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자율주행차 양산? 성큼성큼 다가오는 미래차 시장
많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자동차
배출가스 줄이는 대안인데...전기모터의 또 다른 환경적 문제는?
기술 고도화될 미래차, 미래 시대 연료의 환경적 영향 함께 고려해야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환경’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기사가 1천만건 이상 쏟아집니다. 인기 K-POP그룹 BTS(방탄소년단) 이름으로 57만건, ‘대통령’ 키워드로 890만건의 기사가 검색(4월 13일 기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 문제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매주 1회씩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열 번째 주제는 이동과 공간의 문화를 크게 바꾸고 환경적으로도 개선이 기대되는 ‘미래차’입니다.

 
현대자동차 수소차 넥쏘와 국회의사당 수소충전소. (사진 현대자동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미래차의 방향성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차, 하늘을 나는 모빌리티, 그리고 휘발유나 경유가 아닌 전기 또는 수소로 움직이는 자동차다. 그렇다면 미래차는 환경적으로 어떤 기대와 우려가 있을까. 사진은 현대자동차 수소차 넥쏘와 국회의사당 수소충전소. (현대자동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1982년 처음 방영된 미국 드라마 ‘전격 Z작전’에는 사람 말을 알아듣고 스스로 판단하며 주행하는 인공지능 자동차 ‘키트’가 등장한다. 한국에서는 1985년부터 방영됐다. 오래 전 드라마지만 사람과 대화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미래차 기술을 대중에게 친숙하게 소개했다.

키트는 폰티악 파이어버드 차량으로 주인공이 손목에 찬 시계를 통해 통신이 가능하다.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농담도 주고 받을 수 있으며 자체적인 상황판단이 가능하다. 자동차 스스로 무선 인터넷을 통해 서버와 연결해 필요한 자료도 찾는다. 2020년 현재 시대에 추구하는 ‘미래차’ 모습 중 상당수도 키트 모습과 비슷하다.

미래차의 방향성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차, 하늘을 나는 모빌리티, 그리고 휘발유나 경유가 아닌 전기 또는 수소로 움직이는 자동차다.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는 이미 기술적으로 일부 가능하거나 일부 상용화됐고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기술보다는 제도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렇다면 2020년 현재의 미래차는 기술적으로 어느 지점에 있고 환경적으로는 어떤 영향과 기대가 있을까.

◇ 2024년 자율주행차 양산? 성큼성큼 다가오는 미래차 시장

국내 자동차산업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기업은 현실적으로 현대자동차다. 미래차 산업을 전망하려면 현대차를 이끄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미래차에 대해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 뉴욕 맨해튼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5년 내 자율주행차 본격 양산’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자율주행 기술을 오는 2022년말 완성차에 장착해 시범 운행에 돌입하고 2024년에는 본격적으로 양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당시 정 수석부회장은 “실제로 소비자가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 수준이라면, 보수적으로 보면 2030년쯤 자율주행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인도와 같은 시장은 조금 느릴 것이고, 미 캘리포니아 같은 곳은 빠른데 우리나라는 중간쯤 될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완성차 기업뿐만 아니라 IT 및 통신 기업들도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역시 장애물을 피하고 목적지에 가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다. 꽉 막힌 도로에서 벗어나 하늘을 나는 차, 운전자를 집 앞에 내려주고 스스로 주차장에 찾아가는 차, 주차된 상태에서 스스로 상태를 점검하면서 스스로 연료를 보충하거나 정비하는 차까지 연구 중이다.

◇ 많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자동차

당시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발언 중 주목해볼 지점은 자율주행 시대에는 운전자가 어떤 모습일지에 관해서 얘기할 때였다. 정 수석부회장은 “기차나 비행기에서 승객들이 무엇을 하는지 생각해보면 좋다”고 제안했다. 전통적인 개념의 운전자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율주행을 즐긴다는 청사진이다. 이동을 위해 차를 몰아야 하는 게 아니라, 자동차라는 공간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모니터보다 증강현실을 이용 하는게 더 편한 방법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수석부회장은 ‘드라이빙 에어플라인’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러면서 “비행 자동차가 레벨5 자율주행차보다 먼저 상용화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참고로 레벨5는 운전자의 개입 전혀 없이 AI만으로 완전히 자율주행하는 단계를 뜻한다.

미래차는 어떤 연료로 다닐까. 자율주행 시스템이든 아니면 비행을 위해서든 기본적으로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자동차를 하나의 커다란 ‘기기’라고 보면 사람을 태우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여러 가지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적잖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시 정 수석부회장은 수소연료에 대해 언급했다.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많은 양의 전력이 필요하므로 현재의 배터리 전기차보다는 수소전기차가 자율주행에 적격일 수 있다는 견해다. 그는 “장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수소전기차는 자율주행에 적격인 플랫폼”이라고 말하면서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는 서로 맞물려 개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민관협력 수소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전라북도를 시작으로 상용차 수소 충전 인프라 확충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전기차 보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의 폐배터리 재활용 기준 등 관련 시스템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미래에는 스스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나올까? 그리고 미래 자동차는 환경에 나쁜 영향을 지금보다 훨씬 덜 미칠까? 사진은 전기차 배터리 관련 이미지. (현대자동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날아다니는 자동차 개발되면, 어디로 다녀야 할까?

미래 자동차를 두가지 지점에서 짚어보자. 하나는 스스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곧 나올 것인지, 그리고 또 하나는 미래 자동차가 반드시 친환경적이냐에 대해서다.

우선 자율주행 플라잉카를 보자. ‘날아다니는 물체’를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 이미 하늘에는 비행기도 다니고 헬기도 다니고 드론도 띄울 수 있다. 자동차를 하늘에 띄우는 것도 기술 자체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경우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이미 정해진 기존 비행구역을 어떻게 나누고 재설정할 것인지, 어떤 고도에서 어떤 물체가 다니는지를 설정하는 문제다. 하늘에는 자동차가 날아다닐 수 있도록 설정해둔 ‘길’이 없다. 도로나 주변 공간을 스스로 탐지하고 컨트롤하는 자율주행 기술이 앞으로 더욱 고도화되겠지만, 땅에는 이미 도로가 깔려있는 반면, 하늘에는 아직 차들이 어디로 다닐지 정해지지 않았다는게 큰 숙제다.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이호근 교수는 과거 이 문제에 대해 “먼 미래라면 가능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 10~20년 정도를 기준으로 보면 궁극적인 미래차 목표는 그 정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 바 있다.

◇ 내연기관 자동차를 혼자서 타고 다니는 대도시 사람들

미래차의 연료는 어떻게 구성될까. 정부 계획과 학계의 전망 등을 종합하면, 2030년 즈음에는 신규 자동차 중 약 33% 정도가 친환경차로 보급될 예정이다. 기름 대신 전기나 수소로 달리는 자동차가 30%를 넘는다는 의미다.

친환경 자동차가 늘어나는 배경을 먼저 보자. 참고할만한 자료가 있다. 포르쉐가 지난해 3월 발행한 자사 매거진을 통해 보스턴대학 ‘지속가능한 에너지연구소’ 폭스 페너 소장의 인터뷰를 공개한 바 있다.

해당 컬럼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보스턴 운전자들은 연간 164시간을 도로에서 보낸다. 그리고 보스턴에서 나오는 배출가스의 대부분이 도심을 오가는 차에서 나온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여기다. 보스턴을 오가는 자동차의 70%는 자가용이고 대부분 내연기관 자동차이며 차 안에는 운전자 한 사람만 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스턴의 인구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오는 2050년까지 자동차가 지금보다 1만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보스턴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가 공통적으로 마주한 숙제다. 보스턴을 서울로 바꿔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스턴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화를 이룬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울러 친환경 자동차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다른 도시와 국가들도 그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포뮬러 E 챔피언십'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전기차 Gen 2. 기존 모델에 비해 배터리 저장공간이 두배 증가해 주행거리가 늘었다. (Seoul E-Prix 2020 조직위원회 제공) / 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해 '포뮬러 E 챔피언십'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전기차 Gen 2. 기존 모델에 비해 배터리 저장공간이 두배 증가해 주행거리가 늘었다. 기름을 태우지 않는 자동차는 배출가스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지만, 향상된 성능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또 다른 숙제도 있다. 이 과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숙제다. (Seoul E-Prix 2020 조직위원회 제공) / 그린포스트코리아

◇ 배출가스 줄이기 위한 대안, 전기모터의 또 다른 환경적 문제는?

국내도 친환경차는 곧 ‘미래차’로 인식된다. 놀랍고 대단한 미래기술이라는 의미보다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으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그리고 수소차는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친환경차는 2018년과 비교해 13.5% 성장한 14만 311대 판매됐다. 역대 최고 판매 수치다. 차종별로는 하이브리드차가 11% 증가한 9만 8810대를 기록하며 가장 많이 팔렸고, 순수전기차는 3만 2032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가 5255대 판매됐다. 수소차는 4,194대 팔렸다.

전기모터를 활용하는 자동차는 배출가스 관련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온실가스와 기후변화의 관계에 주목하는 전 세계 국가와 자동차산업계가 전기차 보급 등에 꾸준히 투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하지만 전기차가 기름을 태워 달리는 차에 비해 확실하게 ‘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몇 가지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만일 우리나라에 수백만대 수준의 전기차가 보급된다면, 그리고 한꺼번에 수십만대의 차량이 동시에 충전을 해야 한다면 그 전력은 어디서 가져올 수 있을까. 기름을 시추하고 그걸 태워 연료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에너지와 배출가스가 나오지만, 전기를 얻어내는 과정 역시 적잖은 에너지와 배출가스가 필요하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산업과 일상생활의 여러 방면에서 전기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9 장기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기수요는 연평균 1.3% 증가해 2040년에는 700.4TWh(테라와트시)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부문별 연평균 예상 증가율을 보면 산업 1.4%, 수송 6.5%, 가정 0.7%, 서비스(상업 및 공공) 1.3%다. 보고서는 “정부의 친환경 자동차 보급 확대 정책에 힘입어 수송 부문에서 전기 소비가 가장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기모터는 배출가스를 내보내지 않지만, 인류가 전기를 쓰려면 일부 비환경적인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한다.

1차 에너지인 석유와 가스를 전기로 전환하는 전력화가 이뤄지면 소비자들은 간편하게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전력화 과정에서 손실이 있고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된다는 단점도 있다. 게다가 자동차가 바퀴로 무게를 지탱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하늘에 떠서 스스로 날아다니려면 에너지가 지금보다 더 많이 필요할 수 있다. 전기 또는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 기술 고도화될 미래차, 미래 시대 연료의 환경적 영향 함께 고려해야

전기차에 사용되고 나서 이후에 생길 ‘폐배터리’에 주목하는 시선도 꾸준히 늘어난다. 전기차 보급이 꾸준히 늘어나고, 미래에 차를 바꾸거나 배터리를 교체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 폐배터리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폐배터리는 폭발이나 화재 등에 주의하며 조심하게 다뤄야 하는 ‘유독물질’이다.

본지에서도 기사로 몇 차례 언급한 바 있는데, 폐배터리는 2018년까지 100여 개가 나왔다. 올해 1000개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친환경차 보급이 늘면서 5년 후에는 약 1만여개의 폐배터리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가솔린과 경유 또는 LPG 자동차에도 배터리가 있다. 이 배터리 역시 사용기간이 지나면 교체해야 한다. 문제는 전기자동차의 경우 일반 자동차보다 부품 숫자가 적은 대신 배터리는 더 크다. 전기차에서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배터리다. 커다란 배터리가 차량 아래 장착되어 있는 형태로, 자동차 길이와 너비만큼 크기의 배터리가 장착되어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운전석이나 내부에서 전자파에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 바 있을 정도다.

친환경차 배터리는 단순히 사이즈만 비교해도 일반 자동차와는 200~300배 정도 차이가 난다. 전기차는 차량 전체 가격의 절반 가까이를 배터리가 차지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쉽게 폐기하거나 또는 교체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환경 또는 안전 관련 이슈까지 함께 얽혀있는 셈이다.

다행히 업계에서는 관련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31일, 현대자동차그룹과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 계열사 한화솔루션(한화큐셀 부문)이 전기차에서 회수한 재사용 배터리를 기반으로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미래차는 지금보다 더 많은 기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이 고도화되고 여러 가지 효율화가 이뤄지겠지만, 지금의 차 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 기름을 태우는 과정이 줄거나 사라지면 배출가스 문제가 개선되겠지만 어쨌든 자동차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에너지를 얻는 과정, 또는 얻고 난 이후의 과정에서 환경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남을 수 있다. 이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야 하는 것이 업계의 과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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