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는 환경경제 용어사전 ⑤] ‘푸드 마일리지’ 줄이면...환경부담도 줄어든다?
[쉽게 읽는 환경경제 용어사전 ⑤] ‘푸드 마일리지’ 줄이면...환경부담도 줄어든다?
  • 이한 기자
  • 승인 2020.06.2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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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먹은 음식, 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내게로 왔을까
식재료 수입 늘면서 푸드마일리지 꾸준히 늘어났던 한국
대량 생산, 긴 운송 과정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다섯 번째 순서는 식재료가 생산자의 손을 떠나 소비자의 오르기까지의 이동거리와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영향을 표현하는 ‘푸드 마일리지’입니다 [편집자 주]

‘푸드 마일’은 먹거리가 생산지에서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 거리를 의미한다. 푸드 마일리지는 식재료가 생산, 운송 과정을 거쳐 소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푸드 마일’은 먹거리가 생산지에서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 거리를 의미한다. 푸드 마일리지는 식재료가 생산, 운송 과정을 거쳐 소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지난 5월,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모 절차를 거쳐 8개 지자체를 선정했다. 지역에서 수립한 먹거리 종합전략(지역 푸드플랜)이 원활하게 실행되어 조기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관련 농림사업을 포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공모 절차였다.

지역푸드플랜은 먹거리의 지역 내 생산과 소비 연계 강화를 기반으로 취약계층 먹거리 복지 제고, 먹거리 안전 관리 및 환경부담 완화 등 지역 먹거리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 전략 중에는 ‘푸드마일리지 감축’이 포함되어 있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푸드마일리지 감축에 대해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고 설명했다.

마일리지(mileage)의 사전적 의미는 고정 고객 확보를 위한 기업의 판매 촉진 프로그램이다. 비행기를 자주 타거나 긴 거리를 타면 횟수와 거리 등에 따라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등 소비자들에게도 익숙하 개념이다. 그러하면 푸드 마일리지는 뭘 의미할까.

◇ 당신이 먹은 음식, 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내게로 왔을까

환경부에서 제공하는 환경용어사전에 따르면 ‘푸드 마일’은 먹거리가 생산지에서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 거리를 의미한다. 푸드 마일리지는 식재료가 생산, 운송 과정을 거쳐 소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한다.

푸드 마일리지는 지난 1994년 영국 환경운동가 팀 랭이 창안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곡물, 유량종자(oil seed), 축산물, 수산물, 야채·과실, 설탕류, 커피·차·코코아, 음료, 기타 등 9개 품목을 대상으로 산정한다. 계산법은 쉽다.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식품 수송량(톤)에 수송 거리(킬로미터)를 곱해 계산한다. 간단한 공식이지만 식재료의 양과 이동 거리를 직관적으로 나타낸다. 푸드 마일리지가 클수록 먼 지역에서 수입한 식품을 더 많이 먹고 있다는 의미다.

푸드마일리지가 늘어나는 것은 여러 가지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식재료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살충제나 방부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정해진 규정과 제도에 따라 효율적으로 관리되겠지만, 거리가 멀어질수록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는 리스크가 생길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식재료를 장거리 운송하려면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환경에 부담을 줄 우려도 있다.

◇ 식재료 수입 늘면서 푸드마일리지 꾸준히 늘어났던 한국

과거에도 이 문제가 화제였던 적이 있다. 지난 2012년 국립환경원과학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한국, 일본, 영국, 프랑스 4개국의 푸드마일리지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확인해보니 우리나라 푸드마일리지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개국 중 1위를 기록했고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한 바 있다. 과거 ‘국민학교’ 시절에는 한국이 농업국가라고 배웠지만, 초등학교로 바뀐지 오래인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다르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식품수입량은 468㎏으로 2001년의 410㎏보다 14% 늘었다. 이는 영국(411㎏), 프랑스(403㎏), 일본(370㎏) 등 나머지 조사대상국보다 많은 숫자다.

한국의 1인당 푸드마일리지는 7085t·㎞로 2001년의 5172t·㎞ 보다 37% 증가했다. 특히 곡물에서 1000t·㎞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푸드마일리지는 조사대상국 중 1위로, 1인당 739t·㎞인 프랑스의 약 10배 수준이었다.

먹거리를 많이 수입하느라 식재료의 이동거리가 늘면서 탄소배출도 늘었던 것으로 당시 조사됐다. 조사 당시 한국의 식품 수입에 의한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42㎏CO2로 2001년 대비 34% 늘었으며, 역시 조사 대상국 중 역시 1위였다. 이에 비해 일본은 123㎏CO2, 프랑스는 96㎏CO2, 영국 95㎏CO2이었다. 식재료 수입이 늘어난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불과 10년 사이에 한국의 푸드 마일리지가 많이 증가한 이유로는 전체 푸드 마일리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곡물 품목 가운데 상대적으로 원거리에서 오는 미국산 곡물 수입량이 2001년 약 480만 톤에서 2010년 884만 톤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이 꼽힌다.

역사 속 시대라면 ‘수입품은 비싸다’는 인식이 있겠지만 대량 생산과 빠른 운송이 가능한 요즘은 외국에서 들여왔다고 반드시 비싼 건 아니다. 농축수산물 수입 자유화와 FTA 체결 등으로 먼 거리에서 수송되는 수입 식품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점도 이런 경향을 가속화했다.

한국동서발전은 본사 1층 로비에 무인 로컬푸드 직매장을 확대해 지역 농산물 소비 촉진에 나서고 있다. (한국동서발전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동서발전은 본사 1층 로비에 무인 로컬푸드 직매장을 확대해 지역 농산물 소비 촉진에 나서고 있다. (한국동서발전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대량 생산, 긴 운송 과정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푸드마일리지를 줄이고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재료를 소비하자는 운동 역시 꾸준히 있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18년 블로그를 통해 푸드마일리지 개념을 소개하면서 ‘로컬푸드’ 운동을 함께 소개했다. 로컬푸드는 작게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구입하자는 운동부터, 지역에서 먹거리가 유통되어 판매되는 체계를 꼼꼼하게 다지자는 운동 등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전북 완주가 로컬푸드 운동을 지자체 단위로 시행했다. 이후 세종시와 하동 제주 등에서도 로컬푸드 운동이 이어졌다. 당시 공사에서는 지자체에서 생산된 농산품과 공산품 등을 판매하고 매장에 페인트칠을 하지 않아 친환경적으로 운영되는 고양시의 한 로컬푸드 매장 사례도 함께 소개했다. 최근에는 한국동서발전이 본사 1층 로비에 무인 로컬푸드 직매장을 설치해 지역 농산물 소비 촉진에 나서기도 했다.

로컬푸드와 푸드마일리지는 셰프 등 요리관련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요리전문 에디터 출신으로 현재 푸드스튜디오를 운영중인 한 관계자는 “폭넓은 환경 관련 관심보다는 재료의 신선도 이슈 때문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셰프들 사이에서 관련 개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드마일리지라는 용어를 몰라도 관련 개념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있다. 분당에 거주하는 소비자 김모씨는 “아무래도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식재료가 몸에도 더 좋을 것 같다는 기대가 있다”고 말하면서 “푸드마일리지라는 단어는 몰랐지만 어릴 때 들었던 ‘신토불이’나 한동안 유행했던 ‘지역농산물’ 개념과 비슷한 것 같다. 여기에 환경적인 고려까지 더해진다니 확실히 괜찮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인류가 무엇을 생산하든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사용하고 탄소가 배출된다. 그것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캘리포니아에서 날아온 호두를 먹고 브라질에서 생산된 커피를 매일 마실 수 있는 시대이며, 대량으로 생산해 운송되는 과정에서 가격도 부담 없는 시대다. 하지만 생산된 식재료가 식탁에 오기까지의 과정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따져야 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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