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방법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환경적 영향
근본적으로 중요한 숙제는 ‘사용량 줄이기’

세상에는 ‘애매한’ 것들이 많습니다. 답이 정해져 있는데 그게 뭔지 몰라서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고,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서 옳고 그름을 딱 잘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환경과 경제 관련 이슈에서도 이런 ‘애매함’은 늘 우리를 괴롭힙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제들입니다. 전기차 폐배터리와 휘발유차 배출가스 중에서 환경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치는 건 무엇일까요?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텀블러가 일회용 종이컵보다 정말로 더 환경적이려면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할까요?

이런 것도 같고, 반대로 저럴 것도 같은 애매한 환경 경제 이슈를 상담해드립니다. 이 기사 내용이 만고불변의 진리이자 유일한 정답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면 좋을지에 대한 힌트는 제공하겠습니다.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아래 이메일로 궁금한 내용을 보내주세요. 네 번째 주제는 ‘화장실에서는 휴지를 어떻게 버려야 좋을까’입니다. [편집자 주]

‘휴지는 휴지통에 버리지 말고 변기에 버리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는 화장실이 있다. 휴지통이 없는 화장실도 많다. 하지만 일부 건물 등에서는 변‘기가 막힐 수 있으니 휴지를 휴지통에 버리라’고 안내하는 곳도 있다. 과연 어떤 방법이 더 환경적일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휴지는 휴지통에 버리지 말고 변기에 버리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는 화장실이 있다. 휴지통이 없는 화장실도 많다. 하지만 일부 건물 등에서는 변‘기가 막힐 수 있으니 휴지를 휴지통에 버리라’고 안내하는 곳도 있다. 과연 어떤 방법이 더 환경적일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휴지는 휴지통에 버리지 말고 변기에 버리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는 화장실이 있다. 휴지통이 없는 화장실도 많다. 하지만 일부 건물 등에서는 변‘기가 막힐 수 있으니 휴지를 휴지통에 버리라’고 안내하는 곳도 있다. 과연 어떤 방법이 더 환경적일까.

법과 규정을 생각하면 화장실에는 휴지통이 없는 게 맞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대변기 칸막이 안에는 휴지통을 두지 아니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다만 여성용 화장실에는 위생용품 수거함을 둘 수 있고, 장애인이나 노인 또는 임산부가 사용할 수 있는 변기가 설치된 경우, 영·유아용 기저귀교환대가 설치된 경우에는 휴지통을 둘 수 있다.

휴지통을 없앤 것은 악취 등 청결상의 문제를 고려한 조치다. 하지만 조치 시행 이후 변기가 막히는 등의 불편을 지적한 목소리가 있었다. 실제로 법률 시행 직후 한 지역언론에서는 배관 시설업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은 지 10년 이상된 건물 화장실은 정화조와 배관이 먼 경우가 많아 변기가 막히기 쉽다. 이물질로 인한 막힘현상이 대부분이다. 물에 녹는 휴지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 휴지나 물휴지 등을 사용하고 버린다면 막힘이 더욱 자주 일어난다”고 보도한 바 있다.

◇ 버리는 방법 따라 달라지는 화장지의 환경적 영향

따져볼 것은 환경에 대한 영향이다. 많은 양의 휴지가 정화조 탱크에서 분해가 잘 안 되거나, 휴지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유기물 분해 과정을 방해할 수 있다. 휴지 등을 녹이기 위해 추가로 약품을 사용하거나 하수 방류 전에 따로 걸러 처리하는 등의 수고로움도 고려해야 한다.

휴지통에 버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정화조를 둘러싼 ‘수질’에만 초점을 맞춰 보면 물에 버리지 않는게 좋다고 느낄 수 있지만, 다른 경로로 쓰레기가 배출되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어느 한쪽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관계자도 이 문제에 대해 “한쪽으로 치우친 결론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장지가 일단 물에 잘 녹는다고 가정하면 기본적인 관리가 되겠고, 반대로 폐기물로 처리를 한다면 소각장에서 소각하는 것 자체도 가능한 일이니까 전체적인 영향을 따져보면 비슷해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유한킴벌 리가 올해 1월 크리넥스 사용자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화장실에서 평균 9.4칸의 화장지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평균 12.7칸에서 줄어든 숫자다. 화장지를 변기에 바로 버리는 비율은 2009년 51%에서 올해 66%로 늘어났다.

◇ 버리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결국 숙제는 ‘사용량 줄이기’

유한킴벌리는 홈페이지를 통해 “유한킴벌리에서 제조하는 모든 화장실용 화장지는 물에 풀리도록 설계되었으므로 사용 후 변기에 버려도 된다. 다만 한꺼번에 과도한 양을 버리거나, 용수 절약을 위해 변기에 흐르는 물의 양을 줄여 사용하는 경우에는 물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막힐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정상적인 사용일 경우 화장실의 청결을 위해 바로 변기에 버리기를 권하며, 일시에 많은 양을 버려야 하는 경우에는 몇 번에 나눠 변기에 버리면서 물을 내리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디에 버리느냐의 문제보다는 사용량 자체라는 지적도 있다. 화장지를 절약하고 물 사용량을 줄이는 게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는 지적이다. 보통 가정에 설치된 화장실에서 물을 한번 내리면 13리터를 사용하는데 절수형 변기 등을 설치해 물 사용량을 줄이거나 화장지 역시 아껴서 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화장지의 품질이 과거보다 좋아지면서 사용량을 줄여도 괜찮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실제로 유한킴벌리는 지난 1월 화장지 평균 사용량이 줄어든 내용을 발표하면서 "3겹 화장지 등 흡수력이나 닦음성이 좋은 고품질 화장지가 대중화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인 바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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