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와 재질 다른 뚜껑, 버릴 때 닫을까 아니면 열을까
“최상의 재생원료 품질 원한다면, 뚜껑 떼는 게 맞다”
작은 뚜껑 따로 버리기 어려워...차선은 세척과 압축

세상에는 ‘애매한’ 것들이 많습니다. 답이 정해져 있는데 그게 뭔지 몰라서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고,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서 옳고 그름을 딱 잘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환경과 경제 관련 이슈에서도 이런 ‘애매함’은 늘 우리를 괴롭힙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제들입니다. 전기차 폐배터리와 휘발유차 배출가스 중에서 환경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치는 건 무엇일까요?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텀블러가 일회용 종이컵보다 정말로 더 환경적이려면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할까요?

이런 것도 같고, 반대로 저럴 것도 같은 애매한 환경 경제 이슈를 상담해드립니다. 이 기사 내용이 만고불변의 진리이자 유일한 정답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면 좋을지에 대한 힌트는 제공하겠습니다.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아래 이메일로 궁금한 내용을 보내주세요. 다섯 번째 주제는 ‘페트병을 어떤 상태로 버려야하는가’입니다. [편집자 주]

페트병은 내용물을 모두 비우고 깨끗하게 씻은 다음, 압착해서 버려야 한다. 뚜껑은 원칙적으로 따로 버리는 게 좋지만, 최근 지자체에서는 현실적인 문제 등을 고려해 닫아서 배출해도 된다고 알리는 추세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페트병은 내용물을 모두 비우고 깨끗하게 씻은 다음, 압착해서 버려야 한다. 뚜껑은 원칙적으로 따로 버리는 게 좋지만, 최근 지자체에서는 현실적인 문제 등을 고려해 닫아서 배출해도 된다고 알리는 추세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페트병에 담아둔 쌀을 꺼내 밥을 짓고, 페트병에 담긴 간장과 식용유로 반찬을 만들고, 페트병에 담긴 물을 마신 다음, 페트병에 담긴 음료수를 사먹는다. 기사를 쓰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낸 상황이 아니라 기자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다른 사람들도 아마 크게 다르지 않을 터다.

그린피스가 발간한 ‘일회용의 유혹, 플라스틱 대한민국’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대한민국 페트병 사용량은 49억개로 무게만 약 7만 1400여톤에 달한다. 참고로 비닐봉지는 235억개, 플라스틱컵은 33억개를 사용한다. 전 세계가 아니라 우리나라, 역대 누적 사용이 아니라 연간 사용량이다.

비닐이든 플라스틱이든 사용량을 줄이는 게 공통의 숙제지만 이 기사에서는 페트병 문제에만 집중해보자. 페트병은 재활용이 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따로 모은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 그러면 페트병은 어떻게 버려야할까?

◇ 페트와 재질 다른 뚜껑, 버릴때 닫을까 아니면 열을까

환경부는 ‘내 손안의 분리배출’ 이라는 앱을 통해 분리수거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해당 앱은 플라스틱 용기류 중 ‘PET’는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구는 등 이물질을 제거하여 배출한다”고 안내한다. 이와 더불어 “부착상표, 부속품 등 본체와 다른 재질은 제거한 후 배출한다”고 적혀있다. 그리고 ‘페트병 수거함으로 배출하라’는 내용도 함께 적혀있다.

페트병을 깨끗하게 헹구고 씻어서 버리는 사람, 부착상표와 부속품을 모두 제거하고 버리는 사람, 마지막으로 페트병만 따로 모으는 수거함에 버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기자가 주위 지인 10명에게 확인해본 결과 깨끗이 씻거나 부속품 등을 제거하는 사람은 4명이었고, 페트병 수거함에 따로 버린다는 사람은 없었다. 페트병 수거함 자체가 없다는 이유였다.

페트병을 제대로 모아 재활용하기 위해 지자체가 발벗고 나섰다. 서울시는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관련 규정을 바꿔 지난 5월부터 시범 운영하고 2021년부터 전면 시행한다. 투명페트병(과 폐비닐)은 일주일에 하루, 정해진 날짜에 봉투에 따로 담아 배출하는 내용이다.

서울시와 각 구청 등이 주민에게 홍보한 바에 따르면 투명 페트병은 비우고 헹군 다움 부피를 줄여 투명·반투명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 송파구 주민에게 배포된 안내문(홍보물디자인심의번호:2020-011)에는 ‘내용물 세척→라벨지 제거 후 압착→뚜껑 닫아 투명 또는 반투명 봉투에 배출’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서울의 한 주택가 분리수거함의 모습. 서울시가 '따로 배출하라'고 알린 페트병이 다른 쓰레기와 섞여있다. 쌓인 쓰레기 뒤로는 텅 빈 분리수거함이 보인다 (이한 기자. 2020.0612)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6월 12일 서울의 한 주택가 분리수거함의 모습. 서울시가 '따로 배출하라'고 알린 페트병이 다른 쓰레기와 섞여있다. 쌓인 쓰레기 뒤로는 텅 빈 분리수거함이 보인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최상의 재생원료 품질 원한다면 뚜껑 떼는 게 맞다”

페트병 뚜껑 재질은 대부분 몸통과는 다르다. 환경부에서 안내한 바에 따르면 따로 배출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지자체에서 안내한 바에 따르면 뚜껑을 닫아야 한다. 어떤게 맞는걸까.

재활용 자체를 생각하면 분리하는게 맞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최상의 재생원료 품질을 생산하고자 한다면 뚜껑을 떼는 게 좋다”면서 “원칙상 가장 좋은 것은 재활용을 감안해 뚜껑을 따로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역시 “페트병의 가장 좋은 분리배출 방법은 라벨지와 뚜껑 등 페트와 다른 재질은 모두 제거한 후 재질별로 분리배출 하는 것이 맞다”고 전제했다. 그렇다면 왜 안내 방법이 달라진걸까.

서울시내 한 구청 자원순환과장은 지난 6월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존에는 뚜껑을 따로 버리도록 홍보했고 뚜껑과 본체 재질이 달라 그렇게 조치했는데, 앞으로는 환경부에서 같은 재질로 통일하겠다는 로드맵에 따라 홍보 내용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현재로서는 병과 뚜껑 재질이 다른데, 닫은 채로 버린 뚜껑은 어떻게 처리되느냐”고 묻자 “처리 과정에서 담당 업체가 그 부분은 진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 작은 뚜껑 따로 버리기 어려워...차선은 깨끗한 세척과 꼼꼼한 압축

이 언급이 일리는 있는 얘기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 5월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제 관련 내용을 알리면서 “개인이 뚜껑 고리까지 제거하는 것이 쉽지 않고, 뚜껑과 뚜껑 고리는 페트병 파쇄, 세척 등의 재활용 처리 과정에서 ‘비중 차이’로 쉽게 분리 가능하므로, 라벨지만 제거 후 압착하여 뚜껑을 닫아 같이 배출하라”고 안내했다.

비중 차이로 인한 분리는 버려진 페트병을 잘게 부순 다음 액체에 담가 뜨는 것과 가라앉는 것으로 분리한다는 의미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김태희 부장은 “과거에는 설비 등이 부족한 경우가 있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예년 대비 개선됐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전부 파쇄한 다음 액체에 두면 뚜껑 재질은 뜨고 페트는 가라앉는다. 그 과정을 통해 페트 뚜껑을 닫아서 버려도 재활용 과정에서 분리할 수 있다”고 말했했다.

‘분류는 가능하지만 100% 완벽한 방법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다만 뚜껑을 따로 모으는 것 역시 쉽지 않으므로 지금 방식이 현재로서는 차선책이라는 의견다. 홍수열 소장은 “가장 좋은 방법은 소비자가 뚜껑과 본체를 분리했을 때 뚜껑을 따로 모으는 시스템이 있는게 가장 좋다. 하지만 작은 크기의 뚜껑을 따로 모으는게 어려워서 일상적인 분리배출 과정에서는 마개를 닫되, 압축은 꼭 해서 버리라는 얘기인데, 이것 역시 최선은 아니고 차선”이라고 지적했다.

차선인 이유는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분리가 잘 되지 않을수도 있어서다. 홍수열 소장은 “파쇄 공정 중에 미세한 가루가 나온다든지, 작은 조각이 페트에 섞일 수 있다”고 말하면서 “뚜껑이 같이 파쇄되는 과정에서 미세한 가루가 섞이지 않도록 해야 하는 등 기술적인 문제는 여전히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 하나가 버리기 전에 페트병을 압축하는 과정이다. 홍 소장은 “뚜껑을 닫아서 버리면 선별 공정에서 페트병 압축이 잘 안 되기 때문에 페트병을 압착해서 부피를 줄인 다음 뚜버리라고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 무작정 줄이기 어렵다면,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

정리하면, 최상의 상태로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뚜껑과 고리를 모두 떼는 게 맞다. 투명페트 뿐만이 아니라 페트병 전체로 범위를 넓혀보면 플라스틱 손잡이 등도 따로 버리는 게 좋다. 다만 현실적으로 모든 소비자들이 그렇게 할 수 없으니 현재로서는 ’깨끗이 헹구고 씻어서 압축한 다음 뚜껑을 닫아서 버리라‘는 차선책을 도출한 것이다.

지난 5월, 서울시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쓰레기를 매립할 수 있는 장소는 줄어들고, 태울 수 있는 소각시설을 더 만들기도 어렵다. 사용량을 대폭 줄이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대 사회에서 이미 익숙해진 것들을 무작정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버려진 것들이 잘 재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분리배출제’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깨끗하게 씻어 압축하는 건 귀찮다. 뚜껑을 닫는지 여는지도 헷갈릴 수 있다. 하지만 귀찮고 헷갈리더라도 무관심하면 안 된다. 쓰레기를 줄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고,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는 게 그 다음으로 좋은 방법이다. 페트병을 잘 씻어 부피를 줄인 다음 뚜껑을 닫아서 따로 버리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다. (재질이 서로 다른) 뚜껑과 페트병 처리 문제는 기업과 사회, 그리고 국가가 다시 고민해야 할 문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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