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여야 산다 #플라스틱 ②] 가성비와 속도의 습격, 플라스틱의 역사와 미래
[줄여야 산다 #플라스틱 ②] 가성비와 속도의 습격, 플라스틱의 역사와 미래
  • 이한 기자
  • 승인 2020.07.0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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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공 대중화 노력으로 시작된 플라스틱의 역사
시장 규모 1천조? 연간 4억톤 이상 만들어지는 플라스틱
빨리 생산되고 많이 버려지는데 재활용은 '찔끔'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번영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다섯 번째 시리즈는 우리 삶 속에 깊숙하게 침투해 지구 전체를 뒤덮은 플라스틱 얘기입니다. [편집자 주]

플라스틱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를 둘러싼 거의 모든 것들이 플라스틱이어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를 둘러싼 거의 모든 것들이 플라스틱이어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인류는 이제 플라스틱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를 둘러싼 거의 모든 것들이 플라스틱이어서다. 실제로 사람들의 주위는 플라스틱으로 가득 차 있다. 먹는 것을 제외한 대부분의 것들이 플라스틱이다. 심지어 먹는 음식과 물에도 플라스틱이 들어있을 확률이 높다.

네이버 지식백과는 플라스틱 소개글 첫째 줄에 “인류의 역사를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로 구분한다면 현대는 플라스틱시대”라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없이는 현대 문명이 만들어낸 혁신적인 제품들을 제조할 수 없다는 의미다.

플라스틱의 역사는 18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60여년 전이므로 매우 오래된 얘기지만 인류 역사 전체로 보면 짧은 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 플라스틱은 어떻게 인류의 삶에 깊숙하게 스며들었을까?

◇ 당구공 대중화 노력으로 시작된 플라스틱의 역사

플라스틱의 역사를 먼저 짚어보자. 당시 미국 한 신문에 광고가 실렸다. ‘당구공의 재료가 될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면 1만달러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시절 당구공은 아프리카 코끼리 상아로 만들었다. 가격이 비싸 당구 대중화의 장벽으로 작용했고 공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코끼리가 죽임을 당하는 문제도 있었다.

당구 관련 기업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구했다. 당시 미국 발명가 존 하야트는 질산섬유소 등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다 셀룰로이드를 개발했다. 열을 가하면 어떠한 모양으로도 만들 수 있고 열이 식으면 상아처럼 단단하고 탄력도 있었다. 가격도 쌌다. 저렴한 가격에 모양을 잡기 쉬운 이 물질은 단추와 만년필 제작 등에 사용됐다.

이후 천연연료 없이 만들어진 합성수지에 관한 여러 연구가 진행됐다. 그 과정에서 폴리에틸렌과 합성섬유 나일론 등이 개발되면서 플라스틱은 일대 전환점을 맞이한다. 이후 고기능성 플라스틱 등이 개발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흔히 ‘플라스틱’이라고 묶어 말하지만 그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소비자들이 흔히 생각하는 비닐봉지나 각종 용기류 등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 PET병을 뜻하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드, 폴리아미드, 폴리에스터, 폴리카보네이트 등 여러 종류다. 기자가 현재 착용하고 있는 필터 교체형 위생마스크는 폴리에스터와 폴리우레탄이 섞인 소재다.

플라스틱이 처음 개발될 당시에는 패션 분야에서 먼저 관심을 가졌다. 형태는 물론이고 색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특징 덕분이었다, 같은 재질도 다른 색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디자인적 측면에서 관심을 받았다. 화려하지만 저렴한 소재였으므로 상업적으로도 잘 맞았다.

실제로 나일론과 더불어 폴리에스터는 합성섬유중 가장 많이 사용된 소재다.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하다’에 따르면 폴리에스터 등장 이전의 인류는 일부 상류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단벌신사로 평생을 살았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폴리에스터가 등장한 이후 옷은 골라 입는 것이 됐고 패션을 소비하는 사람도 늘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한해 800조~1000조 규모로 추정된다. 빨리 생산되고 많이 버려지는데 재활용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게 문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전 세계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한해 800조~1000조 규모로 추정된다. 빨리 생산되고 많이 버려지는데 재활용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게 문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전 세계 시장 규모 1천조? 연간 4억톤 이상 만들어지는 플라스틱

요즘 플라스틱은 얼마나 생산될까. 전 세계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한해 800조~1000조 규모로 추정된다. 영국 데이터 분석회사 비즈니스 리서치는 지난해 전 세계 플라스틱 시장 규모가 약 1조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포춘코리아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70년 연간 2,500만 톤에서 2018년 4억 톤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문제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000년 이후 두 배로 성장한 플라스틱 수요는 2050년 또 다시 두 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매년 바다에는 약 800만 톤의 폐플라스틱이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 환경 프로그램은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더 많은 플라스틱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했다.

버려지는 양이 거의 그대로 지구 어딘가에 쌓인다는 것도 문제다. 캘리포니아대학교 환경과학경영대학원 롤런드 가이어 교수는, 1950년 이후 생산된 플라스틱의 90.5%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2017년 미국에서 폐플라스틱 재활용율은 8.4%에 불과했다.

많이 쓰여지고 대부분 버려지는 것은 경제성과 관련 있다. 앞서 언급했듯 플라스틱은 싼 가격에 많이 생산할 수 있다. 게다가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떨어지면서 플라스틱 가격 역시 하락했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인력 등이 투입되어야 한다. 국내 한 재활용업체 관계자는 “플라스틱을 수거해 제대로 분류해서 재사용하는 것 보다 새로운 제품 하나를 더 찍어내는 것이 싸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만들기가 어렵지도 않고 가격도 싼, 가성비와 속도의 역습이다.

◇ 빨리 생산되고 많이 버려지는데 재활용은 찔끔

재활용을 위해 분리배출하지만 그렇게 배출된 플라스틱이 모두 제대로 처리되지도 않는다. 환경미디어 보도에 따르면 재활용 목적으로 수거되는 폐플라스틱 비율은 연간 생산량의 35~40%다. 15~20%는 소재 재활용으로, 나머지 20~25%는 열처리를 통한 에너지 재활용으로 사용된다. 나머지 60% 정도의 폐플라스틱은 매립 및 소각해 처리된다. 폐플라스틱의 절반 이상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폐플라스틱 자체를 원료로 사용해 재활용하는 물질회수, 에너지 형태로 재활용하는 연료화,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다시 원료나 유류로 환원하는 유화환원이다.

물질회수는 수거된 폐플라스틱을 최대한 같은 원료들끼리 모아 재가공해서 제품을 만드는 방법으로 흔히 소비자들이 상상하는 ‘플라스틱 재활용’ 과정이다. 꼼꼼하게 분리한다고 모두 재활용이 되는 건 아니다. 음식 잔여물 등을 깨끗이 제거해야 하는 등 생각보다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연료화는 폐플라스틱의 발열량을 이용해 연료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방법은 기술이 일부 개발돼 사용됐으나 경제적 효율성 등의 문제로 많이 사용되지는 않는다. 정리하면, 빨리 생산되고 많이 버려지는데 재활용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게 문제다. 이제 와서 사용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여야 한다.

생산과 사용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플라스틱 재활용은 앞으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분해성 플라스틱의 개발 등도 숙제다. 3편에서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등을 늘리려는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을 소개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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