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2019 지속가능성보고서’ 내용 살펴보니
“자연 부담 적은 원료 선택, 분리배출 어려운 부자재 지양”
식물유래 플라스틱과 생분해·재활용 플라스틱 적극 활용
매장과 사무 환경 곳곳에서 플라스틱·일회용 사용 환경 개선

모든 기업은 이윤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사회와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최근 기업들은 돈 버는 문제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둡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는 지난 1972년 ‘성장의 한계’라는 이름의 보고서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이후 경제나 경영은 물론이고 환경과 기후문제, 국가정책, 소비자들의 활동 등 여러 분야에서 이 개념이 폭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무엇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뜻일까요? ‘좋은 상태가 꾸준히 지속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지속가능성은 인간과 자연 또는 자원의 공생, 개발과 보전의 효율적인 조화,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사이의 형평성 등을 주구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야에서도 지속가능성을 추구합니다. 요즘은 많은 기업들이 관련 내용을 모아 ‘지속가능성 보고서’도 발간합니다.

그렇다면 국내 대표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요.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보고서 내용을 분석해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두 번째 순서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크게 줄이고 자원순환 구조 개선에 전사적으로 나서겠다고 선언한 아모레퍼시픽입니다. [편집자 주]

모레퍼시픽이 글로벌 친환경 기업 테라사이클과 협업해 업사이클링 벤치를 제작한다. 화장품 공병을 재활용해 만든 이 벤치는 6월 중 공공장소에 설치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아모레퍼시픽은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촉진하고 순환경제에 기여하겠다는 내용의 ‘2020 지속가능경영 목표’를 세웠다. 사진은 아모레퍼시픽과 테라사이클이 화장품 공병을 재활용해 만든 벤치. (아모레퍼시픽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뷰티제품 용기와 포장재는 대부분 플라스틱이다. 그렇다면 K-뷰티를 주도하는 아모레퍼시픽은 수백톤에 달하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이들은 2019 지속가능성 보고서 ‘더 아리따운 세상을 위하여’를 통해 관련 내용을 밝히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촉진하고 순환경제에 기여하겠다는 내용의 ‘2020 지속가능경영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제품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에 책임감을 가지고 변화를 주도할 것이며 자연과 환경을 고민하며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지속가능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사이트를 통해 환경·사회친화적 속성 구현한 신제품 비율이 2017년 28.8%에서 2019년 45.9%로 늘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제안은 플라스틱줄이기(Less Plastic)다. 플라스틱 패키지를 경량화하거나 제거 또는 대체하는 방법 등으로 다양하게 감축해 2022년까지 약 700톤의 사용량을 감축하는 목표다.

재질의 단일화와 무색 PET 전환 등을 통해 재활용 가능한 패키지 설계 비율을 높이고 그린사이클 캠페인을 통해 회수한 화장품 공병의 재활용과 업사이클링을 지속한다. 자원순환 관련 기업 테라사이클과 협약해 앞으로 3년간 매년 플라스틱 공병을 최소 100톤씩 재활용하고 PCR플라스틱과 바이오플라스틱 사용량을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플라스틱 폐기물 감소를 위한 친환경 포장재 연구를 지속한다.

지금까지의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아모레퍼시픽은 적은 중량의 플라스틱으로 제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일례로 해피바스 내추럴 촉촉·순한 바디워시는 포장재 품질은 유지하면서 용기 플라스틱 중량을 기존 대비 19% 줄였다. 이와 더불어 총 10개 품목의 플라스틱 용기 중량을 줄여 약 11톤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감축했다.

제품 용기 속 고정재에도 종이를 사용했다. 분해가 빠르고 재활용이 쉬운 종이 고정재를 기존 플라스틱처럼 견고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대체해 환경 영향을 줄였다. 프리메라 오가니언스 2종 세트와 와일드 씨드 퍼밍 세럼 등 5개 세트가 종이 고정재를 사용한 제품이다. 라네즈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정 진행했던 홀리데이 캠페인 제품 고정재를 종이로 바꿔 플라스틱 폐기물 이슈에 적극 대응한 바 있다,

◇ “자연 부담 적은 원료 선택하고 분리배출 어려운 부자재 피한다”

플라스틱의 기본적인 문제는 ‘많이 버려진다’는 사실이다. 바꿔 말하면, 재활용 효율성을 높이면 자원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색이 들어가거나 필름이 용기에 접착제로 고정된 경우 재활용 가능성이 떨어진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를 위해 해피바스와 려 브랜드에 무색 투명 플라스틱 용기를 도입했다. 아울러 해피바스 22개 제품에 접착제 없이 고정 가능한 수축 필름을 사용해 용기 재활용 가능성을 높였다. 수축 필름은 소비자들이 사용 후 쉽게 비닐을 뜯을 수 있도록 별도 절취선을 넣었다.

플라스틱은 재질에 따라 꼼꼼하게 분류해 배출해야 재활용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내용물을 잘 보존해야 하는 화장품 용기 특성상 여러 제품 용기를 하나의 재질로 만들기가 어렵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지속적인 포장재 연구를 통해 일리윤 에센스 드롭 제품에 단일재질 플라스틱 용기를 적용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연 부담이 적은 원료를 선택하고 분리 배출이 어려운 부자재 사용을 피하며 라벨과 용기 분리를 쉽게 해 재활용성을 높이는 등 지속가능한 삶에 이바지할 제품으로 자연과 공존한다”고 밝혔다.

플라스틱이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가볍고 가공이 쉽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들은 이를 고려해 플라스틱의 물성은 유지하면서 환경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실제로 이니스프리는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 사용 비중을 높이기 위해 메쉬망 필터 기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활용 원료 불순물을 제거했다.

이를 통해 PCR 100% PET용기를 만들었다. PCR은 쉽게 말하면 소비자가 쓰고 버린 후의 재활용을 뜻한다. 이 용기는 이니스프리 올리브리얼 바디 로션·클렌저 용기에 사용됐다. 이와 더불어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브랜드도 많아졌다. 마몽드와 한율, 프ㄹ메라 등의 브랜드에서는 패키지에 PCR 소재를 적용해 플라스틱 폐기물량을 줄이고 있다.

화장품 매장에는 테스트용 메이크업 도구인 어플리케이터가 여러 개 있다.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도구로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다. 아모레퍼시픽은 PVC코팅을 제거한 종이스틱, 쪄서 만든 펄프 스틱 등 기능은 유지하면서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4가지 친환경 소재를 개발했다. (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그린포스트코리아
화장품 매장에는 테스트용 메이크업 도구인 어플리케이터가 여러 개 있다.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도구로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다. 아모레퍼시픽은 PVC코팅을 제거한 종이스틱, 쪄서 만든 펄프 스틱 등 기능은 유지하면서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4가지 친환경 소재를 개발했다. (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그린포스트코리아

◇ 식물유래 플라스틱과 생분해·재활용 플라스틱 적극 활용

식물유래 플라스틱 용기도 사용한다. 식물유래 플라스틱은 기존 플라스틱 제품보다 제조과정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이 상대적으로 적어 친환경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해피바스와 미장센, 려, 프리멜, 일리윤 제품 용기에 지속가능한 식물유래 플라스틱을 일부 사용해 자원 보호와 온실가스 저감에 동참했다.

이와 더불어 땅속에서 빠르게 분해되는 플라스틱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설화수는 2019년 3월 이후 생산하는 세트 제품부터 생분해 플라스틱 고정재를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지속가능성보고서 발표 당시를 기준으로 지금까지 총 250만 세트에 생분해 플라스틱 고정재를 사용했으며 이를 통해 약 90톤의 플라스틱을 대체했다.

아이오페도 슈퍼바이탈 기획세트 등 8개 품목에 생분해 플라스틱 고정재를 사용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앞으로도 더 다양한 제품으로 사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에도 적극적이다. 프리메라 알파인 베리 워터리 크림 및 인텐시브 크림 리미티드 제품 용기에는 48%의 재활용 플라스틱이 함유됐다. 프리메라 BM팀 관계자는 보고서를 통해 “러브 디 어스 환경 캠페인 제품 용기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적용해 에코 필로소피를 실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본사방문증/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은 하루 300여 장 사용되던 본사 플라스틱 방문증을 종이 방문증으로 바꾸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아모레퍼시픽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매장과 사무 환경 곳곳에서 플라스틱·일회용 사용 환경 개선

이런 노력은 제품의 용기에만 적용되고 있는 게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속가능한 라이프를 위해 매장과 사무실 곳곳을 바꿨다.

매장에는 테스트용 메이크업 도구인 어플리케이터가 여러 개 있다.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도구로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다. 아모레퍼시픽은 PVC코팅을 제거한 종이스틱, 쪄서 만든 펄프 스틱, 플라스틱 스패출러를 대체한 식료품 전용 종이, 쌀과 타피오카로 만든 라이스 스틱 등 기능은 유지하면서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4가지 친환경 소재를 개발했다.

이니스프리는 재사용이 가능한 ‘바이 플라스틱 백’을 제작했다. 이를 통해 2019년 7만 5000개의 일회용 쇼핑백을 대체했다. 이와 더불어 이니스프리는 제주하우스 부속동 건물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매장에서 사용하는 전기 일부를 태양광 에너지로 대체했다. 그 결과 연간 33MWh 이상의 전기를 생산했으며, 이를 통해 연간 약 400만 원의 전기 사용료 절감 효과를 거뒀다.

하루 300여 장 사용되던 본사 플라스틱 방문증을 종이 방문증으로 바꾸거나 매년 내놓는 다이어리에 환경 마크 획득한 지류를 사용하고 원단 사이즈를 미리 산출해 종이 사용량도 줄였다.

◇ 그린얼라이언스와 에너지절감...지속가능 사회 실현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협력사와 지속가능 가치를 공유하는 '그린얼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 중 환경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종이 고정재 개발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이와 더불어 9개 주요 협력사를 대상으로 환경 전문 컨설팅을 펼쳐 환경 법규 리스크를 진단하고 개선 방향과 해법을 함께 수립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 대비 온실가스 원단위 감축률 9.4%를 달성했다. 낮은 온도에서 제품을 제조하는 저에너지 유화 기술을 적용한 제품도 2017년 43개에서 지난해인 2019년에는 96개로 늘었다.

아모레퍼시픽의 2019년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은 6,221MWh다. 전기사용량의 약 6.6%를 태양광에너지로,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전기사용량의 11.2%를 지열·태양광·태양열 에너지로 대체했다.

에너지 절감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에너지 혁신 TF'도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상해사업장을 포함한 전 생산사업장의 전등을 100% LED로 교체하고 생산사업장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AI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 감소 아이디어를 실현했다. 생산사업장뿐만 아니라 비제조사업장과 함께 전방위적으로 감축 노력을 기울인 결과 온실가스를 예상 배출량 대비 7.4% 더 적게 배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모레퍼시픽은 재활용·바이오플라스틱 사용량이 281톤에 달하고 플라스틱 감축량이 159톤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2022년까지 약 700톤의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과 순환경제에 기여하려는 목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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