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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경제부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소통이 갖는 힘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크다. 특히 갈등의 상황에서는 소통만한 만병통치약이 없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디스커버리펀드 투자자들과 소통을 통해 극적으로 대치하던 갈등상황을 화해무드로 전환시켰다.

지난 8일 윤종원행장은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 대책위원회(대책위)와 직접 만나 면담을 가졌다. 은행장과 피해자가 서로 동등하게 마주보는 대화의 장을 보기란 드문 풍경이다. 은행장님으로써는 과감한 행보다. 

대게 피해고객이 은행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면 너무 바쁘신 나머지 응대하지 못한다고 한다. 고객이 요구한 대화의 장은 열리지 않고 소비자보호국 총괄 담당자 되는 분쯤이 내려와 행장님의 뜻을 전달한다.

지난달 초, 어느 시중은행에서 사모펀드를 투자했던 고객은 치솟은 손해율과 안갯속에 휩싸인 손해배상안을 두고 은행장과 대화를 요구했지만 예상대로 성사되지 않았다. 다만 관리부서 담당자가 내려와 행장님의 뜻이라는 의견을 전달할 뿐이었다. 

투자고객이 기자에게 은행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췄을 때, 불발될 것이라고 차마 말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윤종원행장과 대책위의 면담이 성사된다 해도 진전을 기대하지 않았다. 

약속된 날 윤종원행장과 대책위의 면담이 예정된 한 시간을 훌쩍 넘겨 두 시간 가까이 논쟁을 벌였던 면담에서도 성과는 없이 제자리걸음이었다. 면담이 종료되고 일각에선 ‘역시 윤종원행장의 면담은 보여주기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면담을 가진 직후에도 대책위와 기업은행측은 격하게 대립했다. 대책위는 은행측에 11일 열린 이사회 참관을 요청했으나 거절하며 갈등이 깊어졌고, 기업은행의 최대 50% 선지급방안 발표에도 ‘선지급안’을 두고 냉담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기업은행으로써는 대책위의 요구에 따라 선지급이라는 통 큰 결정을 내렸음에도 여전히 냉담한 반응에 당황했을지 모른다. 향방을 알 수 없던 갈등의 상황이 화해국면으로 물꼬를 튼 건, 윤종원의 정면돌파였다. 

대책위의 의견을 수용해 선지급안의 형사권 비보장과 수수료 등의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조항들을 빠르게 삭제 또는 수정했다. 은행으로썬 큰맘 먹고 대책위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한 셈이다.

대책위측은 전액배상에 대한 입장은 변함없지만 윤종원해장이 큰맘 먹고 의견을 수용한 것처럼 대화로 풀어가겠다며 수그러든 입장을 보였다.

비록 전액배상과 배상비율 합의라는 난관이 남았지만 극적으로 대치하던 갈등상황이 풀리며 분위기가 전환됐다. 비결은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소통을 통한 정면돌파였다.

옛말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물론 소통한방으로 손해배상이 되진 않는다. 

최근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판매사에 전액배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결정이 내려졌다. 판매사들로썬 전적으로 책임을 떠안아야하는 만큼 부담이 적지 않다. 전액배상을 실시한다해도 소비자신뢰제고란 또 다른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사태로 촉발된 신뢰도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선 열 가지의 대책보단 한 번의 대화가 효과적인 백신이 될 수 있다. 가장 먼저 불완전판매를 인정하고 빠르게 선지급을 실시한 신영증권과 윤종원행장의 정면돌파가 시사하는 것들을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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