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권광석, 협업 통해 차세대 디지털뱅크 경쟁 출사표

 

“20년 전 전문가들은 ‘모든 기업이 인터넷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제 모든 기업은 AI 기업이 될 것이며 그래야 한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5일 기조연설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은행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과 결합해 은행의 빠른 디지털화를 요구했고, ‘AI뱅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포스트코로나 속 격변의 시기를 맞이한 은행의 AI생존법과 CEO의 리더십을 분석했다.  [편집자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회장이 권광석 행장을 전면에 배치하고 디지털혁신위원회를 가동했다.(최진모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손태승 우리금융그룹회장이 권광석 행장을 전면에 배치하고 디지털혁신위원회를 가동했다.(최진모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지난해 글로벌 시장 강화에 힘입어 1조9041억 원의 순이익을 시현한 데 이어 올해는 국내·외 디지털혁신을 동시에 추진해 반등을 노린다. 국내에선 협업을 통한 AI혁신을, 국외에서는 동남아를 기점으로 비대면 혁신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우리은행 영업점에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시스템을 도입한 데 이어 올해는 협업을 통한 디지털혁신과 고객신뢰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손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그룹의 디지털 플랫폼을 차별화하고,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혁신사업을 선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한다”라며 “혁신을 통해 고객 중심의 문화를 구축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남아 지역에서 안정적인 영업기반이 다져진 만큼 글로벌 리스크관리를 기반으로 질적 성장에 더욱 속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는 포부도 나타냈다.

디지털혁신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는 중·소기업 또는 직원, 협력사간 협력을 강화하고 내부적으로 기존의 틀을 깬 다양한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동시에 동남아시아 내 입지를 기반으로 베트남전용 모바일 플랫폼 등을 출시하는 등 글로벌 디지털 뱅크 경쟁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손 회장은 이를 위해 지난달 17일 ‘디지털혁신위원회’를 가동하고 권광석 우리은행장을 전면에 배치해 디지털 혁신을 본격 가동했다.

◇손태승, “지금은 디지털 혁신 골든타임…모든 것을 디지털화”

우리금융그룹은 지난달 15일 ‘디지털 비전 선포식’을 열고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대비해 ‘더 나은 삶을 위한 디지털 혁신’을 전면에 내걸었다. 

손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Untact·비대면) 바람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닌 넥스트 노멀(Next Normal·새로운 기준)이 됐다”며 “지금은 디지털 혁신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을 포함한 전 그룹사의 경영 방침도 ‘디지털 우선, 모든 것을 바꾸자’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전 방위적 디지털 혁신에 착수했다.

손 회장은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권광석 우리은행장을 전면에 배치한 ‘디지털 혁신 위원회’를 가동하고, 디지털 혁신 10계명을 제시했다.

‘디지털혁신위원회’는 손 회장이 위원장을,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총괄장을 맡았다. 이를 통해 카드·종금 등 각 계열사와 전산 자회사인 우리에프아이에스와의 그룹 공동 클라우드 추진도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있다.

손 회장이 제시한 ‘디지털혁신 10계명’은 △우리WON뱅킹 경쟁력강화(속도, 편의성, UI/UX개성) △비대면채널 전환 가속화로 오픈뱅킹 및 금융거래 Coverage 강화 △디지털 자산관리 고도화 (로보어드바이저 및 생애주기  은퇴설계서비스 강화) △핀테크사와 협력강화(디노랩 참여사와 적극적 업무 제휴로 신사업 진출 및 시너지강화) △그룹 디지털 역량 강화 위한 임직원 대상 디지털/IT연수 강화다.

손 회장이 디지털 10계명'을 통해 세부적인 혁신 관리에 나선데 이어 권광석 행장도 기존의 고정관념을 깬 제로베이스 혁신으로 발을 맞추고 있다.

 
손태승의 디지털혁신 10계명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손태승의 디지털혁신 10계명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권광석 ‘제로베이스 혁신’으로 고객신뢰 제고와 조직문화 혁신 

지난 3월 24일 취임한 권광석 행장은 취임과 동시에 ‘제로베이스 혁신’ 추진에 시동을 걸었다.

권 행장의 제로베이스 혁신은 초심으로 돌아가 △고객신뢰회복 △조직안정 △영업문화 혁신을 꾀하는 우리은행의 올해 3대 경영방침이다.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철저히 제로베이스, 즉 초심으로 돌아가 개선한다는 취지다.

이는 지난해 DLF사태와 라임자산운용사의 환매중단펀드로 야기된 불완전판매 논란과 같은 실수를 답습하지 않고 고객중심 문화를 확립하기 위함이다. 

우리은행은 우선 제로베이스 혁신 최우선 과제인 고객신뢰 제고를 위해 ‘금융상품 리콜제’를 도입했다. 영업점서 판매된 펀드 등의 금융상품에 한해 불완전판매 발생 시 투자원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권 행장은 다음으로 영업문화 혁신을 꾀했다. 전 직원 복장자율화를 통해 유니폼과 정장으로 대변되는 기존의 은행원 이미지를 탈피시켰다. 단순하게 복장에서 변화를 주는 것을 넘어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탈피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정신을 심어주기 위한 취지다. 

권 행장은 지난 25일 전 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포스트 코로나로 대변되는 언택트, 디지털화 등 빠르게 변하는 시대 흐름과 세대 변화에 발맞추고 은행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복장을 자율화하기로 했다”라며 “단순히 옷을 자유롭게 입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적인 은행으로 탈바꿈하는 결실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디지털 혁신은 손 회장의 진두지휘아래 추진 중인 디지털혁신위원회와 맞물려 탄력있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의 디지털혁신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협력강화’다.

◇협력정신 내세운 상생 혁신으로 트렌디한 디지털 혁신 

우리은행은 디지털 혁신에 있어 서로 성장하는 상생을 위한 협업을 추구하고 있다. 사내 경영방침 추진에 있어서도 직원의 목소리를 청종하고,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기업과도 협력을 통해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지원과 기업간 사내 협력강화는 ‘블루팀’운영과 직원에 실시하는 IT교육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권 행장은 지난 3월 17일 그룹비상경영대책위원회 산하에 그룹 사 내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블루팀(BLUE Team)’을 신설해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아닌 현장에 있는 직원 목소리를 청취함으로써 직원과 회사 간 협력을 강화하고 디지털 세대인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보다 트렌디한 디지털 혁신을 꾀하기 위함이다.

블루팀은 디지털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디지털개인자산관리 등의 서비스를 발굴하고, 직원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지원한다. 또 핀테크 업체 등 외부 협업을 통한 혁신금융서비스를 개발을 도맡는다.

또 직원에 AI기술 교육을 지원함으로써 직원 개개인이 경쟁력을 갖도록 했다. 권 행장은 지난달 중순 KT를 통해 개발자대상 6개월 실습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교육을 지원하기로 했다. 내이를 통해 AI와 클라우드 분야 인력난을 해소하고 인재양성에 힘쓴다는 입장이다.

IT계열사인 우리에프아이에스와의 협력도 돋보였다. 우리에프아이는 올해 들어 AI기반 제재법유 심사 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하고, 우리은행 빅데이터 분석 아키텍쳐 고도화 증설, 우리카드 딥러닝 기반 FDS(사기거래방지) 고도화 등을 수행했다.

더불어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과도 협력을 강화한다. 지난 8일 사단법인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와 협약을 맺고 경영혁신형 중소기업(메인비즈)을 대상으로 금융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이를 통해 메인비즈 기업에 △신규 취급분 신용보증기금 보증서 담보대출 보증료 3년간 매년 0.2%p 감면 △전자금융·ATM·통장재발급 수수료 등의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

또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디노랩을 통해 15개의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2일 부동산 플랫폼, 근거리 무선통신 결제 솔루션, 디지털 자산관리 플랫폼 등의 기술을 내세운 이들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디노랩 육성사업을 통해 그룹사 전체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동남아 입지 기반으로 ‘글로벌 디지털 뱅크’ 승부수

우리은행의 디지털 혁신은 국내에 이어 국외로도 펼쳐진다. 앞선 진출로 기반이 다져진 동남아시아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출시해 ‘글로벌 디지털 뱅크’ 경쟁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우리은행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국내 금융사 중 최대규모인 26개국 452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올해는 현지에 전용 디지털 플랫폼을 선보여 해외에서도 비대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31일 우리은행은 KCC정보통신과 베트남 현지에 '우리WON뱅킹 베트남 앱'을 출시하고 운영 중에 있다. 

우리은행은 글로벌 모바일 뱅킹을 확대와 현지 금융회사를 통한 현지화 전략 등을 통해 글로벌 영업망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손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동남아 지역에서 안정적인 영업기반이 다져진 만큼 글로벌 리스크관리를 기반으로 질적 성장에 더욱 속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같이 협력을 통한 전 방위적 디지털 혁신을 선포한만큼 우리은행이 선보일 글로벌 디지털 뱅크에도 시선이 주목되고 있다.

mylife144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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