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707에서 787까지...50년간 지구 26만 바퀴
50년 넘어 새로운 100년 여객·화물 양 날개 도약 계획은...
2분기 실적, 화물 앞세워 전분기 대비 반등할까?
자산 매각 등 통한 유동성 위기 극복 적극 진행 예정

코로나19 여파로 재계와 산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감돕니다. 세계 곳곳의 공장과 상점이 문을 닫고 소비자들의 생활 습관이 변하면서 기업들은 줄줄이 타격을 입었습니다.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또 한 번의 시련입니다.

대한민국은 이 위기에서 슬기롭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절망할 필요 없습니다. 난세에는 영웅이 등장합니다. 코로나 최일선에서 밤낮으로 바이러스와 싸운 의료진의 노력이 빛을 본 것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위기에 굽히지 않고 정면으로 맞설 또 다른 영웅들이 있습니다.

동방의 작은 나라, 내수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지만, 우리에게는 세계 시장을 이끌만한 여러 기술과 앞선 제품이 있습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던 선배,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던 선배가 지금은 없지만, 그들 못잖은 후배 기업인들이 앞선 세대가 일군 땅에서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떨어진 ‘기운’을 확실하게 ‘업’시켜 줄 경제 주역들, 국내 대표 기업과 CEO의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연재합니다. 열 여섯번째 순서는 최근 연이은 위기 속에서 내실 다지기에 나선 대한항공입니다.

대한항공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대한항공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최근 대한항공이 기내식과 기내 면세점 사업부 매각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기내식 사업 및 기내면세품 판매사업 매각 추진을 위해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세계의 하늘길이 막히면서 대한항공도 어려움을 겪었다. 유동성 위기 속에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의 지원 조건으로 내세운 송현동 부지 매각과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이 지연돼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수개월 전에는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이른바 ‘남매의 난’이 벌어져 세간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기내식과 기내 면세점 사업 부문 직원들의 처우와 고용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노동조합과 긴밀하게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회사 생존을 위해서 자산 매각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유상증자도 이달까지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 보잉 707에서 787까지...50년간 지구 26만 바퀴

대한항공은 최근 정부 기간산업안정기금 1호 대상자로 결정된 바 있다. 항공산업이 가지는 중요성과 대한항공의 항공 시장 영향력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대한항공은 1969년 3월 한진상사가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면서 공식 출범했다. 당시 대한항공은 대한항공공사가 보유한 항공기 8대를 인수하면서 첫 비행을 시작했다. 8대는 네덜란드 포커사에서 제작한 F-27 2대, 미국 페어차일드의 FC-27 2대, 2차대전에 사용되던 군용기를 민항기로 개조한 DC-4 등이었다.

대한항공은 1971년 4월 민영화 2년만에 태평양횡단 노선에 정기화물편으로 보잉 707기종을 처음 투입했다. 같은 해 서울발 도쿄행 및 동남아 노선에 보잉 707을 여객기로 투입했다. 이를 통해 대한항공은 기존 노선을 연장해 장거리 구간 운항이 가능해졌다. 이후 대한항공은 여러 시도를 거쳐 보잉사의 차세대 여객기이자 기존 항공기보다 연료 효율이 20% 이상 높은 보잉787까지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44개국 124개 도시를 취항하는 글로벌 항공사로 성장했다.

1969년 조중훈 창업주가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했고 1980년대에는 서울 올림픽 공식 항공사로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1990년대 이후 조양호 당시 한진그룹 회장이 본격적으로 대한항공을 이끌었다. 조양호 당시 회장은 1992년 대한항공 사장, 1999년 대한항공 회장을 거쳐 2003년 한진그룹 회장직에 오른 바 있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창립 50주년 기념일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50년 동안 지구를 25만 4679바퀴 돌았다. 지구에서 달까지 1만 3400번 왕복하는 거리에 해당한다. 그 동안 대한항공이 실어 나른 승객은 7억 1499만명, 화물은 8톤 트럭 506만 7500대 분량인 4054만톤에 달한다.

故 조양호회장(대한항공제공) / 그린포스트코리아
故 조양호 회장(대한항공제공) / 그린포스트코리아

◇ 새로운 100년 여객·화물 양 날개 도약 계획은?

지난해, 50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은 계획이 다 있었다. 당시 대한항공은 “50년을 넘어 새로운 100년으로의 도약을 위해 힘찬 날갯짓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경영 발전 전략 ‘비전 2023’ 실천을 통해 성장·수익·안정을 함께 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각 사업부문에서 맞춤형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여객 부문에서는 델타 항공과의 조인트벤처를 기반으로 미주-아시아 네트워크를 계속 확대하는 동시에 유럽·동남아 등 중장거리 신규 노선을 확대하기로 했다. 해외여행 수요가 꾸준했으므로 합리적인 방향성이었다.

화물은 베트남, 인도, 중남미 등 신성장 시장 노선 개발과 함께 의약품, 신선 화물 등 고수익 상품 판매 확대로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이와 더불어 항공우주사업부문에서는 민항기 제조 부문 신기술을 개발 및 무인기 양산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그리고 당시 대한항공은 “기내식·기내 판매 부문은 고객 소비 패턴 변화에 대응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위와 같은 전략으로 “연 매출을 매년 5.1% 성장시켜 오는 2023년 16조원 매출을 달성하고 보유 항공기는 190대로 확대한다”는 것이 지난해 대한항공의 창립 50주년 전략이었다.

이와 더불어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사회 내부에 설치된 감사위원회, 경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안전위원회 운영의 효율성을 더욱 높이겠다고 밝혔다. 재무구조 개선 부문에서는 지속적인 흑자경영으로 2023년까지 차입금 11조원, 부채비율은 395%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었다. 또한 대한항공은 안정적인 배당 수준을 유지하고 정기적인 기업설명회(IR) 활동으로 주주 가치 극대화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 코로나19 변수에 여객 침체...선제적 공급 운용 나선다

창립 50주년 기념식이 열린 것은 지난 2019년 3월 4일이었다. 그로부터 1년 후, 코로나19 변수가 닥쳤다. 이동이 제한되고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비행기를 타고 해외를 오가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국제항공운송협회가 “전 세계 항공 매출이 133조원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세계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항공주 보유 물량을 전량 매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항공여객수는 1786만 2693명으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41.57% 줄었다. 같은 기간 항공사들의 운항은 17만 7277편에서 12만 6695편으로 28.53% 줄었다. 지난해 4분기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던 대한항공도 올해 1분기에는 적자전환했다.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한 중국 노선 운항 중지를 시작으로 3월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사태가 확산되면서 장거리 노선 운항 중지가 이어졌다. 3월 기점으로 장거리 여객 공급이 약 70% 줄면서 국제 여객 매출이 감소했다. 최근 여객 부문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한항공으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미국의 확진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등 글로벌 팬데믹이 이어지면서 하반기에도 여객 매출 회복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한항공은 6월을 기점으로 국제선 수요 회복 대응을 위한 선제적 공급 운영에 나서고 있다.

해외 교민과 유학생 등 귀국 수요와 필수 출장 수요에 대한 부정기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6월 총 110개 국제선 노선 중 미주, 유럽, 동남아, 중국 등 국제선 운항을 현재 13개 노선(주간 55회)에서 32개 노선(주간 146회)으로 늘린데 이어, 7월 미국 댈러스와 오스트리아빈 노선의 운항 재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2분기 실적, 화물 앞세워 전분기 대비 반등할까?

코로나 위기감이 2월 이후 본격화됐다는 점을 감안해 2분기 실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장의 우려보다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해외여행이 뚝 끊긴 상황에서 무슨 묘수가 있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되지만, 대안은 바로 화물 운송이다.

이베스트증권 안진아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여객기 약 90%가 운항이 중단되면서 글로벌 화

물 공급이 감소하는 반면, 화물 수요는 증가해 화물 운임이 상승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하면서 “대한항공 화물기 전용 운송 비중은 약 60%(여객기 30~40%)로 경쟁 항공사 대비 화물 운송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 연구원은 “엑스트라 편성 등 가용 화물기를 최대로 투입하고 화물전용 여객기를 적극 활용해 긴급 방역물자 이외 단가 높은 제품에 대한 물량 유치 확보와 고정 수요 선점을 통해 마진을 확보하고 여객 부진을 커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2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국내외 출입국 통제가 심화됨에 따라 2분기 전체 출입국자 수가 전분기 대비 급격히 축소하고 원화 약세 지속 등으로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화물 분야에서 타이트한 수급으로 인한 운임상승과 견조한 수요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예정이고, 여객은 국제선 내에서도 근거리 수요 회복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대신증권 양지환 연구원도 대한항공 2분기 실적에 대해 “최근 추정치는 하회하지만, 시장 기대치보다는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3월 말부터 상승해 4~5월 급등한 항공화물 운임이 성수기인 4분기부터 재차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자산 매각 등 통한 유동성 위기 극복 적극 진행 예정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유동성 위기 극복도 적극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기내식 및 기내 면세점 사업부 매각 진행을 위해 크레딧스위스와 삼정KPMG, 김&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화우 등과 자문 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매각 대상으로 한앤컴퍼니(PEF)에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했다.

최근 위기 속에서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의 지원 조건으로 내세운 송현동 부지 매각과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이 현재 지연되는 상태다. 자구안의 핵심으로 꼽히는 송현동 부지 매각은 서울시의 공원화 방침과 맞물려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사업부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던 상태였다.

업계에 따르면 항공정비(MRO) 사업부와 마일리지 사업부 역시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 일각에서는 기내식 등 매각으로 1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추가 사업부 매각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이베스트증권 안진아 연구원은 “사업부 매각 절차 및 현금 유동화가 비교적 수월한 사업부는 기내식 및 기내면세점, 항공정비(MRO), 마일리지(FFP) 사업부 순”이라고 밝히면서 “기내식 및 기내면세점 매각으로 인한 자본확충 효과는 송현동 부지 매각 대비 재무구조 개선 기여도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자구안 마련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달까지 계획대로 진행해나갈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최근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액을 1만 4200원으로 확정해 공시했다. 유상증자로 새로 발행되는 주식 수는 7936만 5079주로, 총 1조 1269억여원원 규모다.

화물운송을 바탕으로 실적 회복에 나선 대한항공이 유동성 위기를 슬기롭게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