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키워드 속 환경 ⑪] 뭐든지 ‘구독’하는 세상...편리함 이면의 버려지는 것들
[트렌드 키워드 속 환경 ⑪] 뭐든지 ‘구독’하는 세상...편리함 이면의 버려지는 것들
  • 이한 기자
  • 승인 2020.06.3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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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와 소유 넘어 접속과 이용의 시대 왔다
과자, 면도기, 속옷에 요트까지...뭐든 다 구독되는 시대
소유하지 않는 것의 경제적 효과와 그 이면
경제적·환경적으로 효율적인 구독경제 위한 과제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환경’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기사가 1천만건 이상 쏟아집니다. 인기 K-POP그룹 BTS(방탄소년단) 이름으로 57만건, ‘대통령’ 키워드로 890만건의 기사가 검색(4월 13일 기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 문제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매주 1회씩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열 한번째 주제는 제품과 서비스 전 분야에 걸쳐 퍼진 구독경제입니다. [편집자 주]

터치와 클릭 몇 번이면 무엇이든 구독되는 시대다. 일시불로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사용료만 내면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존 가격보다 저렴하게 이용하는 개념이다. 소유를 줄이자는 취지인데, 과연 소비도 줄고 환경적으로도 더 좋을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터치와 클릭 몇 번이면 무엇이든 구독되는 시대다. 일시불로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사용료만 내면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존 가격보다 저렴하게 이용하는 개념이다. 소유를 줄이자는 취지인데, 과연 소비도 줄고 환경적으로도 더 좋을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요즘 산업계 전 분야를 막론하고 ‘구독경제’가 화제다. 일시불로 제품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매달 일정한 사용료를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념이다. 월 사용료를 내면 무제한 스트리밍 영상을 제공하는 넷플릭스, 꾸준한 관리를 바탕으로 하는 코웨이의 정수기나 비데 렌탈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올해 기준 전 세계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약 6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구독은 과거 ‘신문을 구독한다’고 말하던 시절의 그 의미와 똑같다. 종이로 인쇄되어 집집마다 배달되는 신문 산업은 과거에 비해 규모가 축소됐다는 의견이 많다. 그런데 구독경제는 어떻게 트렌드 키워드가 됐을까.

힌트는 다양성에 있다. 구독경제는 매우 다양한 분야로 진화했다.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면 커피나 술을 무제한 마실 수 있는 곳도 있고 신선식품이나 샐러드를 매일 배송해주고 개인 맞춤형 속옷이나 침구를 배송하는 서비스도 생겼다. 특정 계층만을 상대로 하는 키워드도 아니다. 요즘은 고급 승용차를 취향 따라 바꿔가며 탈 수 있는 서비스와 간식으로 먹는 과자를 구독하는 서비스가 공존한다.

◇ 소비와 소유 넘어 접속과 이용의 시대 왔다

구독경제가 소비자들에게 인기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물건을 소유하는 것 자체보다는 다양한 체험을 원하는 소비경향, 그리고 제품을 직접 관리해야 하는 수고로움에서 벗어나 편하게 사용만 하고 싶다는 욕구다.

미국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자신의 저서 <소유의 종말>을 통해 미래 인류의 소비가 소유를 넘어 ‘접속’과 ‘이용’의 시대로 바뀔 것이라고 예언했다. 제한된 자원, 정해진 예산에서 최대한의 만족을 느끼려는 경제적 ‘효용이론’이다.

경제적 효용이론이라는 말에 주목해보자. 실제로 소비자들은 구독 서비스가 ‘저렴하다’고 느낀다. 1년 전부터 넷플릭스를 이용했고 올해 봄부터 샐러드 정기 새벽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한 소비자는 “넷플릭스는 커피 3잔 값으로 한 달 내내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고, 샐러드는 제과점에서 파는 비슷한 제품보다 저렴한데 오랫동안 먹으면 할인도 해 준다”면서 “투입되는 비용의 효율성을 생각하면 아주 괜찮은 제도”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꼭 싸다는 이유만으로 구독을 선호하는 건 아니다. 소유 자체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중시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일일이 직접 고르기보다는 전문가 또는 AI가 ‘큐레이션’ 해준 것들을 편리하게 활용하려는 심리도 깔려 있다.

서비스에 가입하면서 마음에 드는 콘텐츠를 몇 개 지정하면 그 자료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관심가질 콘텐츠를 추천하는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본인 스스로의 경험이나 일부 지인 또는 친구들의 추천이 전부였던 과거와 달리 매우 정교한 형태의 추천을 경험할 수 있고 그 과정이 편리하다는 게 구독경제의 장점이다.

구독경제의 범위는 매우 넓어졌다. 그야말로 무엇이든 구독할 수 있는 시대다. 적은 양을 자주 배송받는 과정에서의 경제적, 환경적인 문제는 뭘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구독경제의 범위는 매우 넓어졌다. 그야말로 무엇이든 구독할 수 있는 시대다. 적은 양을 자주 배송받는 과정에서의 경제적, 환경적인 문제는 뭘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과자, 면도기, 속옷에 요트까지...뭐든 다 구독되는 시대

구독경제 서비스는 매우 다양해졌다. 롯데제과는 한 달에 9900원만 내면 신제품을 포함해 1만원 이상의 과자묶음을 제공하는 ‘월간과자’를 출시했다. 이마트24는 일주일 또는 2주일 단위로 정기권을 구매하면 얼음컵을 매일 1회씩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범 출시했다. 지난 23일 오전 9시에 판매를 시작했는데 이틀만에 90%가 팔렸다.

신세계 강남점에는 한 달에는 18만원으로 매주 목요일에 제철과일 3~5종을 배송하고 술담화는 월 3만 9000원에 전통주 2병과 스낵안주를 제공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차 브랜드 오설록의 정기구독 서비스 ‘다다일상’을 지난해 12월 선보였다. 매월 가장 마시기 좋은 차와 함께 다구, 소품을 보내주는 서비스다. 삶은 나물을 매일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생겼다.

식음료에만 국한된 서비스도 아니다. 퍼플독은 같은 가격에 매달 와인 한병을 제공한다. 한달에 1만 5000원으로 맞춤 영양제를 구독할 수도 있다. 매달 깨끗한 침구 세트로 바꿔주거나 수건을 살균 처리해 일주일에 한번씩 배송해주는 서비스, 1인가구 등을 겨냥한 세탁 구독 서비스도 인기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2주일에 한번씩 꽃다발을 배송받는 것도, 한 달 내내 깨끗한 양말을 정기구독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속옷은 물론이고 탐폰과 생리대도 구독할 수 있다. 지난해에도 면도날이나 요트 등 색다른 구독 서비스가 언론 등을 통해 여러 차례 화제가 됐다. 구독 관련 매출이 일정 비율 이상인 기업이나 구독 비즈니스로의 전환이 예상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나왔다

구독경제 확대는 1인가구 증가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1인 가구의 소비지출 비중이 꾸준히 늘어 2030년이면 4인 가구 소비지출 총액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에 발맞춰 필요한 제품을 소량만 편리하게 제공하는 구독경제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

◇ 소유하지 않는 것의 경제적 효과와 그 이면

구독경제는 기업의 마케팅 측면에서 봐도 효율적인 부분이 있다. 소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무리하게 제품을 팔기보다는 많은 소비자로 하여금 제품이나 서비스를 일단 사용하게 해서 궁극적으로는 더 많이 소비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구독 서비스는 소비자입장에서는 구매나 소유에 대한 부담이 없어 상대적으로 ‘결제’ 부담이 덜하다. 만만찮은 가격이지만 정기적으로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원하면 언제든 구독을 중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소비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다는 의미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계획에 없던 소비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다. 기자는 올해 초 애플 아케이드 게임을 정기구독했다. 매월 6,500원만 내면 앱스토어 내 100개 이상의 게임을 자유롭게 즐기는 서비스다. 모바일에는 무료게임이 많은데 왜 돈을 내야 할까?

일반적으로 적잖은 모바일게임이 무료로 다운로드 받은 다음 게임 내에서 좀 더 업그레이드 된 내용을 즐기려면 결제를 통해 과금을 해야 한다. 더 좋은 아이템을 얻거나 캐릭터가 더 강해지려면 과금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추가 과금이 없다는 가정하에 월 6,500원은 게임을 즐기기에 적당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런 생각에 정기구독을 시작했다.

기자의 오산이었다. 취향에 맞는 게임을 찾지 못했다. 평소 원하는 게임을 싼 가격에 즐길 수 있었다면 구독이 합리적이었겠지만, ‘비싸지 않은 금액으로 여러 가지 게임을 해볼 수 있다’는 기대감만으로 구독했기에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합리적이지 않은 지출을 하게됐다.

일시불로 구매해 소유하는 대신 월 이용료를 내고 구독하면 '경제적'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최적화된 상품과 서비스가 제공될 경우 그럴 확률은 높아진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어떨까?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서류 내용과 브랜드 등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일시불로 구매해 소유하는 대신 월 이용료를 내고 구독하면 '경제적'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최적화된 상품과 서비스가 제공될 경우 그럴 확률은 높아진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어떨까?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서류 내용과 브랜드 등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똑같은 상품과 서비스가 모두에게 구독되면...만족도 낮아진다?

언론보도와 맥킨지 보고서 등에 따르면 소비자별로 최적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큐레이션해 추천하는 구독서비스 재등록 비율은 32%였다. 반면 모든 소비자에게 같은 상품과 서비스를 보여주는 구독서비스의 재등록 비율은 13%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소비자 본인의 취향에 맞게 꼼꼼히 큐레이션된 서비스가 아니라면 구독 서비스에 대한 만족(재등록) 비율이 아직은 높지 않다는 말로도 해석된다. 바꿔 말하면, 애초에 이뤄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소비가 일부 이뤄졌다고 볼 수도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구독경제는 지출이나 소유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을 줄여 소비자들이 좀 더 쉽게 지갑을 열게 하는 장치다. 비싼 제품을 일시불로 구입하지 않고 리스나 렌탈 형태로 사용하게 하면서 월 이용료를 받는 것은 과거부터 자동차나 가전 등의 업계에서 일부 시행되던 방식이다.

이 문제를 구독료가 아닌 환경적인 부분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소비자가 ‘소유’ 하지 않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소비’가 이뤄지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소비자는 에너지를 사용한다. 환경적으로 고려해야 할 지점도 생긴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구독은 일반적으로 적은 양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여러 번 배송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이 경우 포장과 배송 등의 과정에서 일회용품을 자주 또는 많이 사용할 우려도 있다.

◇ 경제적으로, 환경적으로 효율적인 구독경제 위한 과제

실제로 최근까지 샐러드를 구독했던 서울 송파구의 한 소비자도 “제품 개수 대비 가격을 생각하면 분명 할인효과도 있고 저렴했지만, 결과적으로 샐러드를 매일 아침 먹는게 힘들어 한달 이용 후 해지했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는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필요할 때마다 따로 구매해서 먹는 게 전체 지출 면에서는 저렴하고 플라스틱 용기 배출도 그만큼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에도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충분히 자주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경제적이지만, 그렇지 않고 호기심이나 충동적으로 구독을 선택한 사람에게는 또 다른 낭비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소비자는 “샐러드와 함께 배송된 아이스팩이 물과 종이로 만든 친환경 제품이었고 박스 안쪽 보충재도 종이를 사용하는 등 환경적인 노력이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과거보다 더 많은 쓰레기를 배출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얼음컵 구독 서비스를 체험했다는 송파구의 또다른 소비자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 소비자는 “편의점에서 얼음컵으로 커피를 마시면 음료값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얼음컵을 매일 사용하다보니 평소보다 음료를 마시는 횟수가 늘었고 그만큼 쓰레기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는 “만일 구독 서비스가 기업 입장에서 매출을 늘리는 또 다른 기회가 된다고 가정하면, 그만큼 소비가 늘고 그 과정에서 쓰레기가 늘어날 여지도 존재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독과 기존의 소비형태 중 어느 것이 더 경제적으로 효율적이고 환경적인지를 1:1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제품과 서비스에 따라 사정이 다르고 소비자가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구독서비스가 경제적으로, 그리고 환경적으로 효율적이려면 기존 방식의 소비를 통한 소유와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현명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기업은 소비자의 취향에 최대한 맞춰진 꼼꼼한 큐레이션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구독은 경제적이고 환경적인 소비가 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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