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 충돌로 생길 수 있는 환경 영향
인간을 포함한 종 전체 생존환경 위협

70년 전 오늘, 대한민국에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민족의 아픈 상처입니다. 그 상처는 완벽하게 아물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최근 남북관계에서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습니다. 중국과 인도의 국경에서도 군인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비극을 반복하면 안 됩니다. 전 세계 지도자들은 두 번의 큰 전쟁을 겪고 나서야 국제연합(UN)을 만들어 전쟁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전쟁은 산업과 인프라를 파괴하는 것을 넘어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전쟁은 인류의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인간과 인간, 국가와 국가의 물리적인 대립으로 지구는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요. 군사적인 충돌이 지구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두 가지 시선으로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전쟁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가정을 파괴하며 사회 전반의 체계와 인프라를 무너뜨린다. 군사적 충돌로 지구가 화염에 휩싸이면 환경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전쟁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가정을 파괴하며 사회 전반의 체계와 인프라를 무너뜨린다. 군사적 충돌로 지구가 화염에 휩싸이면 환경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전쟁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가정을 파괴하며 사회 전반의 체계와 인프라를 무너뜨린다. 이를 통해 인류에게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으로 폭넓은 손해를 입힌다.

문제는 거기서만 그치지 않는다. 한정된 지역에서의 전투든 아니면 넓은 지역에서의 전쟁이든. 군사적인 충돌이 일어나고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생기면 환경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전쟁을 통해 정유소 등 산업시설이 파괴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토양이나 수질, 대기오염이 생길 수 있다.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무기가 사용될 우려도 있고, 군사적인 충돌 과정에서 종의 개체가 줄어드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전쟁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여러 자료가 존재한다. 두산백과에서는 ‘페르시아만전쟁의 환경파괴’ 항목에서 석유시설 화재로 인한 대기오염과 식수원 오염, 유출된 원유띠로 인해 생긴 연안 어업 타격이 생겼다고 서술한다. 두산백과는 “관련 영향은 국제연합환경계획(UNEP)등이 공표하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전쟁에 의한 환경파괴의 상징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3년 영국 BBC 인터넷판은 이라크 전쟁이 동, 식물을 위협하는 심각한 환경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국제조류보호단체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의 보고서를 인용한 것으로, 환경 파괴가 이라크 현지 주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전쟁 후에도 상당기간 그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해당 단체 대표인 마이클 랜즈 박사는 “최근까지 전쟁으로 인한 환경파괴는 전쟁 그 자체에 의해 무시되거나 감춰졌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2003년 2월 동아일보에서도 인용 보도했다.

◇ 군사적 충돌로 생길 수 있는 환경적인 영향

전쟁은 환경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걸까. BBC와 동아일보에서 해당 내용을 보도하던 당시, 국내 환경단체 여수환경운동연합이 홈페이지에 ‘이라크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게재했다. 이 보고서는 환경단체 ‘지구의 친구’(Friends of the Earth) 소속 운동가들이 작성한 것으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가지는, 보고되지 않은 대략적인 생태적 함의에 관해 다룬 보고서다.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팀에서 번역했다.

당시 보고서는 “전쟁에 의해 무슨 일이 발생할지 확신하기는 불가능지만, 1991년 걸프전을 비롯한 과거의 전쟁에서 발생한 바를 다시 고찰해보아야 한다”고 밝히면서 전쟁이 환경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증진시키고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와 물 부족은 필연적으로 막아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보고서에서 첫 번째로 다룬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정유소와 무기공장 등 산업, 군사시설이 공격 목표가 되면서 화학적 오염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유엔환경계획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공습 중 방출되는 물질로 인해 인간의 건강과 물에 위험을 가져다 주는 지역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1991년 전쟁 당시 이라크군이 쿠웨이트의 700여개 유정을 파괴해 6백만 배럴의 석유가 유출됐다. 그로 인한 토양오염이 이뤄졌고 쿠웨이트의 담수 저수지 가운데 40%가 보고서 작성 당시까지 오염되어 있었다. 보고서는 걸프만으로 유출된 석유를 제거하는데 당시 기준으로 7억달러 이상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전쟁이 일어나면 미사일이나 폭탄 등의 무기 사용, 항공기나 선박 운용, 파괴로 인한 화재 과정에서 대기오염 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 건물이 무너지거나 시설이 파괴되는 과정에서 대량의 잔해물이 폐기물로 쌓일 우려가 있고 그 과정에서 토양과 수질오염도 생길 수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전쟁이 일어나면 미사일이나 폭탄 등의 무기 사용, 항공기나 선박 운용, 파괴로 인한 화재 과정에서 대기오염 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 건물이 무너지거나 시설이 파괴되는 과정에서 대량의 잔해물이 폐기물로 쌓일 우려가 있고 그 과정에서 토양과 수질오염도 생길 수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무기 사용 과정에서의 환경 파괴도 우려

석유 관련 시설이 불에 타는 동안 햇빛이 차단돼 평균 기온이 섭씨 10도 가까이 떨어졌고 이런 환경 파괴로 인한 비용도 4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보고서는 추산했다. 대기 오염에 따른 결과로 사망한 사람도 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 중 하수처리시설이 파괴된 것도 문제였다. 정제되지 않은 하수가 매일 5만세제곱미터씩 쿠웨이트만으로 흘러갔다. 

보고서는 무기 자체로 인한 환경파괴도 언급했다. 장갑차나 참호 등을 공격하기 위해 고안된 열화우라늄탄이 이에 해당한다. 열화우라늄탄은 먼지와 파편으로 부서지면서 대기 중에 우라늄 산화물을 방출한다. 1차 걸프전에서 연합군이 사용한 열화우라늄 양은 290톤에서 최대 800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영국발 보고서를 인용해 호흡기를 통해 들이마셔진 열화우라늄 50톤이 수십년에 걸쳐 약 50마명의 암 사망자를 유발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열화우라늄탄은 국내에서도 이슈가 된 바 있다. 지난해 가을, 경기도 수원비행장에 미군의 열화우라늄탄이 보관되어 있다는 내용이 전해졌고, 이를 두고 북한 대외선전매체가 “열화우라늄탄은 공기와 토양을 오염시키는 것은 물론 인체에 호흡기질환과 암을 유발시키는 대량살상무기인 것으로 국제적으로 그 사용이 엄격히 금지됐다”고 언급했다.

◇ 인간을 포함한 종 전체 생존환경 위협

보고서에는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종의 생존환경에 대한 우려도 담겼다. 보고서는 이라크의 습지가 철새들에게 중요한 장소라고 언급하면서 “조류 수천종의 터전이자 서식지, 월동지로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생태계의 보고”라고 지적했다.

전쟁에서 석유 물질이 타면서 생긴 낙진이 해양 표면에 미소층을 만들어 플랑크톤과 미숙한 단계의 해양 유기체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지구환경금융에 따르면 “오만 만과 바다는 당시 중요한 바다거북 서식처 중 하나였으며 세계 7종의 바다거북 중 5종이 이곳에서 발견되는데 4종은 멸종위기종이었다.

위의 영향들로 바다 온도도 떨어진다. 이는 해양동물과 조류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1991년과 1992년 당시 참새우 어획량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정리하면 전쟁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대단히 높다. 미사일이나 폭탄 등의 무기 사용, 항공기나 선박 운용, 파괴로 인한 화재 과정에서 대기오염 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 건물이 무너지거나 시설이 파괴되는 과정에서 대량의 잔해물이 폐기물로 쌓일 우려가 있고 그 과정에서 토양과 수질오염이 생길 수 있다. 직접적으로 목숨을 위협받는 인류나 동물도 늘어난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복구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나 원자재 등을 감안하면 그 영향은 더욱 커진다. 생화학 무기나 핵폭탄 등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적잖은 환경 재난이 예상된다. 인류가 전쟁을 피해야 할 이유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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