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곤충의 역습…국내외 휩쓰는 해충(害蟲)의 ‘반란’
기후변화와 곤충의 역습…국내외 휩쓰는 해충(害蟲)의 ‘반란’
  • 김동수 기자
  • 승인 2020.07.0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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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애니메이션 속 인류 위협하는 ‘곤충’…이제는 현실
기후변화로 국내 바퀴벌레·매미나방 등 급증
한반도 아열대화 식품 해충 증가할 수 있어
아프리카부터 아시아까지 휩쓴 메뚜기떼 창궐…기후변화 막지 않으면 반복될 수도
케냐의 사막 메뚜기떼가 하늘을 메우고 있다. (출처 FAO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케냐의 사막 메뚜기떼가 하늘을 메우고 있다. (출처 FAO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세계 3대 SF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하인라인의 소설을 영화한 '스타쉽 트루퍼스'에는 일명 '버그(bug)'라고 하는 외계 생명체가 등장한다. 이름 그대로 우리가 흔히 접하는 벌레의 모습을 한 이들은 물량(?)과 사지가 잘려도 죽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인류를 고사 직전까지 몰고 간다.

곤충을 영화의 소재로 사용한 작품은 상당히 많다. 절지동물 곤충강에 속하는 동물을 총칭하는 이른바 벌레는 ‘이웃집 토토로’ 등 수많은 히트작을 통해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도 볼 수 있다. 1984년 作인 이 애니메이션엔 거대 곤충이 등장한다. 작중 배경이 되는 곳에 대부분 퍼져 있는 곰팡이 숲을 지키는 수호자 '오무(王蟲)'가 그것이다.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곰팡이 숲과 오무 때문에 한정된 지역에서밖에 살 수 없는 인간 모습을 담았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에는 곤충이 인간의 터전을 위협한다는 이야기 전개를 흔히 볼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3억5000만년 전인 고생대 데본기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추측되는 이 생명체들은 현재까지 기록된 것만 약 80만 종에 달한다. 모든 동물 수의 약 4분의 3을 차지하는 곤충이 영화 속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환경오염이나 기타 이유로 인간의 시대 다음은 ‘곤충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조짐은 약간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우리 일상생활 속에 속속 나타나고 있다. 바로 '기후변화'란 환경오염과 함께 말이다.

◇ 기후변화에 따른 해충의 습격…바퀴벌레·매미나방 공습

일각에선 기후변화에 따라 곤충의 개체 수가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 속속 발표되고 있다. 캐나다 오타와 대학교(University of Ottawa) 연구진은 과학전문지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미국과 유럽에서의 호박벌 출현 횟수와 기온 상승과의 상관관계를 찾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 결과, 북미와 유럽 내 2000~2014년 호박벌 개체 수는 1901~1974년에 비해 평균 30% 이상 감소했다. 피터 소로이(Peter Soroye) 연구원은 "호박벌 개체 수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며 "이상 고온 현상 등 기후변화가 호박벌을 대량 절멸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호박벌과 같은 익충(益蟲)의 개체 수는 줄어든 반면 인간에게 각종 질병 등을 옮기는 해충(害蟲)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인간의 과도한 산업 활동에 의한 대가로 이른바 ‘역습’이 시작된 셈이다. 

국내의 경우 대다수 사람을 소름 돋게 하는 바퀴벌레부터 최근 수목에 큰 피해를 주는 매미나방 유충까지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해충의 증가 이유 중 하나로 기온 상승 지목된 가운데 국내 역시 기후변화에 따른 곤충의 습격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 역시 기후가 변화면서 해충이 급속히 증가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는 ‘바퀴벌레’다.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최근 그 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변화로 해충활동 시기가 늘어나고 번식 속도도 빨라졌기 때문이다.

종합환경위생기업인 세스코가 5년간 해충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2016년 발견된 바퀴벌레 수는 약 239만4222마리였다. 이는 전년 202만6443마리보다 18.1%나 증가한 수치다. 2012∼2016년 연 평균(186만3658마리)과 비교할 경우 28.5%나 증가했으며 2012년인 159만940마리와 비교하면 무려 50%나 급증했다.

최근에는 새로운 해충의 역습으로 지자체가 바짝 긴장한 상태다. 지난 겨울 따뜻한 날씨로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매미나방의 역습에 전국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독나방과에 속하는 매미나방은 산림과 과수에 큰 피해를 끼치는 해충이다. 유충 한 마리가 번데기가 될 때까지 700~1800㎠의 잎을 갉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자연의 섭리 상 추운 겨울이 되면 상당수의 매미나방은 알 단계에서 죽는 게 이치다. 하지만 지난 겨울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며 살아남아 부화한 애벌레들이 전국 지자체를 습격한 것이다. 여기에 성충 우화가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도심과 주택가에 대거 출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겨울 따뜻한 날씨로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매미나방과 방역활동 모습. (제천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겨울 따뜻한 날씨로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매미나방과 방역활동 모습. (제천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기후변화가 식품 해충(food pest)을 증가시킬 가능성 높아

기후변화는 외부환경에서 서식하는 해충들만 증가시키는 게 아니다. 대표적인 식품 해충인 화랑곡나방과 쌀바구미 등도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한반도의 아열대화로 인해 외래해충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미 10년 전에 기후변화에 따른 식품 해충 발생과의 관계를 연구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2010년 발표된 논문 ‘기후변화와 식품 해충’에 따르면 한반도의 기온 상승률(지난 100년간 1.7℃)은 전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률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식품 해충의 발생과 출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기온 상승은 식품 해충의 발생빈도 증가(발육 일수 감소 및 발생 세대수 증가)를 가져올 수 있으며 식품 해충의 분포범위의 확대를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세계화 추세로 외국과의 교역이 확대됨에 따라 아열대 지역의 외래해충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진은 식품 해충은 식품을 가공, 유통 및 보관하는 과정에서 내부 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온도 상승으로 인한 식품 보관 상태 악화 등 그 영향이 확대 또는 출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충의 세대수 증가와 해충 조기 발생, 해충 밀도의 빠른 증가와 분포 지역의 확대 등의 양상은 다른 해충과 유사할 것으로 추정했다.

◇ 해외 대량 메뚜기떼 발생…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위기’로 반복 가능성

해외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곤충들의 습격이 심각한 상황이다. 그 예로 세계 각지의 역사에 기록될 정도로 인류의 식량난에 영향을 끼친 ‘메두끼떼의 공습’ 대표적이다. ‘황충(蝗蟲)’이라고도 불리는 이 메뚜기떼는 구약성경 출애굽기에 이집트를 덮친 10가지 재앙 중 하나로 묘사되기까지 했다.

역사상 최악의 황충은 1870년대 미국 서부에서 발생한 ‘로키산메뚜기’다. 약 12조5000억 마리에 달한 이 메뚜기떼는 미국 중서부 대평원을 휩쓸고 다니며 당시 약 2억달러, 현재가치 6조원 정도의 피해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역시 21세 황충의 습격을 받은 적이 있다. 2014년 수십억 마리로 추정되는 메뚜기가 전남 해남의 농경지 25ha를 황폐화 시킨 적 있다.

동아프리카에 있는 소말리아 정부는 지난 2월 2일 메뚜기떼와 관련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소말리아 정부는 사막 메뚜기가 소말리아의 취약한 식량 안보 상황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는 중이라며 막대한 작물과 사료를 먹어 치워 식량원이 위험에 처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31일 파키스탄 정부도 관련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여년 만에 최악의 메뚜기떼 습격을 받은 파키스탄은 농가와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항공기로 살충제를 대량 살포하는 등 메뚜기떼 박멸에 필사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앞서 비상사태를 선포한 국가를 황폐하게 만든 주인공은 바로 ‘사막 메뚜기’다. 몸무게가 2g에 불과하지만 자신의 몸무게만큼의 매일 곡식을 먹는 등 왕성한 식욕을 자랑한다. 또한 1㎢의 넓이에 최대 1억5000만 마리가 움직이며 3만5000만명이 먹을 수 있는 작물을 먹어치운다. 

이러한 메뚜기떼가 무서운 이유는 바로 그 기동성에 있다. 바람을 타면 하루에 150㎞를 이동할 수 있어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동아프리카를 휩쓴 사막 메뚜기떼는 시간당 약 13㎞의 속도로 빠르게 동진해 중동을 거쳐 남아시아까지 총 23개국에 피해를 끼쳤다. 그 결과, 케냐는 105만ha의 농경지가 황무지로 변했고 인도는 555만ha가 초토화돼 약 17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보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막 메뚜기떼 창궐이 지난해 9월 시작돼 올해 2월 진화된 산불, ‘호주 산불’과 같은 원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기후변화라’는 것이다. 인도양 동서 간 해수면의 온도 차에 기인했다는 것인데 이에 따라 지난해 가을 동아프리카에는 예년보다 많은 비가 내려 고온 다습한 최적의 서식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창궐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기후변화의 역습이 국경을 초월한 ‘대재앙’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기후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해 일부 지역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 이와 같은 재앙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사막 메두기떼가 창궐에 동아프리카는 물론 남아시아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 (출처 FAO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해부터 사막 메두기떼가 창궐에 동아프리카는 물론 남아시아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 (출처 FAO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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