. 회복 편은 자신이 피로하지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바닷속 쓰레기를 줍는 부부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모델이나 대역이 아닌 실제 주인공 부부가 직접 출연해 감동과 진정성을 더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동아제약 박카스 광고는 반세기 넘게 화려하고 현란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전달해왔다”며 “앞으로도 박카스 광고는 항상 국민 옆에서 힘을 실어주고 희로애락을 나누며 함께 존재할 것이라는 의미를 담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minseonlee@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