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 운용사 가려내고, 판매사의 투자자 성향 조작행위 처벌 강화해야

사모펀드 이미지(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사모펀드 이미지(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지난해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시작된 환매중단사태가 줄줄이 터지면서 화약고를 방불케 하고 있다. 연이은 환매중단에 금융당국이 전수조사를 발표했지만 뒤늦은 대응으로 부실 펀드 출연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뒤따르면서 ‘사모펀드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우려된다. 반면, 선지급안을 발표했던 판매사는 일부 투자자와 입장차가 발생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1만 여개 사모펀드 가운데 환매중단 된 펀드는 △라임자산운용 펀드 1조 6000억원 △알펜루트자산운용 펀드 567억원 △디스커버리펀드자산운용 펀드 695억·219억원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1100억원 △자비스자산운용·헤이스팅스자산운용 팝펀딩펀드 500억원 △옵티머스자산운용 1000억원이며 최근 홍콩계 해지펀드운용사인 젠투파트너스 펀드도 환매가 연기됐다.

◇‘또 환매중단’…옵티머스부터 젠투파트너스까지 줄줄이 폭탄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최근 △옵티머스크리에이터 15·16·25·26·27·28호 △옵티머스 헤르메스 1호를 환매 중단했다. 이들 펀드의 환매중단 금액은 1000억원 가량이나, 환매자제를 요청한 270억원 규모의 개방형 사모펀드까지 더하면 1000억원을 넘어선다. 

판매사별로 4월말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잔액 5565억원 가운데 NH투자증권이 4778억원으로 80%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한국투자증권 577억원, 하이투자증권 300억원, 케이프투자증권 207억원, 대신증권 45억원, 한화투자증권 19억원이 뒤를 이었다.

옵티머스 펀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그러나 설명과 달리 투자금이 대부업체나 부실기업으로 흘러가면서 환매중단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예탁결제원을 통해 펀드자산명세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대부업체 등의 채권을 공기업 채권인 것처럼 기재한 정황이 드러나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22일 NH투자증권을 비롯한 판매사들은 옵티머스자산운용 임직원 등을 사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조치했고 금융감독원도 수사를 의뢰했다. 환매중단으로 자금이 묶인 개인투자자들도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자금이 흘러간 업체에 하드디스크를 숨기는 등 증거인멸 정황이 적발됐으며, 검찰은 펀드 자금이 불법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을 염두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환매중단에 이어 젠투파트너스 펀드가 환매중단되면서 사모펀드 환매중단사태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앞서 26일 홍콩계 헤지펀드인 젠투파트너스는 판매사인 키움증권에 환매 연기를 통보했다.  키움증권이 판매한 젠투파트너스 펀드는 13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키움증권은 젠투파트너스에 지속적인 환매를 요청했으나 환매가 연기됐다.

이들 자산운용사의 연이은 환매중단에 판매사인 증권사도 불완전판매 의혹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판매사는 “운용사가 운용해 판매사도 불법적인 정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으나 투자자들은 운용사가 아닌 판매사의 말을 듣고 투자했던 만큼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 1만여개 펀드 전수조사…부실펀드 뒤따를 것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는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팝펀딩펀드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투자자들이 이름도 생소한 운용사를 보고 투자했겠냐”며 “자비스자산운용이 아닌 한국투자증권을 믿고 투자한 것”이라며 판매사 책임을 촉구했다.

금융당국은 이들 사모펀드의 연이은 환매중단 사태로 뒤늦게 전수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전주조사에 돌입하면 유사한 부실펀드가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이번 주 초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 등 유관기관과 함께 합동점검회의를 열고 사모펀드 전수조사 일정과 방식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내 전문 사모운용사는 230여곳, 사모펀드 운용 규모는 1만여개에 달한다. 회의에선 운용사 등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하는 금감원 자산운용검사국에 유관기관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 등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전수조사가 시행되면 유사한 부실펀드가 잇따라 출연할 것이라 보고 있다. 사모펀드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다는 것이다. 

김득의 대표는 이를 두고 “현재 확보된 사모펀드 피해 제보만 몇 건이 더 있다”면서 “전주소사가 시행되면 유사한 사태는 연이어 발생할 것”이라며 “전수조사 시기는 현재는 너무 늦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재가 아닌 지난 4월에 시행했다면 옵티머스 사태는 적발해서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수조사를 통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옥석’ 운용사를 추려 투자자들에 안내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선지급안 속속 내놨지만 일부 투자자와 판매사 대립 ‘난항’

사모펀드 환매중단은 줄줄이 터지는데 반해 손해배상안으로 발표했던 선지급안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과 은행측의 입장이 대립하면서다.

지난 5일 일부 시중은행은 환매중단 된 라임자산운용 펀드 일부에 대해 선지급을 실시한다고 밝혔으나 선지급안에 대한 동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선지급안 협상에 난항을 겪는 부분은 선지급 안내 보상비율 확정 및 정산에 대한 항목 때문이다. 선지급안에 동의할 경우 은행과 직원을 상대로 어떤 민원도 제기할 수 없다는 지점과 초과금액을 반환해야 한다는 설명, 선지급안 동의시기에 대한 지점에서 일부 투자자들과 입장차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투자자의 80% 가량이 동의를 마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 상당수가 동의를 마쳤고 워낙 특수한 케이스다보니 선제배상에 나섰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고객은 기업은행 등의 사례를 들어 선지급안 동의서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은행에선 늦게 동의할수록 배상금액이 줄어든다고 말하는데 왜 그렇게 말하는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며 “동의하면 민원제기 등을 할 수없단 부분은 수정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김득의대표는 “분쟁조정에서도 형사권은 보장하고 있는데 선지급안에 동의하면 소송이나 민원제기가 불가하다는 부분은 궁핍한 투자자들의 처지를 이용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금융위가 적격투자자에게 투자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징벌적손해배상제도의 도입과 판매사들이 적격투자자로 투자자의 성향을 조작할 경우 계약취소가 가능하도록 판매사들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mylife144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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