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경 경제부 기자
박은경 경제부 기자

 

지난해 시중은행서 79세 치매노인에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해 물의를 빚은 기억이 잊히기도 전에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파생상품 판매가 봇물처럼 터졌다. 금융당국과 은행에선 뒤늦게 경각심을 갖고 투자자 보호에 고삐를 쥐었지만 이웃집에는 경각심을 주지 못한 탓인지 증권가에서 터졌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해 고령 투자자에 DLF를 판매한 대가로 불신이라는 딱지 얻어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기업은행은 최근 치매를 앓는 93세 노인에 디스커버리펀드를 판매했다는 증언이 뒤따라 논란을 치렀다. 

다음엔 한국투자증권에서 93세 노인에 4차례나 팝펀딩 펀드를 판매했다. 자녀들이 해외에 거주하는 탓에 보호자가 없고 판단력이 흐려진 고령자를 대상으로 자택까지 찾아와 방문판매하는 열정도 불사했다. 그러나 결과는 환매중단 됐고 6억 원의 노후자금이 공중분해 됐다.

문제는 이 펀드의 판매가 작년 7월부터 11월 사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DLF의 고령자 판매 논란으로 피해자들이 시위를 이어가고 언론에서 질타를 했던 시기는 9월이다. DLF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9월 27일 금감원 앞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시중은행이 고령자 판매가 연일 뜨거운 감자로 뭇매를 맞는 상황에서조차 고령 투자자에 이름도 생소한 ‘팝펀딩펀드’가 판매됐다. 이 펀드는 중소기업이 홈쇼핑 등에 판매하는 물건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P2P업체 팝펀딩에 투자하는 상품이지만 일부 기업의 연체로 환매중단이 발생했다. 

물론 고령 판매 사례는 전부가 아니며 이들 판매 건의 일부에 속한다. 일선 판매직원도 환매중단으로 발생한 손해에 충격을 받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한 시중은행의 PB는 자신의 권유로 투자했다 돈을 잃은 고객을 보고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고의가 아니라고 해도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건 모두가 안다. 적어도 당신의 양심은 비양심적 판매라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93세 투자자는 지난달 기자를 만나 “난 앞으로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안정적이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결단코 거부했었다”고 말했다. 

권하는 사람의 고지의무위반과 상관없이 어찌됐던 투자를 결정하고 돈을 송금한 건 물론 투자자다. 하지만 일선에서 판매한 담당자의 양심에 묻고 싶다. 당신의 부모님이어도 안정적이라고 판매를 권유할 수 있는지 말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14일 강화된 투자자 보호책을 발표했고 시중은행들은 위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투자자보호책을 마련한 뒤 신뢰 제고를 위해 노력중이다. 투자자 보호 일념은 증권사라고 등한시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신뢰는 잃기는 쉬워도 쌓기는 어렵다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순간적인 비양심적 판매로 얼마나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 기억해야한다. 

금융당국과 금융사는 각기 투자자 보호대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일선에서 양심판매라는 신념이 지켜져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지난 4월 16일 금융위원회는 ‘고령자 친화적 디지털 금융환경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하고 이에 착수했다.

한 사람의 일탈이 신뢰제고를 위한 모두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경고를 잊어선 안 된다. 판매자도 투자자도 법 이전에 양심을 지키려는 노력이 지켜져야 판매사의 좋은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선의도, 수익을 통해 나은 삶을 꾀하겠다는 투자자의 노력도 지켜지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거래’를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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